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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아니면 집 못산다" 고금리 기조에서도 영끌로 아파트 매수하는 30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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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3분기 전국에서 아파트 가장 많이 매입한 연령층은 다름 아닌 30대
전문가들 "30대들이 다시금 '영끌'하는 건 부동산 경기 부양책에서 비롯됐다"
20·30세대 중심으로 가계 대출 폭증하고 있는 가운데 연체율도 눈에 띄게 늘어

30대들의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에 다시금 불씨가 지펴지는 모습이다. 그간 전국에서 아파트를 가장 많이 매입한 연령층은 40대로 집계됐으나, 올 1~3분기 들어선 30대가 아파트 최다 매수의 연령층에 올라선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30대 연령층의 아파트 매수세가 잠시 잦아들었던 지난해와는 사뭇 상반된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은 올해 초부터 정부의 부동산 관련 규제가 완화된 데다, 최근엔 집값까지 오르면서 30대들 사이에서 '지금 아니면 안 된다'는 심리가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한편 이에 따라 가계 부채도 폭증하면서 업계 안팎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30대들의 아직 끝나지 않은 '영끌'?

12일 국내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1~9월)의 전국 아파트 거래량 총 31만6,603건의 매매 거래 가운데 30대가 사들인 건수는 총 8만5,701건으로 전체의 27.1%를 기록했다. 이는 40대의 매입 비중 25.9%(8만2,077건)를 웃돈다.

전국 아파트 1~9월 거래에서 30대 거래 비중이 40대를 넘어선 건 정부가 연령대별 아파트 거래 현황 통계를 공개한 2019년 1월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1~9월 전국 아파트 거래 비중은 30대가 22.4%, 40대가 24%로 40대가 더 컸다. 연간 거래량으로 봐도 2019년 이후 올해 들어 처음 30대가 역전할 가능성이 커진 상태다. 지난해 30대의 전국 아파트 매입 비중은 22.4%, 40대는 24.1%였다.

다만 최근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에 나서고 고금리 기조를 유지하면서, 상대적으로 주택 매수 자금이 부족해 영끌로 집을 사는 30대 연령층의 최근 아파트 매수세도 결국 사그라들 가능성이 높다는 게 건설 업계의 중론이다.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 상단은 이미 7%를 넘어선 데다 부동산 대출 상품도 축소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지난 9월 말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 대출은 시중 판매가 중단됐다.

지난해와는 사뭇 상반된 모습

이는 지난해의 추세와는 사뭇 상반된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아파트 매매 거래량 29만8,581건 가운데 매입자가 20·30세대인 경우는 8만4,835건으로 전체의 28.4%를 차지했다. 이는 전년(2021년) 대비 2.6% 포인트 감소한 수준이다. 앞서 20·30세대 아파트 매입 비율은 2019년 28.3%에서 2020년은 29.2%, 2021년에는 31.5로 높아진 바 있다. 2020~2021년 당시만 해도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 등으로 MZ세대의 주택 매수는 적극적이었으나, 지난해부터 시작된 고강도 긴축으로 인한 금리 상승과 대출 규제 강화에 따라 매수세가 한풀 꺾이면서 30% 밑으로까지 떨어졌다.

그런데 올해 들어 이처럼 30대 중심으로 다시금 영끌 추세에 불씨가 지펴지고 있는 건, 올해 초부터 시작된 정부의 부동산 부양 정책에서 기인한 것이라는 게 금융 업계의 중론이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청년층의 내 집 마련을 돕고, 금리인상기에 취약 차주의 월 상환액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취지로 '50년 주담대' 상품 도입을 추진한 바 있다. 그러나 50년 주담대가 당초 '상생 금융' 취지와 달리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우회의 수단이 되면서, 일각에선 50년 주담대가 가계 대출을 끌어올리는 원흉이 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인건비와 자잿값 인상으로 아파트 분양가가 치솟은 데다 신축 아파트 공급 부족 우려까지 확산하면서 결국 30대 중심으로 내 집 마련 수요자들이 일제히 구매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실제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는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누적 기준 12.4%가량 오르며 지난해 하락분(-22.2%)의 과반을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는 가운데, 대출 규제가 완화된 지금이 아니면 집을 사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에 30대들이 일제히 레버리지를 끌어 집을 매수한 것이다.

'고금리에도 영끌', 가계 대출 심화로 이어져

이렇다 보니 가계 대출 규모는 이미 우려스러운 수준으로 접어드는 상태다. 지난 10월 금감원이 발표한 '2022년 6월~2023년 7월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 및 6대 증권사(한국투자, 미래에셋, 삼성, NH투자, 키움, 메리츠)의 취급핵 현황'에 따르면, 지난 1년여간 담보 및 신용대출과 주식 융자 신규취급액은 476조938억원에 달했다.

특히 주택 구매를 위한 대출이 대폭 늘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 주담대는 2022년 하반기에 60조7,759억원, 2023년 7월 101조694억원으로 1년 사이 40조2,935억원이나 불어났다. 여기에 21조2,230억원의 신용대출도 더해졌다. 작년 하반기부터 올해까지 영끌에 61조5,165억원이 동원된 것이다.

신규 부채도 작년 대비 올해 1.5배 가량 늘었다. 대출과 주식 신규취급액은 2022년 하반기 186조3,494억원에서 2023년 상반기(7월 포함)는 289조7,444억원으로 무려 103조원 이상 뛰었다. 동 기간 주담대는 60조7,759억원에서 101조649억원으로 증가했다.

한편 전체 부채의 약 28%는 청년층인 20·30세대가 낸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하반기 53조6,066억원, 2023년 상반기 80조2,027억원으로 지난 1년간 청년이 낸 빚은 113조8,093억원에 달했다. 앞서 언급했듯 이들은 집을 사는 데 가장 많은 빚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 1년 동안 청년층은 75조4,604억원의 주담대, 8조4,888억원의 신용대출을 받았다.

문제는 신규대출액이 늘면서 연체액도 크게 증가했다는 점이다. 2022년 하반기 1조1,764억원이었던 연체 잔액은 2023년 7월 1조7,474억원으로 5,710억원 늘었다. 이 중 주담대에서 4,069억원으로 가장 큰 규모의 연체가 발생했고, 주식 신용 융자에서 779억원이 증가했다. 특히 20·30세대의 연체액은 지난해 3,524억원에서 올해 7월 4,940억원으로 1,416억원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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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사기' 두려워 서울 소형 아파트 월세로 대피하는 전세 수요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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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10월 서울 소형 아파트 임대차 계약의 절반이 '월세'
느슨한 '전세 사기' 처벌이 원인으로 꼽혀
다만 코로나 직후 시절만큼 전셋값 치솟진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빌라 전세 사기를 우려한 전세 수요자들이 서울 소형 아파트 월세로 '대피'하고 있다. 올 1~10월 서울 소형 아파트 임대차 계약의 50%는 월세 계약으로, 소형 아파트 임대차 시장에 수요가 대거 쏠리고 있는 모습이다.

서울 소형 아파트 월세 비중 급증

8일 부동산 정보 업체 경제만랩에 따르면 올 1~10월 서울 소형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은 11만4,962건으로, 국토교통부가 관련 통계를 시작한 2011년 이후 가장 많은 거래량을 기록했다. 월세 비중도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동 기간 서울 소형 아파트 월세 거래량은 5만7,761건, 전세 거래량은 5만7,201건으로 월세 비중은 50.2%로 올랐다.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넘은 건 처음이다.

