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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E 코인 시세조종으로 71억원 챙긴 일당, 가상자산법 첫 적용 사례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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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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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E 시세조종 사건 4차 공판
금융당국, 가상자산법 시행 맞춰 조사
전담 제도 구축으로 규제·처벌 강화
ACE 코인 발행 재단에서 출시한 유틸리티 게임 '퓨저니스트'/사진=퓨전인터렉티브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서 처음으로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가보법)’이 적용될 것으로 보이는 퓨저니스트(ACE) 시세조종 사건이 공판을 거듭하면서 그 실체를 속속 드러내고 있다. 시세조종에 가담한 이들은 고가 매수로 거래량을 부풀리고, 허수 매수 방식으로 매수세가 유입되는 착시효과를 연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가보법에서 엄격히 금지한 ‘불공정거래행위’에 해당할지 주목하는 모습이다.

‘히트’ 거래로 하루 사이 거래량 15배 뛰어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서울남부지법 제14형사부(부장판사 이정희) 심리로 열린 ACE 시세조종 사건 4차 공판에서는 가상자산업체 F사의 대표 이모 씨(33)와 해당 업체 전 직원 강모 씨(28)의 텔레그램 대화와 통화 녹취록 등이 제출됐다. 이들 피고인은 지난 2024년 7월부터 10월까지 자동매매 프로그램(월봇)을 이용해 거래량을 부풀리고 허수 매수 주문을 반복해 약 71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구속기소 된 상황이다.

이날 검찰이 제시한 증거에서 이 씨는 ACE 코인의 거래량을 늘리기 위해 허위 매수 주문과 자동화된 거래 프로그램 사용을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통화 녹취에서 그는 “10% 정도 올리는 그림만 보여주면 된다”고 발언했다. 피고인들이 시장가 매수와 허위 주문을 통해 특정 거래소에서 시세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리고, 이를 토대로 다른 투자자들을 유인했다는 게 검찰 측의 지적이다.

앞선 3차 공판에서는 피고인들이 ACE 시세조종에 사용한 수법 2가지로 ‘히트’와 ‘허수 매수’가 공개된 바 있다. 먼저 히트는 현 시세보다 높은 가격으로 지정가 매수 주문을 제출하고,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지정가 매도 주문을 내서 무조건 매매가 체결되게 하는 수법이다. 자전거래와 유사하게 거래량을 부풀리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일반적으로 가상자산 시장에서 거래량 증가는 거래가 상승의 신호로 읽힌다.

피고인들의 히트 거래 영향으로 ACE 코인 거래량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검찰에 의하면 2024년 7월 1~21일 빗썸의 ACE 일평균 거래량은 16만 개였는데, 시세조종이 개시된 7월 22일 약 2,405만 개로 하루 사이 15배가량 급증했다. 해당 일자 거래량 중 히트 주문이 차지한 비중은 88.69%에 달했다. 중국계 개발자가 주도한 웹3.0 기반의 P2E 게임 프로젝트 ACE 코인은 국내 거래소 중엔 빗썸에만 상장돼 있다.

검찰은 허수 매수 주문 또한 문제로 지적했다. 이들 피고인은 매수 주문량을 가장하기 위해 직전 체결가 대비 일정 비율로 나눠 5단계 저가 매수 주문을 제출한 뒤, 3초 후 자동 취소하고 다시 저가 매수 주문 제출을 반복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 같은 주문은 실제로 체결되는 경우가 거의 없어 일반 투자자가 보기에는 대량 매수주문이 제출되는 것처럼 보이고, 그 결과 매수세가 유입된다고 착각하게 된다”고 짚었다.

이에 대해 피고인 측 변호인은 “허수 주문이나 거래량 부풀리기는 알고리즘 매매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일반적인 현상”이라며 이를 시세 조종의 증거로 삼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향후 예정된 공판에서 거래소와 위탁판매 계약 관계자 등을 증인으로 신청해 공모 여부와 거래 경위를 보다 구체적으로 입증할 방침이다.

