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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의 잠재적 라이벌이었던 '그래프코어', 미국의 대중 규제로 중국 시장 완전 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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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U 선보이며 AI 반도체 시장 각광받던 그래프코어, 중국 사업 전면 중단
미국의 대중 수출 규제 등 중국 반도체 '옥죄기'가 결정적 역할 한 듯 
엔비디아, 파두의 반도체 매출 부진도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의 연장선상에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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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그래프코어

22일(현지 시각) 블룸버그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영국의 반도체 스타트업이자, 엔비디아의 잠재적 라이벌로 평가받던 그래프코어가 이날 성명서를 통해 중국 시장에서 철수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중국과 상당한 이해관계가 있는 엔비디아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도 현재 미국의 중국 '옥죄기'로 인해 적잖은 매출 피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AI 반도체 시장의 신흥 강자, 그래프코어

2016년 영국에서 설립된 그래프코어는 반도체 설계(팹리스)를 주 사업으로 영위하는 스타트업이다. 특히 그래프코어는 AI 연산에 특화된 첨단 지능형처리장치(IPU) 반도체로 구동하는 AI를 위한 컴퓨터 시스템을 제조하고 있는 만큼, 생성형 AI 출현으로 최근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그래프코어가 자사만의 고유한 경제적 해자를 구축했다는 평가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그래프코어가 설립 초기부터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인 비상장사)이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뭉칫돈을 집어넣은 바 있다. 그래프코어는 설립 첫 해 미국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VC)로부터 5,000만 달러(약 651억8,9704만원)를 조달한 뒤 지난해까지 총 7억3,000만 달러(약 9,525억9,525만원)를 투자받았다. 2020년 투자 라운드 당시엔 기업가치가 무려 25억 달러(약 3조2,623억원)에 달하기도 했다.

또한 그래프코어의 IPU가 AI 반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미래에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중론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생성형 AI로 통칭되는 대규모 언어 모델(LLM)에 사용되는 AI 반도체칩은 대부분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가령 챗GPT는 1만여 개에 달하는 엔비디아 'A100' GPU가 사용됐다. 다만 GPU의 아키텍처 특성상 애초에 그래픽 처리가 주 용도인 만큼, LLM을 구동하는 데 고전력·고비용 등의 비효율 한계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반면 그래프코어가 자랑하는 IPU는 MIMD(다중 명령 다중 데이터)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미세조정 병렬화(fine-grained parallelism) 연산 처리를 해낸다. 이에 더해 그래프 신경망 모델, 전문가 혼합 모델, 희소 모델 등 최근 떠오르고 있는 최첨단 AI 모델 중 계산 성능 측면에서 IPU가 GPU 대비 크게 아웃퍼폼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이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그래프코어가 사실상 엔비디아의 GPU 기반 반도체가 독점하고 있는 AI 반도체 시장을 재편하는 새로운 신흥강자로 떠오를 것이라는 예측도 적지 않았다.

갑작스레 중국 시장에서 발 뺀 이유는

이런 그래프코어가 갑작스레 중국 시장 철수를 선언한 이유는 미국 정부의 지속된 대중국 수출통제에 따라 수익성이 악화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규제는 2018년 트럼프 행정부가 당시 중국의 통신 장비 제조업체인 화웨이가 미국 반도체 기술을 탈취해 중국의 군사력을 강화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 화웨이에 대한 미국산 반도체 및 통신 장비 수입을 금지하는 조처를 취하면서 본격화됐다. 이후 미국은 2020년 8월 '수출관리 규정(EAR)' 재개정을 통해 반도체 규제를 실시하면서 사실상 화웨이가 모든 종류의 반도체를 공급받지 못하도록 했다. 이어 2021년 9월에는 중국의 반도체 제조 장비 수출에 대한 심사 대상을 확대하고, 2022년 10월엔 중국의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소재와 부품을 제한하는 조치까지 발표했다.

심지어 올해 10월에는 미 정부가 AI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통제 대상 국가를 대폭 확대해 중국이 미국 제재를 우회할 수 있는 경로까지 원천 차단하는 추가 규제 조치를 내놨다. 그간 일각에선 중국 기업들이 제3국을 통해 반도체를 수입하는 방법으로 미국의 반도체 규제를 공공연하게 우회해 온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실제 최근 화웨이는 고성능 7nm(나노미터) 반도체 프로세서를 탑재한 '메이트60프로'를 선보인 바 있는데, 이로 인해 미국의 수출규제에 구멍이 뚫렸다는 비판이 확산됐다. 이에 기존 규제만으로는 중국의 기술 발전을 견제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미 상무부가 중국과 마카오는 물론, 미국의 무기 수출이 금지된 21개국 등에 대한 반도체 칩 및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를 통해 대중 규제를 전방위적으로 확대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미 정부가 중국을 상대로 한 자국 기업들의 첨단 반도체 수출을 사실상 '금지'하자, 중국은 자국 웨이퍼 반도체 사업에 대규모 공적 자금을 쏟아붓는 등 반도체 자급자족 움직임을 보이게 됐고, 이로 인해 중국의 해외 반도체 수입이 크게 줄자 전체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25%에 육박하는 그래프코어 또한 영업 손실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결국 중국 시장 철수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실제 영국 기업등록소에 따르면 그래프코어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46% 감소한 270만 달러(약 35억1,640만원)로 집계됐으며, 세전 손실은 전년 대비 11% 증가한 2억460만 달러(약 2,665억3,037만원)를 기록했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도 매출 흔들리는 상황

자본 잠식 위기에 처한 그래프코어는 지난달 운영 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신규 투자 라운드를 개시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이전과 달리 시장 반응은 싸늘한 모양새다. 앞서 살펴봤듯 미국 규제에 발목 잡힌 중국이 더 이상 그래프코어의 반도체를 사주지 않을 것이란 사실이 자명한 데다, 중국 이외 국가의 주요 고객사들 또한 그래프코어의 반도체 구매를 중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2020년 말 마이크로소프트는 그래프코어와 거래를 중단하고 AI 반도체칩 자체 개발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이와 관련해 그래프코어 초기 투자자인 세콰이어캐피탈은 "최근 그래프코어의 기업가치가 사실상 '0'에 수렴한다"며 당초 전망과 180도 다른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

다만 반도체 매출 부진은 그래프코어에만 국한된 현상은 아니다. 최근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라는 암초에 걸려 중국 관련 매출에 차질을 겪고 있거나, 매출 부진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22일(현지 시각) 콜렛 크레스 엔비디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중국을 비롯해 수출 규제에 묶인 지역들로 인해 지역 반도체 매출이 이번 4분기에 상당한 감소세를 보일 것"이라고 비관했다.

한편 일각에선 최근 '부실 상장'으로 논란이 된 파두의 사례도 미국의 대중 수출 규제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리나라 반도체 설계 기업 파두는 코스닥 상장 이후 당초 전망과 다르게 매출액이 급감하면서 4만7,000원까지 치솟았던 주가가 2만원 아래로 절반 넘게 곤두박질쳤다. 상장 당시만 해도 파두와 상장 주관사들은 올해 매출이 1,2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정작 이후 실적은 2분기 5,900만원, 3분기 3억2,000만원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이에 실적이 나쁠 것을 알면서도 파두 측이 이를 은폐하고 상장 전 몸값을 뻥튀기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형국이다.

즉 미 정부가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막기 위해 추진해 온 대중국 수출 규제가 되레 중국의 반도체 '자급자족' 동력을 제공했고, 글로벌 반도체 시장으로부터 고립될 위기에 처한 중국이 자국 반도체 자립화를 앞당기면서 파두를 포함한 한국 팹리스 기업들 전반의 반도체 수출도 크게 줄었다는 설명이다. 다시 말해 파두의 매출액 급감은 상장 심사 과정에서의 문제가 아닌, 실제 미-중 갈등 등 파두가 통제할 수 없었던 지정학적 변수에서 비롯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파두도 "실적 타격은 낸드(NAND) 및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시장의 급격한 침체와 대대적인 시스템 재점검 절차가 맞물리면서 고객사들이 부품 수급을 전면 중단한 게 2~3분기 실적에 타격을 줬다"며 "해당 부분은 당사가 상장을 진행했던 시점까지는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었던 만큼, 파두에선 어떤 부정적인 의도나 계획 등이 없었음을 거듭 말씀드린다"고 해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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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업황 개선에 외국인 몰렸다, 코스피 상승세도 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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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금지 2주차, 외국인 매수세로 코스피 2,500선 회복
메모리 반도체 가격 반등에 외국인·기관 몰려, 공매도 금지와 관계성↓
내년 6월 말 재개 예정인 공매도, 정부 제도 개선 본격화

코스피 지수가 2,500선을 회복했다. 4분기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반도체 대장주를 중심으로 외인 자본이 몰렸기 때문이다. 이달 초 금융당국의 공매도 금지 이후 외국인 투자자들이 대거 이탈하고, 그에 따른 하락장이 시작될 것이란 예측이 팽배했지만 실상은 이와 반대로 흘러가는 모양새다.

