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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배임·횡령 등 연이은 대형 악재에 '내부통제'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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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銀, 대출심사 과정에서 소득자료 부풀려 과다대출
지난해 경남銀에서 사상 최대 3,000억 횡령 사건 발생
금융위 등, 'ELS 사태 자율조정' 앞두고 내부통제 강조
국민은행_20240411-1

KB국민은행에서 대출 심사 과정에서 임대업이자상환비율(RTI)과 개인 소득을 실제보다 높게 산정해 적정 한도보다 과다한 대출을 내준 '업무상 배임사고'가 또다시 발생했다. 지난해부터 은행권에서 대규모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올해는 은행권 최대 현안인 '홍콩 ELS 손실'과 관련한 자율조정을 앞두고 있어 금융당국와 은행권은 내부통제시스템을 강화하고 있다.

국민銀, 지난 3월에 이어 100억원대 금융사고 2건 적발

9일 KB국민은행은 홈페이지를 통해 "자체 조사를 통해 두 건의 업무상 배임 금융사고 발생 사실을 확인했다"고 공시했다. 한 건은 대구의 A지점에서 발생했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 2020년 8월 말부터 지난 3월 8일까지 취급된 주택담보대출 등 총 111억3,800만원의 가계대출에서 대출신청인의 소득이 과다 산정되는 등의 문제가 발견됐다. 채무상환 능력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담보가 있더라도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대출 한도가 늘어나는데 특정 직원이 자의적으로 소득을 적용해 과다 대출과 배임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또 다른 건은 경기 용인시 B지점에서 발생했다. 국민은행 조사 결과 화성 동탄신도시의 상가 분양자들에게 272억원의 담보대출을 내줄 때 '임대업 이자상환비율(RTI)'을 실제보다 높게 산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RTI는 부동산임대 목적의 개인사업자에 대해 신규 대출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다. 주거용 물건의 경우 RTI가 1.25배 이상, 비주거용 물건은 1.5배 이상이어야 한다. 즉 임대 소득이 임대업 관련 대출 이자의 1.25배~1.5배에 이르지 않으면 대출이 어렵다는 의미다. 하지만 B지점은 관련 증빙서류의 내용이 사실인지 확인하는 데 소홀하거나 차이를 묵인해 과다 대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은 이달 초 이러한 사실을 금융감독원에 보고했고 현재 금감원은 현장 검사를 진행 중이다. 국민은행은 "대출을 취급한 직원들은 업무에서 배제된 상태"라며 "다만 이번 사고와 관련된 대출에서 지금까지 연체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국민은행은 앞서 지난달 13일에도 안양의 C지점이 지식산업센터 내 상가 분양자들을 대상으로 담보가치를 부풀려 총 104억원의 대출을 내준 배임 금융사고를 공시한 바 있다.

하나·신한銀 이어 국민銀 'ELS 사태' 자율조정 본격 돌입

지난해부터 은행권에서는 대형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우리은행에서는 700억원 규모의 대규모 횡령사건이 발생했고, 이후 BNK경남은행에서는 간부급 직원이 15년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상환 자금 3,000억원을 횡령·유용한 사실이 적발됐다. 역대 최대 규모의 금융사고다. 지난해 9월에는 국민은행에서 증권대행 부서 직원이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127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가 발견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징계를 받기도 했다.

지방은행에서도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DGB대구은행에서 직원들이 고객 동의 없이 증권계좌 1,662개를 몰래 개설한 정황이 드러난 데 이어 올해 경남은행에서 지점장이 불법 차명거래로 주식 매매 거래를 하고, 사모펀드를 불완전 판매한 사실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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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는 상황에서 올해 은행권에서는 소비자보호, 내부통제 등과 관련해 홍콩 H지수 ELS 사태가 최대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민은행은 오는 15일 홍콩 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배상 고객 전원에게 자율조정 절차를 안내하면서 본격적인 절차에 돌입한다. 안내 대상은 홍콩 H지수 ELS 녹인(Knock-In) 발생 계좌로 △만기상환 계좌 △만기 미도래 계좌 △녹인 발생 전·후로 중도해지 된 계좌를 보유한 고객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손실이 확정된 고객부터 신속히 배상 절차를 진행하겠다"며 "고객 불편 최소화와 투자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실천해 신뢰 회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의 ELS 판매액은 금융권에서 가장 많은 8조1,972억원으로 9,000억원 규모의 배상금을 지급할 것으로 예측된다.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계좌별 만기가 도래해 배상비율이 확정된 고객부터 순차적으로 자율조정을 진행할 예정이다. 배상비율 확정 고객은 계좌 만기 도래 순서에 따라 매주 선정된다. 해당 고객에게는 본부 차원에서 자율조정 절차와 방법을 담은 문자 메시지가 발송되고, 이후 영업점 직원이 개별적으로 유선을 통해 다시 한번 안내할 계획이다.

금융위, ELS 사태 언급하며 '책무구조도' 조기 도입 촉구

앞서 지난 1일 김주헌 금융위원장은 5대 시중은행장과 만난 자리에서 홍콩 H지수 ELS 사태를 언급하며 오는 7월 시행을 앞둔 은행 이사회 '책무구조도'의 조기 도입을 촉구한 바 있다. 책무구조도는 은행 등 금융사가 각 이사의 내부통제 관련 책임을 명시하고 금융사고가 발생했을 때 기업과 해당 임원에게 책임을 묻는 제도로 지난해 12월 금융사의 내부통제 구조 강화를 골자로 하는 '금융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금융사의 주요 업무에 대해 최종 책임자를 정해 내부통제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위임할 수 없도록 하고 개정안 시행 이후부터 금융사 임원들은 본인 소관 업무에 대해 내부통제 관리 의무를 부여받게 된다. 금융당국은 이를 통해 은행권 내부통제가 보다 효과적으로 구동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날 시중은행장들과 만난 김 위원장은 "ELS 사태 당시에 은행별 책무구조도가 제대로 마련됐다면 어떤 결과가 나타났을지 생각해 봐야한다"며 "책무구조도가 내부통제 문제의 실질적 해결책이 될 수 있도록 고민해 달라"고 촉구했다.

연말 조직개편·인적쇄신 통해 고객자산 리스크 관리 강화

은행권에서도 대규모 횡령, 불법 차명거래, 증권계좌 부당 개설, 사모펀드 불완전 판매 등 각종 일련의 금융사고들로 인해 추락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내부통제에 주력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내부통제 규제 강화와는 별개로 자체적으로 준법감시인 교체, 조직개편, 시스템 고도화 등을 추진하고 피해자 보상 등 금융사고 발생으로 인한 조치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한 운영체계 마련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은행권은 이미 지난해 말부터 연말 조직개편과 인적 쇄신을 통해 고객자산 리스크 관리 기능 강화에 나선 상태다. 특히 ELS 사태에 이어 지난해 100억원대 금융사고가 발생해 금융당국으로부터 강한 질책을 받은 국민은행은 그 어느 때보다 내부통제 강화에 힘쓰고 있다. 국민은행은 영업점의 준법·내부통제 관리와 디지털 영역의 감사 기능을 강화하고 소비자보호그룹의 역할을 확대해 보이스피싱 등 비대면 금융사고로 인한 고객 피해 발생에도 신속한 관리와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내부통제 자율개선 요구에 따라 지난해 12월 KPMG·김앤장과 함께 상시감사시스템의 내부통제와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의 고도화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아울러 임직원의 금융윤리와 자금세탁방지 교육체계를 구축하고 관련 자격증 취득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KB금융도 자회사 리스크 관리 부서 등에 '고객자산 위험 관리' 업무를 명확히 부여하고 내부통제를 담당하는 준법지원부에 '소비자보호팀'을 신설해 소비자보호 기능을 강화했다.

신한금융은 리스크 관리 관련한 내규를 개정해 준법감시인의 자격요건을 강화하고 각 영업그룹에도 자체적인 내부통제 기능을 부여해 현장에서부터 더욱 촘촘한 내부통제가 이뤄지도록 했다. BNK금융은 지난달 지주와 은행 직원 정기 인사에서 본부 부서 근무 5년, 동일 영업점 근무 3년 이상 된 장기근무 직원을 거의 예외 없이 전보 조처했다. DGB금융도 지난 연말 임원 인사에서 6년 만에 부사장직을 임명해 위기대응위험 관리 역량을 강화했으며 지난해부터 이사회 산하에 황병우 은행장과 이사들로 구성된 '내부통제혁신위원회'를 설치·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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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놀자, NYSE 출신 CFO까지 뽑았지만 연내 나스닥 상장은 첩첩산중?

