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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에 달러화 외평채 발행 나선 정부, 벤치마크·해외 자금 관리 편의성 증대 등 기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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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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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근거리를 비추는 등불은 앞을 향할 때 비로소 제빛을 발하는 법입니다. 과거로 말미암아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비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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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화 외평채 발행, SSA방식으로 유럽·영미권 우량 투자자 노린다
원달러 환율 1,380원대 유지, 외평채 환율 조절 기능 기대감↑
해외 자금 조달 확대 목적도, 중장기적 자금 안정화 기대
MSF FEEB FE 20240617

정부가 미국 달러화 표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발행 준비에 나섰다. 유럽의 정치적 불확실성에 상승세를 달리는 원달러 환율에 제동을 걸고 한국의 대외적 신인도를 높이겠단 취지다. 중장기적으로 해외 자금 조달처를 다변화하고 관리 편의성을 제고하겠다는 의지도 읽힌다. 원달러 외환시장 거래시간을 대폭 연장한 것과 이번 외평채 발행이 거시적으로 연결돼 있단 의견이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나온다.

달러화 표시 외평채 발행, 최대 13억 달러

17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4일 외화표시 외평채 발행을 위한 대행 기관 선정 및 발행계획을 발표하면서 올해 외평채 발행을 공식화했다. 발행 규모는 최대 13억 달러(5년물)며, 선정된 대행 기관은 △KDB산업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크레딧 아그리콜(Credit Agricole) △HSBC 등 투자은행 5곳이다. 정부가 미국 달러화 채권을 발행하는 건 지난 2021년 이후 3년 만이다.

정부는 이번 외평채 발행에서 사상 처음으로 선진화된 'SSA방식'을 택했다. 각국 정부 및 중앙은행, 국제기구, 정책금융기관 등 우량한 SSA(Sovereigns, Supranationals & Agencies) 투자자를 유치하겠단 취지다. SSA방식은 처음부터 목표금리를 명확히 제시해 안정적 투자를 중요시하는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편이다. 이전까지 활용하던 이머징마켓(EM)방식이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자산운용사나 헤지펀드 등을 집중 유인한 것과는 상반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SSA 중심 발행을 통해 기존 아시아·자산운용사에 편중돼 있던 투자자 저변을 유럽·영미권 우량 투자자까지 확대하겠단 것"이라며 "나아가 글로벌 우량투자자들의 관심이 국내기관 채권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도록 하겠단 게 정부의 최종 목표"라고 설명했다.

won dollar exchange FE 20240617

환율 잡기 나선 정부, 벤치마크 기능도 기대

외평채란 외국환평형기금에서 외화 조달을 목적으로 발행하는 채권이다. 정부는 통상 외환시장에서 투기자금의 유출입 등으로 환율이 급변동할 경우 기업활동이 차질을 빚는 것을 막고 원화의 대외가치를 안정시키기 위해 외평채를 조성한다. 원달러 환율이 급락하면 정부는 원화표시 외평채를 발행함으로써 원화를 확보하고, 환율이 급등하면 외화표시 외평채를 발행해 원화의 평가절하를 최소화하는 식이다.

이번에 정부가 외화표시 외평채를 발행하겠다 나선 것 역시 환율을 잡기 위함이다. 실제 최근 유럽의 정치적 불확실성에 달러화 강세가 유지되면서 원달러 환율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17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이날 환율은 오전 9시 38분 기준 전 거래일 종가(1,379.3원)보다 2.15원 오른 1,381.45원에 거래됐다. 이후 환율은 1,384.0원까지 오르다가 1,380원 초반대에서 움직였다. 1,400원대 진입은 쉽지 않을 거란 게 전문가들의 시선이지만, 마냥 불가능한 건 아니란 목소리도 적지 않은 만큼 시장 불안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이번 외평채 발행의 효과가 기대되는 이유다.

특히 이번 외평채 발행은 그간 중단됐던 채권 발행을 다시 이어감으로써 한국이 정기적인 채권 발행자의 지위를 확립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앞으로 외평채에 대한 수요가 지속 창출되면 정부는 외화 조달 창구 확보 및 대외적 신인도 상승 등 부가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된다. 외평채의 벤치마크 기능 역시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 차원에서 '기준(중심)'을 다시 잡음으로써 새로운 준거금리(벤치마크)를 제공해 국내기업이나 금융기관이 보다 낮은 금리로 외화를 조달할 수 있게 될 것이란 의미다.

외환시장 거래시간 연장, 자금 관리 편의성 높이나

한편으론 외평채 발행으로 우리 기업들의 해외 자금 조달 및 관리를 편하게 하겠단 의지가 읽힌단 의견도 나온다. 실제로 최근 정부는 편의성 증대 및 거래비용 절감 등에 초점을 맞춘 정책을 거듭 내놓고 있다. 대표적인 게 원달러 외환시장 거래시간 연장이다. 앞서 서울외환시장운영협회는 지난 14일 총회에서 원달러 거래시간을 새벽 2시까지로 연장하는 방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내달 1일부터 원달러 거래시간은 기존 오전 9시~오후 3시 30분에서 오전 9시~새벽 2시로 길어지게 됐다.

협회가 거래시간을 연장한 건 한국 주식·채권 거래를 원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에 편의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새벽 2시는 글로벌 금융의 중심지인 영국 런던 금융시장의 거래시간을 모두 포괄할 수 있는 시간대인 만큼 국내 투자자들도 야간 시간대 미국 주식·채권을 살 때 임시환율이 아닌 실시간 시장 환율에 따라 환전할 수 있다. 거래의 편의성을 높여 해외 자금 조달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한 초석을 마련한 셈이다. 이번 외평채 발행 역시 중장기적인 자금 조달 목적이 더 클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 "외평채 발행에 부차적 목적만 강조하는 건 지나친 일반화"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하지만, 외평채를 환율 조정 외 목적으로 활용한 사례는 이미 많다. 지난해 700억 엔(약 6,100억원) 규모의 엔화 표시 외평채를 발행한 것도 진의는 한일 관계 개선에 있었다. 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었던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직접 "오늘 (외평채) 발행은 양국 간 경제협력과 금융투자를 활성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언급한 바 있기도 하다. 외평채 발행에 대해 외부적 목적을 더 크게 해석해도 큰 문제는 없단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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