외인 투자 증가에 코스피 상승세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공매도 금지 시행 첫날이던 지난 6일 이후 17일 하루를 제외한 거래일 전부 국내 증시 순매수를 기록했다. 이달 6일부터 21일까지 외국인이 순매수한 금액은 총 3조8,150억원에 달한다. 전날 코스피 종가는 꾸준한 외국인 유입과 기관의 쌍끌이 매수로 전 거래일(20일) 대비 0.77% 상승한 2,510.42로 집계됐다. 이는 6일의 종가를 처음으로 넘어선 수치다.

외국인 자본을 끌어들인 일등 공신은 반도체 대장주다. 외국인은 지난 6일부터 21일까지 삼성전자 주식을 1조5,080억원가량 사들였으며, SK하이닉스도 3,530억원가량 순매수했다. 현재 삼성전자의 주가는 지난 7월의 52주 신고가 돌파를 눈앞에 뒀고, SK하이닉스도 지난 16일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개선된 반도체 업황, 투자 몰릴 수밖에

외국인들의 반도체주 매수는 메모리 반도체 가격 반등과 관련이 있다. 지난 1일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 제품 ‘DDR4 1Gx8 2133MHz’의 평균 고정 거래가격은 지난달 1.5달러로 전달인 지난 9월 1.3달러보다 15.38%나 올랐다. 또 다른 메모리 반도체인 낸드플래시(Nand Flesh)의 고정 거래가격도 하락세를 끊어내고 반등했다. 메모리카드·USB용 낸드플래시 범용 제품 ‘낸드 128Gb 16Gx8 MLC’의 지난달 평균 고정 거래가격은 3.88달러로 전달인 지난 9월 대비 1.59% 올랐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 반등은 올해 초부터 이어진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감산과 AI 관련 고성능·고용량 메모리 수요 회복에서 비롯됐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우리나라 대표 반도체 기업들의 사업 실적이 조기에 개선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달 31일 3분기 확정 실적을 발표하며 반도체 부문 적자 폭을 개선했다고 밝혔으며, SK하이닉스는 출하량 증가와 D램 평균 판매가격 상승으로 인해 3분기 D램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처럼 업황 개선이 기대되는 국내 반도체 대기업을 중심으로 외국 자본이 쏠리자 시장 전문가들은 외국인 자본 유입 여부와 공매도 시행 여부 사이의 관련성이 떨어진단 분석을 내놓고 있다. NH투자증권 김영환 연구원은 21일 보고서를 통해 “공매도 금지가 한동안 외국인의 거래 규모를 줄이는 건 사실이지만 외국 자본이 이러한 규제 때문에 장기적으로 한국 주식시장에 대한 비중을 줄인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외국인 수급은 대외악재 완화 여부와 연동돼 움직이는 부분이 훨씬 크다”고 설명했다.

공매도 제도 개선

이런 가운데 정부는 그간 개인투자자로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지적을 받아 온 공매도 관련 제도를 개선해 개인과 외국인·기관 등의 주식 차입 조건을 동일하게 할 방침이다. 지난 16일 정부와 여당은 민당정협의회를 열고 ‘공매도 제도 개선 방향’을 논의해 발표했다. 먼저 공매도 제도에서 가장 큰 비판을 받았던 대주와 대차 사이 차등이 사라진다. 현재 개인이 주식을 빌릴 때는 90일의 대주 기간 제한을 비롯해, 주식이든 현금이든 대주 가치의 120%를 담보물로 제공해야 한다. 반면 외국인·기관의 대차는 기간 제약이 없고, 현금이 담보일 경우 대차 가치의 105%를, 주식이 담보일 경우 대차 가치의 135%를 담보물로 제공한다. 이에 정부는 대주와 대차의 상환기간을 90일로 통일하고, 담보비율도 105%로 동등하게 맞추기로 했다.

또 무차입 공매도를 막기 위한 전산시스템은 공매도 거래를 하는 기관투자자들이 스스로 매도 가능 잔고를 전산 관리할 수 있도록 내부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이에 따라 앞으로 기관투자자는 현물 보유분과 대차 차입분, 기타 매도 가능 권리 등을 전산화해 관리해야 하며, 대차 체결일시, 잔고정보 등에 대한 체계적 관리 기준을 마련하고, 매 영업일 대차잔고 및 무차입 공매도 주문 발생 여부를 점검해 기록해야 한다. 공매도 주문을 대행하는 증권사에도 각 기관이 공매도 전산시스템 구축을 했는지를 확인하도록 법적 의무를 부과할 예정이다.

불법 공매도에 대한 적발률을 높이고 처벌도 강화할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6일 공매도 특별조사단을 출범, 현재 공매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주요 글로벌 IB(투자은행)를 전수조사 중이다. 불법 공매도 적발 시 최장 10년 동안 주식 거래를 제한하고, 국내 상장회사와 금융회사의 임원 선임이 제한된다.

공매도 잔고 공시도 강화한다. 현행법에 따르면 발행주식의 0.5% 이상의 공매도 잔고를 가진 투자자들은 한국거래소에 공시해야 하지만, 금융당국에 보고하는 기준은 발행주식의 0.01% 이상이고 평가금액 1억원 이상일 경우, 평가금액 10억원 이상일 경우로 기준이 상이해 투자자들에게 혼동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또 보고와 공시를 별도로 해야 한다는 불편함도 있었다. 이에 금융위는 공매도 잔고 공시 기준을 보고 기준과 동일하게 맞춰 발행주식의 0,01% 또는 10억원 이상 잔고 보유자도 공시하도록 제도를 변경할 방침이다. 아울러 공매도 금지 기간에 시장조성자 또는 유동성공급자의 헷지 목적 차입공매도 거래의 경우도 어떤 목적으로 공매도가 이뤄졌는지를 상세히 보고하도록 할 예정이다. 이는 그간 세부 통계가 제시되지 않는다는 비판에 따른 것이다.

이와 관련해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의장은 “조속한 시일 내에 공매도 제도 개선 최종안을 확정해 입법화를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가능하면 최대한 노력해서 내년 6월 말까지 개선된 공매도 제도를 재개할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도 “다만 제도개선 사항이 충분하지 않으면 공매도 한시 금지 기간을 연장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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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로 내려온 주담대 금리, 정부의 ‘상생금융’ 카드 통하나

3%대로 내려온 주담대 금리, 정부의 ‘상생금융’ 카드 통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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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금융 간담회 직전 일제히 주담대 금리 인하
“금리 연 8% 시대” 추가 인상론 일단락
소비자 부담↓ 은행 건전성↑, 상생 앞당길까
김주현 금융위원장(가운데)이 11월 20일 열린 상생금융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금융위원회

국내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3%대로 하락했다. 이같은 흐름은 주요 은행들의 주담대 최저금리가 연 5%를 넘겼던 이달 초와 비교해 상반된 모습으로, 대출 원가에 해당하는 은행채 금리 인하와 정부의 상생금융 압박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이번 금리 인하와 관련해 은행권에서는 장기적 재정 건전성 확보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차주들 역시 과도한 빚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며 반색을 표했다.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에 대한 강도 높은 압박으로 국민과의 상생을 도모하겠다는 정부의 노력이 유의미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국민은행 주담대 금리 2개월 만에 3%대로 하락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의 혼합형(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전날 기준 연 3.86~5.26%로 책정됐다. 이는 직전 영업일인 17일(연 4.03~5.26%)과 비교해 0.17%p 내린 수치다. 국민은행의 주담대 최저금리가 연 3%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 9월 22일(연 3.9%) 이후 약 2개월 만의 일이다.

