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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국 의존도 낮춰라" 재편되는 韓·美·日 무역 생태계

"대중국 의존도 낮춰라" 재편되는 韓·美·日 무역 생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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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5월까지 발생한 '대미 수출', 대중 수출보다 많아
지난해 최대치까지 치솟은 일본 대미 수출액, 중국은 '휘청'
중국산 수입 줄이는 미국, 中 1위 대미 수출국 자리 뺏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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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국의 대미(對美) 수출 규모가 대중(對中) 수출 규모를 웃돈 것으로 집계됐다. 20여 년간 한국의 1위 수출국 자리를 지키던 중국의 입지가 본격적으로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 및 우방국 역시 '탈중국' 움직임에 박차를 가하며 대중 무역 의존도를 꾸준히 낮춰가는 양상이다.

급증하는 대미 수출

10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과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발생한 대미 수출 규모는 533억 달러(약 73조4,700억원)에 달했다. 이는 같은 기간 이뤄진 대중 수출(529억9,000만 달러) 대비 6억1,000만 달러(약 8,400억원) 많은 수준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올해 연간 기준으로 대미 수출이 대중 수출을 추월할 수 있다는 전망을 속속 내놓고 있다. 2002년 이후 22년 만에 국내 '수출 1위' 자리가 뒤집힐 수 있다는 시각이다.

실제 대미 수출은 2020년 741억1,000만 달러(약 102조1,500억원)에서 2021년 959억 달러(약 132조1,900억원)로 증가했고, 2022년엔 1,097억7,000만 달러(약 151조3,000억원)로 사상 첫 1,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지난해 대미 수출 규모는 1,157억1,000만 달러까지 확대됐다. 이는 같은 기간 대중 수출(1,248억1,000만 달러)보다 91억 달러(약 12조5,000억원) 적은 수준이다. 2004년 이후 19년 만에 최소 수출액 격차를 기록하며 중국을 바짝 뒤쫓은 것이다.

대기업의 대미 수출은 이미 지난해 20년 만에 대중 수출을 뛰어넘었다. 지난해 대기업 대미 수출은 795억2,000만 달러(약 109조6,100억원)로 대중 수출(76억3,000만 달러) 대비 32억3,000만 달러(약 4조4,500억원) 많았다. 고수익 친환경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자동차와 일반기계류 등의 수출이 증가한 결과다. 반면 대기업의 대중 수출은 2021년 1,080억1,000만 달러를 기록한 후 지속적으로 감소해 지난해엔 800억 달러를 밑돌았다.

美·日 대중 무역 의존도 감소

주목할 만한 부분은 미국·일본 등 주요국의 대중 무역 의존도가 나란히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불거진 무역 분쟁으로 인해 서방국·미국 우호국 등이 줄줄이 공급망을 재편한 결과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중국 해관총서(관세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무역 시장에서 미국 점유율은 2018년 대비 2.5%p 낮아졌다. 한국(-1.5%p)과 일본(-1.7%p)의 점유율 역시 나란히 감소 추세를 보였다.

중국의 무역 시장 내 빈자리는 미국이 채웠다. 특히 일본의 지난해 대미 수출액은 전년 대비 11% 증가한 20조2,688억 엔(약 178조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대미 자동차 수출이 전년 대비 35.5% 증가한 5조8,439억 엔(약 51조2,000억원)을 기록하며 수출 성장세를 견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반해 중국에 대한 수출액은 같은 기간 6.5% 감소한 17조7,646억 엔으로 집계됐다.

미국의 경우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을 빠르게 줄여 나가고 있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상품의 대미 수출은 4,272억 달러(약 588조원)로 전년 대비 1,091억 달러(20.3%) 급감했다. 반면 같은 기간 멕시코 상품의 대미 수출은 4,756억 달러로 208억 달러(4.6%) 늘었다. 이에 따라 중국은 16년 만에 1위 대미 수출국 자리에서 내려오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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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공급망도 '탈중국'

이들 국가의 탈중국 움직임은 무역 시장을 넘어 공급망 전반으로 확산하는 추세다. 일례로 일본은 중국의 희토류 수출 금지 이후 제3국 희토류 개발 프로젝트 투자를 통해 중국 의존도를 58%까지 낮췄으며, 2025년까지 중국 의존도를 50% 이하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설정한 상태다. 현재는 경제산업성의 '3R(Reduce, Replace, Recycling) 정책'에 따라 산하 에너지·금속광물자원기구(JOGMEC)를 중심으로 희토류를 포함한 희소금속 공급망 안정화 정책을 추진 중이다.

미국도 환경·인권 문제 등을 앞세워 중국을 적극적으로 견제하며 첨단 기술을 앞세운 공급망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자국 내 에너지·자원 생산 기반을 재건해 자체 공급 역량을 강화하는 한편, 우방국 위주의 공급망을 공고히 해 중국에 압박을 가하겠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희토류 등 금속 자원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에너지부와 국방부를 중심으로 다양한 희토류 공급망 확보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광물안보파트너십(MSP)이다. 앞서 미국은 2022년 6월 국무부 주도로 한국·일본·캐나다·독일·프랑스·영국·호주·EU 등 14개국과 함께 MSP를 결성한 바 있다. MSP는 지난해 10월 회의에서 △아르헨티나 △브라질 △칠레 △인도네시아 △카자흐스탄 △몽골 △베트남 △잠비아 등 주요 자원 부국을 초청, 핵심 광물 공급을 위한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주요 7개국(G7)은 MSP와 별개로 지난해 7월 리튬·니켈·코발트 등 주요 광물을 중국에 어느 정도 의존할지 '공동 목표'를 설정하고, 중국 외 국가의 광물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해 공동 투자를 단행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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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현물출자로 리스크 덜어낸 CGV, 올리브네트웍스 '기업가치 뻥튀기' 논란 족쇄 되나

CJ 현물출자로 리스크 덜어낸 CGV, 올리브네트웍스 '기업가치 뻥튀기' 논란 족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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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심양면 지원에도 장기 성과 못 내는 CGV, 관객 수도 '4분의 1' 수준
CJ올리브네트웍스 현물출자에 비판 쇄도, "기업가치 4,500억원은 너무 높아"
기업가치 뻥튀기 비판에 배당도 불투명, '소액주주 배려 부족' 목소리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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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그룹이 CGV 살리기에 나섰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영화사업의 구조적인 성장 한계를 우려하는 시선이 빗발친 탓이다. 유상증자 과정에서 각종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현물출자하기로 한 CJ올리브네트웍스의 기업가치를 과도하게 책정했다는 게 대표적이다. 1:1 합병에 가까운 출자 구조를 설정한 데 대해서도 소액주주를 배려하지 않았다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흔들리는 CGV, 지난해 연간 흑자 기록했지만

1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영화 산업계의 상징 중 하나인 CGV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극장산업의 구조적인 성장 한계에 직면한 영향이다. CGV는 3년 넘게 적자 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손실 규모는 각각 2020년 3,887억원, 2021년 2,414억원, 2022년 768억원이다. 이에 CGV는 희망퇴직, 무급 휴직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한 몸집 줄이기에 나섰지만, 지난해 1분기에도 141억원의 적자를 내면서 제대로 된 실적 개선을 이루지 못했다.

그나마 지난해 연간 실적에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첫 연간 흑자를 기록하긴 했지만, 이 같은 뚜렷한 실적 개선마저도 주가에 온전히 반영되지 않았다. OTT가 극장을 대체하기 시작하면서 극장산업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뚝 떨어진 탓이다. 실제 극장을 찾는 관람객도 상당히 줄었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KOBIS)에 따르면 지난해 1~5월 영화관 관객 수는 총 1,163만1,935명이었는데, 이는 2019년 동기간(4,693만3,590명)의 4분의 1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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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비율 관리 나선 CJ그룹, 정작 CJ도 자금 여력↓

이에 모기업 CJ는 우선 CGV의 부채비율 관리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앞서 CJ는 제3자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지난해 현금 4,150억원을 CGV에 조달한 바 있다. 지난 3일엔 CJ가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 100%를 CGV에 현물출자하는 제3자 유상증자에 대해 법원의 인가를 받기도 했다. 이에 따라 CGV는 4,444억원 규모의 자본 확충이 가능해졌다.