연도 별로 살펴보면 서울 소형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은 ▲ 2020년 7만9,128건 ▲ 2021년 9만4,074건 ▲ 2022년 11만202건 ▲ 2023년 11만4,962건 등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월세 비중 역시 ▲ 2020년 36.5% ▲ 2021년 46.5% ▲ 2022년 48.7% ▲ 2023년 50.2% 등으로 상승세다.

이는 전세 수요자들이 이른바 '깡통 전세'를 우려해 빌라 전세 대신 소형 아파트 임대차 시장에 진입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올해 초 국토부는 전세 사기 혐의로 금고형 이상을 받은 중개사의 경우 면허를 취소하도록 자격증 취소 요건을 강화했다. 그러나 현재 대법원에선 실제 형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과거 전세 사기를 저지른 중개사들의 자격증을 유지하고 있어, 전세 사기꾼들의 영업을 막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에 따라 수요자들 사이에서 비교적 전세 사기가 일어나기 쉬운 빌라보다는 소형 아파트를 선호하게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실제 전세 거래량은 5만7,718건으로 지난해(7만6,317건)보다 24.3%나 줄어들었다.

소규모 빌라 전세가, 부풀리기 쉬워

대규모 아파트의 경우 거래 사례가 많고, 대부분 분양가가 공개되는 데다 분양가 상한제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평균 시세가 확고하다. 또한 대규모 아파트는 시행사, 시공사 등 건축에 관여하는 이해관계자가 다양해 어느 한 사람이 분양가를 조종하기 어렵다. 반면 소규모 빌라·오피스텔은 평형, 집의 구조가 제각각이라 시세가 상대적으로 불분명해 실제 가치보다 과대평가 되기 쉽다. 즉 사기꾼이 입맛대로 매매·전세가를 올리기 쉽다는 의미다.

집값이 올라가면 전세자금 대출금도 따라 뛰는 만큼, 전세 사기꾼들은 담합·허위 거래를 통해 소규모 빌라·오피스텔의 전세가를 부풀린다. 가령 집주인에게 전세자금 대출금을 집값의 90%로 내줬던 과거 기준, 집주인은 적정 매매가가 2억원인 집을 허위거래를 통해 3억원으로 부풀린다. 이후 만약 전세 입주 희망자가 2억7,000만원을 은행에서 차입해 전세 사기꾼에게 건네준다면, 전세 사기꾼들은 세입자가 낸 전세금으로 매매 비용을 대신 치르고 주택을 손에 넣을 수 있다. 이른바 '무자본 갭투자'다. 설령 세입자가 빠져나간다고 하더라도 큰 문제는 없다. 전세 사기꾼들은 함께 가격을 부풀렸던 다른 세대의 전세금을 빼서 돌려주면 된다.

문제는 집값이 하락하는 시기에 발생한다. 부동산 시세가 하락하면 전세 사기꾼들은 다른 세대 전세금을 빼더라도, 전세를 빼려는 세입자에게 온전히 돈을 돌려주지 못하게 된다. 심지어 부동산값이 내려가면서 다른 주택을 찾아 이사 가려는 세입자도 급증하기 때문에 결국 전세 사기꾼들은 전세자금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해 주택이 경매로 넘어가게 된다. 이 경우 은행이 전세 사기꾼의 변제에 대한 우선권이 있어 결국 세입자는 전세 보증금을 떼이게 되는 것이다.

전셋값 더 오를 것

업계에선 전세 사기, 즉 보증금 미반환 문제가 지금 추세로 지속된다면 결국 아파트 전셋값은 추후에도 계속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세 사기 우려로 연립·다세대 등의 빌라를 제외하고 특정 지역 중심으로 아파트 시장 쏠림 현상이 심화돼 전셋값을 떠받칠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지난 7일 한국 건설연구원은 내년 전국 전셋값이 2% 상승할 것이란 예측을 내놓은 바 있다.

다만 과거 수준까지 전셋값이 폭등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 견해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서울 아파트 전세 가격지수는 누적 기준 8.74% 하락한 사태로, 지난해 하락분을 아직 전부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깡통전세나 빌라 사기 등의 공포가 엄습하면서 사람들이 아파트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면서도 "2020년, 2021년 아파트값이 급등한 시절엔 대체제로 빌라를 찾아 거래가 많이 이뤄졌으나 지금은 아파트값이 많이 떨어진 상황이므로 빌라를 선택할 유인이 적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당분간은 아파트 쏠림 현상이 심할 수 있으나, 작년부터 아파트 전셋값이 많이 내린 만큼 상승세가 이어지더라도 과거만큼의 급등을 되풀이할 가능성은 작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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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세 칼바람'에 흔들리는 빌라 임대차 시장, 쌓여가는 악재 버틸 수 있을까

'역전세 칼바람'에 흔들리는 빌라 임대차 시장, 쌓여가는 악재 버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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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비아파트 임대차 시장 역전세난 지속, 임차인들은 속속 '월세'로
이어지는 '전세사기'에 쪼그라든 수요, 훈풍 맞이한 아파트 시장과 정반대 양상
일각서는 "오피스텔 따라 월세화" 전망, 까다로워진 전세 보증이 기름 부었나

이어지는 고금리로 국내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든 가운데, 수도권 내 ‘역전세’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 운영사 스테이션3는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바탕으로 서울·경기·인천 지역 연립·다세대의 2021년 7~9월 전세 거래 4만636건 중 올해 7~9월 거래가 발생한 8,786건을 분석한 결과, 전체의 52.5%(4,615건)가 역전세 주택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빌라 전세 거주에 대한 임차인 불안감이 커져가는 가운데, 빌라 임대차 시장은 전세가 아닌 '월세'를 중심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매매가가 회복세에 접어들며 오히려 전세 비중이 증가하는 아파트 시장과는 정반대 양상이다. 연쇄 전세사기와 전세 보증보험 기준 강화 등 악재가 누적되자, 일각에서는 차후 비(非)아파트 임대차 시장에서 전세가 모습을 감출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마저 제기된다.

올 상반기에도 수도권 역전세난 이어져

스테이션3의 조사에 따르면 수도권 역전세 주택의 전세 시세 차액 평균은 3,056만원이었다. 2년 사이에 전세가가 평균 14.05% 미끄러진 것이다. 지역별 통계에서도 역전세난의 흔적이 발견됐다. 서울의 경우 동일 주소지와 면적에서 발생한 전세 거래 5,631건 중 52%(2,946건)가 역전세 거래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올해 1~5월 대비 18.3% 증가한 수치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역전세 거래 비율이 50% 이상인 지역은 12곳에 달했다. 역전세 거래 비중은 중구가 72%로 가장 높았으며, 이어 △강서구 71% △강남·양천구 69% △은평구 64% △영등포·성북구 62% △금천구 61% △구로구 58% △서초·중랑구 56% △마포구 53% 순이었다.

경기도의 경우 동일 주소지와 면적에서 발생한 전세 거래 2,494건 중 1,251건(50%)이 역전세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수도권 전반을 통틀어 평균 전세금이 가장 크게 하락한 과천시의 경우 2021년 3분기 5억591만원이었던 전세금이 올해 3분기 4억771만원까지 내렸다. 역전세 거래 비율도 85%로 인천광역시 중구(97%)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과천 외에도 고양 일산서구, 고양 일산동구, 성남 분당, 김포 등도 높은 평균 전세금 하락폭을 보였다.