다른 시중은행들도 같은 시기 주담대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신한은행의 혼합형 주담대 금리는 지난 17일 연 4.66%~5.97%에서 이날 연 4.60%~5.90%로 0.06%p~0.07%p 하락했고, 우리은행과(-0.06%p)과 농협은행(-0.07%p)에서도 일제히 금리를 인하했다.

은행들은 이번 주담대 금리 인하의 배경으로 은행채 금리 하락을 꼽았다. 은행들은 장기자금을 흡수하는 수단으로 은행채를 이용하는데, 은행채 금리가 하락하면 조달 비용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은행채 5년물(AAA·무보증) 평균 금리는 이달 3일 연 4.586%에서 17일 연 4.279%로 0.307%p 내렸다. 이는 지난 8월 이후 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은행채 금리 인하와 맞물린 정부의 상생금융 압박도 변수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금리 인하가 20일 오후 개최된 상생금융 간담회 직전 이뤄진 것이 이에 대한 방증이라는 주장이다. 이날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 대표자를 소집해 은행을 비롯한 금융계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며 상생금융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연말까지 오를 거라던 금리, 상생금융에 급제동

연이은 시중은행의 금리 인하는 이달 초까지만 해도 시장에 팽배하던 ‘주담대 금리가 연내 8%대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과는 상반된 움직임이다. 실제로 은행들은 이달 초까지 해도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조절 정책에 발맞추기 위해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하고 있었다. 농협은행의 혼합형 주담대 최저금리는 지난 10월 4일 연 4.05%에서 이달 3일 연 4.81%로 불과 한 달 사이 0.76%p 올랐고, 같은 기간 우리은행(0.53%p)과 국민은행(0.39%p)도 큰 폭의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주담대 금리가 당분간 오름세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은 이달 중순까지 이어졌다. 지난해 말 은행권에서 유치한 100조원 수준의 예·적금 만기가 속속 다가오면서 은행권의 수신 유치 경쟁이 치열해진 데다가, 시장금리의 기준이 되는 미국 국채 금리도 4% 중후반을 오르내렸기 때문이다. 여기에 변동금리 기준인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금리 또한 이달 15일 3.97%로 올해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자, 금리 추가 인상론은 조금씩 현실화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나서 ‘갑질’ 등의 표현으로 은행권을 강도 높게 비판한 이후 정부의 상생금융 압박도 강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금융당국은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향후 발생할 이자의 일부를 경감하는 등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고, 금융계는 앞다퉈 상생금융안을 발표했다.

은행권 “이자 장사 끝났다? 오히려 좋아”

은행권에서는 “울고 싶은데 정부가 뺨 때려준 격”이라며 지금의 상황을 반기는 분위기다. 단기적으로 이자 수익이 낮아질 수는 있지만, 차주들의 상환 부담을 낮춰 손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은행의 재정 건전성에 장기적으로 이롭기 때문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일제히 확대된 시중 은행의 대손충당금은 그동안 은행들의 우려를 잘 드러내는 사례다. 대손충당금은 은행 등이 향후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선제 적립하는 항목으로, 이를 확대하는 것은 연체율 및 부실 채권 증가가 전망됨을 의미한다.

지난해 1분기 2,352억원을 기록한 4대 은행의 대손충당금전입액은 불과 1년 만인 올해 1분기 7,277억원으로 세 배 가까이 증가했다. 연체가 예상되는 부실채권 규모가 1년 사이 세 배 가까이 폭증한 셈이다. 장기화한 경기 침체 여파에 은행권의 재정 건전성이 크게 위협받는 가운데 상생을 위한 금융권과 정부의 노력이 유의미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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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과이익 환수' 논란에 부진한 은행주, '상생금융'으로 숨 고르기 나섰지만

'초과이익 환수' 논란에 부진한 은행주, '상생금융'으로 숨 고르기 나섰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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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재세 등 '은행 때리기' 열중하는 정치권, "지원 강화 필요할 듯"
'은행 종노릇' 발언으로 시작된 초과이익 환수 논의, 하지만?
은행권 부담 '여전', "상생금융으로 잠시 발 뺀 정도에 그쳐"
김주현 금융위원장(오른쪽)과 이복현 금융감독위원장(왼쪽)의 모습/사진=금융위원회

대표적인 배당주로 주주 친화 정책을 펼쳐 연말이면 강세를 보이던 은행주가 최근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여전한 호실적 아래 '횡재세' 등 이익 환수에 대한 폭탄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은행권은 최근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대출 금리를 낮춰주는 상생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사실상 정치권과 금융당국의 압박에 못 이겨 절충안을 내놓은 셈이다. 정치권도 은행의 상생 방안을 받아들이는 대신 횡재세 입법 논의를 잠시 접어 두면서 대대적으로 이뤄진 '은행 때리기'도 점차 열기가 가라앉는 모양새다.

금감원 "은행권 이익 지속돼, 상생 방안 마련해달라"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 8개 은행계 금융지주 회장은 20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에서 간담회를 열고 은행의 상생 방안 등을 논의했다. 김 위원장은 "단기간 급격히 늘어난 이자 부담 등으로 동네·골목상권 붕괴가 우려되는 가운데 은행권의 역대급 이익이 지속되는 상황”이라며 “금융권의 이자 수익 증대는 국민 부담 증대를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최대한의 범위에서 금리 부담을 직접적으로 줄이는 방안을 강구해달라”며 "금융지주들이 국회에서 논의되는 횡재세 법안을 통해 국민이 얼마를 기대하는지 알 것으로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국내 은행의 이자 이익은 총 44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40조6,000억원) 대비 8.9%나 늘었다. 이 원장은 “금융권이 양호한 건전성과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업계 스스로 국민 기대 수준에 부합하는 지원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금융지주 회장들과 은행연합회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이자 부담 경감을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향후 발생할 이자 부담의 일부를 줄이는 방식도 적극 검토하겠단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권에서 취합한 뒤 최종 숫자가 나오겠지만 2조원은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당국은 상생 방안으로 내놓는 액수가 더불어민주당이 횡재세로 제시한 1조9,000억원보다 많아야 국민 정서에 부합할 것이란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엇박자 정책'에 정치권 비판론↑

은행권 이익 환수 논란은 지난달 30일 윤석열 대통령의 '은행 종노릇' 발언을 계기로 시작했다. 윤 대통령의 문제 제기 이후 은행 이자 장사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면서 은행권 압박 수위가 높아졌다. 일각에선 더불어민주당이 은행 이자 수익에 횡재세를 물리는 법안까지 제출하자 속된 말로 '똥줄' 탄 은행권이 부랴부랴 상생 방안 마련에 나선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실제 은행권은 이익 환수를 상시화하는 횡재세보다는 액수가 다소 많더라도 일회성 재원 출연이 낫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은행권은 지난 2월에도 윤 대통령의 '돈 잔치' 지적이 나오자 3년간 10조원 규모의 상생금융 강화 방안을 내놓으면서 여론을 잠재운 바 있는 만큼, 이번에도 2조원 규모의 상생 방안 마련으로 여론의 불씨를 꺼트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과 금융당국도 횡재세 논의는 잠시 접어두고 은행권의 상생 방안 마련에 힘을 보태겠단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은행권의 '이자 파티'를 이슈화하는 과정에서 "국가 재정 문제의 원인과 해결을 은행권에 전가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론에 직면하는 등 정치권도 여론의 시험대에 올랐기 때문이다. 상생금융을 둘러싼 '정책 엇박자' 논란도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들이 당장 대출금리를 인하하면 그 혜택을 받는 소비자들은 그만큼 더 많은 빚을 낼 수 있게 된다. 가계부채를 조이려 하는 금융당국의 최근 기조와는 다소 상충하는 셈이다. 경기 둔화 국면이 이어지는 와중에 상생금융 부담까지 지나치게 커지면 은행들의 건전성이 나빠질 여지도 있다. 자칫 대규모 상생금융이 이뤄질 경우 금융소비자 간 형평성 논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전보단 신중한 분위기가 더욱 팽배해졌다.

