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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조5,000억원 유상증자 공시한 고려아연, 영풍·MBK 법적 대응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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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대규모 유상증자, 경영권 방어 수단인가
"주주 가치 희석된다" 반기 든 영풍·MBK 연합
법정 공방 본격화 전망, 판례상 고려아연 측이 불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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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MBK파트너스 연합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이 유상증자 카드를 꺼내 들었다. 대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영풍·MBK 연합의 지분율을 희석하고, 우호 지분을 추가로 확보해 분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이에 영풍·MBK 연합 측은 이번 유상증자가 기존 주주들과 시장 질서를 유린하는 행위라며 법적 대응을 시사하고 나섰다.

고려아연, 유상증자 카드 꺼내

30일 고려아연은 서울 종로구 본사에서 이사회를 열고 2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시가 대비 30% 할인된 가격에 신주 373만2,650주를 일반공모 방식으로 발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전체 주식 수의 약 18%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고려아연은 신주의 20%(74만6,530주)를 고려아연 임직원으로 구성된 우리사주조합에 우선 배정했으며, 우리사주조합을 제외한 청약자들은 공모주식 수의 최대 3%를 넘겨 배정받을 수 없도록 했다. 막대한 자금력을 보유한 기관이나 외국인이 유상증자에 참여해 대규모 지분을 확보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업계에서는 고려아연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유상증자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평이 나온다. 이번 증자가 성공하면 영풍·MBK 연합의 의결권 지분율은 기존 43.9%에서 36.4%로 희석된다. 최 회장 측 우호 지분도 40.4%에서 33.5%로 낮아지지만, 신주 우선 배정 대상인 우리사주조합이 최 회장 편에 설 경우 지분율은 36.9%까지 상승한다. 결과적으로 최 회장 측이 영풍·MBK 연합을 0.5%p 앞서는 것이다.

고려아연이 지분 확보를 위해 강수를 둔 가운데, 투자은행(IB) 업계는 고려아연이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택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이 벌어진 상황에 특정 우호 주주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3자배정 유상증자는 주주평등의 원칙에 위배돼 대부분 법원의 제재를 받게 된다"면서 "고려아연은 불법 의혹을 피하기 위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선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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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 "모든 법적 수단 강구하겠다"

영풍·MBK 연합은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결정에 곧장 반발하고 나섰다. MBK는 입장문을 통해 "(고려아연의 유상증자는) 기존 주주들과 시장 질서를 유린하는 행위"라며 "회사에 피해가 가든, 주주가치가 희석되든 최 회장 머릿속에는 오로지 자신의 자리 보존에 대한 생각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주당 89만원이라는 자기주식 공개매수로 막대한 현금을 유출시킴으로써 그 피해가 남은 주주들에게 전이됐다"며 "이런 상황에서 12월 초 기준주가에서 30%나 할인된 금액으로 유상증자가 이뤄지게 되면 남은 주주들의 주식 가치는 더욱 희석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려아연이 제시한 유상증자 공모가는 67만원 수준이다. 이는 이달 22~24일 거래량과 거래 대금에 따른 기준 주가 95만6,116원에 30% 할인율을 적용한 가격이다. 문제는 차후 대규모 유상증자로 인해 주가가 하락할 경우 최종 공모가가 67만원 이하로 미끄러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최종 공모가는 청약일 전 과거 3~5거래일까지의 가중산술평균주가에 할인율 30%를 적용해 산정된다. 만약 고려아연의 주가가 70만원 밑으로 떨어질 경우, 공모가는 50만원을 하회하게 된다.

영풍·MBK 연합은 "이번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결정을 저지하기 위해 모든 법적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며 "최 회장 및 이사진들에게 끝까지 책임을 물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시장은 MBK·영풍 측이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소송에 나서며 양측의 법정 공방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법정에선 영풍·MBK 연합이 우위?

차후 벌어질 법정 공방에서는 영풍·MBK 연합이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크다. 2003년 현대그룹 지주사이던 현대엘리베이터가 KCC와의 경영권 분쟁 국면에서 추진한 대규모 유상증자에 법원이 제동을 건 판례가 있기 때문이다. 당시 KCC는 신한BNP파리바 사모펀드(PEF) 등과 함께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20.78%를 매수해 현대그룹 경영권을 위협했다. 이에 현정은 현대엘리베이터 회장은 발행주식의 178%(1,000만 주) 규모 신주를 발행하는 유상증자 방안을 발표하며 △일반공모 방식 △30%의 할인율을 적용한 신주 발행가 △1인당 청약 한도 제한 등 현재 고려아연이 추진하는 유상증자와 유사한 조건을 내세웠다.

이에 맞서 KCC는 현대엘리베이터의 유상증자를 막아달라며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고 법원은 KCC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법원은 "경영권 방어 자체가 회사와 일반 주주에게 이익이 되면 예외적으로 기존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배제한 신주 발행이 허용되지만, 이번 신주 발행은 그렇게 볼만한 사정이 없다"며 "1,000만 주 유상증자는 회사 경영을 위한 자금 조달 목적이 아니라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기존 대주주와 현 이사회의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이뤄졌다는 KCC의 소명자료가 충분하다"고 판시했다.

결국 고려아연이 과거의 판례를 뒤집기 위해서는 이번 유상증자가 경영권 분쟁에 대한 대응책이 아니라는 점을 소명하고, 회사와 일반 주주에게 충분한 이익이 된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한 법조계 관계자는 "법원의 판단을 섣불리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상황이 이미 널리 알려져 있는 만큼 상황이 최 회장 측에 불리하게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며 "대규모 유상증자가 일반 주주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점을 주장할 근거도 충분하지 않아 보인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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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상장하겠다" 국내 상장 작업 중단한 토스, 시장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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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서 기업가치 인정받겠다" 토스의 결단
국내 핀테크·인터넷전문은행 주가 부진 등이 영향 미쳤나
앞서 美 증시 입성한 국내 기업, 주가 줄줄이 공모가 밑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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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금융 플랫폼 토스 운영사인 비바리퍼블리카가 국내 상장 작업을 중단했다. 차후 국내 증시 대비 핀테크 업체에 우호적인 미국 증시로 노선을 전환해 10조원에 달하는 기업가치를 온전히 인정받겠다는 구상이다.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등 국내 핀테크사·인터넷전문은행의 부진한 주가 흐름, 케이뱅크의 상장 철회 등 시장 악재도 이 같은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토스, 美 증시로 눈 돌려

3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비바리퍼블리카는 최근 국내 기업공개(IPO) 주관사에 국내 상장 작업을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타진했다. 앞서 지난 2월 국내 상장을 위해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을 대표 주관사로, 삼성증권을 공동 주관사로 선정한 지 8개월 만이다. 비바리퍼블리카는 이르면 연내 미국 상장 주관사를 선정하고 미국 증시 입성을 준비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비바리퍼블리카는 최소 10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토스의 장외 시가총액은 8조1,000억원 수준으로, 국내 투자자들이 보는 기업가치와 회사가 원하는 기업가치 사이의 괴리가 큰 셈이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 증시는 국내 증시 대비 토스와 같은 핀테크 업체에 우호적인 시장"이라며 "비바리퍼블리카는 해외 증시에서 보다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으리라는 판단하에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 인터넷전문은행·핀테크사의 부진한 주가 흐름 역시 토스의 해외 상장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앞서 상장한 동종업계 기업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의 주가는 나란히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상장 첫날 종가 기준 6만9,800원 수준이었던 카카오뱅크의 주가는 29일 종가 기준 2만2,200원까지 떨어진 상태다. 상장 첫날 장 마감 당시 19만3,000원까지 뛰어올랐던 카카오페이 주가 역시 29일 종가 기준 2만4,400원까지 미끄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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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뱅크 상장 연기도 악재

케이뱅크의 상장 철회도 토스의 국내 상장 부담을 가중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18일 케이뱅크는 “수요예측 결과 총공모주식이 8,200만 주에 달하는 현재 공모 구조로는 성공적인 상장을 위한 충분한 투자 수요를 끌어내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상장을 연기하기로 했다”며 IPO 철회 소식을 밝힌 바 있다.

