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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금융 간담회 직전 일제히 주담대 금리 인하
“금리 연 8% 시대” 추가 인상론 일단락
소비자 부담↓ 은행 건전성↑, 상생 앞당길까
국내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3%대로 하락했다. 이같은 흐름은 주요 은행들의 주담대 최저금리가 연 5%를 넘겼던 이달 초와 비교해 상반된 모습으로, 대출 원가에 해당하는 은행채 금리 인하와 정부의 상생금융 압박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이번 금리 인하와 관련해 은행권에서는 장기적 재정 건전성 확보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차주들 역시 과도한 빚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며 반색을 표했다.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에 대한 강도 높은 압박으로 국민과의 상생을 도모하겠다는 정부의 노력이 유의미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국민은행 주담대 금리 2개월 만에 3%대로 하락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의 혼합형(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전날 기준 연 3.86~5.26%로 책정됐다. 이는 직전 영업일인 17일(연 4.03~5.26%)과 비교해 0.17%p 내린 수치다. 국민은행의 주담대 최저금리가 연 3%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 9월 22일(연 3.9%) 이후 약 2개월 만의 일이다.
다른 시중은행들도 같은 시기 주담대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신한은행의 혼합형 주담대 금리는 지난 17일 연 4.66%~5.97%에서 이날 연 4.60%~5.90%로 0.06%p~0.07%p 하락했고, 우리은행과(-0.06%p)과 농협은행(-0.07%p)에서도 일제히 금리를 인하했다.
은행들은 이번 주담대 금리 인하의 배경으로 은행채 금리 하락을 꼽았다. 은행들은 장기자금을 흡수하는 수단으로 은행채를 이용하는데, 은행채 금리가 하락하면 조달 비용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은행채 5년물(AAA·무보증) 평균 금리는 이달 3일 연 4.586%에서 17일 연 4.279%로 0.307%p 내렸다. 이는 지난 8월 이후 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은행채 금리 인하와 맞물린 정부의 상생금융 압박도 변수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금리 인하가 20일 오후 개최된 상생금융 간담회 직전 이뤄진 것이 이에 대한 방증이라는 주장이다. 이날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 대표자를 소집해 은행을 비롯한 금융계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며 상생금융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연말까지 오를 거라던 금리, 상생금융에 급제동
연이은 시중은행의 금리 인하는 이달 초까지만 해도 시장에 팽배하던 ‘주담대 금리가 연내 8%대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과는 상반된 움직임이다. 실제로 은행들은 이달 초까지 해도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조절 정책에 발맞추기 위해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하고 있었다. 농협은행의 혼합형 주담대 최저금리는 지난 10월 4일 연 4.05%에서 이달 3일 연 4.81%로 불과 한 달 사이 0.76%p 올랐고, 같은 기간 우리은행(0.53%p)과 국민은행(0.39%p)도 큰 폭의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주담대 금리가 당분간 오름세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은 이달 중순까지 이어졌다. 지난해 말 은행권에서 유치한 100조원 수준의 예·적금 만기가 속속 다가오면서 은행권의 수신 유치 경쟁이 치열해진 데다가, 시장금리의 기준이 되는 미국 국채 금리도 4% 중후반을 오르내렸기 때문이다. 여기에 변동금리 기준인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금리 또한 이달 15일 3.97%로 올해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자, 금리 추가 인상론은 조금씩 현실화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나서 ‘갑질’ 등의 표현으로 은행권을 강도 높게 비판한 이후 정부의 상생금융 압박도 강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금융당국은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향후 발생할 이자의 일부를 경감하는 등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고, 금융계는 앞다퉈 상생금융안을 발표했다.
은행권 “이자 장사 끝났다? 오히려 좋아”
은행권에서는 “울고 싶은데 정부가 뺨 때려준 격”이라며 지금의 상황을 반기는 분위기다. 단기적으로 이자 수익이 낮아질 수는 있지만, 차주들의 상환 부담을 낮춰 손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은행의 재정 건전성에 장기적으로 이롭기 때문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일제히 확대된 시중 은행의 대손충당금은 그동안 은행들의 우려를 잘 드러내는 사례다. 대손충당금은 은행 등이 향후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선제 적립하는 항목으로, 이를 확대하는 것은 연체율 및 부실 채권 증가가 전망됨을 의미한다.
지난해 1분기 2,352억원을 기록한 4대 은행의 대손충당금전입액은 불과 1년 만인 올해 1분기 7,277억원으로 세 배 가까이 증가했다. 연체가 예상되는 부실채권 규모가 1년 사이 세 배 가까이 폭증한 셈이다. 장기화한 경기 침체 여파에 은행권의 재정 건전성이 크게 위협받는 가운데 상생을 위한 금융권과 정부의 노력이 유의미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