야놀자, NYSE 출신 CFO까지 뽑았지만 연내 나스닥 상장은 첩첩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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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놀자, NYESE 출신 글로벌 기업 상장 전문가 '알렌산더 이브라힘' CFO로 선임
주력사업 수익성 악화에 연쇄 M&A로 매출액 규모 키우는 중
매출액 성장세로 상장하겠다는 전략이지만 과거 쿠팡 사례로 美 투자자들 의구심↑
하나투어 M&A 매물로 나온 것이 야놀자 상장 변수로 작용할 수도

최소 10조원 가치로 나스닥 상장(IPO)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야놀자의 2023년 영업이익이 2022년 138억원 대비 121억원이나 줄어든 17억원으로 나타났다. 경쟁사인 여기어때의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43% 성장한 464억원을 달성한 가운데, 야놀자 3인 CEO는 합계 158억원이 넘는 보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올해 상장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달 초 공시된 2023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야놀자 배보찬 대표는 지난해 보수로 58억2천만원, 김종윤 대표는 85억1,600만원, 이수진 대표는 15억8천만원을 받았다. 김종윤 대표는 앞서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행사로도 323억원의 보수를 챙긴 바 있다.

지난해 하반기에 인수한 이스라엘 기업간거래(B2B) 여행 솔루션기업 고글로벌트래블(GGT) 덕분에 4분기 영업이익 163억원을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지난해 주력 사업에서 영업손실을 보면서도 경영진이 고액의 보수를 챙긴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사실이 상장 심사와 해외 투자자들의 평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 관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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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권거래소 전광판 - 알렉산더 이브라힘 CFO의 야놀자 합류 소식/사진=야놀자 홈페이지

올해 나스닥에 상장한다고 CFO도 뽑았는데?

최근 야놀자는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20년 이상 근무한 알렉산더 이브라힘(Alexandre Ibrahim)을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선임했다. 지난 1999년 NYSE에 입사한 이후 상장 실무를 담당했고,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는 해외자본시장본부장으로 세계 각지의 기업을 NYSE에 상장시키는 업무를 담당했다는 것이 야놀자 관계자의 설명이다.

증권가에서는 NYSE 출신을 CFO로 채용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가 강하다. 한 미국 시장 IPO 전문가 A씨는 "한국으로 치자면 한국거래소 경력직을 CFO로 앉힌 셈"이라며 "NYSE는 결격 사유가 없으면 상장 심사에 제약을 두지 않는 곳인데, 굳이 NYSE 출신을 데리고 온 것이 의문"이라는 의견을 냈다.

실제로 국내의 경우 모 제약·바이오 기업이 '전관예우'를 고려해 한국거래소 출신 임원을 채용한 바 있으나, 한국거래소는 거꾸로 전관예우 논란을 우려해 상장심의위원회 심사에서 미승인을 결정했다. 이후 재수 끝에 상장에 성공하긴 했지만, 업계에서는 거래소 출신이 '디딤돌'이 아니라 '걸림돌'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증권업계에서는 야놀자가 나스닥 상장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내부적인 판단이 있었기 때문에 이브라힘 CFO를 채용한 것으로 해석한다. 일반적으로는 거래소가 원하는 방식의 기업 소개 보고서를 만들기 위해 상장 주관사의 도움을 받지만, 야놀자는 회사 사정에 정통한 내부 관계자가 기업의 강점과 약점을 적절히 조절해 기업 보고서를 쓰는 것이 상장 심사 통과 가능성을 더욱 높인다 판단했다는 것이다.

A씨는 "상장 심사에 자신이 있었다면 굳이 NYSE 출신을 CFO로 모시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신임 CFO와의 자세한 스톡옵션 계약을 알 수는 없지만, '크로스 보더'(해외 기업의 미국 시장 상장) 딜의 경우 상장 주관사 수수료도 만만치 않은 만큼 CFO에게 지급할 상장 성공 수수료를 감안하면 큰 비용을 지출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음에도 임원 보수를 줄이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시했다.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올해 상장을 사실상 포기한 것이 아니겠냐는 설명이다.

야놀자-최근-5년간-실적

주 사업 매출 정체에 M&A 없었으면 영업적자 났을 텐데, 임원 보수는 안 줄었다?

증권업계는 본 사업에서의 추가적인 성장은 사실상 정체된 상태에서 연속적인 인수합병(M&A)으로 외형을 확대해 온 것에도 주목한다. 지난해 11월 야놀자클라우드를 통해 인수한 '고글로벌트래블'이 대표적이다. 이를 두고 증권가에서는 2023년 연간 합계 영업이익이 17억원에 불과했던 것이 알려지자, 4분기에 영업이익 163억원을 기록하기 전까지 사실상 영업적자를 기록했기 때문에 GGT를 창사 이래 최대 규모 가액으로 인수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야놀자는 지난해 3분기까지 2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GGT 인수가액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2022년 인터파크 지분 70%를 2,940억원에 인수했던 것보다 큰 금액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야놀자가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약 10조원의 기업가치로 2조원의 투자를 유치했던 2021년만 하더라도 매출액이 3,302억원에 불과했지만 영업이익은 590억원에 달했다. 영업이익률 17.9%를 기록하면서 당시 계획대로 ‘원톱 트래블 기업’으로 발돋움할 경우 수익성이 더 증대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실제로 비전펀드로부터 받은 투자금은 M&A에 적극적으로 투입됐다. 야놀자 계열사인 야놀자클라우드는 2021년 글로벌 인공지능(AI) 전문 기업 테이블의 지분 51%를 900억원을 들여 인수했고, 2022년에는 인터파크, 2023년에는 GGT를 연달아 인수했다.

그러나 야놀자의 주력 사업인 플랫폼 부문 매출액은 2021년 2,670억원에서 2022년 3,643억원, 2023년 3,753억원으로 정체돼 있다. 영업이익률이 떨어지는 와중에 매출액 성장을 견인한 사업부문은 클라우드 부문과 인터파크트리플 부문으로, 2021년에는 336억원에 불과했던 클라우드 사업이 GGT 인수 등과 맞출려 2023년 1,733억원으로 증가했고, 인터파크트리플 부문은 2022년 인수 후 1,370억원, 2023년에는 2,594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주 사업 성장이 정체된 상태에서 연쇄 M&A를 통해 외형은 키웠으나 영업이익률은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해외 오피스는 늘어나는데 수익성은 요원

야놀자의 해외 사무소 운영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야놀자는 지난 2019년 싱가포르에 지사를 설립한 이후 지난달 뉴욕 맨하튼에 50번째 해외 지사를 설립했다. 5년 만에 아시아, 유럽, 미주 대륙에 50개의 해외 오피스를 연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번에 설립한 뉴욕 오피스가 나스닥 IPO의 전초기지가 될 것이라 내다보지만, 수익성이 나오지 않는 해외 사무소를 계속 운영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그간 야놀자 측은 “고객 중심의 서비스 업데이트, 국내 여행을 넘어 항공 등 해외여행 서비스까지 강화해 견조한 매출 증가세를 유지했지만 경상연구개발비 등 증가로 영업이익이 다소 감소했다”고 영업이익률 저하에 대해 답해 왔으나, 주력 사업 부문에서 영업 손실이 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임원 보수가 고액으로 책정된 점, 해외 매출이 전체의 10% 내외에 지나지 않는 점 등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야놀자 측의 답변과는 달리 영업이익률 감소의 주원인이 막대한 임원 보수와 관리 부실로 해석될 수밖에 없는 해외 오피스들 영업 실적 때문이라는 것이다.

매출 성장 속도만으로는 투자자들 설득 어렵다?

이런 가운데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영업이익률보다는 매출 성장 속도로 투자자들을 설득하겠다는 것이 야놀자 측의 IPO 전략일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 2021년 비전펀드로부터 받은 2조원의 투자금을 아직 완전히 소진하지 않은 데다, 최근 수익성을 개선한 하나투어가 매물로 나와 있는 만큼 야놀자가 인수에 성공할 경우 재무제표상의 매출 증가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나투어는 국내 여행업계 1위 기업으로 지난해 4,116억원의 매출과 34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현재 최대주주인 IMM 프라이빗에쿼티(PE)가 약 27.78%의 지분 매각 절차를 진행 중인 상태로, 업계에서는 약 3천억원에 매각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본다. 최근 야놀자 관계자는 하나투어 인수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힌 바 있으나, 지난달 야놀자가 하나투어의 경쟁사인 모두투어 지분 4.5%를 장내매수한 것으로 알려지자 IB업계에서는 모두투어 인수 가능성을 활용해 하나투어 인수 가액을 낮추려는 전략일 수도 있다고 해석한다.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는 데다 자회사들의 영업 손실로 매년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 역시 매출 성장 속도 이외에 다른 설득 요소가 없다는 해석을 뒷받침한다. 야놀자는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지난 2022년 1,209억원, 2023년에는 40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적극적인 M&A를 통해 외형을 빠르게 키우고 있으나, 시장에서는 매출 성장 속도만으로 시장을 설득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도 그럴 것이 상장 시 비교군으로 언급되는 부킹홀딩스의 매출대비 기업가치(PSR)는 약 5.5배다. 지난 2023년 야놀자의 매출액은 7,767억원이고, 하나투어를 인수한다고 해도 1조1,883억원이다. 5.5배의 PSR를 적용할 경우 야놀자 단독으로는 약 4조3천억원, 하나투어가 포함돼도 6조5천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자체 역량으로 매출액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M&A를 통해 외형이 성장하고 있는 것도 PSR에 추가되는 성장 속도 배수 효과 반영을 어렵게 만든다는 분석도 나온다. 빠른 성장을 감안할 경우 업계에서는 PSR에 다시 2배 이상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도 있다는 설명이지만, 과거 금융시장에 자금이 풍부하던 시절의 상황과 최근 금융경색을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기는 어렵다는 해석이다. IB업계 관계자들은 2021년에 10조원 가치로 투자를 받았던 것을 감안하면 비전펀드를 비롯한 주요 재무적 투자자(FI)들이 3년간의 내부 IRR(투자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최소한 20조원을 기대하고 있을 것이라는 것으로 내다본다.