케이뱅크는 당초 이달 18일 공모가를 확정하고, 21~22일 일반 청약을 진행해 30일 상장할 예정이었다. 공모 규모는 총 8,200만 주며 주당 희망공모가는 9,500~1만2,000원, 희망공모가 범위 상단 기준 공모 금액은 9,840억원이다. 공모가 밴드에 따른 상장 후 시가총액은 약 4조∼5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공모 금액과 시가총액 모두 지난 2022년 LG에너지솔루션 IPO 이래 최대 규모다.

하지만 지난 10~16일 진행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부진한 성적표를 받으며 이 같은 상장 계획에 먹구름이 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케이뱅크 수요예측에 참여한 대다수 기관투자자는 하단 가격인 9,500원 또는 이보다 낮은 가격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기관은 주당 9,000원대 공모가가 지나치게 비싸다고 판단, 수요예측에 아예 참여하지도 않았다. 이에 주관사인 NH투자증권과 KB증권은 공모가 밴드를 기존보다 낮은 8,500원으로 설정하는 안을 요청하기도 했다.

쿠팡·웹툰엔터테인먼트 등 美 상장 기업들 '주가 부진'

다만 시장은 토스의 미국 증시 상장에 대한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쿠팡, 웹툰엔터테인먼트 등 토스에 앞서 미국 증시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이 줄줄이 좋지 못한 성적을 받아 들었기 때문이다. 우선 2021년 3월 11일 나스닥에 상장한 쿠팡의 경우, 당시 공모가는 35달러였으며 상장 당일 주가는 69달러까지 급등하기도 했다. 하지만 상장 첫날 주가가 쿠팡의 '최고점'이었다. 29일(현지시간) 장 마감 기준 쿠팡 주가는 26달러로, 공모가 대비 약 25.71% 낮은 수준이다.

증권업계는 낮은 수익성이 쿠팡 주가 상승의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쿠팡은 지난해 사상 최초로 연간 영업이익·순이익 흑자를 기록했으나, 매출 대비 영업이익률은 1.9% 정도로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신한투자증권은 올해 쿠팡의 연간 영업이익률이 2.2%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네이버웹툰의 모기업 웹툰엔터테인먼트의 주가 역시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웹툰엔터테인먼트의 주가는 지난 6월 상장 이후 최고 25.66달러까지 올랐으나, 지난 2분기 부진한 실적이 발표된 이후 폭락해 현재 11달러 선에 머물러 있다. 공모가(21달러)와 비교하면 반토막 수준이다. 웹툰엔터테인먼트는 올해 2분기 7,909만6,000달러(약 1,084억 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시장에 충격을 안긴 바 있다.

상장 이후 계속된 부진으로 웹툰엔터테인먼트는 각종 소송의 위협에도 직면한 상태다. 외신에 따르면 현재 로빈스 갤러 루드먼&다우드, BG&G 등 미국의 증권 소송 전문 로펌들은 웹툰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원고를 모집하며 집단 소송을 준비 중이다. 이들은 웹툰엔터테인먼트가 IPO 과정에서 광고 및 IP(지식재산권) 사업 매출 감소를 포함한 주요 부정적인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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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액주주 돈 모아 채무 상환, 상장 리츠에 만연한 주주가치 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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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마련 위해 부동산 매각 나서는 기업들
부동산 자산 유동화로 재무구조 개선, '마통' 효과도
자산 고가 매입에 일반 주주만 냉가슴, “리츠가 설거지용이냐”
CR REITs FE 001 20240813

상장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가 신규 자산 편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대규모 유상증자를 진행해 주가가 급락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리츠 투자자들의 불만이 거세지고 있다. 주주들이 불만을 갖는 포인트는 상장 리츠가 계열사의 천덕꾸러기 같은 부동산을 ‘비싼 값’에 매입해 온다는 점이다. 안정적인 배당을 받고자 투자했는데, 잦은 유증이 되려 기업에 돈을 빌려주는 꼴이 됐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이리츠코크렙 주가, 하루 새 7% 이상 폭락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랜드리테일과 코람코자산신탁이 손잡고 설립한 기업구조조정(CR) 리츠 '이리츠코크렙' 주식은 전날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4,445원에 거래를 마쳤다. 주가가 하루 새 0.22% 내린 가운데 장 중 4,380원까지 밀리면서 최근 1년 중 최저가를 다시 한번 경신했다. 이리츠코크렙 주가는 지난 25일에도 7.86%(380원) 하락했다. 이리츠코크렙 주가가 하루 새 7% 넘게 빠진 것은 코로나19 사태가 불거졌던 2020년 3월 이후 처음이다.

주가를 끌어내린 것은 이랜드리테일의 서울 강남e스퀘어(점프밀라노)를 이리츠코크렙이 1,900억원에 사들일 것이란 소식이다. 이리츠코크렙은 안내문을 통해 “주가가 공모가(5,000원)를 밑돌면서 주주와 투자자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면서도 “주주가치 제고와 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해 강남e스퀘어 등 다양한 자산 매입 검토를 진행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를 두고 일반주주들은 이랜드리테일이 강남e스퀘어를 시장에서 적정 가치에 처분하지 못하자, 이리츠코크렙으로 떠넘긴다고 주장하고 있다. 종목토론실 등에서도 “리츠가 설거지용이냐”와 같은 날 선 반응이 주를 이뤘다. 실제 이랜드리테일은 2010년대 중반 구조조정으로 회사가 어려울 때 강남e스퀘어를 매물로 내놨지만, 오랜 기간 팔지 못했다.

갑작스러운 유상증자, 주주가치 훼손

일반 주주들이 신규 자산 편입에 예민한 이유는 대규모 유증에 따른 주가 하락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리츠코크렙이 강남e스퀘어를 실제로 매입한다고 가정할 때, 차입으로 매입 자금 절반을 조달한다고 해도 950억원은 유증으로 마련해야 한다. 보통 리츠의 유증 신주 발행가는 거래량을 반영한 '가중산술평균주가'에 할인율 5% 안팎을 적용해 정해진다는 점에서, 이달 25일 기준 이리츠코크렙의 가중산술평균 주가는 4,940원 수준으로, 할인율을 적용하면 4,700원가량이 신주 발행가로 추산된다. 950억원을 조달하려면 약 2,021만 주를 새로 찍어내야 한다는 의미다. 이는 현재 이리츠코크렙 발행주식 수(6,334만주)의 3분의 1에 육박하는 규모다.

더욱이 현재 이리츠코크렙 주가는 4,400원대로 주저앉은 탓에 950억원을 조달하기 위해 찍어내야 하는 주식 수는 대폭 늘어난다. 유증이 두려워 주가가 하락하는데, 주가가 떨어질 수록 더 많이 유증해야 하는 진퇴양난인 셈이다.

앞서 그룹 소유 부동산을 사들이기 위해 유증에 나섰던 리츠들의 주가도 휘청였다. 삼성FN리츠는 삼성화재 판교 사옥을 신규 자산으로 편입하기 위해 유증을 마무리한 결과, 기존 발행주식 수(7,730만 주)의 17.8%(1,375만 주)에 해당하는 신주를 발행했다. 신주 발행가는 4,670원으로, 유증을 결정했을 때 5,050원이었던 주가가 신주 발행가와 같은 수준까지 폭락했다. 한화그룹 본사 사옥인 장교동 한화빌딩을 편입하기 위해 상장 리츠 사상 최대 규모의 유증을 추진 중인 한화리츠 주가도 마찬가지다. 한화리츠는 기존 발행주식 수(7,060만 주)를 웃도는 1억900만 주를 찍어내 약 4,730억원을 조달할 예정인데, 한화리츠 주가는 유증 발표 전 5,000원에서 이달 28일 종가 기준 3,915원으로 폭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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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기업의 '자금줄'

국내에서 리츠 상장이 활성화한 시점은 정부가 2019년 9월 ‘공모형 부동산간접투자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면서부터다. 해당 안에 상장 리츠를 3년 이상 보유한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연 5,000만원 이하 배당소득에 9.9% 분리과세 혜택을 주겠다는 내용이 담기면서 은퇴자들을 중심으로 리츠 수요가 급성장했다.