두 차례에 걸친 유상증자로 자본이 확충되면서 1,100%에 달하던 부채 비율도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CJ CGV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1,123%에서 올 1분기 806%로 대폭 줄었다. 자본 확충 리스크를 상당 부분 덜 수 있게 된 셈이다. 이에 대해 CGV 관계자는 "이번 자본 확충으로 부채비율이 낮아지고 향후 신용평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면서 자금조달 시 이자 부담이 낮아지는 연쇄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주가도 상승세를 이뤘다. 지난해 말 4,670원까지 떨어졌던 주가는 현물출자 당일 장 중 한때 6,090원까지 상승했다. 다만 상승세가 장기간 지속되진 않았는데, 이는 대규모 신주 발행에 따른 주주가치 희석이 상승 여력을 제한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CGV는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 100%를 현물출자 받는 대가로 올리브네트웍스의 주주인 CJ에 4,314만7,043주의 신주를 발행해야 한다. 투자자 입장에선 여전히 리스크가 잔존해 있단 의미다.

유상증자 과정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 것도 투자를 위축했단 평가다. 지난해 CJ가 유상증자를 진행할 당시 일반주주가 소화해야 할 유상증자 규모는 총 5,100억원에 달했다. 대주주의 참여율이 저조했던 탓도 있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CJ의 여력 부족이었다. CJ는 2020년부터 유상증자 참여(937억원), 신종자본증권 취득(2,000억원) 등으로 CGV를 지원해 왔다. 더군다나 최근엔 미래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투자 기조도 확대하고 있다. CJ의 여력이 충분치 못한 이유다.

재무지표를 감안해도 자금이 여유롭다 보긴 어렵다. 연결 기준 CJ의 총차입금 규모가 수년간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CJ의 차입금 규모는 2020년 말 16조1623억원, 2021년 말 16조6,998억원, 2022년 말 19조8,666억원까지 늘었다. 순차입금으로 보더라도 2020년 13조원, 2021년과 2022년 각각 15조원에 달했다. 부채 비율 역시 2021년 154.8%, 2022년 172%, 2023년 1분기 173%를 기록했고, 차입금 의존도 또한 2021년 39.8%, 2022년 41.2%, 2023년 1분기 42.2%로 증가세를 보였다. CJ가 현금 대신 자회사 지분 현물출자에 나선 것도 투자금과 부채가 확대되는 상황을 감안한 결과로 해석된다.

문제는 현물출자하기로 한 CJ올리브네트웍스에 대해서도 부정적 의견이 나오고 있단 점이다. 기업가치 책정이 과도하다는 게 골자다. 앞서 CJ그룹과 회계법인은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 100%에 대한 가치를 4,500억원으로 책정했다. 그러나 시장에선 "올리브영과 광고 사업 부문을 떼어내고 현재는 계열을 대상으로 한 시스템통합(SI) 사업 등을 위주로 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치를 4,500억원으로 책정한 건 지나치다"는 목소리가 쏟아진다. 기업가치를 4,500억원으로 반영할 경우 2022년 12월 말 기준 장부가액(809억원) 대비 가치가 5.6배 폭증한다는 점도 비판에 무게를 더한다.

주주들도 볼멘소리, "소액주주가 지나치게 불리한 구조"

주주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팽배하다. CGV의 대규모 자본 조달이 일반주주에 불리한 구조라는 평가가 나온 탓이다. 통상 기업 정상화를 위해선 현물보단 현금이 유리한 지점이 많다. 부채 상환 등 재무구조 개선에 나설 때 현금이 좀 더 활용하기 편하고, 잔여 자금을 통해 새롭게 인수합병(M&A)을 시도하는 등 미래 먹거리 투자에도 본격적으로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CGV가 현물(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은 배당 정도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2021년, 2022년 CJ에 100억원 규모를 배당한 바 있다. CGV 산하로 옮겨진 후에도 이전 배당 규모를 이어간다면 CGV의 4,500억원 규모 CJ올리브네트웍스 자산으로 올릴 수 있는 수익률은 2.2%가량이다.

그러나 CJ올리브네트웍스가 기업가치 뻥튀기 논란에 휩싸이면서 배당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핵심 사업부(올리브영) 분할 이후 매출액과 수익성이 꾸준히 역성장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실제 2017년과 2018년 각각 1조8,228억원, 2조840억원에 달했던 매출은 CJ올리브영 분사 직후인 2019년, 2020년 4,000억원대로 줄었고, 영업이익 규모 역시 2017년 912억원, 2018년 826억원, 2019년 452억원, 2020년 408억원으로 크게 하락했다. 수익성(영업이익률)도 기존 9%대에서 5%로 악화했다. 이전 수치를 기반으로 도출한 수익률 2.2%의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해졌단 의미다.

사실상 1:1 합병에 가까운 출자 구조도 소액주주에 불리한 지점이다. 100% 자회사는 무늬만 자회사일 뿐 여러 측면에서 한 회사와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향후 CGV가 CJ올리브네트웍스를 흡수합병하더라도 100% 자회사인 만큼 CGV는 합병 대가를 지불할 필요가 없다. 주주총회를 비롯한 각종 의사결정 역시 모회사인 CGV를 중심으로 빠르고 간소하게 진행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증권업계 관계자는 "CGV의 2023년 3월 기준 자기자본은 3,566억원이고 CJ올리브네트웍스의 자기자본은 2022년 말 기준 약 1,400억원"이라며 "이런 차이가 있는데 1:1 비율로 가격을 책정했다는 측면에서 일반주주들의 반발을 살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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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인하로 '피벗' 문고리 젖힌 ECB, 금리 인하 흐름에 미국도 영향받나

기준금리 인하로 '피벗' 문고리 젖힌 ECB, 금리 인하 흐름에 미국도 영향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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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상승률 하락세에 ECB도 결단, 첫 금리 인상 2년 만에 기준금리 인하
유로존 성장률 0.8%까지 하락, 독일은 전망치 1.3%→0.2% 대폭 하향
선진국보다 먼저 금리 내린 신흥국들, 미국도 금리 인하 '고심' 이어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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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의 모습/사진=ECB

유럽중앙은행(ECB)이 첫 금리 인상을 단행한 지 2년 만에 기준금리 인하를 결정했다. 최근 몇 년간 고물가에 대처하기 위해 강도 높은 금리 인상 정책을 이어온 주요국이 긴축에서 완화로 돌아서는 피벗(통화정책 전환)의 문을 연 것이다. 이에 시장에선 미국의 금리 인하 가능성도 높게 점쳐지는 분위기다. 신흥국을 중심으로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되면서 미국도 압박을 피하기 어려워진 데다, 견조하던 경제 지표도 최근 들어선 다소 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ECB 기준금리 0.25%p 인하

ECB는 6일(현지 시각)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4.5%에서 4.25%로 0.25%p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캐나다가 주요 7개국(G7) 국가 중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기존 5.00%에서 4.75%로 0.25%p 인하한 뒤 이어진 결정이다. ECB의 기준금리 인하는 제로(0) 금리 정책을 시작한 2016년 3월 이후로는 8년 3개월 만이며, 첫 금리 인상을 단행한 2022년 7월을 기준으론 2년여 만이다.

ECB가 금리 인하를 결정한 배경엔 물가가 있다. 당초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수습 국면에 발생한 급격한 물가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거듭 인상해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선 물가 상승이 완화하면서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졌다. 실제 유로존의 전년 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22년 연말 10%를 넘겼다가 지난해 10월부터 2%대에 머물렀고, 지난 4월엔 2.4%까지 내려왔다.

침체 이어가는 유럽, '경제 기관차' 독일도 하락세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 사이에선 향후 ECB가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유럽 경제 전반이 침체기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지난 2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0.9%로 하향조정했다. 1.6%로 제시했던 지난해 5월 이후 세 번째 하향이다. 유로존 성장률도 0.8%까지 낮췄다.

독일도 전망치를 1.3%에서 0.2%로 대폭 하향했다. 지난해 0.3%의 역성장을 기록한 데다 예산안마저 대폭 축소되면서 제대로 된 부양책을 꺼내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독일 경제는 코로나19 팬데믹 직후인 2020년 전년 대비 -3.8% 성장한 뒤 2021~2022년 잠시 회복세를 보이다 지난해 다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이로 인해 2023년 독일 경제는 코로나19 확산 전인 2019년 대비 불과 0.7% 성장하는 데 그쳤다. 대중국 수출 부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 등을 직격으로 맞은 결과다.

이런 와중에 독일 경제의 장기 전망은 더욱 어둡다. 그도 그럴 것이 독일은 저출생(2022년 기준 출생률 1.46명)으로 인한 노동력 부족에 직면해 있다. 현지 외신에 따르면 향후 독일의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면 2035년까지 노동자 700만 명이 사라질 전망이다. 숙련 노동자가 그만큼 부족해져 기업 성장 잠재력이 저하할 수 있단 의미다. 사회 각 분야의 디지털화 역시 주변 유럽 나라에 견줘 뒤떨어진다. 초고속 데이터 통신망 연결을 통해 차츰 나아지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고르지 못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선이다.

