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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 구원 나선 리츠, 정부 "우선 시장부터 키울 것"
CR리츠로 미분양 주택 매입 활성화, 민간임대 지원책도
건설사 '컴백' 가능성까지 점쳐지지만, "여전히 불확실성 높아"
정부가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를 부동산 시장 '구원투수'로 투입한다. 리츠를 통해 수익성 없는 미분양 주택 매입을 활성화하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결국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경제 부흥에 성과를 보였던 리츠에 다시 한번 기대보겠단 취지지만, 시장에선 높은 불확실성 탓에 회의적인 반응도 적지 않다.
건설시장 구원투수로 '리츠' 등판
국토교통부가 17일 오전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 의결을 거쳐 '리츠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리츠란 다수로부터 자금을 끌어모아 부동산에 투자한 뒤 이익을 나눠주는 부동산투자회사를 뜻한다. 업무용·상업용 부동산은 개별 자산의 가격이 높아 일반 국민들이 직접 투자하기 어렵지만, 리츠에 편입되면 소액으로도 투자할 수 있단 장점이 있다.
현재 국내 리츠 375개의 보유 자산은 총 98조원가량이다. 언뜻 보면 규모가 큰 것 같지만, 실제론 해외 선진국 대비 미미한 수준이다. 실제 비슷한 시기 리츠를 도입한 일본, 싱가포르의 시장 규모는 한국의 10배 이상이다. 이에 국토부는 우선 각종 규제를 완화해 국내 리츠 시장 규모를 선진국 수준까지 키우기로 했다.
'프로젝트 리츠'가 대표적이다. 프로젝트 리츠의 골자는 리츠가 부동산을 직접 개발해 임대·운영할 수 있도록 하겠단 것이다. 현재는 리츠로 부동산 개발 시 변경 인가나 공시, 주식분산 등 규제가 많아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 개발→리츠 인수'라는 비효율적인 방식으로 사업이 이뤄지고 있다.
리츠 투자 대상도 다각화한다. 국토부에 따르면 현재 국내 리츠 투자 대상의 76%가 주택과 오피스다. 리츠가 투자할 수 있는 대상이 현행 부동산투자회사 법령에 열거된 자산에 한정된 탓이다. 이에 정부는 "앞으론 국토부 승인 시 헬스케어와 테크 자산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규제 완화책을 내놨다. 구체적으론 시니어주택과 의료·상업 복합시설인 헬스케어 리츠를 내년까지 3곳 이상 공모할 방침이다. 이외 데이터센터와 태양광·풍력발전소 등 투자도 허용될 예정이다.
리츠 투입에 PF 수익성 강화 기대감, 떠났던 건설사 돌아오나
부동산 시장 안정 측면에서의 역할도 확대된다. 리츠를 활용해 부동산 PF 사업 지원을 이루겠단 것이다. 우선 브릿지론 단계에서 본PF로 전환하지 못해 경매 위기에 빠진 사업장에 대해 주택도시기금이 투자하는 공공지원민간임대리츠로의 전환을 지원할 예정이다. 준공 후 미분양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업장의 경우 세재지원을 받는 기업구조조정리츠(CR리츠)가 미분양 주택을 매입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기회를 통해 건설업계와 리츠산업이 함께 업그레이드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금 지원과 세제 혜택이 접목된 리츠 방식이 어려움을 겪는 PF 사업 정상화 및 임대주택 공급, 주거안정 등에 기여할 수 있단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도 "시장 국면을 전환하기 위한 리츠의 역할에 거는 기대가 크다"며 "리츠 방식으로 양쪽 모두의 수익성이 어느 정도 보장되면 신규 투자자와 자금 유입이 활성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츠가 투입된 이후 건설사들이 시장에 '컴백'할 수 있단 전망도 나온다. 현재 재공모에 들어간 사업지 중 상당수는 건설사들이 우협으로 선정됐다가 사업권을 포기한 곳이다. 우협 선정 이후 공사비가 크게 올라 사업성이 악화한 탓이다. 결국 건설사를 다시 유인해 내기 위해선 사업성 개선을 이뤄야 한단 건데, 전문가들은 리츠가 각종 제도 개선안을 업고 투입되면 연간 집값 상승률 제고 등 사업성 개선은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09년 금융위기 이겨낸 리츠, 올해도 성과 낼까
리츠를 부동산 시장의 구원투수로 내보내야 한단 목소리는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됐다. 지난 4월 국토부가 '건설경기 회복 지원 방안'을 발표할 때도 CR리츠 도입 및 세제 지원 대책 등 리츠 활용 방책이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정부가 리츠에 거듭 기대를 거는 건, 과거 리츠가 도산 위기에 놓인 건설사를 구제하는 데 성공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9개 CR리츠들은 자기자본 7,732억원을 투입해 총 3,404가구를 매입했다. 이를 통해 투자자들은 금융위기 상황에서 수익을 거둘 수 있었고, 건설사들도 손실을 축소하며 위기를 넘기는 데 성공했다. 이 리츠에 참여한 후순위 건설사 대림산업(현 DL이앤씨)과 한솔건설, 대우건설, 대성산업, GS건설 등은 당초 30%에 달했던 손실을 10% 내외까지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택산업연구원은 "당시 CR리츠는 1석 4조의 효과를 보였다"며 "금융위기에 빠진 건설업을 살리는 건 물론 국민 경제에 선순환을 가져오는 등 다수의 긍정적 효과를 창출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선 부동산 PF 부실 사태에서도 리츠가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란 반응도 나온다. 2009 금융위기와는 상황 자체가 다르지 않냐는 것이다. 부동산 침체기에 리츠가 투자자를 유인할 대책이 부족하단 목소리도 높다.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의 김인만 소장은 "리츠 상품의 생소함과 주식, 가상화폐 등 다양한 투자상품이 존재한단 측면에서 부동산 침체기 리츠가 얼마나 많은 투자자를 끌어모을 수 있을지 명확하지가 않다"고 강조했다.
리츠 투입에 따라 수익성이 강화될지 확신이 없단 점도 문제다. 리츠업계는 "공공지원민간임대리츠 및 CR리츠 지원은 환영하지만, 수익성이 보장될지 여부는 아직 불확실하다"며 "특히 전세 사기 우려로 전세 시장이 쇠퇴하고 월세 중심으로의 부동산 시장 재개편이 이뤄지고 있는 최근 상황에서 불확실성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