가장 먼저 이 기회를 활용한 기업은 롯데였다. 2019년 당시 대규모 자금이 필요했던 롯데그룹은 롯데리츠를 설립하고 롯데쇼핑이 보유한 롯데백화점 강남점 및 구리점, 광주점, 창원점, 롯데아울렛 청주점, 롯데마트 서청주점, 롯데마트 의왕점, 롯데프리미엄아울렛 등을 롯데리츠에 매각하면서 유동성을 확보했다. 그러나 같은 시기 롯데그룹 외에 다른 기업들은 상장 리츠에 큰 관심이 없었다. 코로나19 여파로 저금리 시대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회사채 발행이나 유증, IPO(기업공개) 등으로 자금을 쉽게 조달할 수 있었기에 리츠는 그다지 매력 있는 선택지가 아니었다.

리츠가 다시 주목받은 것은 롯데리츠 상장 2년 뒤인 2021년 9월 SK리츠가 상장하면서다. SK그룹은 2005년 SK인천석유화학(옛 인천정유) 인수 자금 마련을 위해 사옥인 서린빌딩을 미국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에 ‘세일 앤드 리스백(Sale and Lease Back, 매각 후 재임대)’ 형태로 매각했고 우선매수권을 부여받았다.

그러나 SK리츠가 지난해 7월 3,000억원이 넘는 규모의 유증을 발표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명목은 기존 회사채를 상환하기 위한 유증이었지만 실질적으로는 당시 유동성 위기를 겪는 SK하이닉스를 지원하기 위함이었다. 실제 SK리츠는 그해 9월 3,061억원을 유증으로 조달하고 나머지는 빚을 내 SK하이닉스의 수처리 시설을 1조1,000억원에 매입했다. 그런데 SK리츠 지분 43%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지주사 SK㈜는 주주배정 유증에 배정된 몫의 10%만 참여했고, 나머지 90%는 포기했다. 스폰서 리츠의 최대주주가 주주들에게 유증 자금조달 부담을 떠넘긴 것이다. 투자자들의 거센 반발에 유증 청약은 미달됐으나, 주관사를 맡은 증권사들이 실권주 물량을 인수하면서 자금조달에는 무리가 없었다.

SK리츠의 SK하이닉스 수처리 편입은 기업 스폰서 리츠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 훼손을 불러일으켰지만, 역설적으로 기업들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에 눈을 뜨게 하는 계기가 됐다. 환금성이 낮은 부동산 자산을 필요시 제값을 받고 빠르게 유동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 입장에선 리츠를 상장하면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해 두는 효과가 난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게다가 높아진 금리에 따른 부담도 리츠 투자자들에게 어느 정도 떠넘길 수 있었다.

업계는 최근 태영건설이 여의도 사옥을 SK그룹 리츠 운용사 디앤디인베스트먼트(DDI)에 넘긴 것도 같은 전략으로 보고 있다. 태영건설은 지난 8월 DDI가 설립한 CR 리츠 '티와이제1호기업구조조정부동산투자회사'에 태영빌딩을 매각(매각가 2,251억3,500만원)했다. 문제는 태영건설의 지주사 티와이홀딩스가 DDI의 출자 지분을 사들였다는 점이다. 티와이홀딩스는 CR 리츠의 자본금 1,000억원의 절반을 지분 투자 방식으로 출자하면서 대주주 지위를 갖게 됐고, 주주로서 리츠 관련 배당수익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또 태영건설과 티와이홀딩스는 태영빌딩을 매각한 이후에도 CR 리츠로부터 태영빌딩을 임차한 후 사용할 예정이다. 이는 태영이 리츠 지분을 간접 보유함으로써 태영빌딩을 완전히 넘겨주지 않았단 것을 의미한다. 기업 리츠가 사실상 투자자들의 자금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는 '우회 대출'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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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내매수 불 붙겠네" 고려아연, 공개매수 종료 이후 주가 폭등

"장내매수 불 붙겠네" 고려아연, 공개매수 종료 이후 주가 폭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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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회장 측 공개매수 마무리, 양측 모두 과반 지분 확보 실패
장내 지분 매수 움직임 본격화 전망, 고려아연 주가 급상승
기존 투자자 차익 막대, 신규 투자에는 주의 요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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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이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에 맞서 진행한 자사주 공개매수가 마무리됐다. 양측 모두가 공개매수를 통한 과반 지분 확보에 실패한 가운데, 시장은 차후 최 회장과 영풍·MBK 연합이 나란히 장내 지분 매수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시장 기대가 과열되며 고려아연 주가는 연일 매서운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최 회장, 공개매수로 1.41% 지분 확보

28일 고려아연은 지난 23일 마감한 자기주식 공개매수를 통해 총주식의 11.26%인 233만1,302주를 매입했다고 공시했다. 당초 고려아연 측은 영풍·MBK 연합보다 높은 89만원의 공개매수가를 제시해 유통주 대부분에 해당하는 최대 약 20% 지분을 매수, MBK 연합의 공개매수를 저지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앞서 MBK 연합이 지난 14일 먼저 끝낸 공개매수를 통해 5.34% 지분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며 고려아연 측은 당초 계획한 최대치보다 적은 물량을 확보하게 됐다.

구체적으로 고려아연은 이번 공개매수로 9.85% 지분(204만30주)을, 베인캐피털은 1.41% 지분(29만1,272주)을 각각 확보했다. 고려아연은 앞서 계획한 대로 공개매수를 통해 손에 넣은 자사주를 모두 소각할 방침이다. 따라서 이번 자사주 공개매수를 통해 최 회장 측이 추가로 확보한 우호 지분은 베인캐피털이 매수한 1.41% 지분뿐이다. 이로써 최 회장 측 우호 지분은 기존의 33.99%에서 35.4%까지 높아졌다. 영풍·MBK 연합은 앞선 공개매수로 38.47% 지분을 확보한 바 있다.

고려아연이 사들인 자사주가 모두 소각될 경우 영풍·MBK 연합과 최 회장 측 지분은 각각 약 43%, 40% 수준까지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양측 모두 과반 지분을 확보하는 데 실패한 셈이다. 이에 시장에서는 향후 양측이 장내 지분 매수에 힘을 쏟으며 주주총회 '표 대결'에 만전을 기울일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자사주 소각 후 지분율을 기준으로 계산했을 때 어느 쪽에도 확실히 속하지 않은 '스윙 보터(Swing voter)'의 지분은 6.87%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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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고려아연 주가

양측의 지분 확보 경쟁에 대한 시장 기대감이 커지면서 고려아연 주가는 연일 고공행진하고 있다. 28일 종가 기준 고려아연의 주가는 130만1,000원으로 전일 대비 3.83% 상승했다. 이는 최 회장 측의 공개매수 단가(89만원)보다 47.19% 높은 수준이다. 이날 3.75% 강세로 시작한 주가는 점차 상승폭을 키워 오후 한때 11.73% 강세로 140만원 선까지 뛰어오르기도 했다.

증권업계는 고려아연 주가 급등의 원인으로 ‘숏 스퀴즈(Short squeez)‘를 지목한다. 고려아연 선물 투자에 나섰던 기관 투자자들이 숏 포지션(매도 계약)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현물 주가가 상승했다는 분석이다. 숏 스퀴즈는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측해 일단 주식을 빌려 매도한 투자자들이 예상과 달리 주가가 상승할 경우 더 큰 손실을 줄이기 위해 빌린 주식을 다시 매수하는 것을 말한다.

실제 기관은 지난 21일부터 23일까지 고려아연 선물 11월물을 519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차후 고려아연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보고 선물 숏 포지션을 취한 것이다. 하지만 기관 투자자들의 예상과 달리 고려아연 주가는 24일 상한가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에 기관은 지난 24일 16억원, 25일 508억원 규모의 선물을 순매도하며 매수 물량을 대부분 정리했다. 특히 금융투자는 25일 고려아연 선물 11월물을 521억원어치 팔아치웠고, 헤지(위험 회피)를 위해 같은 날 490억원 규모 주식 현물을 매수했다. 금융투자는 증권사나 투자자문사, 자산운용사 등이 자기 자금으로 직접 투자할 때 잡히는 수급이다.

