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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재편 속도 높인 포스코, 첫 정리 대상은 중국 장가항 제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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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합작법인 PZSS 매각 결정
철강 감산 기조에 투자자 물색 난항
성장 정체 극복 카드는 ‘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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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철강 시장이 기나긴 한파를 지나는 가운데 포스코가 시장 철수에 나선다. 1997년 중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현지에 설립한 스테인리스강 공장을 매각하면서다. 적자 사업 매각 등 포스코의 사업 재편이 속도를 높였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포스코는 인도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모습이다.

지난해 영업적자 1,700억원 육박

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포스코그룹은 중국 합작법인 장자강포항불수강(PZSS)을 매각하기로 결정하고, 투자자를 물색 중이다. 매각 가격은 5,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며, 포스코는 PZSS 매각을 위해 국내 대형 회계법인 한 곳을 주관사로 선정했다.

포스코가 PZSS 매각을 결정한 배경에는 급격한 수익 악화가 있다. PZSS는 2019년 연 113만4,000톤을 생산했지만, 지난해 83만9,000톤으로 생산량이 급감했다. 해마다 수백억원을 기록하던 영업이익은 2022년 773억원 적자로 돌아섰고, 2023년에는 1,698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그 폭을 키웠다. 이는 포스코 해외법인 38곳 가운데 가장 큰 손실 규모다.

포스코 내부에서는 원가경쟁력 측면에서 중국 기업들과의 경쟁이 무의미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 세계 1위 스테인리스강 업체인 청산철강 등 중국 기업들의 기술력이 날로 발전하고 있어 고급화 전략도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이미 중국 내에서는 경쟁력이 약화해 PZSS의 독자 생존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하며 “공급 과잉 등 중국 시장의 침체를 감안할 때 매각이 좋은 선택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현재 PZSS의 지분은 포스코홀딩스와 포스코차이나가 각 58.6%, 82.5%를 들고 있으며, 나머지 17.5%는 중국 2위 철강회사인 사강그룹이 가지고 있다. 포스코는 전체 지분을 매입할 투자자를 찾지 못할 경우 50%가량을 매각해 공동 경영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포스코가 중국 내 철강 사업에 투자한 비용은 장쑤성 스테인리스 제강 및 열연공장 준공에 투입된 7억2,000만 달러(약 9,980억원)를 포함해 모두 10억 달러(1조 3,860억 원)를 넘는다.

업계에서는 이번 매각을 계기로 포스코의 사업 재편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지난 3월 장인화 회장 취임 이후 120개 구조개편 대상을 확정해 발표한 바 있다. 여기에는 저수익 사업 51개와 비핵심 자산 69개가 포함됐다. 올해에만 66개의 사업·자산 재편이 예정돼 있는데, 해외 사업장 가운데선 PZSS이 첫 타깃이 됐다. 포스코그룹이 운영 중인 38개 해외법인 중 지난해 적자를 낸 회사는 13개로, 가장 큰 손실을 기록한 중국 법인 외에도 아르헨티나, 튀르키에 법인 등이 700억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했다.

시장 신규 진입 막아선 중국 정부

문제는 이처럼 대규모 생산시설을 매입할 투자자를 찾기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중국 정부가 자국 내 신규 제철소 건설을 금지하는 등 철강 감산 기조를 강화한 탓이다. 중국 공업신식화부는 지난 8월 ‘철강 생산능력 교체작업 중단에 대한 고시’를 내고 자국 내 모든 지역에서 새로운 철강 생산능력 교체 중단을 지시했다. 이는 새 제철소를 건설할 때 기존 설비를 대체하도록 규정해 온 이전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 조치다. 공업신식화부는 “현재 중국 철강 산업의 수급 관계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금지 배경을 설명했다.

2020년대 들어 중국 철강은 내수 침체, 특히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한 악영향에 몸살을 앓았다. 팬데믹을 겪으며 경제 전반이 위기를 겪는 가운데 2021년에는 부동산 개발그룹 헝다의 디폴트 선언까지 겹치며 그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 7월 중국 조강(쇳물) 생산량은 전년 동월 대비 9% 줄어든 8,294만 톤으로 올해 최저치를 기록했다. 1월부터 7월까지 누적 생산량은 6억1,372만 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2% 감소했다.

이에 중국 정부는 자국 내 남아도는 철강 물량을 헐값에 수출하는 동시에 생산 물량을 줄이며 대응해 왔다. 하지만 주요 국가들이 잇따라 중국 철강에 대한 관세 장벽을 높이면서 과잉 생산 문제는 한층 심화했다. 미국은 지난 5월 중국산 철강에 대한 관세를 기존 7.5%에서 25%로 인상한 바 있으며, 10월에는 캐나다 정부가 중국 철강에 25%의 신규 관세를 부과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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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1일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오른쪽)이 사잔 진달 JSW그룹 회장과 만나 철강·이차전지소재·재생에너지 분야 사업 협력에 관한 MOU 체결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포스코홀딩스

새로운 기회의 땅, 인도

포스코는 중국을 대신할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인도를 주목했다. 가파른 경제 성장 발맞춰 인도의 철강 수요가 급증하는 등 충분한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다. 현재 포스코는 인도 마하라슈트라에 180만 통 규모의 냉연·도금 공장을 운영 중이며, 델리와 첸나이 등에 5개 도시에는 철강 가공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인도 1위 철강사 JSW그룹과 손잡고 오디샤에 연간 생산량 500만 톤 규모의 일관제철소 건설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JSW그룹과 50 대 50의 합작사를 설립하는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구체적인 제철소 준공 시점을 조율 중이다. 포스코는 해당 공장 건설 이후에도 인도 내 생산 시설을 점진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인도는 14억 인구 대국이자 2030년까지 연평균 경제성장률 6.7%가 전망되는 세계 최대 성장 시장이다. 철강 전문 분석기관 월드스틸다이내믹스(WSD)에 따르면 인도 철강 수요는 연평균 7%씩 증가해 2030년에는 1억9,000만 톤에 이를 전망이다. 현재 국내 철강 수요가 연평균 5,000만 톤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의 4배 가까운 시장으로 커진다는 의미다. 포스코는 인도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해 일정 수준의 점유율을 확보하면 내수 수요 부진 등에 따른 성장 정체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은 “경제 블록화 극복과 초격차 경쟁력 확보를 위해 인도를 비롯한 해외 투자를 적극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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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성과 부풀리기’ 차단 나선 금융당국 “IFRS17 자율 적용 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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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RS17 주요 계리가정 가이드라인 발표
해지율 현실화로 재무 건전성 제고 목적
보험사 ‘보험료 인상-판매 중단’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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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보험사들이 저마다 유리한 방식으로 회계 규정을 해석하는 ‘고무줄식 회계’가 금지된다. 상품 해지율 등을 회계에 정확하게 반영하도록 금융당국이 미세 조정에 나서면서다. 일부 보험사가 성과를 부풀리기 위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가정을 적용했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조처로, 금융당국은 이를 통해 보험사 ‘옥석 가리기’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부적절한 이익 부풀리기 안 돼”

7일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은 보험업계에 적용되는 회계제도인 IFRS17의 새로운 원칙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앞서 4일 금융위와 금감원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제4차 보험개혁회의를 열고 ‘IFRS17 주요 계리가정 가이드라인’과 ‘보험부채 할인율 현실화 연착륙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당시 회의에서 금융당국은 국내 보험사들이 무·저해지 상품의 해지율을 높게 가정하는 방식으로 이익을 부풀렸다고 판단했다. 무·저해지 상품은 보험료 완납 전 계약을 해지하면 해지환급금이 아예 없거나 적은 상품을 뜻하는데, 해당 상품의 계약 해지 고객이 많을수록 보험사의 이익이 증가한다.