이처럼 한때 유럽 경제의 기관차로 불리던 독일이 돌연 '유럽의 병자' 취급을 받게 되면서 유럽 경제가 극적으로 회복하기는 어려울 거란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다. 파올로 젠틸로니(Paolo Gentiloni) EU 경제 담당 집행위원도 "지정학적 긴장과 점점 더 불안정해지는 기후, 그리고 올해 전 세계에서 열리는 주요 선거 등이 모두 유럽 경제 전망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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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국 중심으로 금리 인하 흐름 확산, 미국은 여전히 '동결 기조'

다만 사정이 어려운 건 다른 국가들도 마찬가지다. 특히 남미와 유럽의 신흥국들은 이보다 앞서 기준금리를 내리기도 했다. 우선 남미의 브라질은 지난 9일 기준금리를 0.25%p 내렸다. 브라질은 올해 들어 세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총 1.25%p 인하했다. 지난해 말 연 11.75%에 달했던 기준금리는 5월 연 10.5%까지 떨어졌다.

이외 칠레는 기준금리를 연 8.25%에서 연 6.5%로 1.75%p 내렸고, 멕시코도 지난 3월 기준금리를 0.25%p 내리면서 금리 인하 행렬에 동참했다. 아르헨티나의 경우 극우 성향의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 취임 이후 기준금리를 연 133%에서 연 50%로 83%p나 낮췄다.

스웨덴도 8년 만에 기준금리를 연 4%에서 3.75%로 0.25%p 인하했고, 유로화를 쓰지 않는 동유럽 국가인 체코, 헝가리 등도 기준금리를 일제히 내렸다. 체코는 올해 들어 기준금리를 연 7%에서 연 5.25%로 1.75%p, 헝가리는 연 10.75%에서 연 7.75%로 3%p 인하했다. 유럽 선진국에 속하는 스위스 역시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연 1.5%로 0.25%p 낮췄다. 신흥국들이 미국보다 기준금리를 먼저 내리는 디커플링(탈동조화)을 시작한 것이다.

미국은 아직 금리 동결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긴축적인 통화 정책에도 미국의 경제 지표가 견조한 상황을 유지하고 있는 탓이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2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3.2% 상승했다. 이는 지난 1월 상승률(3.1%) 대비 소폭 높은 수준이다. CPI는 2022년 6월 9.1%로 고점을 기록한 후 하락을 이어왔으나 지난해 6월부턴 3%대 초중반 선에서 정체돼 있다. 3년 뒤 기대인플레이션도 2월 2.7%로 전월 대비 0.3%p 상승했고, 5년 뒤 기대인플레이션은 0.4%p 상승한 2.9%를 기록하며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물가 안정이란 준칙에 무게를 둔 Fed 입장에선 금리 인하를 단행할 근거가 부족한 셈이다.

하지만 최근엔 상황이 다소 바뀌었다. 신흥국들이 기준금리 인하를 선도해 나가면서 이들의 통화정책이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금리 인하를 압박하는 글로벌 통화정책의 '왝더독(주객전도 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 것이다. 미국의 경제 지표가 악화하고 있다는 점도 금리인하에 무게를 더하는 요소다. 실제 미국의 1분기 GDP 증가율 잠정치는 1.3%로 기존 속보치(1.6%)에 비해 0.3%p 낮아진 바 있고, 고용, 소비지표 등도 둔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 노동부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 따르면 4월 구인 건수는 805만9,000건이었는데, 이는 2021년 2월 이후 3년 2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시장에서도 Fed가 오는 9월께 금리를 한 단계 낮추리란 전망이 우세한 만큼 Fed의 연내 기준금리 인하에 기대를 거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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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근거리를 비추는 등불은 앞을 향할 때 비로소 제빛을 발하는 법입니다. 과거로 말미암아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비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트리플 약세’에 짙어지는 디플레이션 그림자, 美 금리인하 시간표 빨라지나

‘트리플 약세’에 짙어지는 디플레이션 그림자, 美 금리인하 시간표 빨라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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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미국 구인건수, 3년 만에 최저치 기록 '노동시장 과열 해소'
연내 2회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 상승, CME도 확률 상향
침체 우려도 함께 확산, 5월 비농업 고용 보고서에 주목
U.S.-BUREAU-OF-LABOR-STATISTICS_FE_001_20240606

미국 노동시장의 수요 흐름을 보여주는 구인 규모가 3년여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간 열기가 식지 않던 미국 고용시장에 냉각 신호가 감지되자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9월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도 되살아나는 모습이다. 다만 소비·제조업·고용이 '트리플 약세'를 보이면서 수요 약화와 물가 하락이 서로를 부추기는 디플레이션 공포도 함께 커지고 있어 우려가 나온다.

美 4월 구인건수 806만 건, 3년 만에 최저

5일(현지시간) 미국 노동통계국이 발표한 4월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의 구인건수는 806만 건으로 지난달보다 26만6,000건 감소했다. 이는 2021년 2월 이후 3년 2개월만의 최저 수준이자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840만 건)도 하회하는 수치다. 일할 사람을 찾는 기업들의 고용 수요가 그만큼 줄었다는 얘기다.

업종별로는 헬스케어·사회지원 부문에서 20만4,000건이 줄어들며 구인건수 감소를 주도했고, 주·지방정부 교육에서도 구인건수가 5만9,000건 줄었다. 반면 사교육 서비스 부문에서는 5만 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채용률은 3.6%로 전월(3.5%) 대비 소폭 상승했고, 자발적 퇴직자 비율은 2.2%로 전월(2.1%)보다 소폭 올랐다. 과거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고용시장 냉각 여부를 보기 위한 지표로 강조했던 실업자 1명당 구할 수 있는 일자리 수도 전월(1.3개)보다 줄어든 1.24개로 2021년 6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 고조

이에 시장에선 9월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다시금 커지고 있는 분위기다. 그간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목표 수준인 2%까지 내려가기 위해서는 노동시장의 초과 수요가 해소돼야 한다고 보고, 고용 관련 지표 추이를 눈여겨봐 왔는데, 이번 지표를 통해 노동시장의 과열이 식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미국 경기의 바로미터 역할을 하는 미국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의 둔화도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에 무게를 더하는 요소다. 지난 3일 발표된 5월 ISM 제조업 PMI는 48.7을 기록, 예상치(49.6)를 밑돌며 두 달 연속 하락세를 나타냈다. PMI는 50을 기준으로 50을 넘을 경우 확장을, 넘지 않을 경우 위축을 나타내는 만큼 미국의 제조업 경기가 둔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에 매파적이던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 공개 이후 ‘9월 1회 인하’로 약화했던 연준 금리 인하 기대도 ‘9월과 12월 2회 인하’로 다시 강화되는 모습이다. 5일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CME Fedwatch)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서 평가한 연내 2회 금리 인하 확률은 40%로 지난달 29일(28.4%)보다 높아졌고, 같은 기간 연내 1회 인하 확률은 42.8%에서 32%로 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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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드는 디플레이션 우려

다만 이 같은 고용과 제조업의 동반 부진 지표가 미국의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공포를 불러오면서 연준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미국 경제가 '골디락스(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상태)' 수준을 넘어 침체에 이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올 1분기까지만 해도 27개월 연속 4% 이하의 실업률과 1분기 평균 26만9,000개의 일자리 창출로 소비지출이 3% 이상 지속 증가하자 성장과 일자리 냉각보다는 물가 잡기에 총력을 기울여 왔다. 하지만 2분기에 접어들면서 일자리 증가가 반토막이 난 데다, 성장률도 급속도로 얼어붙으면서 이젠 인플레이션이 아닌 디플레이션을 걱정해야 하는 순간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포착되는 미국의 디플레이션 신호는 고용과 제조업 위축만이 아니다. 이는 미국 경제 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 특히 주택 판매 시장에서의 경기 침체 신호가 뚜렷하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4월 펜딩 주택 판매지수는 계절 조정 기준으로 전월보다 무려 7.7% 급감한 72.3을 기록했다. 전문가 예상치는 0.7% 감소였는데 고금리 부담으로 인해 감소폭이 크게 나타난 것이다.

