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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듭되는 횡령 사고에 '내부통제' 겨냥한 금융당국, 은행권은 "획일적인 조직문화 강요해선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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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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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근거리를 비추는 등불은 앞을 향할 때 비로소 제빛을 발하는 법입니다. 과거로 말미암아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비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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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이지 않는 횡령·배임 사고, 은행권 질타 목소리↑
수직적 조직문화에 칼 빼든 금감원, "내부통제 무력화하는 문화 바꿀 것"
일각선 볼멘소리 나오지만, 금융당국 방책에 공감하는 이들도 다수
Responsibilities Map BANK FE 20240626 N

최근 은행권에 횡령·배임 사고가 연달아 터지면서 내부통제 부실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내부 문화를 감독하는 방안을 내놨다. 내부통제가 무력화하는 문화를 바꾸겠단 취지지만, 은행권 일각에선 볼멘소리가 나온다. 이젠 정부가 나서서 내부 문화까지 간섭하냔 것이다.

책무구조도 도입 눈앞, 금융사도 준비에 '박차'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그룹(KB·신한·하나·우리)은 책무구조도 도입을 골자로 내달 3일부터 시행되는 금융사 지배구조법 개정안 도입을 앞두고 내부 규정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책무구조도란 직책에 따른 책무를 구체적으로 배분한 문건으로, 내부통제에 대한 담당 임원의 책임 강화 방안의 일환이다. 금융지주사와 은행은 법 시행 6개월 후인 내년 1월 3일까지 책무구조도를 금융당국에 제출해야 한다.

이에 신한금융은 지난해 상반기 은행, 지난 4월 카드·증권·생명보험사에 대한 책무구조도 작성을 완료했다. KB금융그룹은 지주사와 은행이 지난 5월 초 책무구조도 초안 작성을 끝낸 상태며 우리금융그룹도 지난해 9월부터 TF를 운영, 지주사와 은행의 책무구조도 초안을 완성했다. 금융당국 측에서 은행 내부통제 강화를 역점으로 잡고 있는 만큼 은행권도 발 빠르게 움직인 것으로 풀이된다.

매년 커지는 횡령 규모에 금감원 "새로운 감독 수단 마련하겠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내부통제 강화를 집중 주문하기 시작한 건 지난 2022년 우리은행에서 700억원대 횡령 사고가 벌어지면서부터다. 당시 금융당국은 '국내은행 내부통제 혁신 방안'을 마련해 사태를 수습하려 했다. 사고예방조치에 필요한 구체적 운영기준을 규정하고 사고 취약 업무절차를 고도화한단 게 골자였다.

그러나 이후로도 횡령 사고는 이어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금융권 횡령 사고는 ▲1월 2건(신저축은행 500만원, 수출입은행 1,200만원) ▲2월 1건(예가람저축은행 3,160만원) ▲3월 1건(에이아이에이(AIA)생명 2,400만원) ▲4월 3건(하나은행 6억원, 농협은행 330만원, 하나은행 40만원) ▲5월 2건(신한은행 3,220만원, 코리안리재보험 6억7,500만원) ▲6월 2건(하나은행 1,500만원, 농협은행 1,500만원) 등으로 총 11건에 달한다.

횡령 규모도 ▲2018년 56억6,780만원 ▲2019년 84억5,870만원 ▲2020년 20억8,290만원 ▲2021년 156억9,460만원 ▲2022년 827억5,620만원 ▲2023년 642억6,070만원으로 점점 늘었다. 더군다나 최근 우리은행에선 100억원대 대규모 횡령 사고가 또 한 번 발생하기도 했다. 은행권의 자율 감독이 힘을 잃은 지 오래란 방증이다.

이에 금감원은 책무구조도 도입을 포함한 '새로운' 감독 수단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해외 금융당국 사례를 참고해 은행의 조직문화를 진단·분석하고 신사업 제한 등 페널티를 부과하는 감독 프로세스를 추가로 마련하겠단 것이다. 해외 금융당국은 심리·행동 분석 전문가가 있는 전담 조직을 운영하거나 임직원 설문조사로 조직문화 강·약점을 파악하는 방법 등으로 위험을 관리하고 있다. 결국 은행권 내부 통제 문화를 직접 감독할 것임을 시사한 셈이다. 이에 대해 이복현 금감원장은 "금융사고는 은행의 평판과 재무건전성에 영향을 주는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며 "준법과 윤리의식이 은행권 내부통제 활동에 스며들 수 있도록 조직문화 차원에서 과감한 변화를 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BANK FSS FE 20240626 1

내부통제 강화 수순에 볼멘소리 "부담만 커질 것"

그러나 은행권 관계자들 사이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쏟아진다. 조직문화를 바꾼다고 횡령 사고가 근절될지 의문인 데다, 다양한 조직문화에 금융당국이 획일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건 불합리하단 이유에서다. 은행권 관계자는 "회사마다 배경과 뿌리가 다 다르다. 각자의 조직문화가 다 다르기에 서로 경쟁하며 발전하는 것"이라며 "금감원이 획일적인 조직문화를 강요한다면 이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금감원에서 감독기관 권한 바깥까지 컨트롤하려 하는 것 같다"며 "금감원에서 금융사에 요구하는 게 많아지면서 부담이 커졌다"고 토로했다.

다만 금융사들은 우선 금융감독의 방침에 따르는 분위기다. 금융당국이 올해부터 은행 경영실태 평가에서 내부통제를 별도 평가 부문으로 분리하고 평가 비중을 대폭 상향(5.3%→15%)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금융사 차원에서 자체적인 개선 방안 마련에 나서는 사례도 나왔다. 우리금융그룹이 '삼성식 조직진단 제도'를 도입한 게 대표적이다. 최근 우리금융은 그룹사 전체 직원이 참여하는 '기업문화 건강도 진단 시스템(W-OHI·Woori Organization Health Index)'을 도입하기로 했다. 해당 시스템은 삼성의 ‘글로벌 조직건강도진단(SCI)’ 프로그램을 벤치마크한 것으로, 삼성은 매년 해외에 흩어져 있는 직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해 전 조직의 건강 등급을 평가하고 개선 과제를 도출한다.

이런 가운데 은행권 일각에선 금융당국의 내부통제 강화 의지에 공감대를 형성한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횡령 사고가 은행 전체의 평판과 신뢰 저하로 직결되고 있음에도 비판의 목소리만 내는 건 무책임한 처사란 인식이 커진 영향이다. 단기 실적 위주에 톱다운(Top-Down)으로 내려오는 수직적인 조직문화가 팽배한 현 상황에서 은행권이 자체적으로 개선을 이루는 건 불가능에 가깝단 의견도 쏟아졌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자신을 시중은행 직원으로 소개한 한 누리꾼은 "은행은 특히 상사의 눈 밖에 나면 회사 생활이 어렵다"며 "수직적인 조직문화 때문에 하급 직원이 상급자의 문제를 지적하기 힘들어지고, 여기에 상급자의 안일한 태도가 겹치면서 금융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횡령 사고가 빗발치면서 은행권의 신뢰도는 바닥으로 추락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일부 관계자들 사이에선 "내부 조직문화 개선은 은행권의 자존심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생존에 대한 문제"라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정부의 힘을 빌려서라도 발 빠른 대처를 이뤄야 한단 의미다. 대한항공이 상명하복 구조를 깨뜨리기 위해 파일럿 간 영어 사용 규정을 마련했듯, 은행권도 단기 실적 위주의 수직적인 조직문화를 타파하기 위한 마땅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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