금융당국은 대다수 보험사가 무·저해지 상품의 해지율이 높다고 전제해 자사의 수익성을 부풀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해외사례 및 산업통계를 분석해 보험료 완납 시점 해지율이 0%에 수렴하는 모형 중 ‘로그·선형모형’이 가장 적합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일반적으로 보험 소비자들은 손해 방지를 위해 납입 완료 시점에 가까울수록 상품을 해지하지 않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만약 로그·선형모형이 아닌 다른 모형을 적용할 경우에는 감사보고서 및 경영공시에 해당 모형을 적용하는 이유 등을 상세히 기재해야 한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원칙이 아닌 예외를 적용했을 때 그 이유와 두 가지 모형의 차이점을 명확히 설명하라는 취지로, 이를 통해 회사의 수익이 실제에 부합하는지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단기납 종신보험의 해지율도 현실화한다. 단기납 종신보험은 5~7년 동안 보험료를 납입하고 3~5년 거치 후 10년 시점에 계약을 해지하면 납입 보험료의 130%가량을 돌려받는 상품으로, 소비자들은 이를 사실상 저축성 상품으로 인식해 보너스가 지급되는 10년 시점에 해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보험사 대부분이 이를 낮게 설정해 이익을 부풀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당국은 유사한 형태인 일시납 저축성보험의 11차년도(비과세요건 충족 및 환급률 급증 시점) 평균 해지율이 29.4~30.2%라는 점을 감안, 단기납 종신보험의 해지율을 30% 이상으로 설정하도록 했다.

다수 회사가 보험 부채 산출 시 손해율 가정을 경과 기간 및 담보별로만 구분하면서 연령을 구분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가 됐다. 이 경우 연령에 따른 손해율 추세가 반영되지 않아 향후 보험부채와 보험계약마진(CSM)이 부정확하게 산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 당국은 통계가 충분한 경우에는 보험사가 직접 연령별 손해율을 산출하되, 직접 산출이 어려운 경우에는 경과 기간별 연령합산 손해율과 연령별 상대도를 활용해 간접 산출도 가능하다고 명시했다.

이번에 발표된 계리가정 가이드라인은 2024년 연말 결산부터 적용된다. 단 손해율 가정은 회사 내 결산 시스템 수정 등 물리적 한계가 있는 경우에 한해 2025년 1분기까지 반영할 수 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속 가능한 보험산업을 위해서는 보험회계에 대한 불신을 반드시 타파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이번 개선 조치를 통해 보험회사가 계리적 가정을 합리적으로 산출하는 기틀을 마련하고, 산업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성숙하는 토대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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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저해지 상품 판매 중단 가능성↑

금융당국은 이번 가이드라인이 적용되면 보험업권 지급여력비율(K-ICS)이 올해 6월 말(217.3%) 대비 약 20%p가량 하락할 것으로 추정했다. 또 개별사에 대한 영향은 기존 경과조치에 포함해 수용성을 높일 계획인 만큼 업계 전반 건전성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K-ICS는 계약자의 보험금 지급 요청에 대비해 회사가 내부에 준비해 두는 자금이 얼마나 되는가를 나타낸 비율로, 현행 보험업법은 이를 100% 이상으로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의 평가는 사뭇 다르다. 보험업법 규정과는 별개로 금감원이 K-ICS를 150% 이상으로 유지할 것을 권고한 데다가, K-ICS이 개별 보험사의 재무 건전성을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되는 탓에 20%p 하락은 그 파급력이 막대할 것이란 주장이다. 여기에 IFRS17 회계기준에 따라 보험부채를 시가로 적용하면서 금리 하락 등 회사의 재무 건전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가 급증했다는 주장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보험료 상승 및 일부 상품의 판매 중단 가능성에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특히 문제가 된 무·저해지 상품의 경우 판매 중단이 유력한 상황이다. 이들 상품은 저렴한 보험료를 앞세워 소비자를 공략해 온 만큼 보험료 인상 시 경쟁력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방안대로 해지율을 가정하면 CSM이 줄어든다”고 짚으며 “상품 수익성은 떨어지는데 리스크는 증가하고, 거기에 요구 자본도 많이 쌓아야 하니 결국 보험사 입장에서는 무·저해지 상품을 점점 팔지 않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보고 ‘또’ 손보고

무·저해지 보험과 관련한 보험사의 건전성 논란은 202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금융당국은 이들 상품의 합리적 설계·판매를 위한 해지율 산출과 검증을 위한 기준을 제시했다. 해지환급금 수준이 낮을수록 해지율을 더 낮게 적용하고, 납입 기간이 지날수록 해지율도 순차적으로 축소하는 방식이다.

이같은 행정지도에 따라 보험사들은 무·저해지 보험 상품에 적용하는 해지율의 산출 및 해당 상품 개발 과정에서 실시하는 수익성 분석에 관한 기준을 마련해야 했다. 최적해지율 가정은 최근 경험통계를 기반으로 보험상품, 해약환급금 수준, 경과기간, 납입기간을 구분해 산출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대규모 인력과 비용의 소모가 불가피했다.

해당 행정지도는 2022년 1월 시행돼 지난해 한 차례 연장을 거쳐 최근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내놓으면서 보험사들은 또 한 번 비용의 지출과 관련 상품 판매 중단 사이에서 고민하게 됐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무·저해지 보험은 매년 400만 건 이상 판매되며, 그 비중은 전체 보험의 15%에 육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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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 코리아' 한국 떠나는 외국인 투자자, 10월 한 달 새 34억 달러 빠져나가

'셀 코리아' 한국 떠나는 외국인 투자자, 10월 한 달 새 34억 달러 빠져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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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부터 외국인 투자 순유출 3개월째 이어져 
韓 떠난 자금은 대규모 부양책 발표한 中으로 몰려
시총 1위 삼성전자 등 주요 기업 '경쟁력 약화'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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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한 달간 주요 아시아 국가 가운데 한국에서만 글로벌 펀드의 투자 자금이 유출됐다. 하반기 들어 삼성전자 등 주요 기업의 부진이 겹치면서 지난달에도 주식시장에서 55억 달러가 넘는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는 등 외국인 투자자금의 순유출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지난달 중국이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발표하면서 아시아 신흥국 내 비중국 국가에서 중국으로 자금 리밸런싱이 일어난 것도 자금 이탈을 부추기는 원인이 되고 있다. 다만 바이오, 방산 등 일부 산업에서는 외국인 투자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월 외국인 주식자금 순유출 55억7,000만 달러

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 증시에서 34억 달러의 글로벌 펀드 자금이 빠져나갔다. 이 기간 코스피지수는 1.43% 하락했다. 10월 한 달간 자금을 가장 많이 흡수한 나라는 중국으로 963억 달러가 유입됐다. 일본과 대만에는 각각 166억 달러, 11억 달러의 자금이 흘러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일본 닛케이225지수와 대만 자취안지수는 각각 3.06%, 2.68% 상승했다. 이 외에도 미국은 647억 달러의 자금이 들어오는 등 주요국에 글로벌 펀드 자금이 몰렸다.

특히 지난달 한국의 자금 유출에는 중국의 경기 부양책이 영향을 미쳤다. 미국의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 이후 신흥국으로 자금 유입이 돼야 하는데 중국 경기 부양책이 촉발한 랠리에 글로벌 투자자금이 중국으로 간 것이다.10월 7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10월 1주 차에 아시아 증시에서 유출된 자금은 인도 32억3,500만 달러, 대만 22억7,800만 달러, 한국 9억5,400만 달러다. 중국증시로 유입된 자금은 올해 7월 이후 집계하지 않으나 아시아 신흥국 내 비중국 국가에서 중국으로 자금 리밸런싱이 일어난 것으로 블룸버그는 보고 있다.

다만 한국의 경우 지난달에만 자금 유출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9월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자금 25억3,000만 달러가 순유출됐다. 8월 36억3,000만 달러가 순유입된 것과 비교해 50억 달러 넘게 자금이 빠져나간 셈이다. 외국인의 증권투자자금이 순유출을 기록한 것은 지난해 10월 이후 1년 만이다. 주식시장만 떼어 놓고 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증권투자자금은 주식과 채권으로 분류되는데 이중 주식자금의 순유출 폭은 55억7,000만 달러로 지난 8월 -18억5,000만 달러에 이어 순유출이 계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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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새 2배 이상 늘어난 상장 주식 수도 부정적 영향

전문가들은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는 한국 증시의 상황은 기업 경쟁력 둔화에 본질적인 원인이 있다고 지적한다. 시가총액 기준으로 17%의 비중을 차지하는 삼성전자가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부진하면서 시장 전체의 경쟁력이 크게 하락했고 시총 5위인 현대자동차도 자동차산업의 미래인 자율주행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면서 주가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여기에 2차전지와 D램 반도체, 조선 등 한때 글로벌 시장을 선도했던 국내 기업들도 중국에 쫓기는 처지가 됐다.