미국 내에서 경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그동안 경제를 떠받쳐온 소비도 급격히 냉각되고 있다. 최근 미시간대학이 발표한 5월 소비자심리 예비치는 67.4로, 전월 77.2에서 크게 하락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자 2021년 이후 가장 큰 하락 폭으로, 각 가정의 살림살이에 대한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의 영향을 반영하는 동시에 물가와 실업률, 이자율 모두 앞으로 더욱 악화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의 경제 성장률 전망에서도 경고가 드러난다. 지난 3일 애틀랜타 연은은 올해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을 지난달 31일(연 2.7%)보다 대폭 줄어든 연 1.8%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올해 들어 발표된 미국 2분기 GDP 전망 중 최저치로, 1%대의 저성장은 일자리 냉각과 소비 지출 위축이 현실화될 경우 제로 성장을 야기하고, 자칫하면 마이너스 성장으로 추락할 위험을 안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진다. 이런 가운데 시장은 오는 7일 발표 예정인 노동부의 '5월 비농업 고용보고서'에 주목하고 있다. 해당 보고서에서도 고용 둔화가 확인될 경우 금리 인하와 침체 우려 모두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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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GDP 1.3% 깜짝 성장, 민간소비 호조는 미스터리

1분기 GDP 1.3% 깜짝 성장, 민간소비 호조는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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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순수출과 내수 기여도 각각 0.6%p, 0.7%p
올해 초 소비 둔화 예측한 한은 전망과 배치
정부 지출 증가, 기저효과 등이 영향 미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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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경제가 올해 1분기 1.3%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순수출과 내수가 각각 0.6%p, 0.7%p 기여하면서 2년 3개월 만에 분기 성장률 0%대를 벗어난 것이다. 다만 예상 밖 내수 호조를 두고 휴대폰 신제품 출시와 날씨 효과로 설명한 한국은행의 분석에 대해서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제조업·건설업·서비스업 모두 직전 분기 대비 증가

5일 한국은행은 1분기 실질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잠정치·전기 대비)이 1.3%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지난 4월 발표한 속보치와 같은 수준이다. 세부적으로는 민간소비와 설비투자는 당초 전망치에 비해 각각 0.1%p, 1.2%p 낮아졌고 건설투자와 수출은 각각 0.7%p, 0.9%p 상향 수정됐다.

세부 항목별 성장률을 보면 제조업 0.9%, 건설업 5.5%, 서비스업 0.9% 등은 직전 분기 대비 증가했다. 민간소비는 의류 등 재화와 음식·숙박 등 서비스 부분이 모두 증가하며 전기 대비 0.7% 늘었고 정부소비는 물건비 지출의 영향으로 0.8%, 건설투자는 건물건설과 토목건설이 모두 늘어 3.3% 증가했다. 수출은 IT 품목(반도체, 핸드폰), 석유제품을 중심으로 1.8% 늘어났다. 반면 설비투자는 운송장비를 중심으로 2.0% 줄었고, 수입 역시 천연가스, 전기장비 등이 줄면서 0.4% 감소했다.

실질 국민총소득은 567조5,000억원으로 전기 대비 2.4% 늘어 실질 GDP 성장률 1.3%를 상회했다. 국외순수취요소소득은 교역조건이 개선되면서 실질 무역손실이 줄어든 영향으로 직전 분기 수준을 유지했다. 국외순수취요소소득은 우리 국민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소득에서 외국인이 국내에서 번 소득을 뺀 값으로 추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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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과 내수가 성장에 기여, 정부 기여도는 0%?

1분기 성장률을 견인한 건 순수출과 민간소비였다. 순수출과 민간소비의 성장률 기여도는 각각 0.6%p, 0.4%p로 나타났다. 건설투자 기여도도 민간소비와 같은 0.4%p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내수의 성장 기여도는 0.7%p로 순수출을 웃돌았다. 내수의 기여도가 수출을 앞선 것은 지난해 1분기 이후 1년 만이다. 반면 정부소비의 기여도는 0.1%p, 정부투자는 -0.1%p로 정부소비와 투자를 합치면 정부의 1분기 성장률 기여도는 0%p로 나타났다.

이 같은 민간소비의 성장세에 한국은행은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최근 반도체 경기가 살아나면서 수출이 성장에 기여할 것이라는 점은 예견됐지만 내수의 성장은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다. 앞서 한은은 올해 초 '최근 민간소비 흐름 평가 및 향후 여건 점검'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4분기부터 민간소비 회복 동력이 약화했으며 향후 회복 속도도 예상보다 더딜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휴대폰 신제품 출시로 소비를 끌어 쓴 부분이 있고 날씨 효과로 소비자들의 야외 활동이나 건설경기에 영향을 준 부분도 있다"며 "특히 정부의 이전지출이 많이 늘어나서 소비에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재정지출 자료가 늦게 전달되는 부분이 있어 해당 요인을 좀 놓친 감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은, '민간소비 호조' 두고 통계청 자료와 엇박자

하지만 한은이 언급한 요인만으론 민간소비의 급증을 모두 설명하기는 어렵다.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1분기 월별 소매판매 상승률(전월 대비)은 1월 0.8%, 2월 -3.1%, 3월 1.6%로 나타났으며, 1분기 소매판매액지수는 103.1(2020년=100, 계절조정기준)로 직전 분기 대비 0.2% 감소했다. 한은의 언급한 휴대폰 등 통신기기·컴퓨터와 의복의 판매지수가 각각 5.6%, 3.1% 증가했지만, 이는 승용차 등 내구재와 음식료품 등 일부 비내구재가 감소세를 보인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단순 재화로만 보면 민간소비는 오히려 감소했다.

휴대폰의 소비 부양 효과를 두고도 이견이 나온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휴대폰이 포함된 통신기기 및 컴퓨터 판매액은 1분기 기준 7조8,591억원으로 전체 판매액의 5%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또한 전년 동기 대비로 보면 통신기기·컴퓨터 판매액은 지난해 4분기 8%나 증가했지만 올해 1분기는 보합(0%)을 기록했다. 통계 구분상 휴대폰 외 여러 품목이 포함됐음을 감안하더라도 휴대폰 출시를 통한 소비 진작 효과가 생각보다 크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민간소비 호조의 원인이 서비스업에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통계청의 소매판매 지표는 재화 부분만 다루기 때문에 현재 서비스 소비 관련 지표는 공시된 바가 없다. 다만 1분기 서비스업 생산을 보면 직전 분기 대비 0.8% 증가하면서 4분기 증가율 0.3%를 크게 웃돌았다.

문제는 이 총재가 언급한 '야외활동 증가'인데, 해당 요인이 주로 적용되는 숙박·음식점업의 생산지수는 1.3% 증가에 그쳤으며 예술·여가 관련 생산지수는 2.7%나 감소했다. 오히려 생산지수 가중치(174.9)가 높은 금융·보험업이 서비스업의 성장을 이끌었다. 실제로 금융·보험업 생산지수는 직전 분기 대비 4.8%나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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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적인 내수 회복, 향후 지속될지 두고 봐야

예상 밖 내수 호조의 원인을 두고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전지출에 무게를 두고 있다. 올해 1분기 정부 총지출 규모는 212조2,000억원으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3월에만 85조원 넘게 집행하며 월간 최고치를 경신했던 만큼 소비 진작 효과가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예산도 1분기에만 올해 예산 25조1,000억원의 35.4%인 8조9,000억원을 집행했다. 공공기관 투자 10조1,000억원 등도 건설 경기 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민간이 주도한 성장'이라는 분석과 달리 정부의 기여가 상당했을 것이란 해석이다.

기저효과 역시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지난해 민간소비 성장률을 살펴보면 1분기 0.6% 이후 2분기 -0.1%, 3분기 0.3%, 4분기 0.2%를 기록했다. 지난해 소비 성장세가 미약했던 만큼 올해 1분기 소비 회복세가 부각될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건설투자도 지난해 4분기 -0.7%로 마이너스 성장을 하면서 전체 성장률을 큰 폭으로 끌어내린 바 있다.

이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1분기 내수 회복은 일시적인 요인 영향이 크며 향후 회복세가 지속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되는 분위기다. 내수 회복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기에는 난제들이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건설수주는 2022년 10월 35.4% 줄어든 이후 대체로 감소세를 이어왔고, 올해 2월에도 전년 동월 대비 24.1% 감소했다. 건설수주는 향후 건설경기를 예고하는 선행지표로 1년 6개월 정도의 시차를 두고 건설투자에 반영되기 때문에 2분기에도 하락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

금리 인하가 지연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부담 요소다. 현재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한은의 물가 안정 목표치인 2%를 넘어 3%대를 이어가는 가운데, 1분기 '깜짝 성장'으로 금리 인하 시점이 더 늦춰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런 와중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도 물가 상승세와 경기 회복에 연내 금리 인하를 단행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까지 제기된다. 이렇게 고물가·고금리가 지속된다면 가계의 소비 여력과 기업의 투자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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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물가 두 달 연속 '2%대', 물가 안정에 금리 인하 기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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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원물가지수 2.2%, 생활물가지수 3.1% 상승
신선과실, 신선채소는 각각 39.5%, 7.5% 올라
한은 금리 인하 신중론 "물가 변동 불확실성 커"
CPI_kostat_FE_002_20240604

5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2.7% 오르며 지난달에 이어 2%대를 유지했다. 근원물가지수와 생활물가지수는 각각 2.2%, 3.1% 상승했다. 5월에도 물가 안정세가 이어지면서 시장에서는 하반기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다만 한국은행은 농축수산물과 에너지 가격 등 물가 변동의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금리 인하에 신중한 입장이다.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2.7%, 근원물가지수는 2.2%↑

4일 통계청이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4.09(2020=100)로 전년 동월 대비 2.7% 상승했다. 전월과 비교하면 상승 폭은 0.2%p 낮아졌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 3.8%로 정점에 도달한 후 11월 3.3%, 12월 3.2%를 기록하다 올해 1월 2.8%로 둔화했다. 이후 재반등해 2월과 3월 연속 3.1%를 기록했지만, 4월 2.9%로 2%대에 재진입했다.