IB업계 관계자 B씨는 "비전펀드가 최근 수익성이 악화되기는 했으나 한때 IRR 45%를 기록하기도 했다"면서 "야놀자에서 최소한 20~30%대의 IRR을 기대하고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연속된 M&A에 따른 매출 성장 속도로 투자자들을 설득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과거 쿠팡이 상장 후 기업가치가 급락했던 점에 비춰 미국 투자자들이 한국 기업의 수익성 대신 PSR을 믿어줄 가능성도 낮고, M&A 이외에 자체 역량에 따른 매출 성장이 정체된 점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떨어뜨리는 요소"라고 답했다. 쿠팡은 지난 2021년 3월 공모가 35달러에 상장했으나 2024년 4월 약 50% 수준인 18.43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올해 초 주당 14달러까지 떨어지자 일부 주주들이 집단 소송을 준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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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정한 중동 정세에 고개드는 인플레 공포, JP모건 회장 "금리 수년 내 8% 갈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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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월가의 황제, 미 경기 낙관론 경계 "금리 급등 가능성 경고"
예상보다 인플레 높게 유지될 수도, 금리인하 대신 8%로 인상도 가능
들썩이는 국제 유가에 불안한 물가 곡선, 인플레 재점화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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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은행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이 미국 금리가 향후 8% 이상까지 급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상 최대 규모의 재정 적자와 불안정한 중동 정세 등이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 국제 유가는 한 달 넘게 꾸준히 상승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직후인 지난해 10월 수준에 다가서고 있는 가운데, 고유가가 장기화할 경우 인플레이션 악몽이 되살아날 것이란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기준금리 8% 이상으로 오를 수도, 소프트랜딩 불확실 주장

다이먼 회장은 8일(현지시간) 공개한 주주들에게 보낸 61쪽 분량의 연례 서한에서 “(2차 세계대전 이후) 끔찍한 사건이 발생하면 우리는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과도하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었다”며 “하지만 최근 일어나는 일들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발생한 어떤 일도 압도할 수 있을 위험을 야기할 수 있다. 이를 가벼이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다이먼 회장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공, 그 이후 벌어지는 중동에서의 긴장 상황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이스라엘에 대한 혐오스러운 공격, 중동에서 계속되는 폭력이 미래 안전과 안보 전망을 불확실하게 해 역사에서 결정적 순간을 맞게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정학적 위기와 재정적자 등으로 미국 금리가 향후 8% 이상까지 급등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다이먼 회장은 “물가지표를 포함해 많은 주요 경제지표가 현재 호조를 나타내고 있고 향후 더 좋아질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물가 상승에 압력을 가하는 요인들이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경제의 연착륙 가능성에도 의문을 나타냈다. 그는 “현재 주가는 평가가치 범주의 상단에 위치하고 있고, 회사채 스프레드(회사채와 미 국채와의 수익률 차이) 또한 극도로 작아진 상황”이라며 “시장은 경제 연착륙 가능성을 70~80%로 반영하는데, 나는 그 확률이 훨씬 낮을 것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경제가 어디로 향하는지에 따라 미국 금리가 2%까지 떨어지거나 8% 또는 그 이상으로 치솟을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란-이스라엘 확전 임박" 이스라엘·미국, 공격 대비해 경계 태세

이번 서한에서 다이먼 회장은 자신을 포함한 많은 전문가들의 회의론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가 최근 나타내고 있는 회복 탄력성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다만 이란과 확전 가능성을 보이는 이스라엘의 중동 전쟁은 미국이 스스로 치유하거나 해결할 수 없는 불안한 스트레스 변수로 꼽았다. 국제 정세로 인해 경제적인 스트레스가 배가됨에 따라 경제 확장이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이 ‘제5차 중동전쟁’으로 확전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그간 대리세력을 통해 간접 참여했던 중동의 맹주 이란이 자국 영사관 폭격사태 이후 직접 보복을 예고하면서다. 이란은 전쟁 발발 후 이스라엘과의 직접 충돌을 자제했지만 지난 1일 이스라엘이 시리아 다마스쿠스의 이란영사관을 폭격해 혁명수비대 간부 등 13명이 숨지자 보복 차원에서 공격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격 시점으로는 이슬람의 금식 명절인 라마단 기간 중 ‘권능의 밤’이 유력시 되고 있다. 권능의 밤은 라마단의 마지막 열흘 가운데 홀숫날 중 하루로, 이달 10일 전후다. 이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이란의 공격이 임박했다고 보고 초경계 태세로 전환했다. 이스라엘 또한 전군에 비상 경계령을 내렸고 외국에 있는 이스라엘 공관 중 일부는 일시 폐쇄한 상태다. 이란의 공격이 현실화하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6개월 만에 이란과 미국의 대리전으로 번질 수 있는 만큼 국제사회에 큰 파장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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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확전 위기에 치솟는 국제 유가

이처럼 중동 지역의 긴장이 높아지는 가운데, 석유 공급에 대한 우려로 국제 유가가 치솟고 있다. 지난 5일(현지시간) 기준 뉴욕상업거래소에 따르면 오는 5월 인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6거래일 연속 오름세를 보이면서 배럴당 86.9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10월 20일 이후 최고치다. 올 초 70달러대였던 점을 고려하면 23.5%나 급등한 것이다. 석유수출기구(OPEC)에서 세 번째로 큰 산유국인 이란이 참전할 경우 원유 공급에 차질이 생기는 만큼 배럴당 100달러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글로벌 투자은행(IB)은 일제히 유가 전망에 경고등을 켰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올해 여름 지정학적 긴장과 OPEC 감산 등을 근거로 유가가 배럴당 95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봤다. JP모건체이스는 오는 8~9월 유가가 100달러에 도달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씨티그룹도 연내 배럴당 100달러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문제는 이같은 국제 유가 급등세로 인해 고유가가 장기화하게 될 경우 물가도 함께 올라 인플레이션이 고조된다는 점이다. 지난해 평균 가격(브렌트유 기준 배럴당 82.1달러)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의 유가가 지속되면 제조업 원가를 비롯해 냉난방비, 운송비 등 다양한 부문에서 가격 상승 압력이 높아진다는 의미다. 아울러 물가가 불안정해지면 미국 중앙은행(Fed)과 유럽중앙은행(ECB) 등이 금리 인하를 결정하기 어려워져 결국 경기 침체를 초래할 것이란 불안감도 감돌고 있다. 다이먼 회장의 이번 8% 금리 발언이 나온 배경이다.

국제 유가 상승은 국내 물가에도 치명타다. 한국은 원유를 전량 수입하는 만큼 중동 불안에 더욱 취약하다. 특히 석유는 물가통계에 반영되는 458개 품목 중 전세, 월세, 휴대폰요금에 이어 네 번째로 가중치가 크다는 점에서 우려를 더한다.

최근 3%대로 반등한 물가 상승률도 과일(사과·배 등)과 함께 석유류가 이끌었다. 지난 2월 전년 동월 대비 1.5% 내렸던 석유류 물가가 3월 들어 1.2% 상승으로 전환한 영향이 컸다. 석유류 물가가 상승세로 돌아선 것은 14개월 만이다. 석유류의 전체 물가 상승률 기여도 역시 0.05%p로 플러스 전환했다. 그간 전체 물가를 끌어내리는 데 기여했던 변수가 국제 유가 상승으로 물가를 밀어 올리는 변수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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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평가 논란' 딛고 화물사업부 매각 본격화한 아시아나항공, 매각가 움직일까

'고평가 논란' 딛고 화물사업부 매각 본격화한 아시아나항공, 매각가 움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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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에 국내 LCC 모였다
EU 기업결합 규제에 따른 매각 결정, 수익성 악화는 변수
"1조5,000억원 못 낸다" 일각에선 고평가 지적 쏟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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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의 화물 사업 매각이 급물살을 탔다.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화물 사업 부문 매각 주관사 UBS는 인수 후보사들에 이달 말 예정된 본입찰과 관련한 공지를 전달했다. 실사 등을 고려하면 오는 25일을 기점으로 세부 일정이 정해질 것이라는 전언이다. 화물 사업 매각가가 최소 1조5,000억원 선에서 산정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는 가운데, 시장은 차후 가격 조정 및 인수자 선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화물 사업 인수 후보는?