올 들어 ‘연쇄 전세사기’로 한차례 홍역을 치른 인천 역시 높은 역전세 거래 비율을 보였다. 인천 내 동일 주소지와 면적에서 발생한 전세 거래 661건 중 역전세 거래는 63%(418건)에 달했다. 기존 보증금 대비 평균 전세금 하락률은 수도권 내에서 역전세 거래 비율이 가장 높은 중구를 비롯해 서구, 강화, 미추홀 등에서 특히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트에는 봄바람, 빌라에는 칼바람

역전세난이 특히 '빌라'에서 심화한 이유는 간단하다. 아파트 시장은 회복세에 접어들었지만, 빌라 시장은 여전히 침체 상태기 때문이다. 긴 침체기를 겪던 아파트 시장은 올해 들어 빠른 속도로 활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한국부동산원은 오늘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서울의 아파트 실거래가지수가 11.17% 올랐다고 밝혔다. 지난 1년간의 하락분(22%) 중 절반가량을 회복한 것이다. 전국 기준으로 보면 지난해 하락분은 17.15%, 올해 7월까지의 회복분은 4.41%다. 

반면 빌라·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시장에는 여전히 겨울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해부터 전국 각지에서 발생한 연쇄적인 전세사기 사건의 주축에는 '비아파트 매물'이 있었다. 끊임없이 보도되는 피해 사례에 불안감에 휩싸인 세입자들은 '빌라 전세'를 기피하기 시작했다. 섣불리 전세를 택했다가 보증금을 떼이느니 차라리 월세를 택하는 이들도 증가하는 추세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발생한 서울 비아파트 전월세 거래 건수는 16만2,192건이었다. 이 중 월세 거래는 9만7,801건, 전세 거래량은 6만4,391건으로 확인됐다. 전체 임대차 거래 중 월세 비중이 60.3%에 달하는 셈이다. 서울 비아파트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 비중이 60%를 돌파한 것은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최초다. 한편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발생한 서울 다세대·연립주택 전세 거래량은 4만1,095건으로, 작년 동기(5만6,228건) 대비 26.9% 줄었다. 

기존의 빌라 전세 수요가 소형 아파트 등으로 이동하는 양상도 눈에 띈다. 실제로 활기를 되찾은 아파트 임대차 시장에서는 전세가 자치하는 비중이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임대차 시장 전세 비중은 올해 1월 55.2%에서 지난 9월 61.1%로 눈에 띄게 늘었다.

빌라도 오피스텔 따라가나, '전세 소멸론' 점화

상황이 악화하자 비아파트 시장에서는 '전세 소멸론'이 고개를 들었다. 이미 전세 보증보험 기준 강화 등으로 전셋값을 올리기 어려운 구조가 형성된 만큼, 갭투자 등 투자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부는 지난 5월부터 전세사기 예방을 위해 반환보증보험 가입 요건을 강화한 바 있다. 기존 공시가격의 150%였던 보증 요건은 올해 5월부터 공시가격의 140%, 주택 가격의 90%까지 강화됐다.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최대 보증금은 공시가격의 126% 선까지로 제한된다.

비아파트 기피 현상으로 역전세난이 닥친 가운데, 전셋값이 보증보험 가입 기준에 맞춰 하락하며 시장 타격은 한층 커졌다.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해 파산 위기를 맞이하는 임대인도 우후죽순 늘었다. 설상가상으로 내년부터는 임대사업자도 '126%'를 기준으로 보증보험에 의무 가입해야 한다. 역전세난 해소를 위해 등장한 보증 요건 강화가 오히려 불씨를 들쑤신 셈이다.

업계에서는 사회초년생의 내집 마련, 은퇴자의 임대수익 투자 등 빌라의 '메리트'가 사라졌다는 의견이 나온다. 빌라 임차에 대한 인식이 꾸준히 악화하는 가운데, 전세 보증까지 까다로워지며 빌라 임대차 시장 전반이 위축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빌라 시장이 결국 오피스텔과 유사하게 '월세 시장'으로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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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한국부동산원 통계정보시스템

본격적인 가을 이사 철을 맞이한 가운데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각지에서 전세대란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 5월 감소세에 접어든 서울 지역 아파트 전세 물건은 꾸준히 3만 건대의 낮은 수준을 기록 중이며, 전셋값은 급등을 반복하고 있다. 특히 강남권을 중심으로는 올해 초와 비교해 50%가량 전셋값이 폭등한 물건도 속속 포착되고 있다.

10일 부동산 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전날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3만997건으로 집계됐다. 올해 3월까지만 해도 4만 건을 웃돌던 서울 전세 매물은 지난 5월 3만 건대로 내려온 후 꾸준히 3만 건대 초반을 기록 중이다. 심지어 이달 1일에는 2만9,831을 기록하며 2만 건대로 줄어드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기도 했다.

낮아진 대출 문턱, 아파트 전세 수요 부추겨

아파트 전세 매물이 급감한 이유로는 올해 초 시장에 쏟아졌던 급전세 매물들이 빠르게 소진됐다는 점과 대폭 줄어든 대출금리 부담이 꼽힌다. 지난해 최고 6%대까지 치솟으며 임차인들의 부담을 가중시켰던 시중은행의 전세자금대출 금리는 최근 4%대 이하로 떨어졌다. 이에 월세를 찾던 임차인들도 줄어든 이자 부담에 적극적으로 전세 매물을 찾기 시작했다. 또 서울 강서, 인천 등 일명 ‘빌라왕’으로 불리던 이들의 대규모 전세사기 논란 이후 연립·다세대, 다가구 등 비아파트의 전세 물건 기피현상이 심화했다. 이는 역전세난을 걱정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컸던 올해 초 아파트 임대 시장과는 정반대의 분위기다.

임차인들의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자 전셋값도 급등하고 있다. 부동산 리서치업체 부동산R114의 올해 3분기(7∼9월) 서울 아파트 전세가 조사에서 평균가는 5억1,598만원으로 동일 단지·주택형 신규 계약 기준 올해 상반기(4억8,352만원)와 비교해 6.7% 올랐다. 서울 일부 단지에서는 올해 초와 비교해 50% 가까이 뛴 곳도 나왔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잠실동 소재 잠실엘스(전용면적 84㎡)는 지난 9월 27일 12억원에 세입자를 들였다. 동일 면적대가 지난 1월 8억3,000만원가량에 거래된 것을 감안하면 4억원 가까이 오른 셈이다.

시장에서는 전세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는 가운데 2024년 예정된 아파트 입주 물량이 큰 폭으로 감소하며 전세대란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내년 서울에 공급되는 아파트 입주 물량은 8,000여 가구로 올해 3만3,000여 가구의 25% 수준에 그친다. 여기에 최근 정부가 신혼부부 대상 전세자금 대출 소득요건을 기존보다 1,500만원 상향하는 등 요건은 낮추고 금리(2.1~2.9%)는 낮추는 등 대출 부담을 줄였다는 점도 임차인들의 전세 수요 심리를 부추기고 있다.