시험대 오른 횡재세, 상생금융으로 '일단락'

전문가들 사이에서 횡재세 도입에 다소 불편한 기색을 내비친 것도 정치권을 압박했다. 전문가들은 "횡재세를 도입할 경우 당초 목표와 달리 서민 금융소비자에게 피해가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은행이 신규 출연 부담을 대출자에게 전가하게 되면 대출자는 대출금리 상승으로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해 한 금융 업계 관계자는 “은행권의 대출 가산금리 구성요소 중 하나인 ‘법적 비용’에 보증기관에 대한 출연금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은행권에 출연금 의무가 강제된다면 대출 가산금리를 높여 종국적으로는 대출금리 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내와는 상황 자체가 다른 유럽의 정책을 끌고 와 우리나라에 적용하려 하는 건 어리석은 행동이란 비판도 적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국내은행은 한국은행의 통화 긴축에 따라 예금 금리를 비교적 민감하게 끌어올린 탓에 예금 베타가 높았다"며 "즉 국내 은행권은 예대 마진으로 거두는 초과 수익이 미비한 상황이라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유럽의 초과이득세를 그대로 국내에 도입해도 거둬들일 수 있는 세수의 절대 규모는 작을 수밖에 없다"며 "외부 요인에 따른 과도한 이익의 범위 설정 등 철저한 분석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횡재세 도입은 아무런 의미 없는 행보"라고 덧붙였다. 정치권이 횡재세 도입을 묻어두기 시작한 게 단순히 은행권의 상생 방안 마련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상생금융으로 사태가 일단락된다 해서 은행권에 부담이 없는 건 아니다. 횡재세 도입이라는 급한 불을 끄더라도 수익성이 나빠지고 있다는 점은 여전히 은행권이 가져가야 할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은행권의 당기순이익은 5조4,000억원으로 전 분기(7조원) 대비 23.9% 감소했다. 조달비용 증가로 은행의 핵심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도 1.63%로 2분기(1.67%)보다 하락했다. 연체율 상승으로 대손충당금 부담 또한 늘어나고 있어 4분기 순익은 3분기보다 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장에선 은행주를 향한 우려가 확산하는 추세다. 지금 당장은 상생금융 방안에 따라 횡재세 논란에선 잠시 발을 뺀 상태이니만큼 주가 하락에 현실화되진 않았지만, 향후 정책 변수가 다시금 은행권을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에 투자심리가 또 한 번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초과이익'을 앞두고 다시 한번 정세가 출렁일지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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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두 사태가 불러온 기술특례상장 제도 개선, 투자자 보호까지는 ‘여전히 먼 길’

파두 사태가 불러온 기술특례상장 제도 개선, 투자자 보호까지는 ‘여전히 먼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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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 규정 및 시행세칙’ 개정 예고
제2, 제3의 파두 사태 미연에 방지한다
매출액 등 주요 정보 검증 필요성 커져

최근 증권 시장을 강타한 파두 뻥튀기 상장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증권사 책임을 강화하는 등 기술특례상장 개정을 위해 나섰다. 해당 제도와 관련한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음에도 금융당국과 상장 주관사들은 ‘강 건너 불구경’만 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는 데 따른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풋백 옵션 강화로 상장 주관사 책임 확대

19일 한국거래소는 풋백 옵션이라 불리는 환매청구권 의무 강화를 비롯한 ‘코스닥시장 규정 및 시행세칙’ 개정을 예고했다. 이에 따라 상장 주관사는 최근 3년 내 상장한 기술특례상장 기업이 2년 내 부실화할 경우 추후 기술특례상장 주선에서 풋백 옵션을 적용받는다. 풋백 옵션이란 일반 투자자가 공모 청약을 통해 매입한 주식이 일정 가격 아래로 떨어질 경우 상장 주관사가 이를 재매입하는 제도다.

또 기술특례상장 제도의 체계화 및 합리화를 위해 ‘신청 트랙’과 ‘중점평가요소’를 일치시켜 기업의 특성에 맞는 상장심사가 진행될 수 있도록 개선한다. 시장평가 단계가 있는 첨단기술분야 기업 기술평가는 기존 2개에서 1개로 완화한다. 이와 함께 상장 전 실적 부풀리기를 방지해 영업실적을 비롯한 주요 정보의 신뢰성을 높여 합리적인 공모가 산정을 유도하기로 했다. 중견기업 등이 30% 이상 출자해 법률상 중소기업으로 인정되지 못한 기업도 △중소기업법 상 규모요건(매출액, 자산) 충족 △딥테크 등 첨단기술 분야 기업 △중견기업 투자 기간 3년 이상 △대기업 계열사 제외 △중견기업 출자 비율 50% 미만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기술특례상장 대상에 포함한다.

이들 개정 사항은 향후 각계 전문가 및 시장참여자 의견 청취, 금융위원회 승인 등을 거쳐 내년 1월 초부터 시행된다. 한국거래소는 제도 악용 가능성을 미연에 방지함으로써 투자자 보호의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우수 기술기업에 대한 발굴 노력을 기울이는 동시에 부실기업에 대한 선별 기능을 강화해 투자자들이 기술특례상장 기업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술특례상장 기업 주가 하락 잇따라, "반토막이면 다행"

이같은 금융당국의 행보는 상장 주관사 및 감독 기관의 책임 범위를 확대해 제2, 제3의 파두 사태를 막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파두는 지난 17일 공모가(3만1,000원) 대비 42.2% 하락한 1만7,920원에 장을 마감했다. 앞서 9월 12일 기록한 최고가 4만7,100원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으로, 이같은 주가 급락은 이달 8일 파두의 3분기 실적 발표 직후 이어진 결과다. 파두는 지난 8월 IPO(기업공개)를 위해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2023년 매출 추정치로 1,202억원을 제시했지만, 실제 매출은 2분기 5,900만원, 3분기 3억2,000만원에 그쳤다.

파두의 당초 매출 추정치와 실적이 과도하게 큰 차이를 보이자 시장에서는 매출을 조작해 회사의 몸값을 부풀리는 ‘뻥튀기 상장’이라는 논란이 불거졌다. 파두 측은 뒤늦게 실적 하향에 대한 원인을 설명하고 향후 예상 매출을 발표하는 등 수습에 나섰지만, 시장에서는 IPO 사상 첫 집단소송에 돌입하는 움직임까지 포착되고 있다. 최근 법무법인 한누리는 파두와 상장 주관사인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히며 피해주주 모집에 나섰다.

기술 검증만큼 중요한 정보 검증

전문가 사이에서는 기술특례상장 제도의 허점이 드러나고 있다는 여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파두를 비롯한 기술특례상장 기업들이 IPO 추진 과정에서 자의적으로 향후 예상 매출을 크게 부풀렸음에도 이에 대한 검증 시스템이 턱없이 부족한 탓에 일반 투자자들의 피해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파두 외에도 세포치료제 개발 업체 에스바이오메딕스를 비롯해 의료장비 기업 큐리옥스바이오시스템즈, 첨단 회로소자 기업 아이씨에이치 등이 실적 부풀리기 의혹에 휩싸였으며, 이들 기업의 주가는 최근 52주 내 최고가와 비교해 31%~52% 수준에 머물고 있다.

매출액 부풀리기는 IPO 시장에서는 물론 「공정거래법」, 「가맹사업법」 등 다수의 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위법행위다. 실제로 지난해 6월에는 가맹점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예상매출액 환산표를 허위·과장한 혐의를 받은 유명 액세서리 업체가 가맹점주들의 영업손실을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고, 이후 같은 해 11월에는 한 방문학습지 기업이 가맹 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예상 매출을 35% 부풀렸다는 혐의가 인정돼 5,200만원의 과징금을 물기도 했다.

당시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기업이 자의적으로 예상 매출액 범위를 산정해 사실과 다르거나 부풀린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명백한 위법 행위”라고 강조하며 “기업이 이해관계자에 핵심적인 정보를 제공할 때 법 규정을 준수했는지 철저히 검증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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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GDP 대비 기업부채 ‘세계 3위’, 부채·부도 증가 속도는 2위, 원인은?