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UBS는 지난달 제주항공, 에어프레미아, 이스타항공, 에어인천 등 4곳의 저비용 항공사(Low Cost Carrier, LCC)에 숏리스트(적격 인수 후보)를 통보한 상태다. 후보들은 지난달 11일부터 가상데이터룸(VDR) 실사에 본격 착수했으며, 이후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실무 담당 직원을 인터뷰하는 '브레이크아웃(BO)' 세션 등 실사 진행에 주력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아시아나항공 화물 사업 부문의 예상 인수 금액이 5,000억~7,000억원에 달할 것이라 추산하고 있다. 여기에 1조원 규모의 부채를 추가로 떠안아야 하는 만큼, 인수 확정을 위해선 최소 1조5,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본입찰 시 매각가 부담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인수 후보 LCC들은 전략적 투자자(SI), 재무적 투자자(FI)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하며 자금 마련에 나섰다.

실제 에어프레미아는 사모펀드(PEF) 운용사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파빌리온프라이빗에쿼티(PE)와 컨소시엄을 꾸려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 제주항공의 경우 MBK파트너스 스페셜시추에이션(SS)펀드와의 협력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타항공은 차후 해외 자본을 통해 인수전에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해진다. 소시어스가 보유한 에어인천은 국내 유일 '화물 전문' 항공사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으나, 보유 자본금이 상당히 적어(2022년 기준 72억원) 유력 후보로는 거론되지 못하고 있다.

화물사업부 매각의 배경

이번 화물사업부 매각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EC)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한 데서 출발했다. EU는 이들이 기업결합 승인을 받아야 하는 14개국 중 가장 까다로운 기준을 내세운 국가다. 대한항공이 EU 측에 최초로 기업결합 신고서를 제출한 것은 지난해 1월이었다. EC는 당초 같은 해 7월 5일까지 합병 승인 여부를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이후 ‘독과점 우려’를 이유로 두 차례나 심사 기간을 연장하며 시정 조치를 요구했다.

이후 대한항공은 아시아나 화물 사업을 매각하고, 유럽 일부 노선을 국내 LCC(저비용 항공사)인 티웨이항공에 넘기는 시정 조치안을 EC에 제출했다. 이 같은 대한항공의 구상을 받아들인 EU 측은 지난 2월 △인천~파리, 인천~프랑크푸르트, 인천~로마, 인천~바르셀로나 노선 등 대한항공의 14개 유럽 노선 중 4개 노선을 국내 LCC인 티웨이항공 측에 넘길 것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를 매각할 것 등을 전제 조건으로 내걸어 양사 결합을 승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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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매각을 앞둔 아시아나항공의 화물 산업 부문이 지난해 뚜렷한 수익성 악화 기조를 보였다는 데 있다. 지난해 아시아나항공 화물 사업 매출은 전년 대비 약 46% 줄어든 1조6,071억원에 그쳤다. 사측은 세계적인 긴축 기조에 따른 항공 화물 수요 감소, 여객기 운항 회복에 따른 공급 증가 등 시장 내 불확실성이 확대되며 수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과열됐던 항공 물류 수요 및 운임 상승세가 제자리를 찾으며 수익성이 눈에 띄게 악화했다는 의미다.

화물사업부 매각가 고평가 논란

아시아나항공의 물류 사업이 뚜렷한 약세를 보인 가운데, 시장에서는 화물사업부의 기업가치가 지나치게 고평가됐다는 지적이 흘러나온다. 현재 시장 추산 매각가가 현실화할 경우, 화물 부문을 매입하기 위해 아시아나항공의 시가총액(8,110억)의 두 배에 육박하는 자금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의 화물기 11기 중 8기가 기령 25년 이상의 노후 항공기라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항공기는 기령이 30년을 넘으면 퇴역 수순을 밟아야 한다. 인수 후 추가로 순차적으로 항공기 교체 자금이 투입돼야 한다는 의미다.

다만 시장 일각에서는 현재 거론되는 가격으로 실제 거래가 이뤄질지는 아직 알 수 없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번 매각은 어디까지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을 위한 선결 조건인 만큼, 매각 측이 '아쉬운 입장'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7,000억원에 달하는 몸값은 과하다는 평이 많다"며 "자금력이 부족한 구매자들이 꾸준히 매각가에 대한 불만을 제기할 경우, 차후 (아시아나항공 측이) 눈높이를 낮출 가능성도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이 재무구조 악화로 인해 자금 수혈이 시급한 상황에 놓인 만큼, 차후 매각가를 크게 낮추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흘러나온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말 별도 기준으로 2조8,176억원에 달하는 차입금을 짊어지고 있다. 같은 해 투입한 순금융비용은 3,250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한항공이 지출한 순금융비용(852억원)의 4배에 육박한다. 항공 사업을 제값에 매각해 대규모 자금을 확보할 경우 재무 부담의 '족쇄'를 풀어내고, 인수합병을 통한 추가 성장을 적극적으로 도모할 수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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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이익 95% 날아갔다" 부동산 PF 충당금 '폭탄'에 흔들리는 한국투자저축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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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PF발 실적 부진으로 홍역 치르는 한국투자저축은행
"모회사, 도와줘요" 대규모 자금 수혈로 건전성 지표 겨우 개선
비용 급등·부실 리스크로 신음하는 저축은행들, 미래 전망도 비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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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국투자저축은행(이하 한투저축은행)의 실적이 눈에 띄게 악화했다.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리스크로 인해 충당금 적립액이 확대되며 당기순이익이 급감한 것이다. 한투저축은행을 비롯한 대다수 저축은행이 연체율 상승 및 이자 비용 급등으로 신음하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이후로도 저축은행 업계의 수익성 악화 기조가 지속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흘러나온다.

한투저축은행의 실적 악화 기조

8일 저축은행 통일경영공시에 따르면, 한투저축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40억원에 그쳤다. 전년(800억원) 대비 자그마치 95.0% 급감한 수준이다. 실적 악화의 배경 부동산 PF 대출에 대한 대손충당금에 있었다. 2022년 대비 업무이익(충당금 적립 전 이익)이 소폭 감소한 가운데, 충당금 적립액이 눈에 띄게 증가하며 이익 대부분을 상쇄한 것이다. 지난해 한투저축은행의 업무이익은 2,009억원, 충당금 적립액은 1,949억원 수준이었다. 

충당금 적립액 확대의 배경은 기존 한투저축은행의 적극적인 부동산 PF 대출 판매 기조에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한투저축은행의 부동산 PF 대출채권 규모는 8,111억원으로 집계됐다. 고점을 기록했던 2022년(9,614억원) 대비 소폭 감소한 수준이지만, 같은 기간 10대 저축은행 전체의 부동산 PF 대출 규모가 총 4조4,059억원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무시할 수 없는 규모다. 건설업계를 휩쓴 부동산 PF 리스크는 한투저축은행 실적에 거대한 악재가 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실제 지난해 한투저축은행의 부동산 PF 대출 중 고정이하여신(회수에 문제가 생긴 여신 보유 수준을 나타내는 건전성 지표)으로 분류된 채권은 총 472억원(고정대출 442억원·회수의문대출 30억원)에 달했다. 이처럼 부동산 PF 대출 리스크가 확대되자 한투저축은행의 대표 수익원이었던 기업금융 역시 위축되는 추세다. 지난해 말 기준 한투저축은행의 기업자금대출은 4조7,200억원으로 전년(5조1,051억원) 대비 7.54% 감소헀다. 전체 대출에서 기업금융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71.84%에서 68.28%로 낮아진 상태다. 

한국투자저축은행-2022-2023-실적

유상증자로 '급한 불'만 껐다?

한투저축은행의 기초 체력이 눈에 띄게 약화한 가운데, 관련 업계는 한투저축은행의 아슬아슬한 '줄타기'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지난해 건전성 지표가 일부 개선되긴 했지만, 여전히 각종 시장 리스크를 상쇄하기는 역부족이라는 시각이다. 한투저축은행의 BIS(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손실에 대비한 자본 여력)은 2022년 10.88%에서 지난해 말 15.02%로 상승한 바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지난해 한투저축은행이 한국투자금융지주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확보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2022년 하반기 레고랜드 사태 직후 금융권 전반에 유동성 위기가 불거지자, 저축은행 업계는 고금리 예금을 경쟁적으로 판매하며 수신 방어에 나선 바 있다. 이례적인 수준의 고금리 상품 판매는 막대한 이자 비용 부담 및 수익성 악화를 초래했다. 당시 판매 경쟁에 뛰어든 한국투자저축은행 역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수익성 악화 기조가 본격화하자, 한투저축은행은 지난해 3월 모회사인 한국투자금융지주로부터 4,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이후 한국투자저축은행의 재무 안전성은 눈에 띄게 개선됐다. 결국 지난해 자기자본비율 등 건전성 지표의 회복세에는 본사 '자금 수혈'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의미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종사자는 "지난해 유상증자가 없었다면 한투저축은행은 본격적인 '생존' 위기를 맞이했을지도 모른다"며 "시장 상황이 좀처럼 나아지질 못하고 있다. 유상증자로 급한 불은 껐지만, 한투저축은행을 비롯한 저축은행 업계의 위기는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9년 만에 적자 기록한 저축은행 업계

실제 최근 저축은행 업계 전반에는 먹구름이 드리운 상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저축은행 79개사는 총 5,55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저축은행 업계가 연간 기준 적자를 기록한 것은 2011~2014년 ‘저축은행 사태’ 이후 9년 만에 최초다. 2022년 고금리 수신 유치 경쟁으로 인한 이자 비용 급증, PF 대출 부실 등이 업계 전반의 실적을 끌어내린 것이다.