급증한 상장 주식 수도 증시를 짓누르는 원인이 되고 있다. 지난 5일 기준 코스피지수는 0.47% 하락한 2576.88에 마감했다. 이는 2018년 초와 비슷한 수준이다. 반면 지난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순이익은 약 81조원으로 2018년(약 36조원) 대비 2.2배로 증가했다. 상장사가 벌어 들인 돈이 두 배 넘게 늘어났지만 상장 주식 수가 너무 많이 늘어나면서 지수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빈번한 유상증자와 주식연계채권 발행, 신규 상장이 원인으로 꼽힌다.

국장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악재로 자리 잡았다. 지난 2021~2022년 카카오페이·뱅크와 LG에너지솔루션의 '쪼개기 상장'은 소액 주주의 이익을 보호해 주지 않는다는 인식을 심어줬다. 부실 공시도 증시에 대한 불신을 키웠다. 11월 5일까지 기준 올해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건수는 136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 급증했다. 일례로 금양은 지난 9월 '몽골 광산 개발 사업에 대한 판단 오류'라며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를 1,610억원에서 13억원으로 대폭 축소했다. 주가도 고점 대비 3분의 1토막이 났다.

'고기술 저평가' 韓 바이오텍에 투자하는 해외 자본들

다만 최근에는 바이오산업이 두각을 나타내며 외국인 투자자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들은 일본에 비해 기술력과 산업화 성향이 강한 반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한국 기업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최근 일본 다이와증권그룹 내 야마토기업투자의 대주주인 DCI파트너스는 자사가 운용하는 3호 헬스케어 펀드에 기존 일본과 대만에 이어 한국 기업을 물색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일본 소프트뱅크 계열 벤처캐피탈(VC)이 다양한 기업에 투자한 사례는 있지만, 헬스케어 분야만 전담하는 일본 기업이 한국에 직접 투자를 결정한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해외 자본의 본격적인 투자 사례도 생겼다. 웨이센은 지난달 스파크랩그룹의 사우디펀드 국내 1호 투자 기업으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웨이센은 지난 2월 사우디아라비아 의료전문 기업인 메가마인드와 손잡고 자사의 인공지능(AI) 내시경 제품 웨이메드 엔도를 판매하고 있다. 이어 올해 3월 사우디아라비아는 총 400억 달러의 AI 투자 계획을 발표했는데 이와 관련해 스파크랩과 손잡고 5,000만 달러 규모의 AIM-X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이 외에도 스파크랩은 사우디아라비아 복수의 기업과 투자 관련 상담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산주도 선전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 외국인 투자자들은 본격적인 '셀 코리아' 흐름에도 국내 방산주의 지분은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7월부터 10월 15일까지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주식 보유 비율은 12.15%에서 11.93%로 감소했으나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6.48%포인트 증가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폴란드에 K2 전차를 수출하는 현대로템의 지분도 꾸준히 늘려 3개월여 만에 지분율을 4.48%포인트 증가한 26.11%로 끌어올렸다. 주요 방산 기업인 한국항공우주의 외국인 지분율 또한 29.95%에서 33.35%로 3.4%포인트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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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쿠팡 김범석 의장의 주식 매도와 천재 사업가의 책임 경영

[기자수첩] 쿠팡 김범석 의장의 주식 매도와 천재 사업가의 책임 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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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김범석 의장, 내년 8월까지 약 5천억원 상당의 주식 매각 예정 발표
회사를 반석에 올려놓고 주식 매각하는 것에 책임 경영의 증거라는 평가
높은 눈 높이 맞춰주지 못한 인력들의 불만 많지만, 그만큼 책임감과 역량이 뛰어나다는 해석도

쿠팡 김범석 의장이 내년 8월까지 1,500만주, 약 5천억원 규모의 주식을 매도하고, 그 중 200만주를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지난 2010년 창업한 이후 14년 만이다. 지난 2021년 나스닥 상장 당시에 다른 관계자들과 투자자들이 모두 주식을 대규모로 매각하면서 주가가 대폭락했는데, 끝까지 참고 기다리다가 이제 분기별 영업이익이 안정적으로 나오는 상황, 인수했던 적자 기업 파페치의 영업손실이 0이 되는 시점을 눈 앞에 두는 수준으로까지 회사를 키우고 나서야 주식을 매도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책임 경영의 산 증인이다.

김 의장의 칼날 같은 성격, 돌직구형 발언, 배려 따위는 없는 칼 같은 인사는 업계에서 악명이 높다. 돌려서 말하는 법을 모른다는 지적도 자주 나오고, 안경을 벗으며 "왜죠?"라고 물으며 머리를 쓸어담으면 직원들은 벌벌 떤다는 업계의 소문도 있다. 그게 너무 힘들어서 그만뒀다는 한 외국계IB 출신 인력은 "같이 일하기 힘든 사람"이라는 말 이외에 더 평가를 입에 올리지 않는다. 다른 관계자들은 "생각의 속도가 빠르고, 사고의 한계가 없는 사람이다보니 우리가 맞춰주기 매우 어렵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한다. 같이 일한 경험이 있는 분들도 모두 한국 사회의 어느 곳에 내놓아도 밀릴 것이 없는 뛰어난 인재들이지만, 김 의장의 역량 앞에서는 일반인에 불과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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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석 쿠팡 창업자 겸 이사회 의장/사진=쿠팡

쿠팡이 미국 아마존을 베꼈다는 평가가 나올만큼 닮아있는 아마존의 최고경영자 제프 베조스의 성격과 역량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마존 직원이 베조스 CEO에게서 '!' 하나가 담긴 이메일을 받고 24시간 내에 무슨 문제인지 찾아서 해결하지 않으면 그 다음날 회사 시스템에 접속이 안 된다는 이야기가 실리콘밸리에서 한 때 화제가 됐다. 돌려서 표현하는 법이 없고, 언제나 직설적으로 직원의 무능을 질타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사업 초기에는 본인이 직접 일을 하면 되는데 굳이 인력을 뽑기 싫어했다는 이야기도 있고, 그 때 감당한 업무가 전직 IB 및 전략 컨설팅 업계 출신 10명의 업무 분량이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한국에서 일반적으로 고시 합격생을 뛰어난 인재라고 생각하듯이 미국 사회에서 IB 및 전략 컨설팅 업계 출신을 최상위권 인재로 대접하는 것을 감안하면, 뛰어난 인재들 사이에서도 매우 뛰어난 인재이기 때문에 벌어졌던 일들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쿠팡 김 의장은 한국인의 무능력과 좁은 식견을 지적하며 한국인 대신 해외 유명 기업 출신의 임원들을 주로 채용했던 것도 이미 잘 알려져 있고, 그런 임원들도 능력 부족이 보이면 1년을 채우지 못하고 자리를 비운 사례도 많다. 역량이 부족하다 싶으면 미국 실리콘밸리 방식으로 즉각 퇴출 결정을 내려버리는 것이다.

밀려난 인력들, 김 의장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인력들이 수 없이 김 의장을 욕한다. 2010년 창업 당시 4명의 하버드 MBA 출신이 창업을 했다는 걸로 유명세를 탔던 시절에 김 의장과 밤을 새어가며 회사를 키웠던 인력들 중 다른 3명은 일찌감치 회사를 떠났다. 스타트업계에는 김 의장이 개인적으로 자금을 마련해 와 다른 창업자들에게 자금을 나눠주고 주식을 전량 인수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지만 상세한 금액은 비공개다. 그렇게 사실상 쫓겨나다시피 했던 공동 창업자들 및 쿠팡 성장기에 성장 속도를 쫓아가지 못해 자리를 떠났던 인력들 중 일부는 김 의장 이야기를 꺼내면 불편함을 감추지 않는다. 성공한 사업가에 대한 비난에 설득력이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더 말을 하지 못하겠다고 말을 아낀 한 관계자는 김 의장의 역량은 인정하면서도 정작 "일을 같이 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잘라서 표현하기도 한다.

그렇게 비난을 듣지만 김 의장만큼 회사를 끝까지 지키고 15년이 지나서야 주식을 매각하겠다고 나설만큼 책임있는 창업자를 찾기는 쉽지 않다. 지난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적극적으로 해외 IB 및 전략 컨설팅 회사 출신 인재들을 영입했지만, 그들 중 지금도 남아 있는 인력은 거의 없고, 여전히 지분을 갖고 있는 경우도 극히 드물다. 그 분들에게 쿠팡은 '남의 회사'였지만 김 의장은 '자기 회사'였기 때문에 지금까지 버틴 것이다. 대기업 오너들이 투자자들의 이익보다 자신의 이익을 먼저 따진다며 밸류업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지적받는 한국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한국에서 이만큼 책임 경영의 사례를 찾기 힘들 정도다.