한국 GDP 대비 기업부채 ‘세계 3위’, 부채·부도 증가 속도는 2위, 원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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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금융협회, 올해 3분기 주요 34개국 ‘세계 부채 보고서’ 발표
주력 산업 ‘반도체’ 분야의 지속된 수출 부진이 관련 기업 재정건정성 악화시켜
자잿값 및 인건비 상승으로 부동산 및 건설 업계도 ‘휘청’

우리나라 기업들의 부채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빨리 증가하고 있단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대대적인 통화 긴축과 고금리 기조 속 주요국 기업들의 부채는 줄어든 반면, 우리 기업들의 부채 규모는 외환위기 때보다 불어났다. 그 원인으론 지난해 8월부터 역성장이 계속되고 있는 반도체 분야의 수출 부진에 관련 기업의 따른 재정건전성 악화와 인건비 및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건설경기 침체에 빠진 부동산업계의 대외채무 관리 실패 등이 꼽힌다.

고금리에 오히려 빚 늘어난 국내 기업들

19일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 부채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세계 34개 나라(유로 지역은 단일 통계)의 GDP 대비 비(非)금융 기업 부채 비율을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는 홍콩(267.9%)과 중국(166.9%)에 이어 126.1%로 세 번째로 높았다. GDP 대비 기업 부채 비율도 2분기(120.9%)보다 5.2%p 상승하며 3개월 만에 싱가포르를 제치고 세계 3위가 됐다.

기업부채 규모는 1년 전 대비 5.7%p 높아지며 러시아(13.4%p)와 중국(8.6%p)에 이어 세 번째로 증가 속도가 빠른 국가로 집계됐다. IIF 집계 대상인 34국의 기업부채 규모는 인플레이션 안정화를 위해 기준금리를 끌어올리면서 지난 1년간 경제 규모 대비 평균 1.9%p 낮아졌으나, 우리나라 기업부채 규모는 오히려 더 늘어 1998년 외환위기 때(108.6%)보다도 커졌다. 여기에 올해 1~10월까지 집계된 주요 17개국의 기업 부도 증가율도 약 40%를 기록하며 네덜란드(약 60%)에 이어 2위에 올랐다.

가계부채도 심각하다. 3분기 기준 우리나라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0.2%로 34개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이후 부동의 1위이자, 조사 대상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가계 부채가 전체 경제 규모를 웃도는 유일한 국가로 나타났다. 실제 16일 각 은행 집계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총 689조5,581억원으로, 지난달 말(686조119억원)보다 약 보름 만에 3조5,462억원 가까이 불어났다. 대기업과 소상공인을 포함한 중소기업 등 기업 대출 잔액도 같은 기간 766조3,856억원으로, 지난달 말보다 2조696억원 더 늘었다.

IIF는 보고서를 통해 “유럽 등 세계적으로 많은 나라에서 은행이 민간 부문 대출을 줄이면서, 신용 등급이 낮은 회사들 사이에서 취약성 증가의 징후가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며 “이런 경향은 기업 부도 건수 증가에도 반영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업 재정 갉아먹는 ‘수출 부진’

우리나라 기업부채 규모와 그 증가 속도가 주요국 최상위권에 속한 주요 원인으로 국가 주요 성장 산업인 반도체 분야의 수출 부진이 꼽힌다. 반도체 수출은 올해 2분기부터 점진적으로 개선되는 양상이지만, 올해 1분기까지 부진이 계속되며 관련 기업들의 재정건전성이 크게 악화됐다.

14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10월 ICT(정보통신산업)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반도체 수출액은 89억7,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7% 줄었다. 지난해 8월부터 역성장이 계속되는 추세로,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주력하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부진이 전체 수출 실적 저하를 이끌었다. 실제로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주요 제품인 D램이나 낸드플래시 등의 가격이 2021년 3분기부터 약 9분기 동안 하락을 이어가며 폭락했다. 일례로, 지난해 1분기 평균 3.41달러였던 8기가 D램 고정가는 올해 1분기 1.81달러, 3분기에는 1.31달러까지 떨어졌다.

한국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는 총 780조원으로 이 중 메모리 반도체 비중이 23.88%를 차지한다. 여기서 다시 국내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세계 메모리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70%가 넘는 반면, 세계 반도체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점유율 3.3%로 약 20조원에 그치는 수준이다.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2년 동안 급격한 긴축에 따른 글로벌 고금리 기조와 미중 패권 경쟁으로 촉발된 반도체 전쟁 시대에 따라 국내 반도체 기업이 주력하는 메모리 분야의 부진이 두드러졌다”면서 국내 기업들의 존재감이 미미한 세계 비메모리 시장의 점유율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 시스템 반도체 분야의 복합적인 다양성과 메모리 반도체와의 차별점에 대한 명확한 인식과 함께 국내 역량 실태 파악에 기반한 국가적 전략 수립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사진=IMEC

부동산 및 숙박업 관련 기업·자영업자 빚 크게 늘어

인건비와 원자재 가격 상승도 우리나라 기업부채 증가의 또 다른 원인으로 꼽힌다. 삼일PwC경영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다양한 산업군 가운데 부동산과 숙박 등의 산업에서 기업대출이 크게 늘었다. 두 산업군 모두 상대적으로 자잿값과 인건비에 따라 영업실적 변동폭이 큰 분야로 꼽힌다. 실제 2021년 말 기준 업종별 대출 집중도를 살펴보면 주요 제조업이 0.3~1.5 수준에 위치한 반면, 부동산과 숙박업은 각각 2.6과 2.4로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특히 지난해부터 이어진 부동산 경기 둔화 및 조정에 건설 업계 부진은 심각하다. 지난 9월 24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올해 1~9월 종합건설업체의 폐업 신고건수(변경·정정·철회 포함)는 모두 405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211건)보다 두 배 가까이 많은 수준으로, 동기 기준 2006년 이후 최대치다. 이는 급격한 금리인상에 더해 철을 비롯한 주요 원자재 가격이 미중 분쟁 등으로 크게 오르면서 지방을 중심으로 건설업체의 폐업이 줄을 잇는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인건비에 큰 영향을 받는 개인사업자들(자영업자)의 업황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크게 악화됐다. 2021년 말 기준 전체 기업대출 중 36%를 차지하는 개인사업자 대출에서 식당·카페·숙박업소 등 주요 개인사업자의 평균 사업소득은 전년보다 2.7% 가까이 감소했다. 이와 더불어 실제 자영업자들의 재정건전성도 크게 악화됐다.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영업자 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기준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기관 대출 잔액은 1,043조2,000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또 같은 기간 연체액(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도 역대 최고치인 7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기업부채 관리에 대한 정부와 민간의 구조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삼일PwC경영연구원 관계자는 “201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의 금리가 이어지고 앞으로도 고금리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2017년 이후 급증한 기업대출의 경우 이자비용 부담 측면에서 우려스러운 것은 사실”이라면서 “개별 기업 입장에선 안정적인 현금 보유 및 부채 수준을 줄이는 데 노력할 필요가 있으며, 정부 차원에선 채무상환능력이 크게 떨어졌거나, 회생 가능성이 없는 기업이나 개인사업자들에 대한 채무재조정 등의 출구를 마련해 줄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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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이자 내기에도 버거운 기업 속출, 은행 재정 건전성 관리에 ‘빨간 불’

대출 이자 내기에도 버거운 기업 속출, 은행 재정 건전성 관리에 ‘빨간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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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무수익여신 '3조원' 목전, 총여신 중 0.22% 차지
은행 건전성 '위험 수준', 내년 상반기 심화 우려 커져
신용위험에 대한 선제적 대비책 마련 시급

전 세계적 경기 침체가 장기화한 가운데 이자조차 내지 못하는 기업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소비자들의 수요 심리 위축 등 영향으로 경영난에 시달리는 기업들의 소위 ‘깡통 대출’이 속출하고 있어 더 큰 부실 위험이 다가올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자조차 못 낸 기업·가계 27.3% 급증

20일 금융계에 따르면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무수익여신 잔액은 지난해 말 2조2,772억원에서 올해 3분기 말 2조8,988억원으로 27.3% 늘었다. 같은 기간 총여신이 1,295조7,838억원에서 1,334조2,666억 원으로 3.0%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매우 가파른 증가세다. 총여신 중 무수익여신 비중은 이 기간 0.18%에서 0.22%로 확대됐다.

무수익여신은 상환 기간이 도래한 원금은 물론 이자조차 거두지 못하는 대출을 의미한다. 은행들은 3개월 이상 원금을 상환하지 못한 대출에 이자 미계상 여신을 추가 반영하는 방식으로 무수익여신 잔액을 산출하며, 무수익여신은 고정이하여신보다 은행의 재정 건전성에 더 큰 악영향을 미친다.