연휴 직후 맞이한 가을 이사철, 전세가 '꿈틀' 예상

시장에서는 최근의 부동산 가격 회복세와 가을 이사 철이 맞물려 전셋값 상승세가 본격 심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이달 전국 아파트 입주물량은 총 57개 단지, 4만1,724가구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수도권은 2만3,265가구로 전체 입주물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김지연 부동산R114 책임연구원은 “이달 대규모 입주물량이 전국에서 쏟아지고 있는데, 가을 이사철을 맞아 전세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전반적인 가격 상승 흐름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임대차 시장에 찾아온 모처럼의 활기는 가을 이사철 쏟아진 매물을 소화하지 못해 역전세난 우려를 키웠던 지난해 하반기와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실제로 지난해 하반기에는 적지 않은 세입자가 오를 대로 오른 대출금리에 부담을 느끼며 전세 대신 월세를 찾았고, 그 결과 지난해 10월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직전월과 비교해 20% 넘게 늘었다. 하락 폭을 키우던 전셋값 역시 3년 8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올해 추석 연휴 직전 ‘국민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경기 남양주, 하남, 고양, 광명과 인천 등에 추진 중인 3기 신도시 용적률을 높여 공급량을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해당 대책에서는 단기적 공급 확대 방안으로 오피스텔, 연립, 다세대 등 비아파트 공급 확대를 제시했다.

하지만 현재 인허가 완료 물량 중 착공이 연기돼 분양 일정을 잡지 못한 단지가 대다수를 차지하는 등 공급 가뭄 장기화에 대한 우려를 종식하는 데는 역부족인 모양새다. 공급 가뭄이 임대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업계에서는 수분양자들의 실거주 의무를 폐지하는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고개를 들었다.

"인위적 경기 부양 안 된다"는 정부, 전문가들은 '갸웃'

정부는 인위적으로 부동산 경기를 부양할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26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주택공급 활성화 대책 발표 자리에서 “이번 공급 대책의 목표는 경기 부양이나 이를 통해 수요자들이 추가적인 혜택을 노리고 다시 시장에 진입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하며 “부동산 가격을 직접 자극하거나 수요를 진작할 수 있는 정책은 아예 검토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원 장관의 발언에 대해 “인위적인 경기 부양이 아니라는 주장에 공감할 수 없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가계대출이 폭증하는 등 임계점에 다다른 상황에서 대출 문턱을 추가로 낮추고 비아파트에 대한 각종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수요 진작이 아니라면 무엇이냐”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지난 7월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국내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정책모기지론 포함) 잔액은 6월 말 기준 1,062조3,00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같은 가계대출 급증의 배경에는 전세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의 폭증이 결정적 원인으로 꼽힌다. 올해 6월 주담대는 전월 대비 7조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2020년 2월(7조8,000억원) 이후 3년 4개월 만의 최대 폭 증가다. 적극적인 정책대출을 통해 부동산 공급 활성화를 기대한다는 정부의 청사진이 ‘시장과 시장 참여자들 모두를 위한 부양책’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보다 ‘당장의 경기 부양을 위해 시한폭탄을 뒤로 미룬 셈’이라는 부정적인 평가를 듣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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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저가 아파트 거래 실종된 경기도”, 올해 6억원 이하 아파트 거래 비중 ‘역대 최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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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성남시의 한 아파트 단지

올해 1~9월 경기도에서 6억원 이하에 매매된 아파트 비중이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몇 달 간 이어진 부동산 시장 회복세와 더불어 분양가도 급격히 오르면서 경기도에서도 중저가 아파트가 사라지는 현상이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수도권 쏠림 현상이 아파트 가격 상승 등의 주택 문제 외에도 일자리 및 교육 문제, 과잉 경쟁 등을 낳는다는 지적과 함께 균형발전을 위한 정부의 정책적 노력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집단지성을 총동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제만랩,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분석 결과 발표

11일 부동산 정보제공 업체 경제만랩의 조사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경기도 아파트 매매 거래량 8만837건 가운데 6억원 이하 매매 거래량은 6만173건으로 74.4%를 차지했다. 이는 국토교통부가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6년(1~9월 기준)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2019년 이전에는 경기도의 6억원 이하 아파트 매매 거래 비중이 90%를 웃돌았지만, 2020년과 2021년 각각 87.3%, 76.3%로 하락한 뒤로 현재까지 70%대로 추락 중이다. 반면 경기도의 6억원 초과~9억원 이하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1만4,887건, 9억 초과~15억원 이하 매매 거래량은 4,965건으로 각각 18.4%, 6.1%의 비중을 차지하며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특히 경기도 내에서도 남부와 북부의 6억원 이하 중저가 아파트 매매 비중 차이가 두드러졌다. 올해 1~9월 경기북부의 아파트 매매 거래량 1만9,050건 가운데 6억원 이하 거래량은 1만5,882건으로 전체 83.4%를 차지한 반면, 같은 기간 경기남부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6만1,787건 중 6억원 이하가 4만4,291건으로 6억원 이하 비중이 71.7%로 더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한편 경기도에서 15억 초과 아파트 매매 거래 비중이 가장 높은 지역은 과천시였다. 올해 1~9월 과천시 아파트 매매 거래량 465건 가운데 15억원 초과 거래량은 148건으로 31.8%를 차지했고, 경기도에선 유일하게, 6억원 이하 매매 거래가 없었다.

가파르게 상승한 ‘서울 부동산 가격’에 수요자들은 수도권으로

수도권으로 인구가 집중되는 현상은 가파르게 오르는 서울 부동산 가격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10일 KB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9월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11억9,168만원인 반면, 5개 지방 광역시는 4억4,135만원으로 집계됐다. 기타 지방의 평균 아파트값은 2억 6,557만원 선이다. 서울과 지방의 가격 차이는 약 10억원으로 서울이 지방보다 약 5배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서울권으로 출퇴근하는 실수요자들에겐 서울 아파트보다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경기도와 인천 아파트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같은 기간 경기도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5억3,630만원, 인천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4억160만원으로 4~5억원대에 형성돼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수도권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황한솔 경제만랩 리서치연구원은 “서울 강남권과 인접한 경기남부를 중심으로 6억원 이하 아파트 비중이 더욱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에 따라 경기남부와 북부의 가격 격차가 앞으로 더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출처=경제만랩

전체 면적의 12%에 불과한 '수도권'에 인구 절반 넘게 거주, 해법은?

우리나라 인구의 구조적 관점에서 볼 때 2019년 12월 이후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을 넘어선 상황이 수도권 아파트 가격 상승세의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올해 4월 말 기준 국내 인구 약 5,140만 명 가운데 전체 국토 면적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에만 전체 인구의 절반이 넘는 약 2,671만 명이 거주하고 있다. 이는 전국 인구의 50.8%로 수도권 쏠림 현상이 심각하다. 수요자가 몰릴수록 다수가 선호하는 아파트 가격은 자연히 천정부지로 치솟을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그간 정부는 수도권 집중을 막기 위해 ‘균형발전’을 정책과제로 설정해 왔다. 그러나 지속 증가해온 수도권 인구 비중과 집값 등은 지난 수십 년간 균형발전을 위해 추진된 많은 정책과 사업이 수도권 집중화를 막는 데 그다지 성공적이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실패 원인으로는 대학·교통·재정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서울 중심의 일극화를 오히려 부추기는 국민적 인식이 지목된다.

