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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셋째 주 기준 강남구 집값 0.02% 하락, 전국적으로도 부동산 하락세 부동산 시장 현재 가격보다 최대 30% 떨어질 것이라는 '2차 폭락론'에 힘 실려 2차 폭락 시 부동산에 돈 보따리 푸는 중국 상황 그대로 따라갈 수도
서울 집값 바로미터로 여겨지는 강남 집값이 7개월여 만에 처음 하락세로 전환됐다. 상징성이 큰 강남 집값이 하락 국면으로 돌아서자 시장 분위기도 얼어붙었다. 이는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됨에 따라 주택담보대출 여력이 크게 감소하면서 주택 실수요, 투기 수요도 모두 위축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에 일부 전문가들은 한국 부동산 '2차 폭락'을 점치며 2024년엔 국내 아파트 가격이 현재 가격 대비 30%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2차 폭락이 현실화되면 우리 정부 또한 빚을 감수하고서라도 부동산 시장에 공적 자금을 대거 풀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예측도 뒤따른다. 당장 현재 중국만 보더라도, 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는 자국 부동산 문제 해결을 위해 결국 대규모 빚을 내 돈 보따리를 풀었기 때문이다. 한국과 중국 모두 경제에서 부동산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은 만큼, 내년 부동산 시장 폭락이 현실화되면 결국 우리 정부가 앞선 중국의 수순을 그대로 밟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31주 만에 처음 하락세 전환한 강남구 집값
2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1월 셋째 주(20일) 기준 강남구 집값은 0.02% 내렸다. 지난 4월 셋째 주(17일) 하락에서 벗어난 이후 31주 만에 처음으로 하락 전환한 것이다. 단지별로 살펴봐도 하락 흐름이 뚜렷하다. 강남구 압구정동에 위치한 '현대1차' 전용 196㎡는 지난달 67억원에 손바뀜했는데, 이는 지난 4월 78억원에 팔린 것을 감안하면 11억원이 내린 셈이다. 역삼동 '역삼푸르지오' 전용 84㎡도 지난 9월 23억9,500만원에 거래된 바 있는데, 이는 지난 7월 기록한 고점인 24억3,000만원보다 3,500만원 떨어진 금액이다. 이 밖에도 최근 주요 단지에선 거래 신고가가 경신되지 않고 있다.
하락세가 가시화되면서 매물 또한 쌓이고 있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같은 날 강남의 아파트 매물은 6,730건으로 석 달 전(6,336건) 대비 6.2% 많아졌다. 거래량도 감소세로, 서울부동산광장에 의하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량은 2,311건으로 전월(3,400건) 대비 33% 줄었다. 올 4월부터 매달 3,000건 이상 6개월 만에 거래되다가 2,000건대로 내려온 것이다.
강남 집값의 하락 요인으로는 역설적이게도 그간의 가격 급등이 꼽힌다. 지난해 집값이 급락한 이후 상급지인 강남으로 실수요자들이 몰리면서 가격이 매우 빠르게 반등했는데, 이에 따라 집을 팔려는 집주인과 실수요자들 사이의 눈높이 차이가 벌어진 탓에 더 높은 가격에 거래가 되지 못하고 신고가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투자 수요가 현재 분산되고 있다는 점도 강남 집값에 하방 압력을 더하는 요인이다. '강남 불패'라는 말이 있듯 과거엔 투자 수요도 강남으로 몰리는 경향이 짙었으나, 최근엔 강남보다는 경기 수원 광교 신도시, 화성 동탄신도시, 광명시, 과천시 등 다른 지역으로 투자하는 경우가 크게 느는 추세다. 이와 관련해 김학렬 스마트튜브 소장은 "실수요자라면 서울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며 "수도권을 하나로 놓고 가격으로 우선순위를 세우면 경기권, 인천권 지역 등 서울보다 더 나은 지역들이 있다"고 말했다.