"고려아연 투자, 무작정 뛰어들면 위험"

이 같은 주가 상승세는 국민연금 등 대규모 지분을 보유한 투자자에게 막대한 호재가 될 수 있다. 28일 종가 기준 국민연금의 보유량 156만6,561주(최근 공시 기준)의 평가액은 약 2조380억원이다.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이 공개매수를 공시하기 전날인 9월 12일(주가 55만6,000원) 기준 평가액은 8,710억원에 그쳤다. 불과 45일 만에 평가액이 133.98% 뛰어오른 것이다.

다만 이는 경영권 분쟁이 발생한 이후 국민연금이 보유 지분을 하나도 팔지 않았다는 가정하에 나온 계산이다. 시장은 국민연금이 고려아연 물량 일부를 매도해 이미 차익을 실현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직접 투자와 위탁 투자를 대략 50:50 비율로 병행하며 주식을 운용한다"며 "직접 투자한 지분은 매도하지 않았을지 몰라도, 위탁 투자 물량은 이번 경영권 분쟁 기간에 처분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분석했다.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선 가파른 주가 상승세와 차익에 현혹돼 무작정 고려아연 신규 투자를 단행해서는 안 된다는 조언도 나온다. 주가가 이미 눈에 띄게 과열된 데다, 향후 경영권 분쟁 진행 상황에 따라 급격한 가격 하락이 나타날 위험이 있는 만큼 투자자들의 각별한 유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장 전문가는 "최근 고려아연의 주가는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했던 2022년보다 높은 수준"이라며 "일시적인 분쟁으로 과열된 주가는 결국 거품의 일종으로, 사태가 진정되면 (거품이) 빠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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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두박질친 삼성전자 주가, D램·파운드리·HBM 나란히 '적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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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삼성전자 주가, 연초 대비 30% 빠져
D램은 중국에, 파운드리·HBM은 TSMC와 SK하이닉스에 뺏겨
"이대로는 안 된다" 인력 쇄신 나선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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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대장주' 삼성전자의 주가가 곤두박질치고 있다. 주력 부문인 D램 시장에서 악재가 누적되는 가운데, 고대역폭메모리(HBM)·파운드리 등 반도체 핵심 부문 경쟁력이 줄줄이 약화한 결과다. 궁지에 몰린 삼성전자는 해외 인력을 감축하고, 통상 12월에 진행되던 정기 인사를 1개월가량 앞당기는 등 대대적인 '인적 쇄신'에 나섰다.

위기의 삼성전자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25일 직전 거래일 대비 1.24% 하락한 5만5,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연초와 비교하면 30% 가까이 하락한 수치다. 가파른 주가 하락세로 인해 삼성전자(보통주)의 시가총액은 이달 초 367조1,420억원에서 25일 333조7,100억원으로 33조원 넘게 줄었다.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2,105조6,510억원) 중 삼성전자 시가총액이 차지하는 비율은 15.85%로, 지난 2016년 6월 14일(15.79%) 이후 8년 4개월 만에 최저 수준까지 미끄러졌다.

삼성전자 주가 부진의 원인으로는 D램 부문의 경쟁력 약화가 지목된다.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스(CXMT) 등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D램 생산량을 공격적으로 확대하며 D램 가격 회복이 지연됐고, 이로 인해 삼성전자의 수익성이 악화했다는 평가다. 실제 업계에 따르면 중국 D램 제조사 CXMT는 D램 생산 능력을 2022년 월 7만 장 수준에서 지난해 월 12만 장, 올해 월 20만 장으로 가파르게 늘리고 있다. CXMT의 글로벌 D램 생산 능력 비중은 2022년 4%에서 올해 말 12%까지 상승할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는 최선단 D램 공정 개발·양산 부문에서도 홍역을 치르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쟁사인 SK하이닉스는 세계 최초로 6세대 1c(11~12나노) 미세 공정을 적용한 16기가바이트(GB) DDR(더블데이터레이트)5 D램 개발에 성공했다. SK하이닉스의 1c D램 수율은 60% 수준인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삼성전자의 1c D램은 아직 수율이 한 자릿수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의 1c D램 양산이 2025년으로 미뤄질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마저 제기된다.

파운드리·HBM 시장 입지 좁아져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경쟁 흐름 역시 삼성전자 투자 심리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부문에서 업계 1위인 TSMC와의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첨단 공정 경쟁력이 약화하며 고객사가 줄줄이 이탈한 영향이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 2분기 TSMC의 시장 점유율은 1분기 61.7%에서 62.3%로 0.6%포인트(P) 늘었다.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11.0%에서 11.5%로 0.5%포인트 늘었으나, 동시에 TSMC와의 격차 역시 50.8%p로 1분기(50.7%p) 대비 소폭 확대됐다.

HBM 부문에서는 경쟁사인 SK하이닉스를 뛰어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SK하이닉스는 이전부터 AI 반도체 시장의 ‘큰 손’으로 꼽히는 엔비디아에 4세대 HBM인 HBM3를 독점 공급해 왔으며, 지난 3월엔 메모리 업체 중 최초로 5세대 HBM인 HBM3E 8단 제품을 납품하기 시작했다. HBM3E 12단 제품은 올해 3분기 양산에 돌입해 4분기 본격 출하할 예정이며, 6세대인 HBM4는 내년 하반기에 12단 제품부터 공급할 계획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퀄테스트(품질 검사)에 통과하지 못하며 엔비디아에 HBM3E 제품을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 당초 업계에선 늦어도 8월까지는 삼성전자의 HBM3E 8단 제품이 퀄테스트를 통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으나, 현재까지도 통과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 상황이다. 그나마 최근 삼성전자의 HBM3 제품이 퀄테스트를 통과해 중국 판매용 AI 가속기에 일부 공급됐다는 소식이 전해지긴 했지만, 공급 물량 자체가 적은 만큼 사실상 실적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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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 쇄신에 '박차'

시장 경쟁력 약화로 위기에 빠진 삼성전자는 인적 쇄신에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 삼성전자가 동남아·호주·뉴질랜드에서 인력 감축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싱가포르에 있는 삼성전자 직원이 인사 담당자, 관리자들과 비공개회의를 갖고 감원 계획과 관련한 세부 내용을 통보받았다는 전언이다. 인력 감축 규모는 해당 해외 법인 인력 중 10% 정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중국·인도 등 법인에서도 영업·마케팅 직군, 관리 직군 등 비제조 분야 인력을 감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로이터 등 외신은 삼성전자가 인도에서 전체 직원(2만5,000명) 중 1,000명을, 중국에서 영업 인력 30%를 감원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 같은 해외 법인 구조조정과 관련해 삼성전자는 "일부 해외 법인에서 운영 효율성을 개선하고자 일상적인 인력 조정을 실시하고 있다"면서 "회사 차원에서 특정 직책에 대해 구체적인 목표치를 설정하지 않았다"고 밝힌 상태다.