품목별로 보면 농축수산물이 8.7% 상승했다. 특히 배는 126.3%로 통계 조사 이래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사과도 80.4%로 높은 오름세를 나타냈다. 다만 돼지고기과 국산쇠고기는 각각 -5.2%, -2.3%로 전년 동월 대비 하락했다. 서비스 물가 상승률은 2.3% 상승했다. 항목별로는 보험서비스료 15.1%, 공동주택관리비 4.4%, 전기·가스·수도는 2.7% 올랐으며 승용차임차료와 유치원납입금은 각각 -8.4%, -6.7%를 기록하며 하락했다.

공업제품은 전년 동월 대비 2.1% 올랐다. 휘발유와 수입승용차는 각각 3.8%, 7.5% 상승한 반면, 기초화장품과 라면은 각각 -3.3%, -5.2%로 하락세를 보였다. 특히 석유류 항목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3.1%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1월 기록한 4.1% 이후 1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 폭이다.

식료품과 에너지 등 가격 변동성이 큰 품목을 제외해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확인할 수 있는 '근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2% 상승한 110.91을 기록했고, 전월 대비로는 0.1%p 떨어졌다. 농산물·석유류 제외지수는 112.40으로 2.0% 올랐다. 전월과 비교하면 0.2%p 하락한 수치다.

자주 구매하는 144개 품목의 물가로 구성돼 체감물가를 가늠할 수 있는 '생활물가지수'는 116.50으로 전년 동월 대비 3.1% 상승했다. 이는 전월 대비 0.4%p 낮은 상승률이다. '신선식품지수'는 131.08(2020=100)로 전년 동월 대비 17.3% 상승했고 전월보다는 1.8%p 줄었다. 신선식품지수는 신선어개(생선·해산물), 신선채소, 신선과실 등 계절이나 기상 조건에 따라 가격변동이 큰 55개 품목으로 구성되는데 이 중 신선과실과 신선채소는 각각 전년 동월 대비 39.5%, 7.5% 각각 상승했고 신선어개는 1.3%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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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물가 안정세에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 커져

5월 물가 안정세가 확인되자 시장에서는 올해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5월 소비자물가 동향' 발표에 앞서 4월에 이어 5월에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더디지만, 하락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당시 한은은 물가 전망의 불확실성이 높아 인하 시기를 특정하기 어렵다면서도 하반기 물가상승률이 전망치인 2.4%대로 흘러간다면 4분기 경에는 기준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금융 환경이 이미 완화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분석도 금리 인하 기대에 무게를 싣는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3월 M2 통화량이 64조2,000억원 증가하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년 동월 대비 증가율도 2022년 12월 이후 최고치인 4.9%를 나타냈다. M2 통화량은 현금, 예금, 적금, 주식, 채권 등의 형태로 표현되는 통화량의 총합으로 시중 유동성을 가늠하는 주요 지표다. 은행의 신규 취급액 기준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3.94%로 기준금리가 1% 시대였던 2년 전과 같은 수준까지 내려왔다. 기업 대출 금리 역시 낮은 수준이다.

다만 금융당국은 여전히 신중한 입장이다. 지난달 한은은 올해 상반기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했다. 이는 11번째 동결이다. 주목할 점은 올해 성장률 전망을 기존 2.1%에서 2.5%로 대폭 상향했지만, 물가 전망은 2.6%로 유지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성장률이 오르는 것은 수요가 좋다는 의미기 때문에 물가 전망도 상향되는 경우가 많은데, 한은은 이와는 다른 전망을 내놓은 것이다. 이에 대해 한은은 "국제유가, 환율 등 공급 측 물가 압력이 여전하고 채소나 신선식품의 가격 변동성도 큰 상황"이라며 "수출이 증가하고 있지만 내수로 이어지는 데는 시차가 있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美 통화긴축 기조 유지, EU는 금리 인하 가능성 시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회의 행보도 금리 인하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금리를 미국보다 먼저 내렸다가 환율이 급등하거나 자본이 대규모로 빠져나가면 걷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연준의 행보가 환율 변동성이나 자본 유출입 등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연준은 기존의 매파적 기조를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분위기다. 지난 5월 29일 연준은 '5월 경기 동향 보고서'를 통해 미국 경제 전반이 여전히 확장 국면에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당초 시장이 기대했던 9월 금리 인하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4%로 연준의 목표치인 2%를 크게 웃돌고 있는 상황에서 고용과 경기가 여전히 견고한 모습을 보여 무리해서 금리를 내릴 이유가 없다는 평가다. 같은 달 28일에는 연준 내 매파 인사인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물가 상승세가 더 둔화하지 않는다면 기준금리를 올릴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미국보다 한발 앞서 금리 인하에 나서면서 미국과 디커플링(탈동조화)이 가속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실제 유럽중앙은행(ECB)도 이달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ECB는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 회의까지 5년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해 연 4.5%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 21일(현지시각)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아일랜드 공영방송 RTE와 인터뷰에서 "현재 인플레이션이 적절히 통제되고 있다"며 "데이터가 이런 확신을 뒷받침해 준다면, 6월에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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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저에 수출 호황 맞은 일본, 정작 노동자 실질임금은 '23개월 연속' 감소세

엔저에 수출 호황 맞은 일본, 정작 노동자 실질임금은 '23개월 연속' 감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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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식료품 수입 비중 높은 일본, 엔저-수입물가 상승에 가계 부담도 올라
수출업계는 호황 맞았지만, 내수기업은 울상 '폐업 1년 새 1.5배 증가'
실질임금도 1.3% 감소, "슈퍼 엔저에 소비 침체 벗어날 동력 상실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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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엔저 현상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일본 내부에서도 불안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물가 상승으로 가계 부담이 크게 늘고 내수 산업을 중심으로 한 중소기업들이 문을 닫는 등 부작용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의 실질임금도 하락세를 걷고 있다. 실질임금은 물가 변동을 고려했을 때 임금 수준을 의미하는 것으로, 결국 실질임금이 하락했다는 건 임금 상승률보다 물가 상승률이 더 높아 국민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는 뜻이다.

엔·달러 환율 150엔 중후반대, 물가 상승에 가계 부담↑

3일 일본 언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엔저는 일본 경제에 플러스'라는 디플레이션 시대의 속박이 일본을 가난하게 만들고 있다"는 보도를 내놨다. 엔저 장기화에 따른 부작용이 다수 나타나고 있단 분석이다. 엔·달러 환율은 연초 달러당 140엔 수준에서 출발했지만 지속적으로 상승(엔화 가치 하락)해 최근엔 150엔 중후반대에 머물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엔저에 부정적인 의견을 표출한 건, 엔저로 인해 중장기 국력 향상에 필수적인 인재, 과학기술, 국방력이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급여 비교 사이트 levels.fyi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도쿄의 정보기술(IT) 엔지니어 평균 연봉은 달러 환산 시 6만2,530달러(약 8,600만원)였는데, 이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의 4분의 1 수준이자 싱가포르, 베이징보다도 30%가량 낮다. 임금 기대치가 그만큼 낮단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자료를 봐도 일본의 달러 환산 평균 임금은 38개국 중 25위로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이에 대해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엔저로 인해 해외에서 바라보는 (일본 국내) 임금 수준은 더 열악해졌다"며 "고급 인력은 물론이고 인력 부족 현장을 지원하는 기능 실습생도 확보하기 어려워지고 있다"고 전했다.

가계의 부담도 크게 늘었다. 식료품의 6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일본의 특성상 엔저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이 그대로 식료품 가격에 영향을 미친 탓이다. 실제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일본 내 미국산 쇠고기의 도매가는 1991년 수입 자유화 이후 최고 수준까지 올랐고, 쌀과 우유 가격도 9%씩 상승했다.