지난 6일 상장에 성공한 더본코리아 백종원 대표도 개인 주식을 팔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백 대표는 이미 무능한 음식점주들을 강하게 질타하는 장면을 헤아릴 수도 없이 많이 언론에 노출시킨 바 있다. 책임 경영을 하는 대표인만큼 눈높이도 함께 높은 것이다. 스타트업계 관계자들은 "백 대표의 눈높이에 맞출 수 있는 음식점주들을 손에 꼽는 것처럼, 김범석 의장의 눈높이에 맞출 수 있는 인력은 거의 없다"면서 쿠팡에서 고위직으로 일하는 것이 얼마나 많은 능력을 요구하는 것인지를 비교 설명하는데 쓰기도 한다.

한 VC 관계자는 김 의장의 성격에 대한 세간의 지적에 대해 "어차피 무능한 인력이 회사를 키우지는 못한다"면서 "실력 없는 인력을 바로 쳐내는 대표에게 돈이 몰리는 것이 상식"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동석한 다른 VC 관계자도 "사람 좋다는 평가를 받는 대표에게 투자하는 것에 대해서 (VC)업계에서도 말이 많다"는 업계 속사정과 함께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다 욕을 한다는 것을 그 만큼 그 대표가 매우 뛰어난 사람이지만, 반대로 주변에 인재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는 평가를 내놨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성에 대한 불만은 언제나 실력에 대한 반박을 하지 못할 때 나오는 말이다. 천재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을 부끄러워하고 발전의 채찍으로 삼는 대신, 질투하고 인성으로 공격해서 남는 것은 말로 만들어낸 상처 뿐이다. IQ가 70~80 정도로 알려져 있는 침팬지에게 우리가 지적인 역량을 기대하지 않는 것처럼, 쿠팡 김 의장 같은 천재 기업가에게 우리 같은 일반인이 눈 높이를 맞춰줄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거꾸로 그의 행적을 배우려고 노력해야 발전이 있지 않을까? 그런 모든 공격을 다 이겨낸 쿠팡 김 의장은 15년 만에 드디어 공동 창업자들의 지분을 인수하며 줬던 돈을 회수하게 된다. 수익률은 그 어떤 투자자들 보다 높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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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우려에 중기 대출 빗장 거는 은행들, 기업대출도 '빈익빈 부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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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5대 은행 보수적 기업대출 영업 확대
대기업 대출 20% 늘어난 반면 中企는 6% 증가
중기대출 연체율 늘자 채권 매각·상각 65%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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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이 대기업 대출을 확대하는 동안 중소기업 대출 문턱은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가 부진한 상황에 중소기업의 연체 및 부도 위험을 우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시중은행이 중소기업 대출에 더욱 보수적으로 접근하겠다는 기조를 밝히면서 향후 성장기업마저 자금을 융통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기업 대출 신장액, 중기 대출 70% 수준

6일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 따르면 지난달 말 대기업 대출 잔액은 164조6,356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잔액인 137조3,492억원과 비교해 20% 증가한 수치다. 이에 반해 같은 기간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626조9,667억원에서 665조7,354억원으로 6%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전체 기업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분의 1에 불과한 대기업 대출의 증가액(27조원)이 중소기업 대출 신장액(39조원)의 70% 수준인 셈이다.

그간 시중은행이 늘 대기업 대출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여왔던 것은 아니다.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에는 5대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이 1월 대비 12월에 10%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대기업 대출은 5% 이상 줄었다. 최근 들어 기업대출 기조가 바뀐 것은 경기 악화 영향이 크다. 불경기에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에 대출을 내줬다가 돌려 받지 못할 가능성을 미연에 차단하는 것이다.

더구나 금융지주사들이 밸류업 계획에서 주주환원의 기준이 되는 보통주자본(CET1) 비율을 높이기 위해 RWA(위험가중자산)를 관리하겠다고 밝히면서 기업대출을 무작정 늘릴 수도 없는 상황이 됐다. CET1 비율은 보통주자본을 RWA로 나눠 구하기 때문에 RWA를 낮춰야 CET1 비율이 높아진다. RWA는 은행 자산을 유형별로 나눠 위험 정도를 반영해 계산한 것으로, 위험이 높을 수록 높은 위험가중치를 적용한다. 주택이라는 담보가 있는 주택담보대출보다 개인 신용대출이나 기업대출이 더 위험도가 높다고 보고 위험가중치를 더 높게 부여하는 식이다. 결국 RWA 관리를 위해서는 위험이 높은 자산 확대를 통제해야 하는 만큼 기업대출 중에서도 중소기업 대출을 더 엄격히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에서는 기본적으로 업종별 대출 취급 기준이 다르게 운영된다”며 “개인 서비스업처럼 진입 장벽이 낮고 폐업률이 높은 경우 일반적인 제조업보다 대출이 까다롭고, 이미 빚이 많아 추가 한도가 나오지 않는 경우도 많다”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고객 예금 등으로 조달한 자금을 대출로 내주는 것이기 때문에 신용 등급과 매출액이 어느 정도는 나와야 한다”며 “건전성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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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못 갚는 중기 증가, 2016년 이후 최대

실제로 최근 대기업과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 격차는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기업 규모별 재무건전성 양극화가 심화하는 모습이다. 특히 대기업 대출 연체율이 지난 10년간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낮아진 반면, 중소기업 연체율은 2016년 이후 다시금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연체율 격차가 가파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국내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0.79%로 작년 동월 대비 0.23%포인트 상승했다. 2년 전인 2022년 8월 0.30%와 비교해서는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상반기로 범위를 넓혀보면 신한은행 중소기업 신규연체 금액은 4,078억원 증가해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났다. 국민은행은 4,008억원, 하나은행은 3,907억원 증가했다. 은행권 연체율 트렌드와 지난해 3분기 기저효과를 감안한다면 시중은행의 중소기업 신규 연체 금액은 3분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상당 폭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소기업의 연체율 상승은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경영난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외부감사 대상 법인기업 2만3,137개사를 대상으로 올 2분기 기업경영을 분석한 결과 중소기업 영업이익률은 1년 새 5.0%에서 4.4%로 저하됐다. 아울러 대법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7월까지 전국 법원에 접수된 법인 파산 신청 건수는 1,15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0% 넘게 증가했다. 파산 신청 기업 중 대다수는 중소기업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 연체액이 지속적으로 쌓이면서 국내은행들이 부실채권액도 크게 늘고 있다. 5대 은행에 따르면 올해 들어 3분기 말까지 상각하거나 매각한 기업대출 채권은 3조4,296억원에 이른다. 전년 동기(2조783억원)과 비교해 65% 증가한 규모다. 은행에서는 3개월 이상 연체 등에 대해 부실채권으로 별도 관리하다가 회수 가능성이 현저하게 낮다고 판단되면 상각하거나 자산유동화 전문회사(NPL) 등에 낮은 가격에 넘기는 매각을 진행하는데,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이뤄지는 이 작업이 올해 특히 활발했던 것이다.

은행들, 4분기도 억제 기조 유지

중소기업 대출에 대한 은행들의 보수적인 기조는 4분기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달 2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4분기 대기업 대출에 대한 태도지수는 3분기 0에서 -3으로 강화됐다. 반면 4분기 중소기업 대출에 대한 태도지수는 전분기와 같은 3으로 유지됐다. 대출 태도지수는 금융회사의 여신 총괄책임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통해 산출하는 것으로, 지수가 양(+)이면 대출 태도를 완화할 것이라고 응답한 수가 많다는 것을 의미하며 음(-)이면 강화하겠다는 대답이 많다는 것을 뜻한다.