문제는 수도권 쏠림 현상이 집값 폭등 등의 주택 문제 외에도 일자리와 교육 문제 그리고 과잉 경쟁을 유발한다는 점이다. 여기에 인구감소라는 예정된 미래까지 더해지면서 궁극적으론 초저출산 현상을 낳을 우려가 있다. 서울의 지역별 합계출산율의 독보적으로 낮은 반면, 전남·강원·경북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이 이를 대변한다.

전문가들은 균형발전을 위해선 정부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노력이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조만석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은 “주택·교통·대학, 수도권 규제, 초광역권 형성과 행정구역 재편, 지방분권을 위한 재정 분산 등 모두 명확한 목표 아래 과감한 대안을 추진해 나가면 국가 경쟁력 확보와 균형발전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면서 “균형발전을 국가의 균형 생존으로서 공통된 목표 아래 우리 사회의 집단지성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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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여 가장한 매매 그만”, 비주거용 부동산 상속·증여세 ‘시가’로 부과한다

“증여 가장한 매매 그만”, 비주거용 부동산 상속·증여세 ‘시가’로 부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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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이 빌딩 등 주거 용도로 사용하지 않는 부동산을 시가로 평가해 상속세 및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시행에 돌입했다. 통상 비주거용 부동산의 실제 시세는 기준시가보다 높은 경우가 많아 해당 부동산 보유자가 상속 또는 증여할 때 부담하는 세액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5일 과세당국에 따르면 국세청은 지난 7월부터 감정평가 대상 비주거용 부동산 선정 기준을 포함한 ‘상속세 및 증여세 사무처리규정’을 시행하고 있다. 꼬마빌딩 외에 대형 빌딩, 토지, 자산의 50% 이상이 부동산인 기업의 주식 등에도 공시지가나 기준시가 대신 시가를 기준으로 상속세와 증여세를 매기기 시작한 것이다.

과세 형평성 위해 실제 가격 반영 필요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상증법)에서는 세금 부과 대상 재산의 가격은 상속 및 증여 당시의 ‘시가’를 기준으로 삼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실제 거래가 거의 없어 특정 부동산이 시장에서 매매되는 가격을 산정하기 어려운 빌딩 등 비주거용 부동산은 개별공시지가 또는 기준시가로 과세표준을 매겨 왔다. 하지만 이같은 공시가격은 실제 시장 가치에 비해 현저히 저평가된 경우가 많아 아파트를 비롯한 주거용 부동산과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실제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에 위치한 535개 꼬마빌딩에 대한 감정평가 진행한 결과 이들 부동산의 가치는 총 5조7,678억원으로 당초 신고가액(3조3,271억원)과 큰 차이를 보였다. 해당 조사는 일부 납세자가 꼬마빌딩을 탈세에 악용한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국세청이 2020년부터 2022년에 걸쳐 3년 동안 감정평가를 진행한 결과다.

이번 개정된 상증세 사무처리규정에는 국세청 추정한 시가와 기준시가 차액이 10억원 이상 또는 추정시가 대비 차액이 10% 이상인 비주거용 부동산의 경우 별도의 감정평가를 거쳐 시가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자산총액의 50% 이상이 빌딩이나 토지 등 부동산인 법인의 주식도 동일한 기준에 따라 감정평가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는 2020년 1월 국세청이 밝힌 비주거용 부동산에 대한 시가 평가 방침에 따른 후속 조치로, 국세청 관계자는 “주거용 부동산은 시가를 기준으로 과세 중이고, 상증세도 시가 기준 세금 부과가 원칙”이라고 강조하며 “비주거용 부동산의 감정평가는 과세 형평성을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서울연구원

실거래 없으면 감정평가해서 시세 산정

일반적으로 ‘시장에서 특정 물건이 거래되는 금액’을 의미하는 시가는 부동산에 적용될 경우 시가표준액과 시가인정액으로 구분된다. 이 중 국세청이 비주거용 부동산의 과세표준으로 제시한 기준은 시가인정액을 의미한다.

현행 상증법에서는 시가를 ‘정상적이고 독립된 시장에서 불특정다수인 간에 거래되는 시장가격’으로 규정하고 있다. 시가인정액의 산정은 실제 거래금액이 최우선이다. 다만 실거래가 없는 경우 해당 부동산의 취득 전 6개월, 취득 후 3개월 내에 매매사례가액, 감정가액, 수용가격, 공매가격, 경매가액 등을 시가로 인정할 수 있다. 이는 지방세의 과세표준을 정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부동산 등을 평가한 가액을 의미하는 시가표준액과는 구분되는 개념이다.

기존 상증법은 취득한 재산의 시가를 산정하기 어려운 때에만 보충적인 평가 방법으로 과세표준을 정할 수 있다고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주거용 부동산과 달리 빌딩 등은 거래가 빈번하지 않은 탓에 보충적인 방법이 주된 과세표준으로 활용돼 왔다. 이같은 보충적 평가 방법에 해당하는 기준시가 등은 실제 부동산의 가치나 시장에서 거래되는 금액과는 큰 차이가 있어 일반 매매보다 증여를 취득 원인으로 했을 때 세금이 대폭 줄어드는 경우가 많았고, 이는 곧 탈세의 수단으로 악용되곤 했다. 매매의 경우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실제 거래가액을 기준으로 취득세를 부과한다.

사무용 부동산 임대료 인상 신호탄 되나

전문가들은 그동안 비주거용 부동산에 대한 공시가격이 턱없이 낮았던 점을 지적하며 이번 조치가 주거용 부동산과의 형평성을 맞출 수 있을 것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대형빌딩의 경우 보유자의 대부분이 고액 자산가임에도 불구하고 비주거용 건물이라는 이유로 가격이 시장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해 과세 형평성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서울과 경기도의 3,000㎡(약 907평) 이상 대형빌딩 공시가격 시세 반영률은 평균 52% 남짓에 불과했으며, 특히 개별 대형빌딩의 경우 시세반영률 편차가 적게는 38%에서 많게는 120%에 달해 조세 형평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여실히 드러냈다.

다만 일각에서는 조세전가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세금 부담이 커진 임대인들이 이를 보전하기 위해 매달 거두는 임대료를 인상하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임차인들에게 전가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와 함께 사무실 임대차 시장이 활황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도 임대료 인상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부동산 컨설팅업체 컬리어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국내 사무용 부동산의 평균 공실률은 전 분기 대비 0.2%p 하락한 2.1%를 기록했으며, 서울 강남 지역의 공실률은 0.9%에 불과했다. 여기에 신규 공급된 사무실들마저 빠른 속도로 소화되며 임대료 인상을 부추기고 있다. 세금의 형평성을 위해 손본 규정이 엉뚱한 곳에 칼날을 드리우지 않도록 하기 위한 고민 역시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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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숙 이행강제금 2024년 말까지 유예”, 국토부 입장에도 거주자들은 “근본 대책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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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2일 열린 공공기관 감사부서장 회의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발언 중이다/사진=국토교통부