수출은 호황인데, 내수 중심 기업들은 '줄폐업'

물론 엔저로 호황을 맞은 곳도 있다. 수출을 중심으로 하는 제조업계가 대표적이다. 일본의 수출은 엔저를 기점으로 크게 늘었다. 일본의 2023회계연도(2023.4∼2024.3) 수출액은 102조8,983억 엔(약 911조원)을 기록하며 1979년 이후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지난 3월 집계된 2022년 일본 상장 제조업의 순이익 역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일본 주요 기업으로 꼽히는 도요타자동차도 매출액 45조 엔(약 398조원), 영업이익 5조3,500억 엔(약 47조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 성적을 냈다. 도요타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의 전년 대비 증가율은 각각 21.4%, 96.4%에 달한다.

반면 내수 산업을 중심으로 하는 중소기업들은 엔저로 인한 피해가 막심하다. 일본 시장조사기관인 도쿄상공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엔저로 어려움을 겪다 문을 닫은 회사는 56곳으로 전년 대비 1.5배 증가했다. 물가 상승 탓에 도산한 기업도 지난해 684건으로 전년 대비 1.7배 늘었다. '한계 상황'이 가시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가 일본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현장 관계자들의 불안이 여실히 나타났다. 당시 조사에 참여한 기업 중 35%는 '엔화 약세로 인해 매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고 답했고, 63.9%는 '이익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고 응답했다. 참여 기업의 절반 이상이 달러·엔의 적정 수준이 최근의 높은 환율 수준보다 낮은 110~120엔 사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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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개월 연속 감소한 실질임금, 다급해진 일본 정부

이렇다 보니 일본 정부도 다급해진 모양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지난 4월 "현재는 엔화 약세가 기조적인 물가 상승률에 큰 영향을 주고 있지는 않다"며 엔화 약세를 자극하는 발언을 내놨다가 기시다 후미오 총리로부터 수정 요구를 받은 게 대표적인 사례다.

총리의 요구를 받은 이후인 지난달 8일 우에다 총재는 도쿄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엔저와 관련해 "수입물가 상승을 기점으로 하는 비용상승 압력이 안정화될 것이라는 전망의 전제를 약화시킬 가능성이 있다"며 "과거에 비해 물가에 환율 변동이 영향을 미치기 쉬워진 측면이 있다"고 언급했다. 엔저를 경계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선회한 것이다.

이처럼 정부가 우에다 총재의 발언 하나에도 크게 반응한 건 엔화 가치 하락세가 지나치다는 인식이 확산한 영향이 크다. 당초 일본경제신문사와 일본경제연구센터가 추정한 2023년 7~9월 균형환율은 1달러당 133엔이었다. 달러당 150엔 중후반대에 머물면서 '슈퍼 엔저'가 장기화한 건 일본 입장에서 비정상적인 상황이란 것이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엔저 상황 아래 일본 노동자의 실질임금이 줄어들고 있단 점이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2월 기준 5인 이상 업체의 노동자 1인당 월평균 명목임금은 전년 동기 대비 1.8% 오른 28만2,265엔(약 250만원)을 기록했다. 절대적 금액이 다소 오른 셈이지만, 막상 물가 변동을 고려한 실질임금은 오히려 1.3% 줄어들었다. 23개월 연속 감소세다. 실질임금이 줄면 국민들은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고, 이 같은 기조가 장기화할 경우 소비 침체 상황을 벗어날 동력을 완전히 잃을 수 있다. 수출 호황에만 기대고 있기엔 일본 경제 전반이 위기에 처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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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1,400원선 위협하는 원·달러 환율, '강달러 뉴노멀' 굳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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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수정

올해 들어 7% 넘게 오른 원·달러 환율, 원화 미래도 ‘안갯속’
‘환차손 우려’에 외인들도 국내 증시서 이탈, 3일간 3조 증발
미 '매파 노선'에 유럽은 디커플링, 이달 먼저 금리 인하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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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원·달러 환율이 7% 넘게 급등하면서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때보다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 장기화 기조로 인한 달러 강세의 영향이다. 이에 외환 시장 전문가들이 전망하는 원화의 미래도 안갯속에 빠졌다. 원화 약세를 우려한 외국인의 증시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는 데다 유럽의 금리 인하에 따른 달러 강세가 다시금 환율을 자극할 가능성도 남아 있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 7% 이상 급등, 역대 최장기간 기록

3일 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5.1원 오른 1,384.5원에 장을 마쳤다. 이는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이었던 12월 28일 종가(1,288.0원) 대비 7.5% 상승한 수준이다. 원화의 가치가 그만큼 하락했다는 것인데, 이같은 수치는 이례적이다. 특히 올해 원화 가치 하락폭은 달러 가치 상승폭을 웃돌았다. 달러 인덱스(주요 6개국 대비 달러 가치) 상승률은 4.8%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7.5% 올랐으니 원화 가치가 2.7%p 더 떨어진 셈이다.

다른 국가 통화와 견줘봐도 원화 하락폭은 큰 편이다. 원화 가치 낙폭을 미국의 26개 주요 교역국과 비교하면 칠레(10%), 일본(9.8%), 스웨덴(9%), 스위스(9.5%), 브라질(8.1%), 아르헨티나(7.6%) 등에 이어 일곱째로 컸다. 이는 우리나라 경제의 대외적 취약성을 여실히 드러낸다.

이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때와 맞먹는 충격이 시장을 덮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1997년 11월 정부가 IMF에 자금 지원을 요청한 직후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환율 상승률이 각각 6.3%, 7.1%였던 점을 고려하면 올해 원·달러 환율 상승률은 역대 최대 규모다.

강달러 지속 기간도 사상 최장을 기록하고 있다. 원화 가격은 지난해 8월부터 10개월 연속 월평균 달러당 1,300원대를 보이고 있는데, 원화값이 1,400원대까지 추락했던 2022년 하반기에는 5개월 만에 1,200원대로 복귀했고,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때도 1,300원대 이하로 급락한 뒤 7개월 만에 평년 가격대인 1,100원대로 회복한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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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의 금리 인하 기대감 후퇴가 '강달러' 자극

이 같은 강달러의 배경에는 미국의 금리 인하 시기가 더 늦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자리하고 있다. 미국의 견조한 경제 지표에 인플레이션 고착화 우려가 커지면서 고금리 장기화 관측에 힘이 실린 데 따른 것이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발표한 '5월 경기 동향 보고서(베이지북)'에 따르면 미국 내 12개 연방준비은행(연은) 담당 지역 중 뉴욕, 필라델피아, 클리블랜드 등 10곳은 소폭 또는 완만한(slight or modest) 성장세가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2곳(보스턴, 샌프란시스코)에 대해선 "경제 활동이 이전과 비교해 제자리걸음했다”고 분석했다. 미국 경제 전반이 여전히 확장 국면에 있다고 진단한 것이다. 이에 시장에서 기대했던 9월 금리 인하 시나리오도 사그라드는 모습이다. 지난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3.4%)이 연준의 목표치(2%)를 아직까지 크게 웃돌고 있는 만큼 경기가 얼어붙지 않는 한 연준이 무리하게 금리를 내릴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과 미국의 금리 역전 폭(2%p)은 원화 약세를 더욱 부추긴다. 한미 간 금리차가 확대될수록 국내 주식·채권 등에 투자했던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원화 가치를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통상 원화 약세는 환차손 위험 등으로 외국인 수급 및 유가증권시장(코스피)의 방향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최근 국내 시장에서 외국인들이 발을 빼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지난 2월까지만 해도 7조8,583억원어치를 사들였던 외국인 매수강도는 3월 4조4,285억원, 4월 3조3,727억원으로 점차 약화하더니, 최근 3거래일간은 2조원 넘게 주식을 팔아치웠다. 지난달 31일에는 코스피에서만 무려 1조3,307억원을 팔며 10개월 만에 최대 규모의 순매도를 기록하기도 했다. 원화 약세와 더불어 반도체 업황 악화 우려로 지지부진한 국내와 달리 미국, 일본 등의 글로벌 시장 훈풍에 외인 자금이 이탈한 것이다.

연준의 가파른 긴축과 함께 서학개미의 급증도 원화 약세의 원인으로 꼽힌다. 서학개미들은 원화를 달러로 바꿔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만큼 이는 국내 달러 보유고를 낮추고 원화 가치 하락을 일으키게 된다. 1일 한국예탹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관금액은 790억1,231만 달러(약 107조8,000억원)로 집계됐다. 이 같은 해외투자 확대는 경상수지가 흑자를 내고 원화가 강세인 상황에선 대외건전성을 개선하지만, 경상수지 적자와 함께 원화가 약세인 현재와 같은 국면에서는 외환 수급을 악화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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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사진=ECB 홈페이지

유럽중앙은행 이달 '금리 인하' 유력, 국내 영향은?