저축은행 업계의 이자 비용도 2022년 2조9,177억원에서 지난해 5조3,508억원으로 83.4% 폭증했다. 대손충당금 규모 또한 3조8,731억원으로 전년(2조5,731억원) 50.5% 불어났다. 이 중 대부분은 부동산 PF 대출의 예상 손실에 대비해 쌓은 대손충당금이다. 지난해 말 기준 저축은행 업권의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7.72%로, 2022년 말 대비 3.64%p 급등했다. 

대출 부실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건전성 지표도 미끄러졌다. 지난해 말 기준 저축은행 업계의 연체율은 6.55%로, 2015년 이후 8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각종 지표가 줄줄이 악화하는 가운데, 시장 상황을 견디지 못한 전체 저축은행의 절반가량(41곳)은 적자의 늪에 빠졌다. 영업이익을 유지한 한투저축은행이 그나마 '선방'했다는 평이 흘러나오는 이유다. 다만 올해도 저축은행 업권의 연체율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차후 수익성이 추가로 악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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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달러선 넘어선 국제유가, 인플레이션 압박에 기준금리 인하도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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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배럴당 90달러 돌파, 공급망 리스크 못 견뎠다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절대적인 생산량 감소가 원인
인플레이션 상승 위험 커져, 기준금리 인하는 언제쯤
2024년-국제-유가-변동-추이

국제유가가 배럴당 90달러 선을 돌파했다. 이스라엘과 이란을 중심으로 한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위기를 비롯해 각국의 원유 수출 감축 등 공급망 악재가 누적되며 가격 전반이 뛰어오른 것이다. 다가오는 여름,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선을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는 비관적 전망이 제기되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미국 중앙은행(Fed)과 유럽중앙은행(ECB)의 기준금리 인하 시기가 한층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흘러나온다.

원유 생산국들의 감산 기조

지난 5일(현지시간)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6월물 브렌트유 선물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0.57% 오른 배럴당 91.17달러를 기록했다. 같은 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가격도 전일 대비 0.36% 오른 배럴당 86.91달러를 기록했다. 두바이유 가격 역시 지난 5일 싱가포르 현물시장에서 배럴당 90.89달러까지 뛰었다.

시장에서는 차후 국제 유가가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멕시코 등 산유국이 원유 생산량·수출량을 줄이고 있는 만큼, 차후 가격 상승세가 한층 가팔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미주 지역의 주요 원유 공급국인 멕시코는 지난달 자국 내 값비싼 연료 수입을 줄이기 위해 석유 수출량을 35% 줄인 바 있다. 이에 따라 멕시코의 석유 수출량은 2019년 이후 최저 수준까지 감소했다.

멕시코 외 국가들도 속속 원유 감산을 단행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 집계에 따르면 멕시코, 미국, 카타르, 이라크 등의 3월 원유 생산량은 하루 평균 100만 배럴가량 감소했다.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 또한 올해 상반기 감산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 실제 OPEC 회원국인 아랍에미리트(UAE)는 지난달 중질유인 '어퍼 자쿰'(Upper Zakum) 출하량을 지난해 평균 생산량 대비 41% 줄이기도 했다.

중동 지역 내 지정학적 위기 고조

이스라엘과 이란의 분쟁으로 인한 중동 지역 내 지정학적 위기 역시 원유 가격 상승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지난 1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은 시리아 다마스쿠스에 위치한 이란 영사관에 폭격을 감행했다. 주시리아 이란 대사에 따르면 해당 폭격으로 인해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등 총 13명이 사망했다. 이란은 폭격 사태의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 강력한 반발의 뜻을 내비쳤다. 이에 일부 전문가들은 이란 측이 이스라엘에 보복 공격을 단행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홍해 해상에 주둔한 예멘 '후티 반군'의 공격도 국제 유가 상승세를 자극하고 있다. 후티 반군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팔레스타인 무장정파인 하마스(Hamas)에 대한 지지를 선언, 홍해를 횡단하는 상선에 대한 무차별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수백만 배럴의 원유를 실은 선박들은 줄줄이 아프리카 남단으로 항로를 우회해 이동하고 있다. 해상 원유 공급이 지연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처럼 주요 산유국이 밀집해 있는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될 경우, 국제유가는 강력한 가격 상승 압박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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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 공급망 전반이 불안정한 양상을 보이는 와중에 업계 일각에서는 원유 수요가 오히려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미국 정유업체들이 휘발유 소비가 최고조에 달하는 여름철을 대비해 생산량 확대 채비를 하고 있는 데다, 미국과 중국의 제조업계 역시 연료 사용량 증가를 예고하고 있어서다. 원유 수요와 공급이 엇갈릴 가능성이 확대된 가운데, JP모건 체이스는 오는 8월 또는 9월까지 유가가 100달러에 도달할 수 있다는 극단적 전망을 제시하기도 했다.

미국·유럽 기준금리 인하 늦춰지나

문제는 국제유가 상승세가 세계 각국의 인플레이션 문제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석유류 물가가 상승할 경우 △제조업 원가 △운송비 △전기·가스 요금(냉난방비) 등의 가격 상승 압력이 높아지게 된다. 시장 일각에서는 차후 인플레이션 상황 악화로 인해 Fed과 ECB 등의 금리 인하 결정이 지연되고, 글로벌 경기 침체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비관론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Fed의 경우, 최근 꾸준히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금리 인하는 어렵다는 강경한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의 주요 경기 지표가 견조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서둘러서 금리를 인하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3일(현지시간)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경영대학원 주최 포럼 강연에 참석,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를 향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발언한 바 있다.

실제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2022년 6월 9.1%로 고점을 기록한 후 하락곡선을 그려왔으나, 지난해 6월 이후부터는 3%대 초중반 선에서 정체돼 있는 상태다. 지난 2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3.2% 상승하며 전월(3.1%) 대비 상승폭을 키운 상태다. CPI 하락세가 사실상 정체된 가운데, 국제유가 상승세가 미국 물가에 추가적인 상승 압력을 가할 경우 상황은 급속히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기존 6월경으로 점쳐졌던 Fed의 금리 인하 시기가 눈에 띄게 늦춰질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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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채 훈풍에도 '전량 미매각' 2연타? 추락하는 효성화학, 부익부 빈익빈 심화에 "신동력 찾기도 어렵다"

회사채 훈풍에도 '전량 미매각' 2연타? 추락하는 효성화학, 부익부 빈익빈 심화에 "신동력 찾기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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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화학 이번에도 미매각, 9분기 연속 영업손실 등 영향
BBB급 신용 하락에 낙관론도 있었지만, "이제는 낙관 없는 리스크"
회사채 시장도 '부익부 빈익빈'? 악재 속 신동력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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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화학이 올해 첫 공모채 발행에 나섰지만, 결국 이번에도 미매각을 피하지 못했다. 모집 금액을 줄이고 높은 금리밴드를 앞세웠음에도 투심을 끌어모으지 못한 것이다. 실적 악화와 신용등급 강등의 겹악재가 주요 실패 원인으로 꼽힌다. 업계에선 효성화학의 회사채 미매각 2연타에 시장 양극화가 더욱 심화했단 평가도 나온다. AA급 우량채부터 A급 비우량채까지 완판 행렬을 이어나가는 와중에도 BBB급의 효성화학이 미매각을 기록한 건 시장을 견인하던 '부익부 빈익빈'의 관성이 강해졌단 근거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효성화학, 지난해 이어 올해도 '전량 미매각'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효성화학은 8일 500억원(1.5년 단일물) 규모의 공모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희망 금리밴드는 6.50~7.50%(절대금리)로 제시했으며, 수요예측 결과 등을 고려해 최대 1,000억원까지 증액 발행을 염두에 뒀다. 효성화학은 지난해 1월 미매각 사태를 겪은 뒤 약 1년 3개월 만에 공모시장 문을 두드렸다.

앞서 지난해 1월 효성화학은 1,2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앞두고 기관투자가들을 상대로 수요예측을 진행했으나 단 한 건의 인수 주문도 받지 못하고 전량 미매각을 낸 바 있다. 이에 팔리지 않은 효성화학의 회사채는 인수단으로 참여한 산업은행이 70억원어치를 인수하고 대표 주관사인 KB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남은 물량을 떠안게 됐다. 효성화학의 수익성 악화가 신용등급 추가 하락 우려를 자극하면서 투자자들이 지갑을 닫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에 업계에선 효성화학이 실적 악화와 신용등급 강등이란 변수를 극복하고 만족스러운 수요예측 결과를 받아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였다.

그러나 결과는 참혹했다. 업계에 따르면 효성화학은 이날 진행한 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매수주문 0건을 기록했다. 투심을 끌어내지 못한 것이다. 남은 물량은 KB증권과 한국투자증권, 인수단인 신영증권·미래에셋증권이 인수할 예정이다. 결국 효성화학은 지난해에 이은 공모채 복귀전에서 명예회복에 실패한 꼴이 됐다.