정부가 주거 용도로 사용하는 생활형 숙박시설(생숙)에 대한 이행강제금 처분을 2024년 말까지 유예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가운데 수분양자들을 중심으로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고민의 흔적이 없는 허울뿐인 대책”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25일 국토교통부는 생숙 숙박업 신고 계도기간을 내년 말까지 연장하며 사실상 ‘벌금’에 해당하는 이행강제금 처분을 유예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생숙의 상당수가 다주택자의 규제 회피 수단 및 투기 목적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 만큼 생숙을 주거용으로 이용할 수 없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오피스텔 용도 변경 마친 생숙 1% 수준에 불과

2021년 국토부는 건축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생국을 숙박업으로 의무 등록하도록 규정하며 주거 용도로 사용을 원하는 경우 2년의 특례 기간 내 오피스텔 등으로 용도를 변경하도록 했다. 해당 특례 기한은 오는 10월 14일까지로, 정부는 일찌감치 특례 연장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이같은 정부 발표에 대해 생숙 수분양자들은 숙박업 등록이 쉽지 않다고 입을 모으며 반발하고 있다. 숙박업 등록을 위해서는 건물 출입구에 로비를 설치해야 하고, 층마다 세탁시설을 갖추는 등 세부 요건이 충족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미 공사가 끝났거나 마무리 단계에 있는 생숙들은 설계 변경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인천의 한 생숙 입주를 앞두고 있다고 밝힌 한 수분양자는 “법 개정 전에 분양한 생숙들은 시행사나 분양업체들도 주거용으로 홍보했고, 거기에 맞춰 시설을 지어서 숙박업 요건을 갖추기 힘들다”며 “국토부가 전국 생숙에 대한 실태 파악부터 하고 정책을 발표해야 하는데, 기간만 임시방편으로 연장했을 뿐 근본적인 대책은 없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지자체와 함께 숙박업 미신고 생숙에 대한 사용 실태를 파악해 추가적인 제도개선을 논의할 것”이라며 “관련 부처와 함께 분양 기준, 허가 절차 등 생숙 제도에 대한 발전 방안도 면밀히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토부에 따르면 2021년 건축법 시행령 개정 이후 지금까지 오피스텔로 용도를 변경한 생숙은 1,200여 실로 전체 생숙(10만3,000실) 중 약 1%에 불과하다. 오피스텔의 건축 기준이 생숙보다 까다로운 특례 기간 내 용도 변경이 쉽지 않았던 탓이다. 특례 종료 후에는 숙박업 신고 또는 오피스텔로 변경하지 않고 주거 용도로 사용하는 생숙에 대해 매년 공시가의 10%에 해당하는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

원희룡 "생숙의 정체성 고민, 문제의식 갖고 접근"

그동안 정부는 이미 숙박업 등록이나 용도 변경 등을 마친 생숙 소유자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이유를 들어 특례 연장은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 왔다. 하지만 생숙 수분양자들의 “내 집에서 편히 살고 싶다”는 목소리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며 정부가 관련 규제를 손볼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실제로 이달 18일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국토부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생숙의 경우 태어나기를 호텔로 태어나서 주거용으로 쓰이고 있기 때문에 근본적인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많다”며 “지난 정권에서 집값 급등기에 놀라 과징금을 매기겠다고 과한 엄포를 놓은 건데 이게 적절한지 문제의식을 가지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법으로 어떤 규제를 할 때는 지킬 수 있는 법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보는데, 버티니까 전부 합법화해 준다는 나쁜 선례를 남겨선 안 될 것”이라며 전방위적 규제 완화는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숙박업 신고도, 오피스텔 변경도 힘든 거주자들은 '한숨만'

생숙이 2011년 「공중위생관리법」 시행령 개정으로 ‘취사가 가능한 생활숙박업’이라는 명확한 법적 지위를 얻은 이후 “호텔처럼 관리해 주는 오피스텔인데, 가격도 저렴하고 절세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말만 믿고 분양받은 이들은 정부의 이행강제금 유예 방침에도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숙박업 미신고 생숙의 경우 벌금이 소급 적용되는 탓에 피해 갈 수 없는 상황인 데다가, 오피스텔 전환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오피스텔의 경우 발코니 설치 제한, 전용면적 85㎡ 초과 바닥난방 불가, 가구당 1대 이상 주차장 확보 등 생숙과는 전혀 다른 건축법의 규정을 받는다. 또 학령인구 유발에 따른 학교 추가 확보, 공공서비스 등 기반 시설 문제를 고려해야 하며, 생숙이 들어선 부지가 상업지역이라면 이를 주거지역 또는 준주거지역으로 바꾸는 지구단위계획의 변경이 선행돼야 한다. “용도 변경을 할 바에는 처음부터 새로 짓는 게 빠르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불가능에 가까운 셈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생숙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를 통해 논란을 종결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당초 생숙을 주거용으로 홍보하고 판매한 편법이 벌어진 환경부터 천천히 짚어봐야 한다”며 “생숙의 존속 또는 보완 여부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를 미룰 수 없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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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3법이 불러온 전세시장 혼란, 관련 제도 개선은 여전히 "현재진행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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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아파트 전세 시장이 역전세난과 전세난을 오가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처럼 전세 시장이 흔들리는 근본적 이유가 지난 정권이 도입한 '임대차3법'에 있다고 분석한다. 이에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7월 임대차3법을 사실상 폐지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으나, 해당 시기에 전세 시장이 비교적 안정세에 들어간 데다 제도 폐지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도 적잖아 아직까지도 관련 제도 개선은 '현재진행형'에 있는 상태다.

'역전세난'과 '전세난'을 오가는 올해 전세 시장

2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셋째 주(18일) 기준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 대비 0.13% 상승했다. 지난 7월 상승세로 돌아선 뒤 9주 연속 오름세다.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도 지난 6월 넷째 주(26일)부터 0.02% 증가로 본격 상승 전환했고, 서울 전셋값은 지난 5월 셋째 주(22일)부터 0.01% 상승으로 일찌감치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셋값이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역전세 문제가 기승을 부렸던 올해 초와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당시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 역전세난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2년 전인 2021년 하반기에 유동성이 풀려 매매 가격이 급등하면서 전셋값도 고점을 기록한 뒤,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다시금 계속 하락세를 이어갔기 때문이다. 이에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위원은 "연초부터 금리가 대체로 안정세를 찾으면서 전세로 다시 수요가 모이기 시작했다"며 "전세 사기 등으로 여파가 잦아든 점도 전세 수요를 자극하는 요인으로 꼽혔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시장 컨센서스를 뒤엎고 이젠 '전세난'에 허덕이는 모습이다. 업계에선 이처럼 전세시장이 이리저리 갈피를 못 잡는 현상의 근본 원인은 임대차3법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임대차3법은 문재인 정부에서 도입했던 제도로,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 상한제, 전·월세 신고제 등을 포함한다. 계약갱신청구권은 세입자가 기존 2년에서 2년 연장된 4년 거주를 인정받게 하는 내용이다. 그런데 이로 인해 전세 계약이 길어지면서 시장에 전세 물건이 급감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실제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파트실거래의 자료에 따르면 임대차법이 시행 2주일 시점인 2020년 8월 15일 기준 서울 전세 물건은 3만2,505건으로 법 시행전인 7월29일(3만8,557건)보다 15.7% 줄었다.