실제 우리은행은 중소기업 대출 전결권을 연말까지 중단해 영업을 축소한다는 방침이다. 전결권은 대출을 취급하는 과정에서 개별 영업점 재량으로 우대금리 등을 부여할 수 있는 권한이다. 영업점을 대상으로 이윤을 축소해 가면서까지 중소기업 대출을 내주지 말라고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해석된다. 통상 시중은행이 타사의 대출 제도를 유사하게 시행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중소기업 대출 제한 움직임은 시중 은행 전반에 확산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건전성 관리 압박을 받는 은행이 과거보다 기업대출 심사를 깐깐하게 진행하는 것은 자연스럽다는 평가다. 다만 문제는 은행이 중소기업 대출 전반에 보수적 입장을 취하면서 일시적 자금난만 견뎌내면 되는 우량 기업에까지 돈이 흐르지 않을 우려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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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산금리 이용한 은행 ‘이자 장사’ 겨냥, 은행법 개정안 논의 급물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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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가산금리 공시 강화 추진
“은행 담합 불러올 수 있어” 지적도
기업 경쟁력 악화, 부작용 초래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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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을 향한 정치권의 압박이 갈수록 거세지는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소비자들의 금융 부담을 줄이겠다며 은행의 가산금리 산정 내역을 공개하도록 하는 은행법 개정안을 들고나오면서다. 유사 횡재세 도입에 이어 가산금리 관련 규제까지 거론되면서 시장의 흐름을 거스르는 반(反)시장 정책이 과도하다는 목소리 또한 높아지고 있다.

“은행 몫의 비용, 소비자 전가 안 돼”

5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정책위원회는 지난 10월 31일 금융 소비자들의 금리 부담 완화를 위해 은행법 개정안을 ‘5대 국민 민생 입법’에 포함해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국회 정무위원회 관계자는 “이달 안에 예산안 의결을 마치고 본격적인 입법 논의에 착수하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민병덕 의원이 대표 발의한 해당 은행법 개정안은 현재 자율 규제인 ‘대출금리 모범규준’의 가산금리 세부 항목을 법률로 정하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구체적으로는 가산금리를 구성하는 세부 항목 중 ‘법적 비용’을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앞서 은행연합회는 2023년 1월부터 예금보험료 및 지급준비금을 가산금리 항목에서 빼기로 했는데, 여기에 교육세와 기금출연료 또한 제외해야 한다는 것이다.

은행이 부담해야 할 비용을 부적절한 방식으로 소비자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게 민주당의 지적이다. 민주당의 주장대로 가산금리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에 따라 움직이는 조달금리와 달리 은행의 목표 이익에 맞춰 유연한 조정이 가능하다. 이따금 기준금리 인하에도 소비자들의 금리 부담이 줄어들지 않는 것은 이처럼 은행이 가산금리를 조정하기 때문이다.

개정안에는 가산금리 공시를 강화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에 은행권은 사실상 원가를 공개하라는 것과 같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은행의 경영 자율성을 침해하는 지나친 규제라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원가 공개가 대출금리 인하로 이어질 가능성은 매우 낮은 데다가, 도리어 은행 담합을 불러올 수 있다”고 일갈했다. 금융당국은 개정안과 관련해 업계 안팎의 의견을 청취하고 대응 방안 마련에 돌입할 전망이다.

기준금리 인하에도 소비자 체감 금리는 ‘얼음’

지난 8월 본격화한 민주당의 은행법 개정안 추진이 다시 한번 탄력을 받은 것은 기준금리 인하 직후인 10월 말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 하단이 4% 선을 넘어서면서다.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고정형 주담대 평균 금리 연 4.15~5.22%로 집계됐다. 글로벌 피벗(통화정책 전환)에 대한 기대감이 현실화한 시점인 6월 말(연 3.07~4.33%)과 비교하면 4개월 사이 1.08%p(하단 기준) 뛴 수치다.

이는 은행들이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에 가산금리를 인위적으로 상향 조정한 데 따른 결과다. 실제로 4대 시중은행은 지난 7월부터 넉 달 동안 가산금리를 최대 1.55%p까지 인상했다. 특히 가계대출이 폭증한 8월엔 0.4%p의 인상을 단행한 곳도 있었다. 10월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p 인하한 후에도 대출자들의 피부로 느껴지는 금리 부담에 변화가 없었던 데엔 이같은 배경이 있다.

금융당국은 조심스럽단 입장이다. 가산금리 세부 항목을 법률에 규정한 해외 사례가 전무해 국내 금융 산업에 대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가산금리 산출은 그 방식이 매우 복잡하고 상품별·차주별 특성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원가 공개로 인한 소비자 편익은 매우 미미한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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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 부딪힌 횡재세는 ‘유사 횡재세’로 선회

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은행법 개정안과 함께 횡재세 도입에도 드라이브를 거는 모습이다. 횡재세는 고금리로 손쉽게 이익을 얻었다는 평가를 받는 금융기관에 부과하는 세금을 이르는 말로, 민주당이 제시한 법안에는 금융회사의 순이자수익이 직전 5년 평균의 120%를 초과할 경우 해당 초과분의 40% 이내에서 ‘상생금융 기여금’을 내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시장 경제 측면에서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 잇따르자, 서민 금융에 대한 은행의 출연요율을 높이는 ‘서민금융지원법’을 당론으로 채택하며 횡재세와 유사한 효과를 기대했다. 서민금융지원법에 따라 은행들은 햇살론 재원인 서민금융보완계정에 출연 비율을 현행 2배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 지난해 은행 출연금이 1,100억원 수준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법 개정 후에는 2,200억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공시 항목 확대로 금리 인하는 어불성설”

거대 야당의 강도 높은 은행권 압박에 전문가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은행의 과도한 이자 장사를 막고 대출 소비자를 보호할 장치 마련은 마땅히 필요한 일이지만, 지나친 규제는 기업의 핵심 경쟁력인 ‘이윤 극대화’에 역행해 부작용을 낳을 것이란 지적이다. 특히 횡재세는 이미 기업에 법인세를 부과하는 상황에서 추가 세금을 걷는 이중과세에 해당해 위헌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가산금리 원가 공개 역시 대출이 절실한 소비자들의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짙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은행이 가산금리 원가를 낮추기 위해서는 신용프리미엄을 낮추는 방식이 활용되는데, 이 과정에서 신용등급이 낮은 대출자들을 꺼리게 되기 때문이다. 나아가 그 실효성에 의문을 표하는 목소리도 높아지는 모양새다.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2~3년 사이 예대금리차, 경영현황보고서 등 공시 항목이 크게 늘었다”며 “하지만 공시를 많이 해서 대출금리 인하라는 목표가 달성됐는지를 생각해 보면 그것도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가계부채 증가세가 가팔라 문제인데, 가계부채 관리가 시급한 시점에 이런 정책을 추진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라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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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눈치 안 본다" MBK파트너스의 과감한 적대적 M&A, 시장 영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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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파트너스,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 위해 연이어 강수 
여타 국내 PEF 대비 해외 자금 의존도 높아
"재벌家 경영권 세습 구조 깨지나" 파장 예상돼
m&a_mbk_20241105

동북아 최대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외국계 자본을 등에 업고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 움직임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PEF 사이에서 사실상 금기시되던 '적대적 M&A(인수합병)'를 시도하며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는 양상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MBK의 행보로 국내 산업계 특유 '재벌 체제'의 허점이 가시화할 수 있다는 평이 나온다.

MBK의 공격적 행보

5일 업계에 따르면, MBK는 최근 영풍과 함께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MBK‧영풍 연합은 최근 주식 공개매수를 통해 고려아연 지분 5.34%를 사들여 총 43.9%의 지분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이에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도 '백기사' 베인캐피탈의 도움을 받아 40.4%의 우호 지분을 확보하며 맞불을 놓고 나섰다.

지난 30일엔 고려아연 측이 추가 지분 확보를 위해 대규모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시가 대비 30% 할인된 가격에 신주 373만2,650주를 일반공모 방식으로 발행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전체 주식 수의 약 18%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이에 MBK 측은 "(고려아연의 유상증자는) 기존 주주들과 시장 질서를 유린하는 행위"라며 유상증자를 중단시키기 위한 가처분 신청 절차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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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자본 등에 업고 이례적 도전

시장에서는 MBK가 이 같은 공격적 행보를 이어갈 수 있는 배경으로 '외국계 자본'을 지목한다.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MBK는 주요 LP(사모펀드에 자금을 위탁하는 투자자)가 대부분 해외 투자자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국내 출자 기관 또는 대기업의 눈치를 보지 않고 적대적 M&A를 시도할 수 있는 것"이라며 "대부분의 국내 사모펀드는 연기금, 공제회 등 국내 기관 투자가들로부터 자금을 확보하는 경우가 많아 적대적 M&A는 사실상 시도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실제 MBK가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동원한 6호 바이아웃(경영권 인수) 펀드에는 서방국 투자자들의 자금이 대거 투입됐다. 김광일 MBK 부회장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 등 대상 국정감사에서 해당 펀드를 구성하고 있는 자금 국적에 대해 "중국 자본은 5% 남짓"이라며 "나머지 부분은 국내 및 해외로 구성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자금이 어느 정도인지'를 묻는 질문에 "국내 파트는 아직 펀드 모집 중이지만 적게는 10%, 많게는 20%가 국내 자금이고 나머지 70~80%는 북미 쪽"이라고 밝혔다.