실패 요인은 역시 효성화학의 영업손실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효성화학은 지난해 영업손실 1,888억원을 기록했다. 손실 폭을 전년 대비 1,500억원가량 줄였으나 그럼에도 9분기 연속 적자란 사실에 변함은 없다. 신용등급도 강등됐다.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NICE)신용평가는 효성화학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부정적)에서 BBB+(안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IB 업계 관계자는 "효성화학에 대한 시장 평가가 워낙 좋지 않은 데다 신용등급 강등·실적 부진에 이어 실적개선 여지도 충분하지 않아 호응을 얻지 못했다"며 "금리밴드를 앞선 도전보다는 높게 제시했으나 타 기업과 비교해서 매력적이지 않아 수요예측에 참여할 유인이 적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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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화학 삼불화질소(NF3) 공장/사진=효성화학

부진 이어가는 효성화학, 조현준 회장 리스크도 여전

효성화학의 부진은 여타 지표에서도 나타난다. 업계에 따르면 효성화학은 지난 2월 22일 지주사 효성을 대상으로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사채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신종자본증권은 주식과 채권의 중간적 성격을 갖는 하이브리드 채권으로, 만기가 정해져 있지만 발행사 결정에 따라 연장할 수 있어 ‘영구채’라는 이름이 붙는다. 이 때문에 회계상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분류된다. 효성화학이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조달한 금액은 1,000억원 규모로, 만기일은 30년 후인 2054년이다. 최초 이자율은 8.3%로 발행일로부터 2년 후 최초 이자율에 연 3.5%, 5년 후엔 연 4.5%, 10년 후엔 연 5.5%가 추가로 가산되는 금리 상향 조건이 붙었다.

효성화학이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건 극심한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함이다. 효성화학은 지난해 1월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대실패를 겪으며 지난해 3월 기준 부채총계 3조2,764억원, 부채비율 9,940.57%로 악화 일로를 겪었다. 특히 효성화학의 부채비율은 2022년 말(2,631.81%)과 비교해 7,308.76%p 급증했는데, 이는 당시 코스피 상장사 중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차입금 의존도, 즉 외부에서 조달한 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84.4%에 달했다. 효성화학이 내부에서부터 썩어들어가고 있다는 시장의 평가가 적지 않았던 이유다. 효성화학은 재무 구조 개선을 위해 토지 재평가, KB증권 등을 대상으로 신종자본증권 발행,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 등 각종 노력을 이어갔으나 재무 구조에 큰 변화는 없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부채비율이 3,474.7%, 차입금 의존도 78.6% 수준으로 어느 정도 개선되긴 했지만, 순차입금 규모가 여전히 2조5,000억원 수준으로 자기자본 908억원 대비 한참 높다는 점은 큰 부담이다.

조석래 전 효성그룹 회장 타계 이후 직을 물려받은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에 대한 시장의 시선이 곱지 않단 점도 부정평가를 가중한다. 조현준 회장이 베트남 법인(효성비나케미칼)에 역점을 둔 것이 눈엣가시로 비친 탓이다. 앞서 조현준 회장은 지난 2019년부터 총 1조5,093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베트남 법인에 투자했다. 이를 통해 베트남 현지 최대 규모인 연간 폴리프로필렌(PP) 60만t 생산 설비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지만, 잇단 공장 설비 문제로 점검과 보수를 반복하면서 그룹 전체에 손실만 키우는 결과를 낳았다.

여기에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라 액화석유가스(LPG) 가격이 상승하며 PP 스프레드가 빠르게 하락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이렇다 보니 투자자들 사이에선 "조현준 회장의 베트남 투자가 결정적인 패착으로 작용한 것이나 다름없다", "회장이 리스크를 떠안기는커녕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 등 의견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A급도 완판 행렬인데, BBB급 효성화학은 거듭 '추락'하기만

결과적으로, 이번 회사채 미매각 사태는 효성화학의 추락을 더욱 가속할 전망이다. 회사채 전량 미매각이 두 번 연속 발생하면서 그나마 효성화학을 감싸던 낙관론마저 희미해졌기 때문이다. 당초 수요예측이 시작되기 전에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낙관적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높은 금리밴드를 앞세우면 분위기 반전도 꿈은 아니라는 것, 신용등급 하락이 오히려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기대였다.

업계에 따르면 효성화학이 내건 희망 금리밴드는 개별 민간채권평가회사(민평) 금리 대비 90bp(베이시스포인트·1bp=0.01%)를 가산한 수준이다. 신용등급 하락은 고옴주하이일드 펀드 등 자금 유입 창구가 생겼단 점이 긍정평가 요인으로 작용했다. 공모주하이일드 펀드는 순자산총액의 45%를 신용등급 BBB+ 이하 회사채에 투자하면 공모주 우선 배정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최근 IPO(기업공개) 열풍과 함께 공모주 우선 배정 비율이 5%에서 10%로 확대된 만큼 효성화학도 수혜를 입을 수 있으리란 시선이었다.

그러나 결국 파국을 맞이하면서 시장에선 회사채의 부익부 빈익빈이 더욱 심화했단 평가가 나온다. 실제 최근 시장에선 효성화학 등 BBB급을 벗어나면 AA급 우량채부터 A급 비우량채까지 조 단위 완판 행렬을 이어가는 등 훈풍이 불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채권시장에서 회사채 순발행액은 14조8,381억원이다. 순발행액은 총발행액에서 상환액을 뺀 액수며, 올해 회사채 총발행액은 39조1,617억원으로 나타났다.

회사채 수요예측도 거듭 흥행을 이었다. 지난 2일 GS파워(AA)는 3·5년물 등 총 1,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총 1조850억원의 매수 주문을 받으며 대흥행했다. 희망금리밴드는 개별 민평 평가금리 대비 -30bp~+30bp를 가산한 금리밴드를 제시했다. 이에 대해 GS파워 측은 "이번 수요예측에서 신고액 기준 3년물 -11bp, 5년물은 -21bp에서 모집 물량을 모두 채웠다"며 "수요예측 흥행에 따라 최대 2,000억원까지 증액 발행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비우량채에 속하는 대웅제약(A+)에도 회사채 발행 목표 모집액의 9배가 넘는 자금이 몰렸다. 대웅제약은 2·3년물 1,000억원 모집에 9,310억원의 주문을 받아냈고, 이외에도 2년물 400억원 모집에 3,780억원, 3년물 600억원 모집에 5,530억원이 몰렸다. 대웅제약은 희망 금리밴드로 개별 민평 평가금리 대비 -30bp~+30bp를 가산한 이자율을 제시해 2년물은 -23bp, 3년물은 -44bp에 모집 물량을 채웠다. 같은 날 수요예측에 나선 코오롱인더스트리(A) 역시 총 750억원 모집에 3,730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개별 민평 평가금리 대비 ±30bp의 금리를 제시해 2년물 -26bp, 3년물 -43bp에 물량을 채운 것으로 알려졌다.

부익부 빈익빈으로 대표되는 시장의 흐름을 끝내 역행하지 못하면서 투자자 사이 효성화학의 이미지는 나락으로 굴러떨어졌다. 사실상 새로운 동력을 찾기도 어려워졌다는 업계 내 의견이 효성화학의 미래를 대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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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우회 상장 통로 '스팩', "실적 뻥튀기였나" 주가 반토막 기업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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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 시초가 대비 절반도 안 되는 가격에 거래
실적 기반 얕은 기업 대다수, 상장 자체에 목적
'스팩합병=부실기업' 인식 확산, 제도 개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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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SPAC)를 통해 증시에 상장한 기업들의 주가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1년간 코스닥 시장에 스팩상장한 기업 대부분은 주가가 합병 시초가 대비 절반 수준에도 못미치는 가격으로 거래가 되고 있는 모양새다. 장밋빛 실적 전망을 토대로 예상 실적을 부풀린 것이 부메랑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합병 당시 제시했던 미래 수익과 실제 수익의 괴리가 커지면서 결국 기업가치를 뻥튀기해 상장을 했다는 부정적 인식에 힘을 실어준 셈이다. 주가 하락과 실적 악화가 겹치며 사업 성장성과 무관하게 '스팩합병은 곧 부실기업'이라는 인식이 확산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금융당국 차원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스팩합병 기업 중 주가 오른 기업 단 2곳

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스팩합병(스팩소멸합병·스팩존속합병 포함)으로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18개사 가운데 상장일 종가보다 주가가 내려간 기업은 16개사로 파악됐다. 특히 지난해 9월 합병 당일 5,910원에서 거래를 시작한 율촌은 하락세를 거듭해 현재 1,692원에 거래되고 있다. 주가가 71.37% 하락한 것이다.