여기에 전세 계약 갱신 시점에 집주인이 임대료를 5% 이내로만 인상할 수 있는 전·월세 상한제가 맞물리면서, 집주인들이 4년간 전셋값이 묶여있을 것을 우려해 매물들의 가격을 크게 올렸다는 설명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20년 8월부터 12월까지 서울 전셋값은 2.45% 상승했고, 2021년엔 5.17% 올랐다. 동 기간 전국 전셋값은 4.69%, 8.84%, 수도권 전셋값은 4.31%, 9.59%, 지방 전셋값의 경우 5.05%, 8.13% 증가했다.

이렇듯 부자연스럽게 형성된 전세 시장은 금리 인상과 집값 하락이 겹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높아진 전세 대출 금리에 세입자들은 갱신 대신 보증금 반환을 요구했으나 집주인은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했다. 이에 따라 집값과 전셋값의 차이가 작았던 집들을 시작으로 역전세가 전국적으로 전이된 게 올 상반기까지의 상황이다.

임대차3법 개선 착수 의지 밝힌 정부, 다만 진행 상황은 "오리무중"

이처럼 임대차3법이 전세시장에 교란을 일으키자, 지난해부터 정책 당국은 관련 제도 개선 착수에 나서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7월 '주택임대차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전세 시장 혼란 초래의 원인으로 지목된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를 뜯어고치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당시 국토교통부는 "근본적인 임대차 시장 안정을 위해선 임대차 제도 개선이 필수적"이라며 "다양한 대안을 면밀히 검토해 시장 기능을 정상화할 수 있는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이에 업계에선 임대차법이 사실상 폐기 수순에 들어간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다만 집값이 정체 내지 급락하면서 전셋값도 동반 하락했고, 이에 따라 관련 제도 개선이 세간의 관심에서 점차 벗어나게 됐다. 여기에 해당 제도 폐기 시 세입자들의 주거 안정이 훼손 것이란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된 것도 제도 개선 착수에 난항을 겪게 된 요인으로 꼽힌다. 예컨대 계약갱신청구권제가 폐지될 경우 새로 집을 구해야 하는 세입자들이 월세로 눈을 돌리면서 월세 가격이 오르는 등 주거비 부담이 커질 것이란 우려에 정부가 쉽사리 칼을 빼 들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사진=freepik

가격 규제가 되레 도시를 망친다?

문 정부가 추진한 임대차3법의 취지가 이론상으로는 바람직하다는 평이 많다. 예컨대 전·월세상한제는 민간 임대주택 시장에서 숨은 세원을 발굴해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계약갱신청구권은 임차인의 주거 기간 연장을 보장해 주기 때문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전·월세상한제에 결국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분석이다. 전·월세상한제는 임대료 규제와 같은 효과를 내는데, 이로 인해 서민들에 대한 거주 안정성 제고라는 긍정적 효과보다는 부정적인 파급을 더 크게 불러왔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먼저 전·월세상한제의 규제가 매우 제한적인 효과만 거둬들여 왔다는 점을 근거를 제시했다. 제도가 도입된 당시 거주하고 있던 소수 임차인만 상한제의 혜택을 볼 뿐, 그 외 주택을 새로 임차해야 하는 다수는 해당 제도 도입으로 인해 인상된 전월세 가격의 여파를 그대로 맞게 됐다는 것이다.

이어 5% 상한선에 대한 기준이 명확지 않다는 비판도 제기했다. 전국적으로 임차 주택은 1,000만 가구에 이르며 각 주택은 건축 연도, 층수, 위치, 실내 인테리어 마감, 방향 등 수많은 변수에 의해 전월세 가격이 좌우된다. 그런 만큼 정부가 나서서 인상률을 일률적으로 5%로 정한 건 공정한 평가라고 보긴 어렵다는 주장이다. 이뿐만 아니라 가격 규제는 주택 노후화를 재촉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임대료 규제를 받은 집주인들이 주택 개보수에 인색해졌고, 해당 피해는 아이러니하게 당시 정부가 보호하겠다고 선언한 임차인들에게 그대로 돌아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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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 아파트 인기라는데, 지방·빌라 시장은 “부동산 회복? 먼 나라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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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포자이프레지던스 단지 내 조경의 일부/사진=GS건설

부동산 시장이 본격 회복세에 들어선 움직임을 보이면서 시장 내 양극화도 심화하는 모습이다. 한쪽에서는 추가 공사비를 투입하면서까지 '고급화'를 전면에 내세운 아파트들이 속출하고 있는 반면, 지방과 빌라 시장에서는 강제경매와 유찰이 반복되면서 시장에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고급화될 대로 고급화된 자재, 단지 특화 설계 '총력전'

최근 강남과 한남 등 주요 지역에서는 조경 고급화에 나서는 단지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입주를 시작한 개포자이프레지던스(개포주공 4단지)가 대표적인 예다. 해당 단지는 대지 면적의 약 45%를 조경에 할애하면서 용역사로 에버랜드 조경팀을 선정했다. 이는 통상 30%대인 재건축단지들의 조경 면적 비율의 1.5배에 해당하는 것으로, 이를 위해 투입된 조경 공사비는 3.3㎡당 69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사가 한창인 단지에서도 조경 공사비를 증액하는 사례가 포착되고 있다. 실제로 내년 1월 입주를 위해 막바지 공사가 진행 중인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개포주공1단지) 재건축조합은 식재 수목 확대를 위해 조경 공사비를 200억원 증액했다. 전체 공사비 중 조경에 투입되는 자금에 인근 단지들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되자 예비 입주자들의 원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조합은 기존에 예정돼 있던 단지 내 나무를 10만 그루에서 40만 그루로 늘리고 70,000㎡ 규모의 숲을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이들 단지가 이처럼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면서 조경에 열을 올리는 것은 단지 고급화 때문이다. 인테리어, 마감재 등 건물에 사용되는 자재가 상향 평준화되며 차별화가 어려워지자 단지 환경을 좌우하는 조경 특화에 심혈을 기울이면서다. 오는 10월 준공을 앞둔 브라이튼여의도 역시 '럭셔리 주거 라이프'를 콘셉트로 내걸고 고급화에 힘썼다. 특히 일부 씨티뷰 타입에 적용된 돌출형 테라스는 프라이빗 미니 정원을 떠올리게 하며 저층 선호 현상을 주도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실내 자재나 내부 구조는 이제 다들 고급화가 이뤄져서 조경이나 커뮤니티 같은 단지 특화 설계에 힘을 싣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찰에 유찰 반복, 노후 빌라 억지로 떠안는 세입자도

반면 다세대, 연립 등 빌라 시장은 찬바람이 불고 있다. 경매 시장에서는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가 집주인을 상대로 한 강제경매가 줄을 잇고 있지만, 새로운 주인을 만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업계 관계자들은 강제경매 물건은 이른바 '깡통주택'일 가능성이 커 거듭된 유찰로 가격이 떨어져도 실제 매각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 위치한 A빌라(40㎡)는 지난해 11월 임차인의 요청으로 강제경매가 개시됐지만, 10개월 동안 총 8차례 유찰을 반복했다. 당초 3억원의 감정가에서 시작한 경매는 최근 600만원까지 떨어졌음에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임차인이 대항력을 갖춘 만큼 2억원이 넘는 보증금을 반환할 의무도 물건과 함께 승계해야 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임차인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경매에 들어간 물건을 낙찰받는 지경에 이르기도 한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아파트는 시장이 회복하면서 강제경매 신청 건수가 꾸준히 줄고 있지만, 빌라는 도리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며 "빈번한 유찰로 매각 자체가 어려운 만큼 임차인들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지역별 양극화도 모자라 '지역 내 양극화'까지