MBK는 지난 2023년 한국앤컴퍼니 지분 공개매수를 진행할 때도 외국계 자본을 활용한 바 있다. 당시 약 5,200억원 규모 공개매수 자금은 스페셜시츄에이션펀드(특별상황펀드) 2호에서 집행됐다. 해당 펀드에 출자한 해외 기관은 미국 일리노이주 교직원은퇴연금, 콜로라도주 공무원은퇴연금 등이다. 일리노이주 교직원연금은 1억 달러(약 1,378억원), 콜로라도주 공무원연금은 5,000만 달러(약 689억원) 등을 약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MBK에 대한 시장 평가

한편 업계는 MBK의 공격적인 경영권 확보 행보가 '활로 찾기'의 일환이라는 평을 내놓고 있다. 국내 자본 시장의 딜 발굴(소싱) 난이도가 상승한 만큼, MBK가 해외 LP들에게 높은 이익률을 안겨주기 위해 주로 해외에서 활용되는 행동주의 전략을 국내에 도입했다는 시각이다. 실제 자본 시장이 발달한 미국에선 행동주의 펀드가 득세하고 있다. 영국의 조사기관 딜리전트 마켓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지난해 행동주의 펀드로부터 공격을 받은 미국 기업은 550곳에 달한다. 같은 기간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을 받은 한국 기업은 77곳에 그친다.

일각에서는 MBK의 적대적 M&A 움직임이 국내 산업계 '재벌 체제'의 균열을 가시화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재벌 가문은 대가 이어질수록 상속세 부담으로 인해 지배력을 유지하기 힘들어진다는 특징이 있다. 최근 경영권 분쟁의 중심에 선 고려아연 역시 3세 경영 체제에 접어들며 현 최윤범 회장의 지분이 15%대까지 낮아진 상황이었다. 한 시장 관계자는 "미국, 일본 등 주요국에서도 재벌 3세 체제가 되면 적대적 M&A를 통한 공격이 늘어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MBK파트너스의 움직임을 시작으로 국내에서도 적대적 M&A와 재벌 가문의 지배 체제 변화 사례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적대적 M&A가 국내 시장에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올 것이란 의견도 있다. 이번 고려아연 사태를 지켜본 기업들이 거버넌스 이슈에 주목하며 적극적으로 주가 부양에 나설 수 있다는 얘기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증시 저평가)의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가 바로 거버넌스"라며 "상속 등을 핑계로 의도적으로 낮은 주가를 유지해 오던 기업에는 MBK를 중심으로 불거진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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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폐지 요건 완화’ 후 동전주 기업 35% 증가, 작전 세력 타깃 주의보

‘상장폐지 요건 완화’ 후 동전주 기업 35% 증가, 작전 세력 타깃 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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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새 동전주 급증, 주가 1,000원 미만 224곳
변동성 크고 주가 조작에 취약, 작전세력의 장난감
K-밸류업 가로막는 동전주, 시장 퇴출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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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가 1,000원 미만인 ‘동전주(penny stock)’가 최근 2년 동안 급증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거래소가 국내 증시의 상장폐지 요건을 완화한 뒤 나타난 현상이다. 주가가 급락한 부실기업의 증시 퇴출 지연은 시장 전체의 효율성을 떨어뜨려 밸류업에 방해가 된다. 더욱이 이런 종목은 테마주 투자에 이용되거나 ‘작전 세력’의 목표물이 되기도 쉬워 투자자의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전주 속출, 2년간 35% 급증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코스피)과 코스닥시장의 동전주는 지난달 말 기준 224개에 달했다. 주가가 100원이 안 되는 종목도 같은 기간 1개에서 5개로 늘었다. 지난 10년간 신규 상장 종목의 수정 공모가가 평균 1만3,357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 종목의 주가가 얼마나 많이 내려갔는지를 알 수 있다.

시가총액이 큰 종목도 예외는 아니다. 시총이 약 2,400억원인 SK증권은 최근 507원에 마감했고, 시총 1,800억원 규모의 건설주 동양도 지난해까지만 해도 대부분 1,000원 이상이었으나 올해 들어서는 4거래일만 제외하고 그 아래였다. 이 외에도 한국제지(주당 945원), KEC(882원), 한국캐피탈(559원),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805원), 에이비프로바이오(557원) 등 시총이 1,500억원을 넘는 동전주 종목이 수두룩하다.

동전주가 급증하기 시작한 것은 2022년 11월 한국거래소가 상장폐지 요건을 완화한 뒤부터다. 당시 거래소는 ‘2년 연속 자본잠식률 50% 이상’ 등 형식적 상폐 사유에 해당하던 내용을 상장 적격성 실질 심사 사유로 완화했다. 아울러 코스닥시장 종목이 5년 연속 영업손실 시 실질 심사를 받도록 한 규정 등도 삭제했다.

이에 따라 코스피·코스닥·코넥스 등 한국의 상장 기업 수가 2021년 말 2,506개에서 현 2,680개로 174개 늘어나는 사이 동전주는 139개나 증가하게 됐다. 관리종목, 투자주의 환기 종목으로 지정된 이른바 '좀비 상장사'도 2021년 말에는 각각 10개, 11개였지만 지난달 말 기준 32개, 42개로 늘어났다. 전체 동전주 224개 가운데 거래가 한 건도 없었던 종목도 44개나 됐다. 성장 기업 진입과 부실 기업 퇴출의 선순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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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 뛰었다가 폭락, 작전 세력 먹잇감

요건이 완화된 뒤 동전주의 거래량이 다른 종목을 넘어서는 일도 잦아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마지막 거래일의 동전주 거래량은 평균 130만2,178주(거래량이 0인 종목 제외)에 달했다. 이는 같은 날 동전주를 제외한 전체 종목 평균 거래량(39만1,758주)의 3배를 상회하는 규모다. 적은 돈으로도 주가가 크게 움직이는 동전주의 특성상 테마주 투자의 대상이 되거나 주가 조작 세력의 목표물이 되는 일이 잦아 거래량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투자자가 많이 매수한 해외 주식이 폭락하는 배경에도 동전주가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미국과 홍콩 증시에서는 국내 투자자가 많이 매수한 동전주가 급락하는 일이 반복됐다. 홍콩 증시에 상장된 관초홀딩스, 키즈테크홀딩스, 중천호남집단, 중보신재그룹, 미국 나스닥 증시에 상장된 이홈하우스홀딩스 등 파악된 주식만 40여 개사에 이른다.

이들 종목은 국내 투자자 매수세가 몰리면서 짧게는 열흘에서 길게는 1년간 주가가 2배에서 30배 상승했다. 하지만 이후 주가는 하루 이틀 만에 최대 97%대까지 떨어지면서 상승세를 타기 이전으로 돌아갔고, 수년이 지나도록 회복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례로 관초홀딩스는 2019년 7월 열흘 만에 주가가 2배 급등했는데 그 뒤에는 국내 투자자의 475만2,260달러(약 65억원)에 달하는 매수세가 있었다. 잠시 조정받던 주가는 같은 해 8월 2거래일 만에 무려 93.99%가 빠졌고, 한때 29.7홍콩달러에 달하던 주가는 현재 1홍콩달러대에 머물고 있다.

국내 증시도 투기 세력의 놀이터가 되긴 마찬가지다. 2022년 폭락한 '베트남개발1' 사례가 대표적이다. 코스피 종목이었던 베트남개발1은 2022년 하반기, 1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다는 상한가(30% 상승)를 단 40일 만에 8번이나 찍으며 그해 11월 9일 기준 257원에 장을 마감했다. 당시 베트남개발1의 거래량은 2억2,380만 주로, 2,422개 상장 주식 중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시가총액이 354억원밖에 되지 않는 소형주가 연일 상한가를 찍으니 개인 투자자 입장에선 솔깃할 수밖에 없었다.