이같은 무수익여신은 가계대출보다 기업대출에서 더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4대 은행의 기업대출 부문 무수익여신은 지난해 12월 1조5,310억원에서 올해 3분기 1조9,754억원으로 29.0% 증가했다. 일부 은행의 경우 50%가량 폭증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가계대출 부문 무수익여신 역시 23.7% 증가(7,462억원→9,234억원)했다.

가계대출 전체 잔액도 가파른 증가세를 그리고 있다. 4대 은행과 농협에 따르면 이달 16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89조5,581억원으로 10월 말 686조119억원과 비교해 3조5,462억원 늘었다. 이같은 증가세는 올해 가장 가파른 증가 폭을 그렸던 10월의 증가분(3조6,825억원)을 불과 2주 만에 따라잡은 결과다. 부문별 대출 잔액은 전세대출이 2,135억원 줄어드는 동안 주택담보대출과 개인신용대출이 각각 3조4,175억원과 3,107억원 증가했다. 당초 주담대 금리가 상승세를 보이면서 대출 수요가 다소 주춤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보금자리론을 비롯한 각종 정책 대출이 크게 늘며 전체 가계대출의 증가로 이어졌다.

정부는 연내 추가 대출 규제 방안을 발표하는 등 실수요 자금 외 가계대출 공급을 줄여나간다는 계획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 가계 부담이 막중해지고 소비가 얼어붙을 수 있어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며 “전체 대출 중 가계부채 비율은 일정 수준 이하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부채 총량보다는 증가 속도를 조절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만기 도래한 코로나19 정책 금융, 부실 위험 키우나

가계대출 급증과 무수익여신 증가가 맞물리며 시중 은행의 재정 건전성에도 적신호가 들어왔다. 실제로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은 올해 상반기에만 2조2,130억원어치의 부실 채권을 상각 또는 매각했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9,907억원)와 비교해 2.23배의 규모일 뿐만 아니라 지난해 전체 부실 채권 매각 규모(2조2,713억원)와도 맞먹는 수준이다. 가파른 금리 상승에 적응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던 다수의 기업이 한계에 직면한 결과로 풀이된다.

은행은 3개월 이상 원리금이 상환되지 않은 대출을 부실 채권으로 분류해 별도 관리하는데, 이후로도 회수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고 판단되면 이를 상각 또는 매각한 후 대차대조표상 보유 자산에서 제외한다. 이는 겉으로 보이는 연체율이나 고정이하여신 비율(NPL)이 낮아지는 효과를 불러올 수 있지만, 은행의 건전성은 더 크게 악화함을 의미한다. 장부상의 단기적 기록과는 별개로 중장기적으로는 더 많은 충당금을 쌓아둬야 해 은행의 수익성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내년 상반기가 부실채권 급증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 9월부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한 대출 만기 연장 및 원금·이자 상환유예 제도를 비롯한 코로나19 금융지원 정책들이 하나둘 만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분기 말에 주로 진행되는 연체 채권 상·매각으로 연체율이 하락한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실질 연체율은 계속 상승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경기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코로나19 금융지원 종료의 여파도 조금씩 수면 위로 떠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사고 후 수습'에 성공, 한국은?

세계 1위의 경제 대국 미국에서 재정 건전성 악화를 이유로 다수의 은행이 파산한 전례가 있다는 점도 이같은 우려를 키운다. 가장 최근의 사례로는 지난 3월 파산한 실리콘밸리 최대 상업은행이자 자산규모 기준 미국 16위의 실리콘밸리은행(SVB)을 꼽을 수 있다. SVB는 그간 수신 예금의 상당 부분을 미국 장기국채에 투자해 왔는데, 금리급등 시기에 대규모 평가손실이 발생하자 은행의 재무 건전성 훼손으로 직결됐다. SVB는 폭증하는 예금인출 요구를 견디지 못해 파산을 선언했고, 결국 SVB의 파산은 전형적인 유동성 관리 실패 사례로 꼽히며 전 세계에 충격을 안겼다.

SVB 파산 직후인 12일에는 뉴욕에 본사를 둔 시그니처은행마저 파산하며 미국 시장이 사상 최악의 혼돈을 맞기도 했다. 미국 금융당국은 은행의 파산이 전체 시장의 위기로 확산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신속히 예금자 보호 한도를 확대하고, 은행의 유동성 확보를 위해 담보부 대출을 실시했다. 미 재무부의 막강한 지원과 금융당국의 발 빠른 대처는 사태 해결에 상당한 효과를 가져왔다.

다만 미국과 같은 ‘사태 발생 후 수습’이 우리나라에서도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국내 시중 은행의 재정 건전성은 가계부채의 급증과 기업부채의 부실화, 부동산 경기침체에 따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 등 여러 요인이 맞물려 빠른 속도로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의 대손충당금 적립 의무 강화 등 증가하는 신용위험에 대한 선제적 대비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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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상장 의혹’ 파두 사태에 깊어지는 한숨, 기술특례상장제도까지 도마 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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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파두 상장 과정 전면 재검토 돌입
집단소송 예고에 파두 측 "시장 악화 영향, 실적 곧 개선될 것"
실적 목표 절반에도 못 미치는 기술특례상장 기업 '수두룩'
8월 7일 한국거래소 서울사옥 홍보관에서 열린 파두 상장기념식에서 이지효 파두 대표이사(왼쪽에서 네 번째)와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한국거래소

지난 8월 코스닥시장에 기술특례상장을 마친 파두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증시에 입성한 지 불과 3개월 만에 처참한 실적을 내놓으면서 주가가 연일 저점을 기록 중이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파두의 상장 예비 심사를 진행한 한국거래소를 비롯해 증권신고서를 검토한 금융감독원, 상장을 주관한 NH투자증권의 책임을 묻고 있다.

그러나 금융당국과 상장 주관사 등이 절차에 따라 적법한 상장이 이뤄졌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어 투자자들의 시름이 깊어지는 가운데, 파두를 비롯한 기술특례상장 기업의 상당수가 부실 상장 의혹에 휩싸이며 제도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4만5,000원이던 주가가 1만8,000원 아래로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파두는 전 거래일 1만8,5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지난 8월 7일 공모가 3만1,500원으로 증시에 입성한 파두는 4만5,000원까지 오르며 시장의 기대감을 여실히 보여줬지만, 3분기 실적 발표와 동시에 1만7,710원까지 폭락하며 충격을 안겼다.

파두가 발표한 올해 3분기 매출은 3억2,081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7.6% 하락한 수치다. 시가총액 1조원대에 달하는 기업이 상장 후 불과 3개월 만에 급격한 매출 감소를 기록하자, 시장에서는 “파두가 상장 당시 매출을 뻥튀기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파두는 금융당국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에서 2023년 연간 매출 추정치로 1,202억원을 제시했다. 하지만 실제 매출은 2분기 5,900만원, 3분기 3억2,000만원에 그쳤다.

3분기 실적발표 이후 주가 하락이 이어지는 가운데 상장 전 초기 투자자가 파두의 3분기 실적 공시 직전 보유 지분을 매도해 투자 자금을 회수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투자자들의 분노를 키우기도 했다. 사모펀드(PEF) 운용사 포레스트파트너스가 설정한 문제의 펀드는 이달 8일 이전까지 파두 주식을 집중 매도해 투자한 자금을 거둬들였다. 장 마감 후 파두의 실적 발표가 있었던 8일까지 보유 중이던 주식을 부지런히 시장에 떠넘긴 것이다.