드림인사이트, 레이저옵텍, 셀바이오휴먼텍, 코어라인소프트, 세니젠, 제이엔비, 제이투케이바이오 등 지난 1년간 스팩상장한 18개 기업 가운데 8개사는 주가가 시작가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스팩합병 기업 다수도 합병기일 시가 대비 20~30% 하락한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월 상장한 에스피소프트와 1월 상장한 한빛레이저 등 단 두 곳만이 합병 시초가 대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스팩합병 기업의 주가가 상장 이후 약세를 면치 못하는 상황은 이미 예견된 결과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당초 직상장의 어려움으로 인해 스팩합병을 택한 만큼 주가를 부양할 만한 충분한 실적이 뒷받침되지 못해서다. 스팩은 상장된 이후에나 합병 기업을 찾아야 하는 만큼 합병 과정에서 투자자의 충분한 검토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감원 조사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23년 8월까지 스팩상장한 기업 139개사를 조사한 결과 평균 매출액 추정치는 571억원이나, 실제 액수는 479억원이었다. 영업이익도 평균 추정치는 106억원이었으나 실제로는 44억원에 불과했다. 전반적으로 18%가량 미달한 수치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2월 스팩상장 기업의 미래 영업실적 추정치를 공시할 때 회계법인 평가 이력 등을 넣도록 공시를 강화한 상태다.

스팩합병 상장 후 갑자기 대주주가 변경되는 사례가 많은 점도 주가 디스카운트를 부추기는 요소다. 일례로 2020년 스팩합병으로 상장한 윈텍은 여러 차례 대주주가 변경됐고 TS트릴리온을 비롯해 2021년 스팩합병한 다보링크 등도 최대주주 변경과 자본 조달 이슈 등으로 증시에서 부정적으로 수차례 언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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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뒷문 상장' 통로로 남용되고 있는 스팩

스팩은 주식 공모를 통해 투자자들로부터 조달한 자금을 바탕으로 기업 인수합병(M&A)을 유일한 목적으로 하는 회사를 말한다. 사실상 아무런 이윤을 창출하지 못하는 페이퍼컴퍼니인 셈이다. 스팩은 설립 후 주식시장에 상장시키기 위해 기업공개(IPO)를 한다. IPO는 주로 코스닥 시장에서 하며, 이때 일반 투자자들은 IPO에 참여할 수 있다. 공모가는 1주당 2,000원이며 공모에 참여한 투자자들의 투자금은 기업 합병 전까지 금융기관에 예치된다.

3년 내 합병할 회사를 찾아서 합병에 성공한다면 합병회사의 이름으로 주식이 재상장되며 기존 투자자들은 합병법인의 주주가 된다. 이 과정에서 스팩 주주들은 합병법인의 기업가치 상승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우량기업과 합병할 시 스팩 IPO 때의 공모가보다 높은 금액의 주식을 부여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3년 동안 합병할 기업을 못 찾게 되면 스팩은 자동으로 해산되는데 이때 주주들은 자신의 투자원금과 소정의 이자를 돌려받을 수 있다. 다시 말해 스팩이 상장폐지 되더라도 투자 원금과 이자는 돌려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부작용도 적지 않다. 스팩은 잠재력 있는 비상장기업에 다양한 상장 경로를 열어준다는 취지로 설립됐으나 합병 당시 기업이 제시한 예상 실적을 달성하기는커녕 주가가 폭락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보니 사실상 ‘뒷문 상장’으로 남용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그도 그럴 것이 직상장의 경우 공모가를 정하는 수요예측 과정에서 기관투자자들의 분석과 평가가 이뤄지는 데다 일반청약을 통해 개인투자자들의 반응도 가늠해 볼 수 있지만, 스팩합병의 경우 이 같은 절차를 일절 거치지 않는다. 스팩합병은 비교군이 없이 절대적인 기업가치를 바탕으로만 합병 비율·가액 등을 결정하는데 주관사, 발행사가 협의한 가격을 놓고 주주총회를 거치긴 해도 몸값이 부풀려질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주가 변동폭 제한 위해 '전면 단일가 매매' 도입 목소리도

더욱이 스팩은 주가 변동성이 클 수밖에 없는 내재적 특징을 보유하고 있다. 우선 시가총액 규모가 평균 100억~200억원 내외로 작고, 거래량도 많지 않아 적은 거래대금만으로도 주가 변동폭이 커질 수 있다. 또한 스폰서·발기인 등 대부분의 지분은 보호예수로 잠겨있다. M&A를 위한 기업인 만큼 이벤트에도 민감한데, 여기에 공모주 투기 심리까지 가세할 경우 주가는 걷잡을 수 없이 출렁이게 된다. 이렇다 보니 스팩의 이 같은 특성을 악용하는 세력도 있다. 실제로 한국거래소는 지난 2021년 주가 상승률이 과도했던 스팩 17종목에 대한 기획감시 결과 7개 종목에서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 혐의를 발견하기도 했다.

이에 증권가 일각에서는 스팩이 현금으로만 이뤄진 특수목적법인임을 감안해 주가 변동폭을 제한하는 강한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장 시 공모가의 400%, 이후 30%인 현행 가격 제한폭으로 인해 경우 섣불리 손댔다간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만큼 전면 단일가 매매 제도를 도입해 매매 형식을 불편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단일가 매매란 매도·매수 호가를 접수해 정해진 시간마다 한꺼번에 매매를 체결하는 방식으로, 매매는 30분 간격으로 이뤄진다. 거래가 까다로워짐에 따라 투기성 추종 매매를 방지하는 기능이 있다. 통상 투자유의종목으로 지정된 종목에 단일가 매매가 적용된다. 금융당국은 2021년 우선주 이상 급등 당시에도 일정 기준 미만 우선주에 단일가 매매를 시행한 바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주식 투자자들에 대한 계도와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 2010년 제도 도입 이후, 국내 스팩 투자가 성공리에 마무리된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상장 스팩의 합병 성사율은 50% 안팎으로 추정된다. 즉 절반가량은 원금에 소정의 이자 정도를 지급받지만, 나머지 절반의 투자자는 손실을 본다는 의미다. 실제 지난 2021년 장중 1만2,000원을 넘어서며 스팩 투자 광풍을 주도했던 삼성스팩4호는 지난해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청산 6개월 전까지 합병을 위한 상장 예비심사 청구를 하지 못한 까닭에서다. 결국 삼성스팩4호는 관리종목 지정 후 1개월 이내 동 사유 미해소로 상장폐지됐다.

합병 이후 꾸준히 안정적인 수익률을 내는 경우도 극히 드물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2010년~2021년 2월 중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된 스팩의 성과를 분석한 결과, 스팩합병 후 수익률이 합병 전보다 오히려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뿐 아니라 시간이 갈수록 지속적으로 수익률이 하락하는 '장기 저성과' 현상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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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투자처 기다리는 대기자금, 수익률 좋은 '머니마켓펀드'로 몰려

새로운 투자처 기다리는 대기자금, 수익률 좋은 '머니마켓펀드'로 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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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간수익률 5%' MMF에 사상 최대 6조 달러 유입
단기 투자인 MMF 쌓인 자금은 증시 종잣돈이 되는 흐름
유럽도 CS 파산 이후 MMF 늘어, 올해 증시 상승 기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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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머니마켓펀드(MMF) 운용자산이 3주 만에 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국의 역사적인 고금리로 수익률이 높아진 MMF에 역대급 자금이 유입되면서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고금리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되는 만큼 MMF 투자 인기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MMF, 대기자금으로 단기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뮤츄얼 펀드

4일(현지시간) 미국 자산운용협회(ICI) 발표에 따르면 3월 26일부터 4월 3일까지 일주일간 MMF에 705억 달러(약 92조원)의 신규 자금이 유입돼 MMF의 총자산 규모는 6조1,114억 달러(약 8,300조원)로 늘어났다. 주간 기준으로는 3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폭이다. 종류별로 살펴보면 국공채 등에 주로 투자하는 정부기금 MMF에는 628억2,000만 달러가, 기업어음(CP) 등 상대적으로 위험이 높은 자산에 투자하는 프라임 MMF에는 49억3,000만 달러가 각각 유입됐다.

MMF 정보업체 크레인데이터에 따르면 현재 미국 100대 MMF의 연평균 수익률은 5.14%에 달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인하 시점을 미루면서 MMF의 수익률이 매력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MMF는 단기 국채 등 단기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일종의 뮤추얼펀드로, 단기 자금을 운용하는 데 좋은 만큼 대기성 자금으로 여겨진다. 국공채, 환매조건부채권(RP) 등 신용위험이 거의 없는 상품으로 포트폴리오를 운영하기 때문에 초안전자산으로도 분류된다. MMF로의 자금 유입은 지난해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은행권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가속화했다. 단기 금리 상승과 변동성 확대를 의식한 투자자들이 현금 확보를 택한 것이다.

불확실성 높아지자, 큰손들 MMF에 자금 예치하고 '관망'

주목할 만한 점은 MMF로 자금을 예치하는 투자자의 상당수가 개인이 아닌 '법인'이라는 점이다. 고금리, 고물가 등 거시경제의 불확실성이 여전할 것이란 판단하에 큰손들이 안전성이 높은 현금성 자산 비중을 늘리면서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지난해 연말 MMF에 자금이 몰린 것은 Fed가 금리를 내리기 전까지 고금리 수익 ‘막차’를 타겠다는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MMF에 쌓인 자금이 미국 증시로 유입돼 종잣돈이 되는 흐름이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연준이 내년 상반기 중에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채권 수익률이 낮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Fed가 금리를 3% 수준까지 내린다고 하더라도 MMF 수익률과 예금 이자 사이의 격차가 여전히 엄청나기 때문에 만약 Fed가 금리 인하를 늦춘다고 하더라도 투자자들은 MMF에 현금을 쌓아두고 높은 이자 수익을 누릴 수 있다.