전월인 2022년 10월 11일엔 주당 498원까지 올라서면서 2007년 상장 이후 역대 최고가를 찍은 바도 있다. 한국거래소가 같은 달 6일 베트남개발1을 투자위험종목으로 지정하고, 뒤이어 19일엔 펀드 운용사가 투자자 보호를 위한 안내 공시까지 냈음에도 거래가 줄어들긴커녕,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2022년 9월 말부터 11월 초까지 무려 600%나 급등했던 베트남개발1은 투기 세력이 빠지자마자 폭락했고 개미들은 하루아침에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솜방망이 처벌에 '범죄자 놀이터' 된 韓 증시, 밸류업 발목

문제는 동전주와 같은 비우량 종목이 국내 증시 밸류업의 발목을 잡고 있음에도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나스닥의 경우 주가가 1달러 미만으로 최장 540일간 유지될 시 상폐되도록 하고 있는데, 이마저도 최근 요건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상폐를 반년 이상 앞당겨 부실기업 투자로 인한 투자자 위험 요인을 빠르게 제거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반해 국내 증시는 들어오기는 쉽고 나가기는 어려운 방향으로 역주행하는 실정이다.

동전주 투자가 투기·도박과 다름없는 초(超)고위험 상품 취급을 받는 데다 주가 조작과 같은 불공정 거래가 끊이지 않음에도 처벌은 미미한 수준에 그친 점도 문제다. 실제로 최근 3년간 대법원에서 자본시장법 위반 단일 범죄로 확정 판결을 받은 피고인 35명 중 집행유예 없는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5명에 불과하며, 최대 벌금액은 20억원에 그쳤다. 이 역시 증권시장을 교란하고 부당이득을 거둔 이들에게 징역 수십년형에 수천억원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는 미국과는 대조적이다.

이는 우리나라 자본시장법상 주가조작 등에 대한 양형기준이 낮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불공정거래로 얻거나 회피한 손실액이 50억원 이상인 경우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할 수 있으나, 대법원 양형 기준에 따르면 300억원 이상의 주가조작도 15년형을 초과할 수 없다. 간혹 시세조종에 관여한 인물이 징역 20년을 선고받는 사례가 있는데, 이는 과거 같은 범죄를 저지른 전력이 있고 횡령이나 사기 등 다른 범죄 형량이 가중된 영향이다. 이와 함께 한국에선 미국과 달리 주가조작범에게 천문학적인 벌금도 기대하기 어렵다. 현행법상 벌금액수는 ‘부당이득액’의 3~5배인데, 검찰과 금융당국이 산정한 부당이득액을 법원이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다만 올해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시행된 만큼 시장에선 향후 솜방망이 처벌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 개정안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형사처벌과 별개로 불공정거래로 검찰 수사가 끝난 이에게 부당이득의 최대 2배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게 됐다. 부당이득이 없거나 산정하기 어려우면 최대 40억원 내에서 결정할 수 있다. 그동안 판례로만 존재했던 부당이득 산정방식(총수입-총비용)도 법률에 정식으로 명시됐다. 또 시세조종 기간 외부요인이 미치는 영향이 컸다면, 외부요인이 발생하기 전까지의 부당이익을 계산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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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값 받겠다” 토스의 야심 찬 미국행, 극명한 단점에 짙어지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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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 침체에 기업가치 평가 절하 우려
美 시장, 진짜 리스크는 상장 후?
한국 기업 줄줄이 상폐, 버텨도 ‘반토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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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 플랫폼 ‘토스’의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이하 토스)가 미국 증시 상장에 나선다. 당초 2025년을 목표로 국내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을 준비해 왔지만, 미국 시장에서 보다 안정적인 가치를 평가받을 것이란 기대에서다. 다만 시장에서는 앞서 미국 시장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의 낮은 성적을 이유로 우려의 목소리가 짙어지고 있다.

'핀테크 부진' 한국 시장에서 눈 돌려 미국행

1일 업계에 따르면 토스는 올해 초부터 준비해 오던 국내 IPO(기업공개) 절차를 중단하고, 미국 나스닥 상장을 검토 중이다. 토스는 지난 2월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을 공동 주관사로 선정하는 등 본격적인 국내 상장을 추진해 왔다. 당초 토스는 코스피 입성을 목표로 삼고, 이를 위해 비용 효율화 및 서비스 확장 작업에도 속도를 냈다. 그 결과 올해 2분기 기준 연결 영업이익 28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하기도 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토스의 기업 가치가 10조에서 많게는 2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지만 토스는 국내 주식 시장의 불확실성과 미국 증시 상장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장점을 저울질한 결과 미국행을 택했다. 국내 증권 시장 내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된 탓에 기업 가치 평가 절하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로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0월 국내 주식 일평균 거래량(코스피, 코스닥, 코넥스 합계)은 약 12억6,969만 주로, 1월과 비교해 28.1% 줄었다. 일평균 거래대금 또한 15조7,425억원을 기록하며 같은 기간 18.7% 감소했다.

국내 증시에서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등 핀테크 종목들이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점도 토스의 미국행을 부추겼다. 미국 시장의 경우 자금 동원 규모가 국내보다 크고 핀테크 분야에 대한 투자 역시 활발히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토스뱅크, 카카오뱅크와 함께 인터넷은행 3사로 언급되는 케이뱅크의 상장 연기 소식도 시장의 침체 분위기를 방증했다. 케이뱅크는 연내 증시 입성을 목표로 상장 절차를 추진했으나, 수요예측 단계에서 부진한 성적을 거두면서 상장을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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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규제 리스크 등 단점 극명

문제는 토스의 미국 증시 도전에 단점도 분명하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증시는 입장하는 것보다 생존하는 게 더 어려운 시장”이라고 입을 모은다. 상장 자체는 국내보다 난이도가 낮을 수 있지만, 준비 비용에 대한 부담과 함께 추후 퇴출에 대한 리스크 또한 존재하기 때문이다. 통상 미국 주식거래소 상장 유지 기준은 최근 30거래일간 주가 1달러 이상이면서 기업가치는 5,000만 달러(약 692억원)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나아가 한국과 미국의 회계기준이 다르고 공시 기준이 까다롭다 보니 인력과 비용의 추가 지출도 수반된다.

환율 변동에 따른 불확실성도 고려해야 한다. 그런데 토스는 수익의 대부분을 국내 시장에 의존하는 기업이다. 주요 서비스인 송금과 중개, 광고, 간편 결제, 증권, 인증 등이 모두 국내 소비자를 대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는 곧 시시각각 변하는 환율에 따라 재무성과 또한 좌우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환율 상황이 좋지 않을 경우에는 국내에서 좋은 성과를 내더라도 미국 공시 상 실적에는 축소 반영될 수 있다.

규제 리스크도 간과할 수 없다. 미국 증시에 상장하는 기업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규제를 받는다. 이미 국내 금융당국의 감독 아래 사업을 운영하면서 미국 증시의 규제 또한 준수해야 한다는 의미다. 최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대규모 과징금 및 과태료 처분을 받은 토스 입장에서는 규제 리스크에 촉각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데, 비교적 제재 강도가 더 높은 미 금융당국에 대한 규제 리스크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앞서 토스는 고객의 개인정보를 무단 수집·사용한 혐의로 금감원으로부터 과징금 53억7,400만원, 과태료 6억2,800만원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상장폐지·주가 폭락’ 한국 기업 수난 시대

시장에서도 토스가 미국 증시에 먼저 진출한 여타 국내 기업들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짙어지는 모양새다. 2000년 이후 상장한 두루넷과 미래산업, 하나로텔레콤, 이머신즈, 웹젠, 픽셀플러스 등이 모두 상장 폐지된 데다 비교적 최근에 상장한 쿠팡(쿠팡Inc)과 네이버웹툰(웹툰엔터테인먼트) 역시 공모가를 밑돌고 있기 때문이다. 쿠팡 주가는 지난 10월 31일 종가 기준 25.79달러로, 공모가(35달러)와 비교해 25.8% 하락했다.