연일 논란이 뜨겁자, 금융 당국은 파두의 상장 과정에 문제가 있었는지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금감원과 한국거래소는 발행사 및 주관사를 통해 파두가 제시한 연간 매출액과 실제 매출액의 차이, 향후 실적 전망 등을 상세히 파악하고 있다. 또한 금감원은 기관 투자자들의 선행매매가 불공정거래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도 조사할 방침이다. 금감원 공시심사실 관계자는 “기업이 의도적으로 매출을 조작하면 금감원은 이를 알 방법이 없다”며 “다만 향후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장 주관사 NH투자증권은 주가 폭락을 둘러싼 이번 사태와 관련해 별도의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NH투자증권이 사전에 파두의 매출 감소를 전혀 알지 못했다는 태도는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상장 주관사가 기업의 실적을 아예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라면서도 “기술특례상장제도 자체가 현재 실적보다는 앞으로의 성장성을 보고 상장하는 제도다 보니 도덕적인 이슈가 될 순 있어도 법적인 책임을 묻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부랴부랴 실적 개선 나선 파두

계속되는 부실 상장 의혹에 파두 측에서도 입장을 밝혔다. 원종택 파두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15일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낸드플래시 시장이 크게 악화하며 2분기 고객사 발주가 연기됐고, 3분기에도 시장 침체가 이어지면서 매출 회복에 이르지 못했다”고 말했다. 파두는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를 제어하는 컨트롤러 칩을 생산하는 반도체 기업으로, 고객사가 단 2곳에 불과해 해당 두 기업의 발주 연기가 자사의 실적을 좌우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어 원 CFO는 “SSD 전문 업체인 신규 고객사 두 곳을 추가 확보한 상태이며, 기존 발주 연기된 주문은 4분기 실적에 반영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상장 과정에서 위법한 행위가 있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금감원에서 여러 사항에 대한 설명 요구가 있었고, 조사 중인 사안인 만큼 자세한 설명을 드릴 순 없지만 금융 당국의 조사에 성실히 응하고 있다”고 답했다.

사진=techcrunch

기술성 평가 역량 부족 여실히 드러나

금융당국과 회사의 입장 발표에도 시장의 비난 여론이 사그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집단소송 움직임도 포착됐다. 법무법인 한누리는 파두와 상장 주관사를 상대로 증권 관련 집단소송을 제기할 방침을 세우고 피해 주주 모집에 나서겠다고 15일 밝혔다. 한누리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파두 등은 올해 2분기 매출이 사실상 ‘0원’에 가까운 사실을 감추고 상장을 강행했다”고 지적하며 “늦어도 7월 초에는 상장 및 공모절차를 중단하고 후속 절차를 진행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파두가 투자설명서와 기업실사 보고서 등에 기재한 내용의 상당 부분이 사실과 다른 만큼 자본시장법상 배상책임에 해당한다는 설명이다.

이와 동시에 시장에서는 기술특례상장제도의 신뢰도가 도마에 올랐다. 기술특례상장이란 기술 혁신성을 인정받으면 최소한의 재무 요건만 갖춰도 상장할 수 있는 제도로, 파두도 해당 제도를 통해 증시에 입성했다. 기술력과 성장성을 입증한 기업에 기회를 넓혀준다는 취지에서 도입됐지만, 부실 상장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18년 이후 기술특례상장을 마친 기업 중 스팩합병 및 상장폐지 종목을 제외한 149곳 중 102곳의 주가가 공모가를 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같은 주가 부진의 배경에는 기대 이하의 실적이 있다. 올해 기술특례상장 기업 중 3분기 보고서를 제출한 기업 10곳 중 8곳은 올해 누적 매출이 당초 제시한 목표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이 2억6,000만원으로 공모 당시 제시한 47억원의 5.5% 수준에 그친 에스바이오메딕스가 대표적인 예다.

부실 상장 논란이 갈수록 뜨거워지자 기술특례상장제도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우수한 기술력을 갖추고도 자금 조달이 어려운 기업에 주식 시장 문턱을 크게 낮추는 방식으로 기회를 제공하고자 하는 제도의 취지는 좋지만, 정보 이해도가 다소 부족한 시장 참여자들이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가늠하도록 도와주는 적절한 보완 장치가 없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금융당국이 기술 성과에 관한 공시제도를 발전시키고 이들의 공시 위반 및 불공정거래에 대해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며 “특례상장 기업의 상장요건인 기술성 평가의 역량과 특례상장 기업과 관련한 투자자 보호가 보강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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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익빈 부익부' 현상 심화되는 청약 시장, 청약자들 "분양가보다 시세 낮아지면 어떡하지"

'빈익빈 부익부' 현상 심화되는 청약 시장, 청약자들 "분양가보다 시세 낮아지면 어떡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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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약 점수 커트라인 20~30점 대로 떨어진 서울 아파트들 속속 나타나
다만 '프리미엄' 아파트들은 여전히 분양 인기↑
부동산 시장 불확실성으로 신중해진 투자 심리 반영된 결과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청약 시장에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묻지마 청약'을 했던 과거 부동산 시장 과열 시절과 달리, 이젠 속칭 '프리미엄' 브랜드 아파트로 청약이 쏠리고 일반 브랜드 아파트에 대한 청약 수요는 식는 등 양극화 추세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고금리 장기화, 국제 정세 불안 등 대내외적 경제 변수로 인해 분양가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시세가 분양가를 웃돌 것 같은 매물을 선별적으로 고르겠다는 투자 심리가 반영된 결과다.

청약 시장 열기 꺾이나

이번 달 들어 청약 시장 열기는 한풀 꺾이는 모습이다. 1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5~9월 동안 매월 서울 아파트 청약 평균 당첨 점수는 60점대로, 작년 2~11월까지의 평균 당첨 가점인 40~50점 대비 10점 넘게 뛰었다. 당시 광진구 '롯테캐슬이스트폴'(67점), 용산구 '용산호반써밋에이디션'(63점), 성동구 '청계SK뷰'(62점) 등 인기 지역에서 분양한 아파트는 커트라인이 60점을 웃돌기도 했다. 관악구 '서울대벤처타운역푸르지오'(51점)과 구로구 '호반써밋개봉'(40점) 등 외곽지역 단지도 최저 가점이 40~50점대였다.

특히 이달 분양한 도봉구 '도봉금호어울림리버파크'의 커트라인은 27점까지 떨어졌다. 최저 가점(27점)이 나온 84C형의 경우, 최고 가점도 고작 43점에 불과했다. 지난달 공급된 강동구 '천호역마에스트로'에선 22점짜리 당첨자도 나왔으며, 심지어 '안양자이더포레스트', '의정부푸르지오클라시엘', '트리우스광명' 등 경기 주요 지역 단지에서는 최근 27점의 접수자가 당첨을 거머쥐기도 했다. 27점은 부양가족이 없는 30대 초·중반 무주택자가 20대 초반에 청약통장을 개설해 꾸준히 돈을 넣었다면 충분히 받을 수 있는 점수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고금리와 국제 정세 불안 등의 영향으로 금융비용, 인건비, 자잿값 등 공사 원가가 모두 오르면서 분양가가 치솟았기 때문이다. 또한 고분양가에 아파트 매수 시장이 관망세로 돌아선 가운데, 주택 수요자들 사이에서 청약에 대한 관심도 낮아졌다. 실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민간 아파트 분양가는 3.3㎡당 3,215만원으로 1년 전 대비 14.6% 상승했다.

인기 있는 아파트는 고금리 무색하게 청약 몰리는 중

다만 이같은 대내외적 경제 변수에도 불구, 여전히 분양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아파트도 적지 않다. 특히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 아파트를 중심으로 분양 인기는 갈수록 높아지는 모습이다. 실례로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 '동탄 레이크파크 자연&e편한세상'에는 최근 분양에 청약 통장 약 13만 개가 쏟아졌다. 이는 올해 최다 청약 건수로, 경쟁률 또한 370대 1로 1순위에서 마감됐다. 인천에서도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인 '검단신도시 롯데캐슬 넥스티엘'에 2만 명에 육박하는 인원이 청약에 몰리며 1순위로 마감됐다. 청주의 '신영지웰 푸르지오 테크노폴리스 센트럴'과 파주 운정신도시의 '운정자이 시그니처'에도 4만 건 안팎의 청약 건이 몰렸다.

이같이 인기가 높은 서울 아파트들의 경우 청약 당첨 가점 평균도 상반기보다 9점 가까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정보 업체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지난 7월 1일부터 이달 10일까지 청약을 받은 서울 아파트의 평균 최저 당첨 가점은 55.4점으로, 올해 상반기(46.5점)보다 8.9점 오른 수치다. 지난해 하반기(37.3)점과 비교해도 18점 이상 상승했다. 여기에 2024년에 서울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이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최저치인 1만여 가구에 그칠 것으로 예측되면서 이들의 청약 시장 경쟁률은 내년에 더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도 등장하고 있다.