그런가 하면 업계에서는 조만간 국내에서도 삼성전자의 조직 개혁 움직임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삼성전자는 통상 12월 진행했던 인사를 앞당겨 이르면 다음 달 말 반도체 사업 부문을 필두로 연말 정기 인사를 단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HBM을 비롯한 AI 메모리 경쟁력 부진 돌파구 마련을 위해 일종의 감사 격인 경영진단 작업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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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협 손 들어준 법원, 로톡 변호사 징계에 대한 공정위 과징금 처분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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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로톡 이용 변호사에 대한 변협 징계 정당"
변협 측 리걸테크 플랫폼에 대한 강경 대응 예고
타타·로톡에 이어 직방·삼쩜삼 등도 규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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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걸테크(법률·기술 결합 서비스) 혁신’을 둘러싼 대한변호사협회(변협) 등 변호사 단체와 로톡 간 다툼에서 법원이 변협 측 손을 들어줬다. 변협 등이 법률 서비스 로톡에 가입한 변호사를 징계했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들 단체에 부과한 과징금을 취소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온 것이다. 이를 계기로 변호사 단체들이 로톡 등 법률 플랫폼에 대한 강경 대응과 규제를 예고하면서 앞으로 국내 리걸테크 산업이 퇴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법원 "변협 징계, 공정거래법 적용 대상으로 볼 수 없어"

24일 서울고법 행정3부(부장판사 정준영)는 변협과 서울변호사협회가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등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소속 변호사를 징계한 원고의 행위는 변호사법에 따른 합리적 근거가 있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변협의 규정 개정과 소속 변호사에 대한 감독·징계에 절차적 하자가 없고 징계 대상자는 로톡 외에 대체할 수 있는 광고 수단이 있었다"며 "징계 등의 조치는 공정거래법 위반의 적용 대상이 아닌 데다 원고가 경제적 이윤이나 이익을 얻은 바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고도의 공공성과 윤리성이 요구되는 변호사 직무는 리걸테크 등 변화에 탄력적이고 유연한 규제가 요구된다"면서도 "변호사 광고의 범위를 정하는 사안은 변협에 상당한 재량이 있다"고 명시했다. 변협 등이 관련 규정을 바꿔 변호사를 징계한 조치가 변협의 재량권 하에서 적법하게 이뤄졌다는 판단이다. 이어 "기존 법체계와 리걸테크의 충돌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변호사가 리걸테크를 이용할 경우, 사업 내용이나 활동 등에 대해 변협의 적정한 검토·심사 등 검증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법무부, 변협 징계 변호사 123명에 대해 징계 처분 취소

앞서 변협은 로톡과 같은 법률 플랫폼이 변호사법이 금지하는 ‘변호사 알선’ 등에 해당한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변협 측은 2021년 '변호사 업무 광고 규정', '변호사 윤리장전' 등을 개정해 변호사의 법률 플랫폼 서비스 이용에 대한 징계 근거를 마련한 뒤 로톡 가입 변호사에게 서비스 탈퇴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고, 이듬해 10월 이에 응하지 않은 변호사 123명에게 견책, 과태료 300만원 등의 징계를 부과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법무부가 변협의 징계 결정을 취소하면서 전환점을 맞았다. 당시 법무부는 징계 대상자가 위반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거나 이용 기간이 짧다는 이유로 '혐의없음' 등의 처분을 내렸다. 이어 올해 2월 공정위는 "변호사 간 경쟁과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했다"며 변협과 서울변회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각 10억원을 부과했다. 이후 로톡 등 법률 플랫폼 서비스가 운영을 재개하면서 사태가 마무리되는 듯했으나 이날 법원이 변협 측에 힘을 실어주면서 리걸테크를 둘러싼 갈등이 다시 재점화되는 분위기다.

실제 변호사 단체들은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변협은 "법원의 판결을 환영한다"며 "공정위가 법 적용 대상이 아닌 행위에 무분별하게 과징금을 부과했는데 이번 판결을 통해 법률 플랫폼에 대한 변협의 징계가 합리적으로 근거 있음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서울변회도 "앞으로 변호사 광고 규정을 위반한 법률 플랫폼에 대해 엄중하게 대응하면서 규제에 나설 예정"이라며 "장기적으로 법무부와 변호사 단체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통해 합리적으로 리걸테크 업체를 통제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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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아주의 'AI 변호사' 서비스도 징계 개시에 결국 중단

변호사 단체와 분쟁을 겪고 있는 곳은 로톡만이 아니다. 올해 3월 법무법인 대륙아주가 선보인 '24시간 무료 챗봇 AI 서비스'에 대해서도 변협은 변호사법 등을 위반했다며 대륙아주와 소속 변호사에 대한 징계 개시 청구를 결정했고, 결국 대륙아주는 지난 8일 서비스를 중단했다. 이에 대해 이규철 대륙아주 대표변호사는 "변협의 징계가 국내 리걸테크 산업의 경쟁력 악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벤처 업계에서는 기득권 단체의 규제가 혁신을 더욱 위축시킬 것이란 우려가 거세다. '타다 사태'가 대표적이다. 2018년 출범한 타다는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주목받았지만, 택시업계의 고발에 택시 기사 분신 사건까지 일어나자, 2020년 여야는 '타다 금지법(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지난해 6월 대법원이 4년 만에 타다가 불법이 아니라고 최종 판결했지만 이미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는 성장 동력을 잃은 뒤였다.

리걸테크 외에도 산업계에서는 직방과 부동산 중개업, 삼쩜삼과 세무사 등 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업계와 기존 전문직역 간 갈등이 화두다. 특히 세무사회는 "삼쩜삼이 자격도 없이 세무 대리를 했다"며 검찰, 국세청,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공정위 등에 잇달아 삼쩜삼을 고발했고 논란은 22대 국회에서 입법 논의로 이어지고 있다.

국내 스타트업 10곳 중 6곳 "규제로 인해 어려움 겪어"

이 같은 규제 리스크에 국내 스타트업의 경영 환경도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지난 6월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창업 7년 내 스타트업 30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스타트업 규제 및 경영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64.3%가 '규제로 인해 애로를 겪은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경쟁국과의 비교에서는 '한국의 규제 수준이 미국·중국·일본 등 경쟁국보다 높다'는 응답이 37.7%를 차지했다. '규제 수준이 유사하다'는 기업은 57%, '규제 수준이 낮다'는 기업은 5.3%에 불과했다.

경영상 가장 큰 애로사항(복수 응답)으로 '투자 재원 축소, 자금 조달 및 관리의 어려움'이 71.3%로 가장 많았고, 이어 '신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법률·제도'가 44.7%로 집계됐다. 스타트업 경쟁력 향상을 위한 과제로는 응답 기업의 53.3%가 '혁신을 가로막는 규제의 과감한 폐지·개선'을 꼽았다. 스타트업 활성화를 위해 개선이 시급한 규제 분야로는 '진입 규제'가 49.7%로 가장 많았고 신기술의 사업화 단계에서 일정 기간 규제를 면제·유예하는 제도인 규제 샌드박스에 대해서는 부정적 인식이 과반(54.7%)을 차지했다.

같은 달 실시한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조사에서도 같은 결과가 도출됐다. KDI에 따르면 규제로 인해 매출 감소를 겪은 기업은 31.4%로 사업 지연을 겪은 기업은 29.4%, 신규 투자 여력이 감소한 기업은 17.6%로 집계됐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 변화가 빠른 상황에서 시간이 가장 중요한데 규제로 인해 시장 진출이 지연되면 스타트업이 혁신의 기회를 놓치게 되고, 이는 대기업 등과 격차가 더 벌어지게는 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빠르게 제도를 마련해 그 안에서 스타트업이 발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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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마이너스 성장을 준비해야 하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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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다면적입니다. 내공이 쌓인다는 것은 다면성을 두루 볼 수 있다는 뜻이라고 생각하고, 하루하루 내공을 쌓고 있습니다. 쌓아놓은 내공을 여러분과 공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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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GDP 성장율 0.1%, 순수출 -0.8% 타격 탓
지난 분기 역성장 비하면 다행 vs. 기대치였던 0.5%보다 낮아 '쇼크'
4분기 1% 이상 성장 없으면 올해 연간 2% 성장 어려울 것 전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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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한국 GDP(국내총생산) 성장율이 0.1%로 발표됐다. 발표를 담당한 한국은행 신승철 경제통계국장도 0.1%라는 수치가 자못 충격적인지 숫자를 읽으면서 기자들 눈치를 살피는 모습이었다. 발표장에 참석한 한은의 팀장, 과장들도 눈치를 봤다. 자신들의 잘못은 아니지만 부끄러운 숫자라는 것은 인식을 했다는 얘기다.