네이버웹툰은 훨씬 큰 하락 폭을 맞았다. 같은 날 네이버웹툰의 10.40달러로 장을 마치며 공모가(21달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네이버웹툰의 첫 거래일이 올해 6월 27일이었음을 고려하면 불과 4개월 남짓한 기간 ‘반토막’의 성적을 거둔 셈이다. 단기간의 주가 폭락은 투자자들의 집단소송 움직임을 불러오기도 했다. 지난 9월 네이버웹툰 투자자들은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이사를 비롯해 모건 스탠리, JP모건, 도이치방크 등을 상대로 미국 증권법 위반 소송을 제기했다. 네이버웹툰 측이 증권 등록 신고서를 허위로 작성하거나 의도적으로 누락해 주가가 부진한 만큼 책임이 크다는 내용이다. 다만 해당 소송은 현재 원고 측 대표자 선정을 이유로 중지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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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조원 퇴직연금 시장 '머니 무브', 신한·국민銀 양강구도에 증권사까지 가세

400조원 퇴직연금 시장 '머니 무브', 신한·국민銀 양강구도에 증권사까지 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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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물이전 서비스 본격화로 해지 없이 이전 가능
신한은행은 적립금, 국민은행은 수익률 우세해
증권사는 원금 보장 대신 높은 수익률에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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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가입자가 기존 운용 상품을 해지하지 않고 금융회사를 옮길 수 있게 됨에 따라 400조원 규모의 퇴직연금 시장에 대규모 자금 이동이 예상된다. 현재 퇴직연금 시장은 은행권이 총적립액의 과반을 차지한 가운데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이 리딩뱅크를 두고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증권사들이 높은 수익률을 앞세워 고객 유치 경쟁에 가세한 만큼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가 퇴직연금 시장의 경쟁 구도에 변수로 작용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44개 퇴직연금 사업자 중 37개사 서비스 개시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부터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가 시행된다. 이에 고객 유치를 위한 은행권과 증권사의 경쟁도 가열되고 있다. 지난 25일 IBK기업은행은 개인형 IRP 원리금 보장형 운용수익률이 올해 3분기 말 기준 3.49%로 6대 은행 중 가장 높다고 발표했고, 이틀 후에는 KB국민은행이 개인형 IRP 실적배당 상품의 수익률이 14.61%라며 은행권 1위라고 밝히기도 했다. 마케팅 경쟁도 치열하다. 우리은행을 비롯해 KEB하나은행, 신한은행 등도 자사의 광고모델을 통해 퇴직연금 광고를 새롭게 공개하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퇴직금 실물이전 제도는 퇴직연금 가입자가 기존 운용 상품을 해지하지 않고 사업자만 바꿔 이전할 수 있는 서비스로 사업자 간 계좌 이전 처리 시 예금, 수익증권,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 등을 만기일까지 기다리지 않고 그대로 옮길 수 있다. 당초 금융당국은 이달 15일 서비스 조기 개시를 목표로 퇴직연금 사업자별 시스템 구축과 테스트를 진행해 왔으나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해 추가 테스트 기간이 필요하다는 업계 공통 의견을 수렴해 개시 일정을 보름가량 미뤘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총 44개 퇴직연금 사업자 중 37개사가 31일 서비스를 시작하고 부산은행, 경남은행, 광주은행, iM은행, 삼성생명, 하나증권, iM증권 7개사는 전산시스템 구축·테스트 지연 등에 따라 내년 4월까지 순차적으로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44개 금융사 중 은행권은 3분기 기준 퇴직연금 전체 적립 금액 400조878억원의 52.56%(210조2,811억원)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적립금만 해도 166조4,364억원으로 41.6%의 점유율을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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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銀, 금융권 유일하게 적립금 40조원 넘겨

'리딩뱅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여온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은 퇴직연금 시장에서도 맞붙게 됐다. 올해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은 각각 퇴직연금 적립금과 수수료 이익에서 1위 타이틀을 나눠 가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한은행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올해 3분기 기준 42조7,010억원으로 금융권 가운데 유일하게 40조원을 넘겼다. 지난해 38조7,754억원 대비 10.12% 증가한 것이다. 같은 기간 국민은행은 39조5,015억원으로 40조원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지난해 말 36조8267억원보다 7.26% 증가한 규모다.

전체 적립금에서는 신한은행이 우세했지만, 퇴직연금으로 벌어들인 수수료 이익은 국민은행이 앞섰다. 실제로 국민은행은 운용 수수료 등 각종 수수료를 포함한 총비용 부담률이 0.44%로 0.42%인 신한은행보다 높다. 이에 지난해 국민은행이 퇴직연금 상품을 통해 벌어들인 수수료는 1,774억원으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신한은행은 1,699억원으로 2위다.

개인이 직접 가입하는 개인형 퇴직연금(IRP) 상품의 적립금 규모도 국민은행이 앞서는 모습이다. 3분기 기준 국민은행의 IRP 적립금은 금융권 최대 규모인 14조7,881억원으로, 지난해 말 12조7,395억원 대비 16.1% 성장했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은 14조6,602억원의 적립금을 쌓았다. 지난해 말 12조5,707억원과 비교해 16.62% 늘었다. IRP 상품으로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벌어들인 수수료도 444억원, 431억원으로 각각 업계 1위, 2위를 기록했다. 국민은행의 IRP 부문 약진은 비교적 두터운 시니어 고객층 덕분으로 분석된다.

다만 수익률은 신한은행이 국민은행을 소폭 상회한다. IRP 원리금 보장형 기준 10년 장기 수익률은 국민은행 1.65%, 신한은행 1.68%다. 신한은행은 5년 장기를 기준으로도 3bp(1bp=0.01%), 3분기 기준 최근 1년 수익률도 4bp가량 국민은행을 앞서고 있다. 기업이 가입하는 확정급여형(DB)과 확정기여형(DC) 상품 역시 10년 장기 기준 신한은행이 각각 4bp, 6bp 높다. DC 상품의 최근 1년 수익률은 유일하게 국민은행이 11bp 높지만, 5년 이상 장기 수익률에서는 모두 신한은행이 우세한 모습이다.

공격적인 투자 성향 가진 가입자는 증권사 선호

문제는 '갈아탈 고객'이 얼마나 되는지다.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기준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 중 83.2%(332조8,076억원)가 예금 등 원리금 보장형 상품으로 운용되고 있다.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의 과반을 차지하는 은행권에서 원금 보장형 상품의 비중은 87.7%에 달한다. 반면 원리금의 손실 위험이 있는 실적 배당형 상품의 적립금은 16.8%(67조2,656억원)에 불과하다. 통상 실적 배당형의 수익률이 원금 보장형의 2~3배임에도 자금 대부분이 수익보단 안전을 좇아 투자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회사가 관리하는 확정급여형(DB형) 퇴직연금으로 한정할 경우, 원금 보장형 운용 비중은 훌쩍 높아진다. 은행권에서는 전체 DB형의 97.2%, 보험에서는 91.4%, 증권에서는 90.5%가 원금 보장형으로 운용되는데, 이 경우 회사가 사업자를 정하기 때문에 근로자 개인의 선택에 따라 자유로운 갈아타기가 어렵다. 전문가들은 DB형, 확정기여형(DC형), IRP 각 계좌 간 칸막이를 넘어서는 현물이전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적립금 규모가 크고 안전 지향적인 4050 이상 세대는 은행권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분석한다.

이런 가운데 증권업계에선 수익률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서 대규모 자금 이동이 나타날 것이라 전망이 나온다.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통한 장기 투자가 보편화하면서 연금 운용 패턴도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증권사들은 보다 공격적으로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자산운용업계와 손잡고 장기 투자에 적합한 신규 상품인 '디딤펀드'를 신규 설정한 것은 물론 안전자산을 중심으로 자동으로 자산 배분을 지원하는 로보어드바이저를 도입하고 있다. 은행 대비 고수익과 ETF와 리츠(부동산 투자회사) 등 다양한 상품군에 투자가 가능하다는 점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증권사가 특히 주목하는 분야는 IRP다. IRP는 퇴직 시 수급한 퇴직 일시금을 은퇴 시점까지 적립·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계좌로 DC 연금과 별도로 보유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연령대가 높고 투자성향이 공격적인 가입자의 비중도 높은 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융상품 지식수준이 높을수록, 투자 성향이 공격적일수록 은행 가입률이 낮아지고 증권사 가입률은 높아지는 경향성이 뚜렷한 편"이라며 "결국 증권사들이 얼마나 은행 고객을 빼 올 수 있느냐 여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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