블랙록, 골드만삭스, 페더레이티드 에르메스 등도 올 한 해 MMF에 대한 자금 유입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에 이어 유럽에서도 크레디트스위스(CS)의 파산 등을 계기로 MMF로 자금이 유입되고 있어 글로벌 증시 상승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숀 컬리넌 전무 등 전문가들은 "올해 통화정책 완화가 시작될 때 MMF 수익률이 시장 수익률을 웃돌 가능성이 크다"며 "미국의 기관투자자들이 MMF 투자를 늘리고 있는 데다 유럽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 대기자금은 ETF로 몰려

국내에서도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갈 곳을 잃은 대기 자금이 늘어나고 있다. 다만 이전에는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시기에 투자자들이 판단을 유보하고 적기가 도래할 때까지 흐름을 관망하기 위해 대기 자금을 늘렸다면, 최근에는 새로운 투자처나 나타났을 때 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단기자금 운용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4일 기준 개인의 MMF 설정액은 연초 대비 8,000억원 증가했으며 법인은 같은 기간 27조6,000억원 증가했다. 투자자 예탁금 또한 지난달 증가 추세로 전환했으며 3월 29일 기준으로 개인투자자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액은 79조9,000억원까지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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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투자금융업계 전문가들은 현재 남아있는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으로 장기금리 하락 여부, 엔화의 향방 등을 꼽는다. 먼저 지난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Fed는 3회 기준금리 인하 전망을 유지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기준금리 인하가 지연되면서 금리가 상승할 위험이 여전히 높다고 보고 있다. 한편 일본은행(BOJ)은 지난 3월 통화정책 회의에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폐기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엔화 강세의 영향으로 일본 증시의 강세가 마무리되고 국내 증시의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그동안 엔·달러 환율 변화율과 한국 증시의 수익률은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며 음(-)의 상관관계를 나타냈다. 하지만 최근 이 상관관계가 크게 약화된 만큼 엔화 모멘텀이 한국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주가와 수급 측면에서 기대보다 제한적일 수 있다. 이에 국내 증시 대기 자금은 단기적으로 자금을 운용하기 용이한 파킹형 상장지수펀드(ETF)에 쏠리고 있다.

KB증권에 따르면 지난 3월 한 달간 개인의 순매수 대금이 가장 높았던 상위 10개의 ETF 중 2개가 파킹형 ETF로 'KODEX CD금리액티브(합성)'과 'TIGER 1년은행양도성예금증서액티브(합성)'에는 개인의 순매수 대금이 각각 1,506억원, 670억원 몰렸다. 두 상품의 월간 수익률은 각각 0.29%, 0.28%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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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윳돈·소비 줄고 대출만 늘어난다? 대한민국 가계 경제의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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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 순자금 운용액 50조원 감소, 팬데믹 당시 쌓인 자금 빠져나가
미국·중국 등 주요국에서는 '이유 있는' 저축 감소 현상 관측돼
해소 없이 쌓이기만 하는 가계 경제 리스크, 소비·가계부채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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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가계의 여윳돈이 지난 2019년 이후 최소 수준까지 감소했다. 대내외적 악재로 가계 수입 전반이 불안정해진 가운데, 고금리 장기화로 대출 이자 부담마저 가중되며 저축금 지출이 급증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사한 시기 저축금이 감소한 여타 주요국이 개인 소비 증가·가계대출 잔액 감소 등 긍정적 효과를 창출한 것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가계대출 증가·가계 소비 위축 등 각종 리스크 요인이 쌓여만 가는 양상이다.

미끄러진 가계 순자금 운용액

한국은행이 4일 공개한 자금순환 통계에 따르면 가계(개인사업자 포함) 및 비영리단체의 지난해 순자금 운용액(자금 운용액에서 자금 조달액을 뺀 값)은 158조2,000억원(약 1,170억 달러)으로 집계됐다. 2019년 92조5,000억원(약 685억 달러)을 시작으로 △2020년 206조6,000억원 △2021년 167조8,000억원 △2022년 209조원 등으로 꾸준히 증가하던 순자금 운용액이 3년 만에 하락 전환한 것이다. 가계 여윳돈 감소의 원인으로는 경기 침체로 인한 가계 소득 위축과 고금리 기조로 인한 이자 비용 증가 등이 지목된다.

가계의 전체 자금 운용 규모는 194조7,000억원으로 전년(283조5,000억원) 대비 약 88조8,000억원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가계의 국내 지분 증권 및 투자 펀드는 전년 31조7,000억원에서 -4조9,000억원까지 미끄러졌다. 이는 2013년(-7조원) 이후 최저 수준이다. 자금 운용액이 음수일 경우, 금융자산 처분액이 취득액보다 많았다는 의미로 해석한다. 경기 침체·고금리 기조 속 가계가 위험 자산 비중을 줄이며 절대적인 거래 금액이 감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가계 자금 조달액은 총 36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한은 통계 편제가 시작된 2009년 이후 최소 규모자, 전년(74조5,000억원) 대비 38조1,000억원 적은 수준이다. 단,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 규모는 2배 가까이 증가하며 증가세를 유지했다. 이와 관련해 한은 측은 "주택담보대출이 꾸준히 증가했지만, 신용대출이 감소세를 지속했고 개인사업자 대출 증가세도 크게 둔화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중국의 저축 감소 기조

가계 저축의 감소는 비단 우리나라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미국 가계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30% 이상의 엄청난 저축률을 기록했지만, 2021년 초를 끝으로 정부의 재정 지원이 마무리되면서 저축률 역시 가파른 하향곡선을 그렸다. 다만 주목할 만한 부분은 저축률이 하락하고 있음에도 불구, 개인 소비와 소득 모두 꾸준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저축률 하락의 원인이 소득 감소가 아닌 소비 증가에 있다는 의미다. 

미국 소비 증가의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고용 전망의 개선이 꼽힌다. 2일(현지 시각) 미 노동부가 공개한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 따르면, 2월 구인 건수는 876만 건으로 전월(875만 건) 대비 소폭 증가했다. 이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시장 전망치와도 부합하는 안정적인 수치다. 이처럼 노동 시장 여건이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할 경우 미래 소득 전망이 긍정적이라고 판단한 가계의 소비 역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자산의 가치가 증대될 때 소비가 함께 늘어나는 부의 효과(Wealth Effect) 역시 미국의 소비 호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중개 사이트 레드핀(Redfin)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 평균적인 주택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연간 11만3,520달러(약 1억5,300만원)를 벌어야 한다. 이는 일반 가구의 연간 소득(8만4,072달러) 대비 35%가량 높다. 이처럼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경우 부의 효과에 따라 소비 심리 역시 팽창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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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저축 감소세는 중국에서도 관측됐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중국의 위안화 예금은 전년 대비 1조1,200억 위안(약 209조원) 감소했다. 이 중 가계 저축액 감소분은 8,093억 위안(약 152조원)에 달했다. 중국 가계의 경우 인출한 예금을 고스란히 대출 상환에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부동산 경기에 대한 불안감이 대출 조기 상환 수요로 이어진 결과다. 실제 같은 기간 인민은행은 지난달 신규 가계대출이 전월 대비 2,007억 위안 감소했다고 밝혔다.

순자금 운용액만 줄어드는 한국

이들 국가의 저축 감소에는 뚜렷한 '결과'가 있다. 미국은 저축 감소 후 소비 확대를 발판 삼아 경기 전반에 활력을 되찾고 있으며, 중국은 저축률과 가계부채 부담이 함께 감소했다. 반면 한국의 경우 가계부채가 줄어들지도, 소비가 줄어들지도 않은 채 순자금 운용액만이 감소하는 추세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0.1%로, 4년 연속 전 세계 선진·신흥시장 34개국 중 1위를 기록했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가계부채 중에서도 '가계대출액'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가계부채는 가계대출액, 신용카드 사용액, 가계 외 소규모 개인사업자 부채 등을 모두 포함하는 포괄적 개념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가계대출 잔액 증가분은 18조4,000억원에 달한다. 정부의 정책 금융발(發) 가계대출 급증이 잔액 증가세를 견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지난해 주택도시기금과 한국주택금융공사가 공급한 주택담보대출 증가폭은 자그마치 28조8,000억원에 달했다.

가계 소비 역시 좀처럼 회복의 조짐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투자자문 신용평가기관 무디스(moody's)는 지난달 '한국 소비자 동향 보고서: 2024년 3월'을 발간, 향후 6개월간 한국의 소비지출이 다소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했다. 소비 심리는 안정화할 가능성이 크지만, 고금리와 부동산 침체가 소비 회복을 제한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계 자산 구조가 개선되고 있으나, 부채 상환 능력이 취약한 저소득층 위주로 리스크가 이어지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즉 우리나라는 이어지는 경기 침체 기조 속 소비 위축·가계부채 증가·저축 감소의 '삼중고'를 떠안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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