밖에서는 반도체·자동차 중심 국가, 안에서는 마이너스 성장을 겨우 면한 나라

지난 1분기까지만 해도 한국 경제 성장의 핵심은 수출이었다. 1분기 내수가 0.5% 성장하는 동안 순수출이 0.8% 성장하면서 민간이 1.2% 성장, 정부 지출이 1.0%의 성장을 견인했었다. 정부가 선거철을 맞아 급하게 예산을 끌어쓴 이후로 2분기 연속 사실상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 됐다. 그마저도 3분기에 썼던 각종 내수 진작책이 효과로 내수가 0.9% 성장하지 않았다면, 3분기에도 2분기에 이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을 상황이었다.

일반적으로 해외에서는 한국을 '반도체와 자동차 기반 수출 중심 국가'라고 표현한다. 그런데 한국의 대표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에서 수요처를 구하지 못해 20조원의 재원을 투입한 평택 공장 가동을 대폭 축소한 상태다. '반도체 겨울론'을 주장하는 모건스탠리의 애널리스트는 그 이유 중 하나로 중국이 엄청냔 물량으로 저가 D램을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는 점을 든다. 그간 한국의 먹거리였던 반도체 중 SK하이닉스가 우연히 만들었던 HBM(고대역폭메모리)을 제외하면 사실상 곳간을 비우는 시대가 된 셈이다.

자동차 산업도 마찬가지다. 최근 현대자동차가 인도 주식시장에 무려 26조원 규모로 상장에 성공했지만, 현대차가 이번 상장으로 마련한 4조원 규모의 자금을 한국에 갖고 올 것으로 기대하는 관계자는 없다. 인도에서 마련한 자금인 만큼, 인도 발전에 쓰여야 현대차가 인도 시장에서 인도에 안착한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줄 수 있어서다.

현대자동차는 IMIF(국제통화기금) 구제 금융기 이전인 1996년 5월, 처음 인도의 타밀나두 지역에서 인도 사업을 시작한지 28년 만에 상장에 성공했다. 인도와 더불어 미국, 튀르키예, 체코 등의 해외 공장에서 생산하는 물량 목표만 2030년까지 555만 대에 달한다. 반면 국내 생산량은 200만 대에도 미치지 못한다. 지난해 말에 발표된 현대차그룹의 2024년 계획에 따르면 현대차 434만 대 중 국내 190만 대, 해외 244만 대, 기아 314 만대 중 국내 159만 대, 해외 155만 대 생산을 목표로 한다. 한국 대표 기업의 글로벌 성장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수십 년 동안 조금씩 해외 이전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셈이다.

더구나 한국의 양대 먹거리 산업들 중 한 쪽은 중국 저가 시장에서 이미 추격당한 상황이다. 이는 이미 LCD 디스플레이와 스마트폰 시장을 통해 확인됐다. 기술 발전에 성공해도 고가 상품 위주로 시장이 축소되고, 기술 발전에 실패하면 시장에서의 독점적 지위를 완전히 잃게 된다. 이런 가운데 다른 한 쪽은 글로벌화에 성공했지만 해외의 근로자들과 투자자들에게 더 수익을 안겨주는 산업이 됐다. 산업 자체의 성장 여부와 별개로 한국에서의 성장이 지지부진한 상황은 지극히 당연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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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

영국 극작가이자 배우인 찰리 채플린은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라는 표현을 쓴 적이 있다. 한국 경제 상황이 딱 그렇다. 외부인들의 눈에는 가난을 탈출한 거의 유일한 나라지만, 정작 내부로는 곪아들어가고 있고, 기업들은 글로벌 경쟁에서 허덕이거나 아예 생산단가가 낮은 시장으로 조금씩 탈(脫)한국을 시도하는 중이다.

이번 3분기 GDP 성장률 발표장을 나오던 기자들은 0.1% 성장이라는 수치에 '쇼크'라는 표현을 썼지만, 한국 대표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 상황을 놓고 볼 때, 얼마 지나지 않아 '플러스 성장' 자체에 감사해야 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르는 상황이 됐다. 이와 관련해 한 스타트업 대표는 "한국에서 사업을 하겠다는 생각 자체가 틀렸던 것을 뒤늦게라도 인정해야 한다"며 "해외 기업들처럼 노동 단가가 낮은 동남아와 인도 시장에서 인력을 채용하고, 객 단가가 높은 미국, 서유럽 시장에서 매출을 만들어내는 데 집중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현대자동차처럼 30년 가까운 시간을 준비해야 겨우 해외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비관론으로 답변하니 "한국은 이제 마이너스 성장만 남은 나라"라며 "차라리 해외 시장은 성공 가능성이라도 있다"는 자조적인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유럽 및 아시아 지역의 동반 부진과 미국 제조업의 나홀로 성장 원인으로, 전쟁으로 인한 공급 충격 중에 미-중 갈등을 빌미로 미국이 제조업을 독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평가한다. 실제로 중국 및 화교 자본이 운영하던 사업에 투입된 막대한 투자금이 모두 미국으로 돌아가면서 중국은 자본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1990년대 일본, 1998년 한국과 비슷한 불황에 직면했고, 중국 의존도가 높았던 한국, 독일 등의 국가들은 성장에 치명타를 맞았다. 반면 미국은 그간 중국과 독일이 누려온 글로벌 공급망의 제조업계 지위를 승계해 나홀로 성장을 구가할 수 있었다.

사라진 중국 시장 메워넣으려면 오랜 시간 필요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경제 위기로 자본금이 일시에 증발하면 수년 간의 경제 성장이 있어야 겨우 회복이 되는 것처럼, 중국 시장이라는 '상수'가 '변수'도 아니고 '0'으로 바뀐 상황에서 한국 경제가 중국의 빈 자리를 메워넣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본다. 한국이 경공업 기반 소비재를 중국에서 수입하고, 반도체를 비롯한 기술 제품을 중국에 수출하면서 글로벌 공급망의 일부를 형성했으나, 미-중 갈등과 중국의 기술 발전 탓에 한국의 대중 수출이 사실상 사라진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IMF 구제금융기에 무너진 기업들의 운명과 마찬가지로 이번 위기에 무너진 기업들이 보유한 기술 역량, 그 기업들이 고용으로 만들어낸 사회적 자본들이 다시 한번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지난 4월 퇴임한 서영경 전 금융통화위원은 금리가 단순히 금융시장에만 영향을 주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국가 기술 발전, 기업의 운명 등 시스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퇴임사에서 밝혔다. 내수 부진, 경기 침체라는 불평 불만의 목소리가 큰 것을 알고 있지만 집값 폭등을 막기 위해서 이자율 인하를 늦출 수밖에 없다고 발표하던 이창용 한은 총재도 같은 이해를 갖고 있을 것이다. 서울대 경제학부 수업 시간에 "IMF 구제금융으로 잃어버린 사회적 자본을 다시 복구하는 데 수십 년이 걸렸다"며 "금융 시장의 문제를 금융 시장 안에서만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설명을 항상 덧붙였다는 것이 당시 이창용 교수의 수업을 들었던 학생들의 회고다.

이미 이 총재는 낡은 경제 구조의 한계가 온 만큼, 더 늦기 전에 구조개혁에 나서야 한다는 발언을 지난해부터 꾸준히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개혁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탈한국에 성공한 기업은 해외 시장에 아예 못을 박으려고 하고 있고, 탈한국에 성공 못한 기업은 중국에 시장을 빼앗기는 중이다. 단순히 기준금리의 인하폭이나 속도에 대한 결정이 아니라, 국가 시스템의 전반적인 개혁이 이미 상당히 늦은 상황이라는 점을 관가의 관계자들이 인식해야 하는 시점이다. 더 늦으면 오늘처럼 GDP 0.1% 성장에 '쇼크'라는 표현을 쓴 시절이 좋은 시절이었다고 상기하게 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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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부진이 내수 회복 효과 상쇄했다" 한국 3분기 GDP 성장률 0.1% 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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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미진한 3분기 경제 성장률, 순수출 성장 기여도 -0.8%p
한국은행 "연간 2.4% 성장 어려워, 내달 중 전망치 조정"
글로벌 제조업 경기 둔화·中 경기 침체, 韓 경제 성장 악재 될까
gdp_20241024

우리나라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한국은행 전망치를 크게 밑돈 것으로 확인됐다. 민간소비를 비롯한 내수가 회복세를 보인 가운데, 경제를 지탱하던 수출이 눈에 띄게 위축되며 성장에 제동이 걸린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은 수출이 침체 국면에 접어든 것은 아니지만, 차후 글로벌 제조업 부진·중국의 경기 침체 등이 수출 시장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를 내놨다.