미국의 금리 인하 시점이 수개월째 뒤로 밀리고 있는 가운데 유럽이 먼저 기준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점도 원화 약세를 견인할 요인으로 지목된다. 외신에 따르면 유럽중앙은행(ECB)은 오는 6일 통화정책결정회의를 통해 6월 기준금리를 25bp(1bp=0.01%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이 미국과의 동조화 기조를 깨고 완화적 통화정책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이유는 유럽 경제가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률 둔화) 경로에 접어들었다는 확신이 커져서다.

ECB에 의하면 지난해 4월 7%에 달했던 유로존의 전년 대비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은 지난달 약 1년 만에 2.6%까지 떨어졌다. 여기엔 에너지 가격 하락이 주효하게 작용했다. 유로존은 지금껏 에너지를 비롯한 공급 측면의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받아왔는데, 최근 천연가스 가격이 급락하며 공급 충격이 해소된 데다 임금 상승률도 함께 둔화하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완화됐다. 이에 고금리 장기화로 경기 침체를 우려한 ECB가 미국의 통화정책과 디커플링를 선언하며 선제적으로 금리 인하에 나서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유럽의 경제성장률(전분기 대비)은 지난해 3·4분기 -0.1%까지 떨어졌다가 올해 1분기에 0.3%로 반등했지만 여전히 저성장의 늪에서는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특히 유럽은 상대적으로 변동금리 비중과 가계 자산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 고금리에 따른 타격이 더 크다. 통화정책이 소비 심리에 미치는 시차를 고려할 때 먼저 금리 인하에 나서야만 올해 하반기 경기 반등을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유럽뿐 아니라 남미 신흥국들도 미국보다 먼저 기준금리를 내리고 있다. 지난달 8일(현지시간) 브라질중앙은행은 기준금리인 셀릭(Selic)을 25bp 인하했다. 브라질은 올해 들어 3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총 1.25%포인트 인하했는데, 이로써 지난해 말 연 11.75%였던 기준금리는 5월 기준 연 10.5%로 떨어졌다. 칠레는 기준금리를 연 8.25%에서 연 6.5%로 1.75%포인트 내렸고, 멕시코도 지난 3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리면서 금리 인하 행렬에 동참했다.

이처럼 각국의 통화정책 각자도생 움직임이 커지고 있지만, 시장에선 한국은행이 연준에 앞서 금리 인하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농수산물 가격 급등으로 인해 소비자가 체감하는 물가 수준이 여전히 높은 데다, 달러당 원화가 1,380원을 웃도는 상황에서 금리를 내리면 환율의 상방 압력이 더욱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각국의 통화정책 결정 등이 주요 변수로 작용하면서 한동안 원·달러가 높은 변동성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기도 한다. 실제 유럽에서도 미국과의 금리 격차 확대로 유로화 가치가 평가절하돼 인플레이션이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달 금리 인하에 나서더라도 속도에 있어서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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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PF 부실에 흔들리는 저축은행, 업계 절반 이상이 부실채권 비율 '10%' 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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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이하여신 비율 10% 초과 46개·20% 초과 10개, 저축은행 이대로 무너지나
연체율도 1년 새 3.14%p 상승, "새마을금고 '뱅크런 사태' 재현될 수도"
악화 일로 걷는 저축은행 업권, 1,300억원 규모 부실채권 공동 매각 나섰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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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폭탄을 안게 된 저축은행 업권이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국내 저축은행 가운데 부실채권 비율이 10%를 초과한 곳은 50개에 육박했고, 20%를 넘은 곳도 10개까지 늘었다. 저축은행중앙회는 "이상 없다"는 목소리를 꾸준히 내고 있지만 PF 구조조정 본격화, 고금리 장기화, 신용등급 하락 등 각종 악재가 이어지면서 업계 내부에선 이미 "이러다 업계 전체가 도산할 수 있다"는 인식이 팽배한 분위기다.

저축은행 부실채권 '빨간불', 업계 옥석 가리기 시작됐나

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79개 저축은행 중 고정이하여신 비율이 10%를 넘은 곳은 46개(58.2%)로 전체의 절반을 넘어섰다. 당초 지난해 말 고정이하여신 비율이 10%를 초과한 저축은행은 21개, 20%를 넘은 곳은 2개에 불과했다. 그러나 올 1분기 들어선 적자를 낸 저축은행이 절반 이상인 42곳에 달했고, 고정이하여신 비율이 20%를 넘어선 저축은행도 10곳으로 증가했다. 금리 상승으로 가계와 기업의 대출 상환 능력이 악화한 동시에 PF 시장까지 얼어붙은 탓이다.

이렇다 보니 업계에선 "10여 년 전 저축은행 사태 이후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저축은행 업권 내에서도 '옥석 가리기'가 이뤄지고 있다. 고금리 장기화에 저축은행의 부담이 커지면서 회사별 수익성 편차도 덩달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OK·한국투자·웰컴·애큐온저축은행은 1분기 합산 389억원 순이익을 기록하며 선방했단 평가를 받은 반면 페퍼(-379억원), 상상인(-380억원) 등은 1분기에만 수백억원대 적자를 기록했다.

위기설이 거듭 쏟아지자 저축은행중앙회는 "경영 안정성에 이상이 없다"며 우려를 일축했다. 저축은행의 평균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1분기 14.7%로 법정 기준인 7%(자산 1조원 이상은 8%)를 넘었단 게 근거다. 다만 관계자들 사이에선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란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지난달 13일 발표한 ‘부동산 PF 정상화 방안’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부실채권 규모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부실채권이 늘어나면 충당금을 추가로 쌓아야 하는 만큼 손실 규모도 커질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 업권이 2분기에만 3,000억~4,000억원의 충당금을 쌓게 될 수 있다"며 "적자도 상반기 총 5,000억~6,0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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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체율 급등에 우려↑, 금융당국도 관리 나섰다

이에 일각에선 저축은행의 연체율 급등세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적잖이 나온다. 실제 지난해 말 저축은행 연체율은 6.55%로 전년(3.41%) 대비 3.14%p나 올랐다. 12년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이다. 특히 올 1분기 말 연체율이 7~8%로 상승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우려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금융당국에서도 차후 저축은행들의 연체율이 10%를 넘어갈 경우 지난해 새마을금고와 같은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불안이 커지자 금융당국도 저축은행 연체율 관리를 위한 전방위적 압박에 나섰다. 앞서 지난 4월 금융감독원은 저축은행들을 대상으로 연체율 관리계획을 제출받은 후 관리계획이 미진한 10여 곳에 대한 현장 점검에 착수한 바 있다. 1분기 잠정 집계된 연체율을 토대로 관리계획을 제출받은 후 연체율 낮추기가 어렵다고 판단되는 곳을 상대로 사실상 연체 채권 매각을 독려하겠단 취지다.

형식적인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부동산 PF 사업장 경·공매를 활성화할 방안도 마련했다. 금융업권의 부실채권 정리 기준에 따르면 6개월 연체가 발생한 사업장은 경·공매를 진행해야 한다. 그러나 저축은행들이 사업장을 공매로 넘길 때 최저입찰가격을 낮추지 않는 탓에 유찰되는 사태가 빈번하게 벌어졌다. 사실상 사업장을 넘기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형식적 공매를 통해 사업장이 회수의문이나 추정손실로 분류되는 것을 막아 충당금 추가 적립 부담을 피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에 저축은행중앙회는 6개월 이상 연체된 PF대출의 경우 연체 후 3개월 단위로 주기적 경·공매를 하는 표준규정 개정안을 마련해 지난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적정 공매가를 정할 때 매각 가능성과 직전 공매회차의 최저입찰가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도록 한 게 골자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 관계자는 "100억원에 내놓은 사업장이 낙찰되지 않으면 다음엔 90억원, 80억원으로 가격을 낮추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활로 모색하고 있지만, 여전한 '부동산 PF'의 그림자

저축은행업계에서도 활로 모색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부실채권 매각이 대표적이다. 2일 저축은행중앙회는 18개 저축은행과 함께 '개인무담보 및 개인사업자 부실채권의 자산유동화 방식 공동 매각'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규모는 총 1,360억원에 달한다. 중앙회는 매각을 위해 이달 말까지 우리금융F&I, 키움F&I, 하나F&I와 매각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이는 지난해 말 1차 매각 대비 규모가 꽤 커진 수준이다. 당시엔 저축은행 12곳의 부실채권 1,000억원가량을 우리금융F&I 한 곳에 매각하는 데 그쳤다. 부실 해소를 위한 저축은행의 움직임이 그만큼 확산했단 방증이지만, 일각에선 다소 회의적인 의견이 나온다. 부실채권 매각에 다소 소극적이던 저축은행업계에 매각 바람이 분 건 '버티기' 전략을 깨고 나올 만큼 상황이 악화했단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미뤄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시장 회복 기대가 꺾이면서 기대수익 일부를 포기하더라도 사업장을 빨리 정리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으론 공동매각을 진행하더라도 1,300억원 정도로는 제대로 된 부실 해소를 노리긴 어려울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1,300억원이 '소방수' 역할을 하기엔 금액 자체가 부족할 수 있단 의미다. 금감원에 따르면 저축은행 업권이 부동산 PF 대출 부실 등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추가로 쌓은 대손충당금은 1,326억원에 달한다.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112.99%로, 법정 기준(100%) 대비 12.99%p 초과했다.