사진=unsplash

무턱대고 청약 시장에 진입하던 시대는 지났다

이처럼 동기간 청약 시장에 '온탕'과 '냉탕'이 공존하는 가운데, 전문가들 사이에선 지역과 단지별 청약 열기 양극화 현상이 추후에도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부동산 시장의 미래 불확실성도 커진 만큼, 수요자들이 무턱대고 청약 시장에 진입하기보다는 선호 지역, 단지 규모, 브랜드 여부 등에 따라 '실패하지 않을 것 같은' 아파트에 선별적으로 자금을 집어넣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 7월 부동산 시장 분석 업체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도급 순위 상위 10대 대형 건설사들이 올해 상반기 시공한 아파트들은 1순위 평균 14.0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10대 건설사가 아닌 현장들의 1순위 평균 경쟁률은 3.3대 1로, 10대 건설사보다 경쟁이 약 4배가량 차이가 났다. 이에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분양시장에서 이른바 '프리미엄' 브랜드 단지들이 주목받는 건 입지와 상품성이 여타 아파트보다 우수하기 때문"이라며 "지역에 따라 '탑 10'인 아파트와 그렇지 않은 아파트의 시세는 크게는 억 단위로 차이가 나는 등 높은 브랜드 선호도가 시세 또한 끌어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엔 준공 때 시세가 분양가보다 떨어질 위험을 관리해 주는 서비스인 KAP한국자산매입의 '헷지했지 안심매입약정'이 출시되기도 했다. 사용자들은 해당 서비스를 통해 준공 이후 특정 시기에 분양권을 취득 원가에 팔 수 있다. 즉 약정을 통해 주택 시세가 분양가보다 떨어질 위험을 없앨 수 있는 것이다. KAP한국자산매입 관계자는 "과거 주택 시장이 과열됐던 시기엔 청약 시장에 너나 할 것 없이 수요자가 쏠렸던 만큼 부동산 투자자들이 아파트 시세가 분양가를 밑돌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됐으나, 지금처럼 청약 시장이 양극화된 시기엔 수요자들이 청약에 신중한 것은 물론, 분양 이후에도 시세가 분양가보다 떨어질 위험을 크게 걱정하게 됐다"며 "미래 불확실성을 해소하길 원하는 많은 청약 수요자들이 현재 당사 서비스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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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상장 의혹 받는 '파두', 매출액 부풀려 투자자들 속였다?

부실 상장 의혹 받는 '파두', 매출액 부풀려 투자자들 속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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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투자자들, "파두 2분기 실적 사실상 '제로'인데, 상장 심사 때 왜 숨겼느냐"
사실상 부실 상장 돕는 '기술특례상장제도' 뜯어고쳐야 한다는 지적 잇따라
정부도 해당 문제 인식하고 있으나, 관련 조처는 아직 미비한 상태

코스닥 상장 이후 실적이 급락해 주식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평가 손실을 입힌 반도체 설계 기업(팹리스) '파두'에 '뻥튀기 상장' 논란이 일고 있다. 자금 조달에 목을 맨 파두가 주관증권사와 손잡고 정확한 상장 심사 과정 없이 기업공개(IPO)를 통과했다는 것이다. 한편 전문가들 사이에선 파두가 기술특례상장제도(이하 특례상장제)를 통해 비교적 '쉽게'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만큼, 정부 차원에서 해당 제도를 한 차례 더 뜯어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분기 매출 숨기고 상장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법무법인 한누리는 파두와, 주관증권사인 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을 상대로 증권 관련 집단소송을 제기할 방침을 세우고 피해주주 모집에 나설 예정이다. 지난 8월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파두는 상장 당시만 해도 올해 매출이 1,200억원에 달한다는 전망을 내놨는데, 정작 이후 실적은 2분기 5,900만원, 3분기 3억2,000만원에 불과했다. 이에 공모가 3만1,000원에 시작해 4만7,000원까지 치솟았던 주가는 2만원 아래로 절반 넘게 곤두박질쳤다. 실적이 나쁠 것을 알면서도 파두 측이 이를 은폐하고 상장 전 몸값을 뻥튀기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제기된 것이다.

특히 파두가 지난 7월 금감원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2분기 매출액(5,900만원)이 반영되지 않았던 부분이 일반에 공개되면서 부실 상장 의혹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통상 기업의 매출액 계산이 그리 오리 걸리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2분기 마무리를 앞두고 있던 상황에서 회사와 주관사가 실적 감소를 몰랐을 리가 없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한누리는 파두와 주관증권사에 대해 "올해 2분기 매출이 사실상 제로에 가까웠다는 사실을 감추고 IPO를 강행했다"며 "7월 초순 상장 및 공모 절차를 중단하고, 수요예측이나 청약 등 후속 절차를 진행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파두는 입장문을 통해 "실적 타격은 낸드(NAND) 및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시장의 급격한 침체와 AI 강화 등을 위한 데이터센터들의 대대적인 시스템 재점검 절차가 맞물리면서 고객사들이 부품 수급을 전면 중단한 게 2~3분기 실적에 타격을 줬다"며 "해당 부분은 당사가 상장을 진행했던 시점까지는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었던 만큼, 파두에선 어떤 부정적인 의도나 계획 등이 없었음을 거듭 말씀드린다"고 해명했다.

기술특례상장제도가 부실 상장 부추긴다

파두 논란은 특례상장제에 대한 불신으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특례상장제란 기업이 기술 혁신성을 인정받으면 최소 재무 요건만으로 상장할 수 있는 제도를 의미한다. 그러나 파두의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듯, 기술력과 성장성을 가진 기업의 자금조달 문턱을 낮춰준다는 기존 취지와 달리 해당 제도가 투자자들로 하여금 부실 상장 우려만 키우고 있다는 게 금융 업계의 중론이다. 특례상장제로 상장한 바이오 기업들의 경우, 상장 직후 유예 기간이 끝나도록 매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거나 기대와 달리 임상 개발에 실패하면서 다음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해 관련 투자자들에게 불합리한 손해를 안긴 경우가 빈번하다.

실제 지난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거래소에서 받은 '최근 10년간 상장한 특례상장 기업의 주가'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특례상장제를 통해 상장한 기업 200개 기업 중 64%(127개)는 지난 9월 27일 기준 상장 당시 공모가를 하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모가 대비 50% 이상 하락한 기업도 38%(76개)였다. 200개 기업 중 상장 폐지된 기업은 1곳(유네코), 거래 정지된 기업은 4곳(어스앤에어로스페이스·이노시스·인트로메딕·셀리버리) 등이다.

이와 관련해 당시 김성주 의원은 "정부가 특례상장제를 장려하면서 주관사에 책임을 떠넘길 것이 아니라, 현행 제도를 제대로 점검하고 문제점을 바로잡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결국 투자자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선 부실기업을 제대로 선별할 수 있도록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정부도 조처 나섰으나, 되레 부실 상장 가능성 더 열었다는 지적도

정부에서도 특례상장제의 이같은 한계를 인식하고, 관련 조처에 나선 바 있다. 지난 7월 부실기업이 쉽게 상장하지 못하도록 특례상장 시 주관사 책임을 강화키로 하는 내용 등을 담은 '초격차 기술특례' 방안이 그것이다. 주관사 별 기술특례상장 건수·수익률 등의 정보를 거래소 전자공시 시스템에 비교·공시해 투자자들이 주관사의 기업 발굴 역량을 비교할 수 있게 하는 게 주요 골자다. 또한 특례상장 기업의 영업실적 공시도 강화하고, 상장 추진 당시 실적 추정치와 실제값의 비교·차이 분석에 대한 기재 방식도 표준화했다.

다만 해당 방안에는 상장 심사 단계에서 기술성이나 사업성 이외의 요소(지배구조 등)로 상장 예비 심사를 탈락한 기업이 6개월 내 재심사를 신청할 경우 '신속심사 제도'를 적용해 기술평가 부담을 완화하는 데다, 심사 시간을 단축(45영업일→30영업일)하는 등 기업들의 상장 창구를 넓히는 내용도 포함된 만큼, 이같은 조처가 되레 부실기업을 제대로 선별할 수 만들어 종국적으로는 투자자들의 피해만 커지게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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