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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PF 부실에 흔들리는 저축은행, 업계 절반 이상이 부실채권 비율 '10%' 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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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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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근거리를 비추는 등불은 앞을 향할 때 비로소 제빛을 발하는 법입니다. 과거로 말미암아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비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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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이하여신 비율 10% 초과 46개·20% 초과 10개, 저축은행 이대로 무너지나
연체율도 1년 새 3.14%p 상승, "새마을금고 '뱅크런 사태' 재현될 수도"
악화 일로 걷는 저축은행 업권, 1,300억원 규모 부실채권 공동 매각 나섰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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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폭탄을 안게 된 저축은행 업권이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국내 저축은행 가운데 부실채권 비율이 10%를 초과한 곳은 50개에 육박했고, 20%를 넘은 곳도 10개까지 늘었다. 저축은행중앙회는 "이상 없다"는 목소리를 꾸준히 내고 있지만 PF 구조조정 본격화, 고금리 장기화, 신용등급 하락 등 각종 악재가 이어지면서 업계 내부에선 이미 "이러다 업계 전체가 도산할 수 있다"는 인식이 팽배한 분위기다.

저축은행 부실채권 '빨간불', 업계 옥석 가리기 시작됐나

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79개 저축은행 중 고정이하여신 비율이 10%를 넘은 곳은 46개(58.2%)로 전체의 절반을 넘어섰다. 당초 지난해 말 고정이하여신 비율이 10%를 초과한 저축은행은 21개, 20%를 넘은 곳은 2개에 불과했다. 그러나 올 1분기 들어선 적자를 낸 저축은행이 절반 이상인 42곳에 달했고, 고정이하여신 비율이 20%를 넘어선 저축은행도 10곳으로 증가했다. 금리 상승으로 가계와 기업의 대출 상환 능력이 악화한 동시에 PF 시장까지 얼어붙은 탓이다.

이렇다 보니 업계에선 "10여 년 전 저축은행 사태 이후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저축은행 업권 내에서도 '옥석 가리기'가 이뤄지고 있다. 고금리 장기화에 저축은행의 부담이 커지면서 회사별 수익성 편차도 덩달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OK·한국투자·웰컴·애큐온저축은행은 1분기 합산 389억원 순이익을 기록하며 선방했단 평가를 받은 반면 페퍼(-379억원), 상상인(-380억원) 등은 1분기에만 수백억원대 적자를 기록했다.

위기설이 거듭 쏟아지자 저축은행중앙회는 "경영 안정성에 이상이 없다"며 우려를 일축했다. 저축은행의 평균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1분기 14.7%로 법정 기준인 7%(자산 1조원 이상은 8%)를 넘었단 게 근거다. 다만 관계자들 사이에선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란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지난달 13일 발표한 ‘부동산 PF 정상화 방안’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부실채권 규모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부실채권이 늘어나면 충당금을 추가로 쌓아야 하는 만큼 손실 규모도 커질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 업권이 2분기에만 3,000억~4,000억원의 충당금을 쌓게 될 수 있다"며 "적자도 상반기 총 5,000억~6,0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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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체율 급등에 우려↑, 금융당국도 관리 나섰다

이에 일각에선 저축은행의 연체율 급등세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적잖이 나온다. 실제 지난해 말 저축은행 연체율은 6.55%로 전년(3.41%) 대비 3.14%p나 올랐다. 12년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이다. 특히 올 1분기 말 연체율이 7~8%로 상승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우려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금융당국에서도 차후 저축은행들의 연체율이 10%를 넘어갈 경우 지난해 새마을금고와 같은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불안이 커지자 금융당국도 저축은행 연체율 관리를 위한 전방위적 압박에 나섰다. 앞서 지난 4월 금융감독원은 저축은행들을 대상으로 연체율 관리계획을 제출받은 후 관리계획이 미진한 10여 곳에 대한 현장 점검에 착수한 바 있다. 1분기 잠정 집계된 연체율을 토대로 관리계획을 제출받은 후 연체율 낮추기가 어렵다고 판단되는 곳을 상대로 사실상 연체 채권 매각을 독려하겠단 취지다.

형식적인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부동산 PF 사업장 경·공매를 활성화할 방안도 마련했다. 금융업권의 부실채권 정리 기준에 따르면 6개월 연체가 발생한 사업장은 경·공매를 진행해야 한다. 그러나 저축은행들이 사업장을 공매로 넘길 때 최저입찰가격을 낮추지 않는 탓에 유찰되는 사태가 빈번하게 벌어졌다. 사실상 사업장을 넘기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형식적 공매를 통해 사업장이 회수의문이나 추정손실로 분류되는 것을 막아 충당금 추가 적립 부담을 피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에 저축은행중앙회는 6개월 이상 연체된 PF대출의 경우 연체 후 3개월 단위로 주기적 경·공매를 하는 표준규정 개정안을 마련해 지난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적정 공매가를 정할 때 매각 가능성과 직전 공매회차의 최저입찰가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도록 한 게 골자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 관계자는 "100억원에 내놓은 사업장이 낙찰되지 않으면 다음엔 90억원, 80억원으로 가격을 낮추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활로 모색하고 있지만, 여전한 '부동산 PF'의 그림자

저축은행업계에서도 활로 모색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부실채권 매각이 대표적이다. 2일 저축은행중앙회는 18개 저축은행과 함께 '개인무담보 및 개인사업자 부실채권의 자산유동화 방식 공동 매각'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규모는 총 1,360억원에 달한다. 중앙회는 매각을 위해 이달 말까지 우리금융F&I, 키움F&I, 하나F&I와 매각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이는 지난해 말 1차 매각 대비 규모가 꽤 커진 수준이다. 당시엔 저축은행 12곳의 부실채권 1,000억원가량을 우리금융F&I 한 곳에 매각하는 데 그쳤다. 부실 해소를 위한 저축은행의 움직임이 그만큼 확산했단 방증이지만, 일각에선 다소 회의적인 의견이 나온다. 부실채권 매각에 다소 소극적이던 저축은행업계에 매각 바람이 분 건 '버티기' 전략을 깨고 나올 만큼 상황이 악화했단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미뤄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시장 회복 기대가 꺾이면서 기대수익 일부를 포기하더라도 사업장을 빨리 정리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으론 공동매각을 진행하더라도 1,300억원 정도로는 제대로 된 부실 해소를 노리긴 어려울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1,300억원이 '소방수' 역할을 하기엔 금액 자체가 부족할 수 있단 의미다. 금감원에 따르면 저축은행 업권이 부동산 PF 대출 부실 등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추가로 쌓은 대손충당금은 1,326억원에 달한다.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112.99%로, 법정 기준(100%) 대비 12.99%p 초과했다.

신용등급도 줄줄이 강등됐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5월 국내 저축은행 2위인 OK저축은행의 신용등급을 BBB+(부정적)에서 BBB(안정적)로 한 단계 내렸고, 나이스신용평가는 자산 규모 6위인 페퍼저축은행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이외 애큐온·바로·다올·대신·KB·JT친애저축은행 등의 신용등급 전망도 한 단계씩 강등했다. 부동산 PF의 그림자에서 벗어날 힘조차 잃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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