신용등급도 줄줄이 강등됐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5월 국내 저축은행 2위인 OK저축은행의 신용등급을 BBB+(부정적)에서 BBB(안정적)로 한 단계 내렸고, 나이스신용평가는 자산 규모 6위인 페퍼저축은행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이외 애큐온·바로·다올·대신·KB·JT친애저축은행 등의 신용등급 전망도 한 단계씩 강등했다. 부동산 PF의 그림자에서 벗어날 힘조차 잃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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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근거리를 비추는 등불은 앞을 향할 때 비로소 제빛을 발하는 법입니다. 과거로 말미암아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비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실적 뻥튀기에 주가 하락까지" IFRS17 쇼크로 흔들리는 보험업계, 금융당국 '칼' 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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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RS17 도입 이후 실적 부풀린 보험사들, 금융당국 "제도 개선하겠다"
회계 논란에 보험주 일제히 주가 하락, 증권가선 "오히려 저가 매수 기회"
제도 미비·도덕적 해이에 보험업계 신뢰도 '흔들', "문제 가볍게 인식해선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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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새로운 국제회계제도(IFRS17)를 손질하겠다고 나섰다. 당초 도입 취지와 달리 보험업계의 실적 부풀리기에 활용되고 있다는 의혹이 거듭 커지면서다. 문제는 당국의 제도 개선에도 전체 보험손익에 대한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부실한 제도와 업계의 도덕적 해이로 보험업권 전반이 흔들리는 가운데 당국이 단순 미봉책을 넘어선 대책을 내놓을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IFRS17 제도 개선 초읽기, 핵심은 CSM

3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당국이 IFRS17 손질에 칼을 빼 들었다. 핵심은 CSM(계약서비스마진)의 회계처리에 대한 재검토다. CSM이란 보험사가 가지고 있는 보험계약에서 미래에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익의 현재가치를 의미한다. 당국은 이중 CSM을 이익으로 넘길 때(상각 시) 적용되는 할인율을 집중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다.

당초 IFRS17 도입 이전엔 보험상품을 판매하면 그 이익이 모두 곧바로 장부에 반영됐지만, IFRS17 도입 이후 보험상품 판매 수익은 우선 CSM 아래 회계상 부채로 잡히게 됐다. 부채로 잡힌 수익은 이후 분기마다 일정 비율을 적용해 이익으로 전환(상각)할 수 있다.

문제는 IFRS17는 보험부채 측정 시 기본적인 원칙만 제시하고 할인율 적용은 보험사의 자율에 맡기고 있단 점이다. 이 때문에 상각 시 할인율 적용을 통해 초반에 상각할 수 있는 비중을 키우는 사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보험사들의 실적이 지난해부터 갑작스럽게 급증한 원인이다.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보험회사(생명보험사 22곳·손해보험사 31곳) 당기순이익은 4조8,443억원(생보사 1조8,749억원·손보사 2조9,694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동기간 주요 시중은행과 지방은행·특수은행 18곳이 벌어들인 돈과 맞먹는 규모다.

특히 눈길을 끄는 건 이 기간 각 업권별 상위 10곳 보험사들의 미래서비스 변동에 따른 CSM 조정액이다. 이들의 CSM 조정액은 올해 1분기에만 마이너스(-) 2조원에 달했다. CSM 조정 규모가 가장 컸던 한화생명은 올 1분기에만 3,700억원 넘게 CSM 조정액을 줄였고,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에서도 -3,000억원 안팎의 CSM 조정액이 나타났다.

손보사 또한 DB손해보험을 비롯해 삼성화재, 현대해상이 2,000억원 안팎으로 CSM 조정액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CSM을 조정하면 당기순이익 증가가 필연적으로 수반된다. 사실상 보험사들이 잘못된 회계처리로 실적을 끌어올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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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 논란에 흔들리는 보험업계, 제도 개선 효용 있을까

CSM 논란에 보험사들의 주가는 일제히 하락했다. 향후 CSM 상각률이 조정됨으로써 보험이익이 대폭 감소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관련 보도가 나온 직후인 지난 22일 국내 보험업 업종 지수는 전일 대비 5.7% 하락했다. 종목별로 삼성화재는 전날 대비 8.02% 하락한 34만4,000원으로 장을 마감했으며, 현대해상과 한화손해보험도 같은 날 각각 4.67%, 4.3% 주가가 하락했다. DB손해보험도 장 마감 시 주가가 5.81% 하락했다. 부실한 제도와 보험업계의 도덕적 해이 등 이슈로 업계 전반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시급히 제도를 손질해 부작용을 줄이겠다고 나섰다. 당국도 "보험사 CSM에 관한 회계처리 기준을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상각률 산정 시 할인율을 미반영하겠다"고 대책을 내놨다. 상각률을 매년 균등하게 인식하도록 하겠단 것이다. 대책이 적용되면 전 보험기간의 이익 총량은 변함없지만 계약 초기 상각률이 기존 대비 낮아져 초기 이익이 현행 대비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CSM 상각률이 변경되더라도 전체 보험손익에 대한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초기 CSM 상각이익이 감소하더라도 전 보험기간 합산 보험손익 규모는 변동이 없고, 변경이 있더라도 시점별 상각률 변경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 실질적인 손익 영향은 조삼모사에 가깝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신한투자증권은 "궁극적으로 CSM 규모와 본질적인 기업가치 변동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초년도 상각률 축소는 신계약 CSM 유입분에만 적용돼 실질 이익에는 영향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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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 매수 기회' 의견도 있지만, "가볍게 볼 문제 아냐"

이런 가운데 증권가 일각에선 이번 이슈를 오히려 기회로 여기는 이들도 늘고 있다. 각종 논란으로 보험주가 저점을 달리고 있는 지금이 저가 매수 적정기라는 것이다. 한화투자증권은 "폄하됐던 이익이 줄어드는 것치고는 과도한 주가 변동이었다"며 "기업가치에 본질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어서 현시점의 주가 하락은 낙폭 과대라고 본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특히 손익의 CSM 의존도는 더 낮은데도 주가 하락률은 더 높았던 손해보험주는 저가 매수 시기"라고 덧붙였다.

다만 시장 일각에선 이번 이슈를 기회로 인식하는 경향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IFRS17 쇼크 이후 보험업계 전반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 장기적으로 수복 불가능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사태를 보다 진중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시선에서다. 한 계리법인 관계자는 "IFRS17을 계기로 부채 평가와 수익 인식 기준이 완전히 달라졌고, 그 전후 차이가 심한 상황"이라며 "제도 정착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혼선은 불가피한 부분이 있겠지만, 이번 회계 이슈는 상장 보험사뿐 아니라 국가의 보험 산업에 대한 신뢰도와 이어지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제도의 미비함을 사전에 잡아내지 못한 금융당국을 비판하는 이들도 있다. 당국이 IFRS17 도입 시점부터 과도한 실적 발생 가능성에 우려를 표해왔음을 근거로 "사실상 알고도 방치한 것 아니냐"는 힐난이 쏟아진 것이다.

실제 금융당국은 지난해 5월 "보험회사가 객관적‧합리적 근거 없이 낙관적인 가정을 사용할 경우 손실계약이 이익계약으로 전환돼 CSM이 부풀려질 수 있다"는 지적을 내놓은 바 있다. 보험 분야에서 근무했던 한 전직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감독 규정을 손봐야 한다는 점은 금감원도 이전부터 알고 있던 사항"이라며 "시행 당시 저금리 상태라 지속적으로 기준을 완화해 줬는데, 막상 도입 시기 금리가 오르면서 (금감원이) 수익을 키운 측면이 있다"고 실황을 전하기도 했다. 당국 입장에서도 하루빨리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 원죄를 벗어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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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근거리를 비추는 등불은 앞을 향할 때 비로소 제빛을 발하는 법입니다. 과거로 말미암아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비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