강남 집값 하락, 고금리 장기화로 인한 대출 여력 감소가 '2차 폭락론'의 주요 근거
올 들어 상승세를 지속하던 강남 집값이 7개월여 만에 떨어지자, 일각에선 한국 부동산 시장 전반이 얼어붙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올 초부터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살아나고 분양·입주권 거래 및 청약 경쟁률도 눈에 띄게 늘던 흐름과 달리, 부동산 시장의 바로미터로 여겨지는 강남 집값이 최근 하락하고 있는 만큼, 올해 초부터의 부동산 시장은 잠깐의 반등기를 거친 것이며 올해 말부터는 '2차 폭락'이 올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23일 기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과 지방의 상승 폭은 둔화되면서 전국 아파트값 또한 19주 만에 보합 전환됐다. 이 중 인천은 0.05% 내려 전주(0.04%)보다 낙폭을 키웠고, 인천 8개 구 모두 집값이 내렸다. 경기도의 경우 0.02% 올랐으나 전주(0.03%)보단 상승 폭이 줄었다.
저금리 기조에 힘입어 최근 몇 년 사이 상승세를 보였던 아파트값은 2021년 10월 정점을 찍었다. 특히 2020년 이후 역대 최저 금리 상황에서 주택 실수요와 투기 수요가 동시에 자극되면서 2021년 9월엔 2007년 이후 가장 낮은 미분양 세대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1년 하반기부터 국내외 경제 여건이 악화되고 국내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고금리 직격탄을 맞은 부동산 시장은 1년 3개월간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 1월 '부동산 가격이 바닥을 찍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올 초부터 반등을 시작했다가 지난 9월부터 다시금 강남 지역을 필두로 2차 하락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한국 부동산 시장 전반의 2차 하락 근거로 현재 대출금리가 여전히 높은 데다 금융 당국이 추가로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 들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꼽는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은행 주담대 금리 상단은 7%대에 육박하는 상태다. 이와 관련해 교보증권은 '2024년 부동산 시장 전망' 보고서를 통해 국내 아파트 가격이 현재 가격 대비 최대 30%까지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면서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시장이 아직 이를 완전히 반영하지 않았다는 점을 부동산 비관론의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부동산 시장 '인질' 된 중국, 우리나라도 상황 다르지 않아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선 우리나라가 최근 부동산 시장의 '인질'이 된 중국의 전철을 그대로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14일 중국 정부는 대형 부동산 업체인 헝다그룹과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이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지자, 장기 저금리의 부동산 정책 자금 1조 위안(약 181조원)을 부동산 시장에 공급한 바 있다. 또한 앞서 10월 말에는 1조 위안의 국채를 발행해 지방정부에 재정지원 정책을 펼치기도 했다. 즉 제로 코로나 정책 폐기 이후에도 여전히 부동산 경기가 악화 일로를 걷자 도합 2조 위안(약 362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쓴 것이다.
중국은 작년 기준 총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297%로 미국(256%)보다 더 비대하다. 즉 부채 문제에 이미 경고등이 켜진 상황이다. 또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중국 정부가 풀었던 4조 위안의 경기 부양책도 경기 진작 효과보다는 지방정부 부채 문제를 악화시키는 등 부작용이 더 컸던 만큼,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번 중국 정부의 조처가 자국 부동산 시장 분위기를 근본적으로 바꿔놓진 못할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그럼에도 중국 정부가 다시 빚을 내서라도 경기 부양에 나섰던 건, 중국 부동산 관련 산업이 전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5%에 이르는 데다, 중국의 가계 자산에서 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은 70%에 달하는 등 부동산 시장 자체가 중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히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중국 정부가 부동산 시장의 인질이 됐다는 평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중국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경제 또한 부동산 시장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7월 한국은행과 통계청이 내놓은 '국민대차대조표(잠정)'에 따르면 주택을 포함한 부동산이 가계 순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4.6%에 달했으며, 당시 부동산 관련 자산 가격이 하락하며 토지와 건물을 포함한 국민 비금융 자산의 명목 보유손익이 1998년 이후 처음으로 손실로 전환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 부동산 시장이 일부 전문가들의 예측처럼 실제로 2차 폭락을 겪게 되면 우리 정부 또한 현재 부채 비대화를 감수하고 대규모 공적 자금을 풀고 있는 중국 정부와 결국 같은 수순을 거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