금융당국 조사 인프라 자체 구축, 가상자산법 1호 패스트트랙

이번 사건은 가보법 시행 이후 금융 당국의 조사를 거쳐 검찰에 통보된 첫 번째 사례다. 금융 당국은 가상자산 거래소로부터 심리결과를 통보받고, 대용량 매매데이터 분석플랫폼 등 자체 구축한 조사 인프라를 활용해 약 2개월의 조사를 진행한 후 패스트트랙을 통해 조사 결과를 검찰에 이첩했다. 가보법 제10조 ‘불공정거래행위 금지’ 조항이 적용될 가능성이 농후한 만큼 이번 재판 결과는 향후 유사 사건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지난해 7월 시행된 가보법은 가상자산 시장에서 이뤄지는 미공개 중요 정보 이용, 시세 조종, 부정 거래 등을 제재할 수 있는 근거를 담고 있다. 법 위반 시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부당이득에 따른 벌금이 부과된다. 그간 가상자산은 한 종목이 여러 국가와 거래소에 분산 상장돼 24시간 거래되는 데다, 코인의 발행·공시 규제가 명확하지 않은 탓에 불공정 거래 발생 우려가 크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전담 제도가 없어 형법상 사기 규정을 대신 적용하는 등 규제와 처벌 또한 제한된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었다.

하지만 법적 근거가 마련됨에 따라 금융당국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금융 당국은 코인 거래소의 이상 거래 상시 감시 시스템과 금감원 신고 센터에 접수된 피해 사례, 자체 시장 모니터링 등을 통해 코인 불공정 거래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를 마치면 가상자산조사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조치안을 의결하는 식이다. 금융 당국은 금융위원회 내 가상자산과, 금융감독원 내 가상자산조사국 등 전담 조직을 설치하고, 법 시행령·시행세칙 등 하위 법규도 마련한 상태다.

상한가·하한가 없어 더 취약

가상자산 시장에서 시세조종 및 사기 행각은 꾸준히 반복되는 현상이다. 비교적 최근의 사례로는 지난해 검찰의 조사 대상이 된 베이직(BASIC) 코인 관련 사기 사건을 꼽을 수 있다. 베이직 코인은 지난해 4월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닥사)의 결정으로 국내 주요 거래소에서 상장 폐지됐다. 코인 발행사의 전직 이사 김모 씨는 해당 코인이 상장 폐지된 날 사임했다.

검찰은 김씨가 가상자산 시장에서 굵직한 사건 및 주요 인물들과 얽혀 있다고 봤다. 특히 스캠코인(사기성 암호화폐) 전문처리업자로 활동하며 150억원 대의 퀸비(QBZ) 코인 판매 사기 사건에 연루된 심모 씨와의 관계에 주목했다. 이들이 해외 법인으로부터 투자를 유치받거나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는 등 허위·과장 홍보기사를 배포하고, 이를 명목으로 거래소 이벤트를 유치해 코인을 대량 판매하는 사기 행각을 저질렀다는 지적이다.

고가매수를 통한 시세조종은 스캠코인 사건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된다. 매도 호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매수 주문을 내 가격을 올리는 해당 방식은 소위 ‘긁어 올리기’라는 은어로 불린다. 주식시장과 달리 가격 제한이 없는 코인 시장에서는 상한가와 하한가가 따로 없어 고가매수의 영향을 더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

유튜브나 소셜미디어를 활용하는 것도 시세조종에서 흔히 쓰이는 수법이다. 구독자가 많은 유튜브 방송을 활용해 유망 종목이라며 특정 코인을 추천하고, 추종 매매 세력을 늘려 시세를 띄우는 방식이다. 과거 ‘청담동 주식부자’로 이름을 알렸던 이희진 씨와 동생 이희문 씨도 이 같은 방식으로 코인 3개를 허위 홍보하고 시세를 조종해 900억원에 달하는 돈을 챙긴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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