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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현지 매체 "LG전자, 상장 연기 가능성" IPO 자금으로 중저가 에어컨 등 '현지 맞춤' 제품 개발 예정 트럼프發 관세전쟁 영향 비껴간 인도, 시장 회복 가능성 커

이달 말 상장 예정이었던 LG전자 인도 법인이 상장을 연기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통상 정책으로 인해 글로벌 시장 혼란이 가중된 가운데, 인도 증시 역시 영향권에 들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다. 다만 시장 일각에서는 인도가 치열한 관세 전쟁 속에서 '무풍지대'로 자리매김한 만큼, 인도 증시가 금세 제자리를 되찾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인도 법인 상장 앞둔 LG전자
8일(현지시각) 인도 유력 일간지 비즈니스스탠더드는 이달 말 상장을 앞두고 있는 LG전자 인도 법인과 인도 전기 이륜차 제조 업체 에테르에너지가 기업공개(IPO) 연기를 심각하게 고려 중이라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익명을 요구한 한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며 "투자자들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으며, 이는 IPO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LG전자와 에테르 모두 상황을 주시하며 최적의 시기를 기다릴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LG전자 인도 법인은 지난해 12월 예비투자설명서(DRHP)를 제출했으며, 지난 2월 인도증권거래위원회(SEBI)로부터 1조5,000억 루피(약 25조원) 규모 IPO 청구서를 승인받은 상태다. 이는 인도 증시 IPO 역사상 5번째로 큰 규모다. 국내 기업으로는 현대차(26조원)에 이어 두 번째 인도 증시 상장 사례가 된다. LG전자 인도 법인은 이번 달 하순에 인도 SEBI에 수정 적색 헤링본드 투자설명서(UDRHP)를 제출하고, 이달 마지막 주에 뭄바이 증권거래소에 입성할 예정이었다.

현지 시장 공략에 '박차'
LG전자는 IPO 흥행을 위해 파격적인 투자 계획도 밝힌 상태다. LG전자가 인도 법인 IPO를 통해 실질적으로 확보하는 자금은 10억~15억 달러(약 1조4,000억~2조2,000억원) 수준일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인도 법인 지분 15%의 시장 가치다. 작년 말 기준 LG전자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별도 기준) 1조2,000억원을 웃도는 현금이 일시에 들어오는 것이다.
LG전자는 IPO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스리시티 LG전자 인도 3공장 건설 등 현지 투자에 활용하기로 했다. 스리시티 공장은 2006년 푸네 공장 후 약 20년 만에 건립되는 LG전자의 인도 생산 기지로, 향후 인도인을 겨냥한 ‘특화 제품’을 생산할 예정이다. 100달러대 에어컨이 대표적이다. 인도는 국토 대부분이 열대 기후여서 냉방 기기 수요가 많지만, 에어컨 보급률은 12%(2024년 기준)에 그친다. 가격 장벽으로 인해 냉방 기기 보급이 지연되고 있는 것이다.
LG전자는 공급망을 단순화하고 냉방 기능에 주력한 초저가 에어컨을 출시해 인도 중산층을 고객으로 끌어들인다는 방침이다. 이 밖에도 인도 전통의상 ‘사리(Saree)’의 옷감 손상을 방지하는 전용 코스를 적용한 세탁기와 인도의 낙후한 수질, 수압을 고려해 UV 살균 및 스테인리스 저수조를 넣은 정수기 등 다양한 인도 특화 가전이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인도, 美 관세 '무풍지대'
시장에서는 이 같은 LG전자의 구상이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은 사실상 낮다고 본다. 한 시장 관계자는 "현재 미국발(發) 관세 폭탄으로 인해 글로벌 시장 상황이 불안정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인도 시장의 혼란이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짚었다. 이어 "인도가 은근히 관세 전쟁을 통해 이득을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인도는 중국 등 기존 제조업 강국 대비 미국의 관세 위협에서 자유로운 편이다. 인도가 대표적인 내수 중심 국가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11월 기준 인도의 대미(對美) 수출 비중은 18.6%에 불과하다. 특히 인도 자동차 산업의 대미 수출 비중은 1% 미만으로, 관세 전쟁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속하지 않는다.
미국이 인도에 매긴 상호 관세율도 26% 수준에 그친다. 이는 미국으로부터 104%에 달하는 관세를 부과받은 중국은 물론, 베트남(46%)과 방글라데시(37%), 인도네시아(32%) 등 다른 경쟁국에 비해서도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치열한 글로벌 관세 전쟁 속 인도가 사실상 무풍지대로 자리 잡은 셈이다. 향후 이 같은 이점에 주목한 글로벌 기업들이 인도 투자를 확대할 경우, 현재 인도 시장이 겪고 있는 혼란은 빠르게 진정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