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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공장 품은 일본, 멈춰섰던 '첨단 반도체 굴기' 시계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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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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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TSMC, 첫 일본 생산 거점 '구마모토 1공장' 개소
일본 정부 투자가 TSMC 이끌었다? 반도체 성장 속도 내는 일본
반도체 장비 제조 기반으로 파운드리까지, 차후 성장세에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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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가 일본 내 생산 거점을 마련했다. 일본 구마모토현 기쿠요마치에서 TSMC의 첫 일본 대규모 생산 공장인 ‘구마모토 제1공장’을 개소, 일본 반도체 시장에 '봄바람'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업계에서는 위축됐던 일본 반도체 산업이 TSMC 공장 유치를 계기로 재기의 발판을 다질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일본에 자리 잡은 TSMC, 제2공장까지 노린다

TSMC는 전날 일본 구마모토현 기쿠요마치에서 ‘구마모토 제1공장’ 개소식을 거행했다. 개소식에는 △모리스 창 창업자 △류더인 회장 △사이토 겐 일본 경제산업상 △가바시마 이쿠오 구마모토현 지사 △요시다 겐이치로 소니그룹 회장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 회장 등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상 메시지로 참석을 대신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첨단 연산 반도체가 생산되는 것은 일본 반도체 산업에서 의미가 매우 크다”며 “TSMC의 세계 전략 속에서 일본이 중요한 거점으로 확실히 자리 잡은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구마모토 1공장은 기쿠요마치의 약 21만㎡ 규모 부지에 위치해 있다. 반도체 제조 공장의 필수 설비인 클린룸(웨이퍼를 세정하고 이물질 부착을 방지하는 데 활용하는 설비)만 4만5,000㎡ 크기로, 일본 프로야구 경기장인 도쿄돔 면적에 육박한다. 구마모토 1공장은 당분간 시험 생산을 진행하고, 올해 4분기부터 본격적인 상업 생산에 착수할 예정이다. 본격적인 양산이 시작되면 자동차와 가전기기에 사용되는 12~28nm(나노미터) 웨이퍼를 월 5만5,000장 이상 제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40㎚ 수준에 멈춰 서 있던 일본 반도체 제조 업계는 TSMC의 공장 신설을 통해 거대한 변화를 맞이하게 됐다.

한편 TSMC는 차후 2027년 말 가동을 목표로 인근에 제2공장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상태다. 제1, 2공장이 모두 가동을 시작할 경우 구마모토현은 범용 제품부터 생성형 인공지능(AI)용 첨단 제품까지 광범위한 수요를 흡수하는 '생산 거점'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TSMC는 최첨단 반도체를 생산하는 제3공장 건설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 먹거리 잡아라" 일본의 반도체 굴기

1980년대까지만 해도 일본은 세계 반도체 시장의 50.3%를 점유하는 강자였다. NEC, 도시바, 히타치제작소 등 일본 기업이 글로벌 시장 1~3위를 휩쓰는가 하면, 세계 10대 반도체 기업 중 6곳이 일본 회사일 정도였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전환' 흐름이 본격화하자,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시장 경쟁이 치열해졌다. 이에 2021년 일본 반도체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6%까지 미끄러졌다. 일본의 반도체 전략을 담당하는 경제산업성은 “이대로라면 2030년 일본의 반도체 점유율은 거의 ‘제로(0)’가 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반도체 산업이 미래 산업계를 이끌 핵심 먹거리로 부상한 가운데, 일본은 시장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한 '반도체 굴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선 일본 정부는 국가 보조금, 세제 혜택, 부동산 규제 해제 등 다양한 정부 지원책을 통해 글로벌 반도체 공장을 유치하고 나섰다. 일본 내 생산 거점 마련에 성공한 TSMC 역시 정책 지원금의 막대한 혜택을 받은 기업 중 하나다. 일본 정부는 구마모토현에 TSMC 공장 2개를 유치하기 위해 약 1조4,000억 엔(약 12조3,931억원)을 투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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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계의 노력도 돋보인다. 일본 반도체 업체 키옥시아는 미국 WD(웨스턴디지털)의 반도체 메모리 사업을 분리, 키옥시아홀딩스와 경영을 통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낸드플래시 메모리 시장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의 장악력이 영향력이 점차 커지는 가운데, 기존 제휴 관계를 돈독히 해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일본 키옥시아의 글로벌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은 14.5%, WD의 점유율은 16.9% 수준이다. 업계 1위인 삼성전자 시장점유율은 31.4%다. 두 기업의 점유율을 합해야 겨우 삼성전자와 동일 선상에 설 수 있는 셈이다.

이미 발판은 준비됐다? 일본의 반도체 장비 역량

주목할 만한 부분은 일본이 이미 '반도체 장비 제조' 분야에서 입지를 다졌다는 점이다. 일본은 지난해부터 미국의 대(對)중국 수출 통제에 동참한 상태다. 미국의 수출 통제는 중국의 반도체 자립 굴기를 막기 위해 반도체 기술·장비 분야에 집중돼 있다. 중국의 반도체 기술 발전 위협을 심화할 수 있는 첨단 기술·장비의 유입을 선제적으로 차단하는 식이다. 한국, 대만, 네덜란드 등 반도체 시장을 선도하는 미국 우방국들은 미국의 압박 아래 줄줄이 중국으로의 반도체 장비·기술 수출을 중단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일본은 이 같은 미국의 '수출 통제' 움직임에 본격적으로 동참했다. 일본의 수출 통제는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 23개 품목을 대상으로 하며, 한국·미국·대만 등 42곳의 '포괄 허가 지역'을 제외한 국가에 해당 품목을 수출할 경우 별도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23개 품목에는 반도체 회로의 미세 가공에 필요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회로를 만들기 위해 기판 위 박막을 가공하는 에칭(동판화) 장비 등이 포함됐다. 대부분 10~14㎚(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이하의 첨단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장비다.

업계에서는 일본이 대중국 수출에 동참하며 반도체 제조 역량을 입증했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일본의 첨단 반도체 관련 기술이 중국으로 유입돼서는 안 될 '핵심 요소'로 인정받았다는 것이다. 시장에서 일본의 반도체 시장 내 영향력이 점차 가시화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일본이 TSMC를 비롯한 글로벌 파운드리 업체의 힘을 빌려 시장의 '주요 경쟁자'로 급부상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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