지역 내 양극화도 심화하는 모양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비해 지방 중소도시는 각종 기반 시설 등이 특정 지역에 집중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같은 지역 내 양극화는 청약시장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시장 활성기에는 상대적 비인기 단지들도 분양을 시작하면 일정 수준 이상의 청약자가 있었지만, 시장이 조정기를 거치면서 입지에 따라 극과 극의 청약 성적표를 받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광역시를 제외한 지방에서 가장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한 곳은 강원도 원주 무실동의 원주무실제일풍경채로 나타났다. 무실동은 원주에서 주거선호도가 가장 높은 지역으로, 해당 단지에는 총 2만8,873건이 1순위 접수되면서 지난해 원주 전체 1순위 접수량(4만3,491건)의 66.4%를 차지했다. 지방 도시 청약접수 건수 2위를 차지한 포항자이애서턴 역시 포항 전체 접수량(8만1,027건)의 35.3%인 2만8,572건을 독식해 청약 접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여실히 드러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올해 2분기부터 부동산 시장이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면서 1순위 청약 통장을 사용하려는 수요자들도 증가하고 있다"며 "다만 아직 불안감이 있는 만큼 가치가 증명된 일부 지역에 청약이 몰리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시장 회복 기대감 팽배, 고급 아파트 수요 심리 계속될 듯

올해 1분기까지만 해도 경기 침체와 고금리 등으로 시장의 주목을 받지 못했던 고급 아파트들의 인기는 최근 수요자들이 몰리며 다시 시장의 열기를 더해갈 전망이다. 집값이 바닥을 다졌다는 인식이 확산함에 따라 시세 하락 가능성은 옅어지고 있으며, 다주택자들에 대한 고강도 세금 규제가 이어지면서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금리가 높고 시장이 안 좋은 상황에선 가격적으로 메리트가 없는 고급 아파트들이 관심을 받기 어렵지만, 장기적으로 부동산 양극화에 따라 고급 주택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금리 인하나 시장이 완전히 회복되면 더 경쟁력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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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은 뛰고 대출은 불어났다, 부동산 과열에 한은 '경계 태세'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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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속 가계대출 폭증세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다. 이달 들어 불과 보름 만에 5대 은행 가계대출이 8,000억원이나 급증하는가 하면, 신용대출도 근 2년 만에 반등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빠르게 불어나는 가운데, 집값까지 상승세를 타며 부동산 시장이 다시 한번 과열되는 양상이다.

부동산 시장 중심으로 가계대출 폭증

14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가계대출 잔액은 6,816천216억원으로 8월 말 대비 8,096억원 급증했다. 시장에서는 현재 추세대로라면 9월 잔액 증가폭이 8월(1조5,912억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가계대출 증가세를 견인하는 것은 다름 아닌 주담대다. 주담대 상품의 금리가 줄줄이 상승하는 와중에도 대출 수요가 끊이지 않은 것이다. 17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형 금리는 연 4.05~7.044%로 집계됐다. 금리 상단이 7%대까지 올라서며 뚜렷한 상승세가 확인된 셈이다. 인터넷은행 상품의 금리 역시 점차 상승하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주담대 변동금리는 연 4.062~7.015%, 케이뱅크 아파트담보대출의 경우 연 4.09~5.94% 수준으로 나타났다.

높은 금리 수준에도 불구하고 주담대 수요는 계속해서 불어나고 있다. 이달 들어 주담대 잔액은 약 보름 만에 6,176억원 늘었다. 주담대 급증의 주범으로 꼽힌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에 제동이 걸리며 증가세가 약간 주춤했으나, 여전히 폭발적인 수요다. 같은 기간 신용대출은 3,445억원 늘어 108조7,616억원을 기록했다. 이달 말까지 신용대출 증가세가 유지될 경우 5대 은행 기준 2021년 11월(3,059억원 증가) 이후 1년 10개월 만에 신용대출이 반등을 기록하게 된다.

한편 전세 시세가 하락하며 집주인이 보증금을 내줘야 하는 ‘역전세’가 급증한 가운데, 전세보증금 반환용 주택담보대출 수요 역시 잔액 증가 추세에 힘을 실었다. 한은에 따르면 올 4월 기준 잔존 전세 계약 가운데 역전세 위험 가구의 비중은 서울, 비수도권, 경기·인천 지역에서 각 48.3%, 50.9%, 56.5%에 달한다. 기존 보증금과 현재 전셋값의 차이는 평균 7,000억원으로 추정된다.

'고가일수록 오른다' 재차 상승하는 집값

아파트 가격은 상승기류를 탔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최근 서울 아파트 최고 가격은 전고점의 88% 수준을 되찾았다. 서울의 전고점 평균은 12억6,695만원이었으며, 올해 최고가 거래 아파트값 평균은 11억1,599만원이었다. 특히 고가 부동산이 밀집돼 있는 용산구는 97%, 강남구는 96%선까지 집값이 회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가격이 상승함과 동시에 수도권과 지방 부동산의 가격 격차도 점차 커지고 있다. 서울, 경기, 세종 등 아파트 가격이 비싼 지역들의 집값 상승세가 반등을 주도하고, 이로 인해 아파트 간의 상대적 격차가 벌어지는 양상이다. 실제 지난해 12월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은 10억4,000만원으로 전국 평균(4억8,000만원) 대비 2배 이상 비쌌다.

전국 아파트의 상대적인 가격 격차를 보여주는 지니계수 역시 올해 8월 말 기준 0.441p까지 상승했다. 지니계수는 2020년 10월 0.462p를 기록한 이후 꾸준히 하락하며 2022년 12월 0.426p까지 내려앉았지만, 올 들어 아파트 가격 반등과 함께 상승세를 탔다.

사진=unsplash

한은 '금융불균형' 우려, 금리 또 올릴까

한국은행은 급작스러운 부동산 가격 상승과 부채 증가를 경계하고 나섰다. 소득 등 경제 기초 여건 대비 집값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가계부채가 꾸준히 증가할 경우 잠재적으로 경제·금융 위기의 위험성을 키울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한은은 14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 “우리나라 금융불균형의 누증은 부동산을 중심으로 진행돼 자원 배분의 효율성 저하, 부동산 경기에 대한 경제 취약성 등 여러 부작용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금융불균형은 과도한 부채로 시장에 풀린 금융 자원이 자산 투자에 쏠려 '거품'을 유발하고, 금융 시스템과 거시경제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말한다.

한은은 특례보금자리론 등 정책금융 확대, 대출 규제 완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의 예외 확대 등으로 인해 금융불균형이 심화했다고 보고 있다. 정부의 대출 정책 변화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셈이다. 실제 8월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현재 가계대출 증가에 정책금융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특례보금자리론 한도 잔액과 신청분 중 미실행액을 고려하면 앞으로도 수개월 동안 정책금융이 가계대출 증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 같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한은은 현재 우리나라의 주택 가격이 소득 수준에 비해 고평가됐다고 봤다. 실제 올해 상반기 기준 우리나라 가계소득 대비 주택가격 배율은 26배(중간값)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1.9배)을 크게 상회한다. 시장이 과열되며 주택가격 상승 기대를 꺾을 만한 정책 대응이 요구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한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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