3분기 GDP '성장 쇼크'

24일 한국은행은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직전 분기 대비·속보치)이 0.1%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지난 2분기 역성장 충격에서 한 분기 만에 벗어났지만, 반등 폭은 사실상 미미한 수준이다. 우리나라 GDP 성장률은 올해 1분기 1.3%까지 치솟은 뒤 2분기 -0.2%로 마이너스 전환한 바 있다.

생산 항목별로 보면 3분기 민간소비는 0.5% 증가했다. 승용차와 통신기기 등 재화 소비와 의료, 운수 등 서비스 소비가 나란히 성장한 결과다. 정부소비는 건강보험 급여를 중심으로 0.6% 증가했다. 설비투자는 기계류와 운송장비가 늘면서 6.9% 늘었고, 건설투자는 건물건설과 토목건설이 모두 줄면서 2.8% 감소했다.

내수의 성장률 기여도는 0.9%p로 확인됐다. 민간 소비가 0.2%p, 정부소비가 0.1%p, 총고정자본형성(투자)이 0.2%p 성장을 늘렸다. 문제는 해당 기간 이어진 수출 부진 기조가 내수 회복 효과를 상쇄했다는 점이다. 수출에서 수입을 뺀 순수출의 성장 기여도는 -0.8%p로 나타났다. 수출의 기여도가 -0.2%p, 수입의 기여도가 -0.6%p였다. 이와 관련해 한은은 "비IT 품목의 수출 부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IT 품목의 성장세까지 둔화되면서 순수출의 마이너스 기여도가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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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성장 전망치 조정 불가피

3분기 성장률은 한은이 지난 8월 처음 공개했던 분기 성장률 전망치에 크게 미치지 못한 수준이다. 한은은 당시 우리나라의 3분기 GDP가 직전 분기 대비 0.5%, 전년 동기 대비 2.0% 성장할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실제 3분기 전기 대비 성장률은 전망치의 5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은 1.5%로 전망치를 0.5%p 밑돌았다.

분기 전망이 완전히 틀어지면서 한국은행의 연간 성장률 전망치(2.4%) 역시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2024~2025년 성장률과 관련된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내수 회복 속도, 주요국 경기와 IT 사이클, 글로벌 교역 조건 변화 등을 면밀히 점검해 다음 달 다시 경제에 관해 전망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도 직접 성장률 전망치 조정을 시사하고 나섰다. 신 국장은 24일 ‘2024년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속보)’ 설명회에서 "(산술적으로) 4분기 성장률(전기 대비)이 1.2% 이상 나와야 연간 성장률이 2.4%가 될 수 있는데, 2.4%는 어렵다고 본다"며 "3분기 실적이 나와 불확실성이 확인됐으니 이를 반영해 11월 전망에서 성장률을 다시 조정하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밝혔다. 한은은 다음 달 28일 수정 경제 전망을 발표할 예정이다.

韓 수출 시장 변수는?

다만 한은은 3분기의 수출 부진이 '수출 침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신 국장은 "3분기 수출이 마이너스긴 하지만, 교역 여건과 해외 수요 등을 고려했을 때 심각한 수출 침체 신호라기보다 조정 과정으로 해석하고 있다"며 "수출 호조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게 일반적 견해"라고 발언했다. 단 글로벌 제조업 경기 회복세 둔화, 중국 내수 부진 우려 등은 수출 관련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고 부연했다.

실제 최근 주요국들의 제조업 관련 지표는 줄줄이 악화하는 추세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에 따르면 미국의 9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7로 예비 집계됐다. 이는 15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자 기준치(50)를 밑도는 수치로, PMI가 기준치를 하회할 경우 업황이 위축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해석한다. 중국의 제조업 PMI 역시 5월(49.5)부터 5개월 연속 기준치 이하에서 머무르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의 9월 제조업 PMI는 49.8이다.

우리나라 수출 시장의 가장 큰 변수로 꼽히는 중국의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도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중국 통계국 발표에 따르면 3분기 중국의 GDP 성장률은 4.6%를 기록했다.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중국 정부가 목표로 하는 ‘5% 성장’을 달성하지 못한 것이다. 이에 중국 정부는 성장 둔화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9월 말부터 금리 인하, 주식 및 부동산 시장 지원 대책, 대형 국유은행 재자본화 등의 경기 부양책을 줄줄이 도입·발표하고 나선 상태다. 이와 관련해 한 금융권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책이 유의미한 효과를 내지 못할 경우, 중국을 최대 수출국으로 두고 있는 우리나라에도 타격이 돌아올 수밖에 없다"며 "일각에서는 4분기 GDP 성장률마저 한국은행 전망치(0.6%)를 밑돌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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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증하는 건설업계 임금 체불 사례, 다단계 하도급 구조·업황 침체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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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차 협력사 파산, 원청사가 임금 달라" 건설 현장 노동자들 호소
건설업계 임금 체불 규모 확대, 반복되는 하청에 책임 소재 불명확
업황 침체로 지불 여력 잃은 건설사들, 지방 중소 건설사 '줄도산'
Unpaid Wages_20241023

동부건설이 짓는 충남 아산 하나머티리얼즈 2공장의 하청업체 직영 근로자 100여 명이 임금 체불 문제 해결을 위한 시위에 나섰다. 동부건설의 1차 협력사인 금강티디씨가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채 파산하자, 원청사인 동부건설에 임금 지급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업계에서는 하나머티리얼즈 2공장의 사례가 현재 건설업계 전반에 만연한 임금 체불 문제를 여실히 보여준다는 평이 나온다.

하나머티리얼즈 2공장 노동자, 10억원 못 받았다

2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하나머티리얼즈 2공장에서 칸막이(수장) 공사, 비계 공사 등을 수행한 근로자들은 전날 오전 8시 동부건설 본사 앞에서 임금 체불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시위를 진행했다. 공장의 수장 공사를 맡았던 이동규 새로컴퍼니 소장은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동부건설의 1차 협력사인 금강티디씨가 직영 근로자 100여 명의 4개월분 임금 지급을 미루다가 지난 8월 갑자기 파산했다”며 “원청사인 동부건설은 금강티디씨가 근로자들의 임금을 제때 지급하지 않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금강티디씨에 기성 공사 대금을 납부했으니 관련이 없다는 식으로 사실상 방관했다”고 주장했다.

이 소장은 “건설 근로자들은 3개월 넘게 임금을 받지 못하면서도 원청인 동부건설 관계자의 ‘인건비만큼은 문제없이 지급하겠다’는 말을 믿고 동부건설이 요구한 돌관(야간)공사까지 진행했다”며 “금강티디씨가 임금 지급을 미루고 있었어도 국내 유명 건설사인 동부건설이 책임지고 준다는 말에 꾹 참고 공사에 매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소장에 따르면 금강티앤씨가 근로자들에게 지급해야 하는 올해 1~4월 임금은 칸막이(8억8,000만원), 비계(2억1,000만원) 등 총 10억9,000만원이다.

