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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순이자이익 7천억원 상당
비이자부문 수익 개선 요원한 실정
지방은행 동행 ‘반짝’ 성과 그칠라

인터넷전문은행 토스뱅크(toss bank)가 지난해 창립 이래 첫 흑자를 달성한 가운데, 플랫폼 사업에서는 좀처럼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자수익 확대에 집중한 결과 흑자 전환에는 성공했지만, 비이자 부문 손실은 도리어 확대된 것이다. 토스뱅크 운영사인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또한 이 같은 수익 구조에 실적 대부분을 의존하는 탓에 플랫폼 기업으로의 정체성 확립에 적잖은 난항을 겪는 모습이다.
‘이자 장사’ 분전에 가까스로 흑자 전환
10일 토스에 따르면 토스뱅크는 지난해 457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첫 연간 흑자를 달성했다. 2023년 175억원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으며, 지난해 4분기(10∼12월)에는 112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이는 여섯 분기 연속 흑자 행진이자, 직전 분기(100억원)보다 12% 늘어난 수치다. 토스 역시 토스뱅크의 수익 구조를 그대로 반영해 지난해 21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지분법에 따른 토스뱅크 실적 반영분은 129억원으로 전체 순익의 60.5%를 차지했다.
토스뱅크가 흑자 전환에 성공한 데는 고금리 환경에서 이자 이익이 불어난 영향이 컸다. 토스뱅크의 지난해 순이자이익은 약 7,641억원으로 전년(5,548억원) 대비 37.7% 증가했다. 이로써 순이자마진(NIM·2.53%)은 전년(2.18%)보다 0.35%p 높아졌다. 여신 규모 역시 같은 기간 12조4,000억원에서 14조6,000억원으로 17.7% 늘며 증가세를 이어갔다.
토스는 자사가 다양한 플랫폼 서비스를 전개 중인 만큼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앱)에서 발생한 모든 수익을 플랫폼 수익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은 이자수익 외 분야에서 뚜렷한 성과를 입증하지 못하면서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2021년 136억원에 그쳤던 토스뱅크의 순수수료손실은 2022년에는 477억원, 2023년 508억원, 2024년 557억원으로 3년 사이 300% 넘게 증가했다.
토스뱅크는 꾸준한 금융 소비자를 확보해 장기적으로 비이자부문 수익을 개선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수수료 관련 서비스에서 얻는 수익보다 ATM수수료와 체크카드 캐시백 등을 통해 고객에게 제공하는 혜택의 비용이 큰 건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수수료 수익 증가율이 비용 증가율보다 높아 충분히 개선이 가능하다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토스뱅크의 수수료수익은 83.4% 증가했으며, 수수료비용 증가율은 51.3%를 기록한 바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긍정적 해석에도 업계의 반응은 냉담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토스뱅크를 비롯한 인터넷은행들이 낮은 비용과 비대면 강점을 내세우고 있지만, 플랫폼 기반의 수익 모델이 안정적인 구조를 갖췄다고 평가하긴 이르다”고 꼬집으며 “기존 시중은행들도 이자이익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애쓰고 있는 만큼 특정 부분에 집중된 수익구조로는 플랫폼 기업으로서의 정체성을 완성하긴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자력 성장에 한계 뚜렷
지난해 토스뱅크의 흑자 전환을 이끈 이자수익 가운데 상당 부분이 지방은행과의 협업에서 발생했다는 점도 회의적 평가에 무게를 싣는다. 지난해 하반기 광주은행과 함께 출시한 공동대출이 대표적이다. 해당 대출은 토스뱅크가 플랫폼 기반으로 고객을 유치하고, 양사가 자금을 절반씩 조달해 대출을 내주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토스뱅크는 이를 통해 자본 부담을 해소하고, 광주은행의 판매채널 확대 등 ‘윈윈 전략’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두 은행의 협업은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졌다. 지난해 8월 출시된 토스뱅크·광주은행의 ‘함께대출’은 초기 3개월간 2,780억원을 신규 공급했으며, 올해 2월 기준 누적 공급액은 6,648억원에 달했다. 토스뱅크는 광주은행에 그치지 않고 iM뱅크(옛 대구은행) 등 시중은행으로 협업 파트너를 늘려간다는 구상이다.
문제는 이 같은 성과가 토스뱅크의 장기적 성장에 미칠 영향은 매우 제한적이라는 데 있다. 공동대출로 인한 대출액 6,000억원 증가는 주택담보대출 증가세에 비해 매우 미미한 수준인 탓이다. 토스뱅크는 3대 인터넷은행 중 유일하게 주담대를 취급하지 않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주담대 잔액이 각각 2조9,000억원, 1조3,200억원 늘어났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토스뱅크와 경쟁사들의 여신 규모는 더 크게 벌어질 것이란 지적이다. 지금과 같은 이자수익 증가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확신할 수 없는 이유다.

혁신보다 수익 증대에 방점
토스가 커머스 경쟁력 강화에 열을 올리는 것 또한 이와 무관치 않다. 자사의 간편결제 시스템 ‘토스페이’ 이용률을 높여 수익 구조를 다각화한다는 전략이다. 토스는 기존의 유통 채널들과는 구별되는 고객들과의 접점을 앞세워 셀러들을 공략했다. 자사가 확보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타깃 광고가 가능하다는 게 토스의 설명이다.
그러나 모호한 수수료 정책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토스 공동구매를 예로 들면, 결제 수수료 3%와 상품 등록 수수료 7%를 합친 10% 내외의 수수료를 판매자 측에 부과한다. 이는 통산 4~5% 정도의 수수료를 요구하는 네이버 쇼핑의 2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높은 수수료만큼 다양한 가치를 제공해야 하지만, 신규 고객 창출을 통한 매출 성장 기회 등은 요원하다는 게 커머스업계의 중론이다.
광고 부문에 대한 평가 또한 기대와 달리 전개되는 양상이다. 토스는 매출이 일정 규모 이상 커지면 영업이익률도 함께 늘어나는 플랫폼 비즈니스 특성상 만보기, 친구 초대 등으로 포인트를 지급하고, 이를 기반으로 광고를 집행해 이익을 낼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수시로 변하는 정책 탓에 이용자들의 불만이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한 이용자는 “그동안 걷는 만큼 포인트를 얻는다는 취지가 좋아 토스 만보기를 꾸준히 이용해 왔다”면서 “그런데 이제는 행운 복권을 긁어야 포인트를 주고, 그마저도 랜덤으로 바뀌면서 계속 이용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토스는 여러 비판의 목소리 속에서도 수익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승건 토스 대표는 지난달 28일 회사가 배포한 실적 발표 보도자료에서 ‘플랫폼 구조 고도화’와 ‘수익성’이라는 표현을 언급하며 기존 사업의 수익화를 시사했다. 그는 “토스 앱 출시 10년 만에 거둔 흑자 전환의 성과는 토스의 성장 전략이 안정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자평하며 “앞으로도 사용자 중심의 서비스 혁신과 플랫폼 구조 고도화를 통해 수익성과 성장성을 함께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