하지만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는 금강티디씨는 건설 경기 침체로 인한 경영 악화로 지난 8월 21일 파산했다. 이에 금강티디씨 직영 근로자들은 원청사인 동부건설에 관리 소홀 문제를 지적하며 임금을 대신 지급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동부건설은 금강티디씨와 체결한 공사 계약에 따라 적법하게 인건비, 자재비 등 공사 대금을 모두 지급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반기 건설업계 임금 체불 2,478억원

업계에서는 하나머티리얼즈 2공장의 사례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평이 나온다. 최근 들어 건설 현장 곳곳에서 임금 체불 사례가 속출하고 있어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체 임금체불액은 1조436억원이며, 이 중 건설업 체불액은 2,478억원에 달했다. 이는 전체 체불 규모의 23.7% 수준이자, 전년 동기 대비 26.0% 급증한 수치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통계에 잡히지 않은 소규모 현장의 임금 체불 사례, 개인사업자로 분류되는 건설기계 노동자들의 임금 미지급 사례 등을 고려하면 체불 규모는 통계보다 클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건설업 임금 체불의 원인으로는 업계 특유의 다단계 하도급 구조가 지목된다. 하청이 반복되는 동안 임금 지불 책임 소재가 불명확해지면서 노동자들의 피해가 가중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건설노조 관계자는 “민간 건설 현장에서는 임금이 시행사와 원청업체, 하청업체 등을 거쳐 지급돼 혼란이 크고, 흔히 ‘중간업자’로 불리는 불법 다단계 하도급이 수수료 명목으로 임금을 일부 가로채는 경우도 있다”며 “원청이 하청업체를 거치지 않고 근로자에게 임금을 직접 지불하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건설업 경기 침체가 임금 체불 문제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황 악화로 건설사들이 임금 지불 능력을 잃으며 업계 전반의 위기가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이달 건설업의 업황 전망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51로 지난해 10월 대비 16포인트(p) 하락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9년 이후 10월 기준 역대 최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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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황 전망 '비관적'

전문가들은 한동안 건설업계의 침체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건설 수주 부진 등이 차후 건설업 업황 회복의 장애물로 작용할 것이라는 시각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지난 6월 ‘2024년 하반기 건설·부동산 경기 전망 세미나’에서 올해 국내 건설 수주 규모가 지난해보다 10.4% 줄어든 170조2,000억원에 그칠 것이라 관측한 바 있다. 이는 전년 대비 17.4% 급감한 수치다. 특히 민간 수주가 토목과 건축 모두 부진한 흐름을 보이며 전년 대비 16.1%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건설사들의 재무 부담을 가중하는 미분양 물량 역시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올해 ‘8월 주택 통계’에 따르면 소위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전국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총 1만6,461호로 집계됐다. 7월 말 대비 2.6% 증가한 수준이자, 2020년 9월(1만6,883가구) 이후 3년 11개월 만에 최대치다. 미분양 물량이 적체되면 건설사의 자금 회전에 차질이 빚어지며 업황 회복이 지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이에 생존 여력을 잃은 지방의 중소·중견 건설업체들은 줄줄이 시장에서 밀려나고 있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9월(10일 기준) 누적 기준 부도가 난 건설업체(금융결제원이 공시하는 당좌거래 정지 건설업체, 당좌거래정지 당시 폐업 또는 등록 말소된 업체 제외)는 모두 23곳으로 확인됐다. 이는 동기 기준(1~9월) 지난 2019년(42곳) 이후 최대 수준이다. 건설사 폐업 신고 수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올해 들어 8월까지 집계된 누적 종합건설사 폐업 신고 건수는 330건으로, 전년 동기(266건) 대비 24.1% 늘었다. 같은 기간 접수된 전문건설사 폐업 신고도 1,410건으로 107건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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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회사 추가 출자 단행한 ABL생명, 매각 앞두고 '건전성 제고' 총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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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L생명 자회사 출자, 우리금융 인수 움직임 고려했나
당국 자회사 편입 심사 엄격해질 가능성 높아, 킥스비율 '위기'
ABL생명, 후순위채 발행 등으로 자본 확충 착수
abl_aba_20241022

ABL생명이 자회사형 법인보험대리점(GA)인 ABA금융서비스에 추가 출자를 단행했다. 최근 불거진 우리은행 부정 대출 논란으로 당국의 우리금융지주 자회사 편입 심사가 엄격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자회사 출자 및 후순위채 발행 등을 통해 자체적인 건전성 제고에 박차를 가하는 양상이다.

ABL생명, 자회사에 142억원 투입

22일 ABL생명은 지난 9월 이사회 승인을 거쳐 자회사형 GA ABA금융서비스에 142억원 규모의 추가 출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ABA금융서비스의 자본금은 331억원으로 확대됐다. ABA금융서비스는 이번 자본 확충을 계기로 인수합병(M&A)을 통한 외부 조직 도입, 영업조직 경쟁력 강화 등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시장에서는 ABL생명의 자회사 출자가 우리금융지주의 인수 움직임을 고려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지난 8월 우리금융은 이사회를 열어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를 결의, 중국 다자보험그룹 측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바 있다. 인수 지분 규모와 금액은 각각 동양생명 지분 75.34%(1조2,840억원), ABL생명 지분 100%(2,654억원)다.

관건은 금융당국의 M&A 승인 여부다. 업계에서는 당국이 우리금융 자회사 편입 심사에 비교적 엄격한 잣대를 적용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최근 불거진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친인척 관련 부적정 대출 문제가 동양생명·ABL생명 M&A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시각이다. 금융지주회사법 17조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자회사를 새로 편입하는 금융지주사에 대해 사업 계획 타당성을 비롯해 재무 상태, 경영 관리 등 승인 요건을 심사해야 한다.

kics_20241022

저조한 킥스비율, 심사 장애물 될까

우리금융의 내부 통제 리스크로 당국의 심사가 엄격해질 경우, 킥스(K-ICS)비율 등 ABL생명의 경영 건전성 역시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킥스비율이란 지난해부터 시행된 신 국제회계기준(IFRS17)에서 과거 지급여력(RBC)비율을 대체하는 개념으로, 보험사의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눠 계산한다. 일시에 보험금 지급 요청이 들어왔을 때 보험 계약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는 여력을 알 수 있는 셈이다. 킥스비율이 보험사의 자본 건전성 평가 지표로 활용되는 이유다.

올해 6월 말 기준 ABL생명의 킥스비율은 144.5%로 금융당국 권고치(150%)를 소폭 밑돌고 있다. 보험업법상 킥스비율 최소치는 100%지만, 대부분의 보험사는 자산 건전성에 대한 시장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킥스비율을 150% 이상으로 유지하고 있다. 6월 말 기준 국내 보험사의 평균 킥스비율은 217.3% 수준이다.

현재 적용받고 있는 경과조치 효과를 제외하면 ABL생명의 킥스비율은 100% 안팎까지 떨어지게 된다. 경과조치는 지난해 회계 기준 전환과 함께 감독당국이 마련해 둔 임시방편으로, 보험사들의 가용자본과 요구자본의 변동을 최장 10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인식하도록 한 조치다. 경과조치가 적용되는 동안은 경과조치 적용 전 킥스비율이 다소 낮아지더라도 감독당국이 직접 개입은 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경과조치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효과가 줄어들며, 최종적으로는 경과조치 적용 전후의 킥스비율이 비슷해지게 된다.

"건전성 끌어올려라" ABL생명의 전략

이에 ABL생명은 킥스비율 제고를 위한 자본 확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앞서 지난해 ABL생명은 운영 자금 확보를 위한 10년물 무보증후순위사채를 발행한 바 있다. 당초 700억원 규모로 발행 예정이던 사채는 600억원 증액된 1,300억원으로 발행됐다. 수요예측에서는 전액 미매각됐지만, 한국투자증권이 인수 금액의 0.30%를 대가로 총액을 인수했다. 발행금리는 공모희망금리 연 6.00~6.60%의 최상단인 6.60%로 결정됐다.

지난달 20일에는 2,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이 진행되기도 했다. 희망 금리밴드는 5.40~6.00%로,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3,000억원까지 증액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열어뒀다. 수요예측 종료 이후 들어온 매수 주문은 2,230억원 규모였으며, 금리는 5.9% 선에서 결정됐다.

업계에서는 ABL생명의 이번 자회사 추가 출자 역시 후순위채 발행과 유사한 '건전성 제고' 전략이라는 평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 입장에서 경영 상태 건전성은 매우 중요한 심사 요소 중 하나"라며 "(ABL생명이) 우리금융지주의 인수 행보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자체적으로 건전성 방면에서 손을 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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