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9번째 높은 임대료 기록한 명동, 서울 주요 상권 희비 교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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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 임대료 1㎡당 1천만원 ‘훌쩍’
50% 넘던 공실률도 6.8%로 감소
상권 양극화에 홍대·이대 ‘찬바람’
팬데믹의 직격탄을 맞아 시름하던 명동 상권이 되살아난 모습이다. 외국인 관광객이 늘며 상가 공실 대부분이 해소되고, 그 결과 전 세계 주요 도시 상권 중 9번째 비싼 임대료를 기록한 것이다. 반면 서울에서 명동을 제외한 여타 주요 상권은 여전히 더딘 회복세를 나타냈다. 이에 시장에선 상권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1위는 이탈리아 밀라노
22일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코리아(C&W)에 따르면 명동의 연평균 임대료(이하 1㎡당 기준)는 1,031만9,652원으로 전 세계 138개 주요 도시 상권 중 9번째로 높았다. 이는 지난해와 같은 순위로, 임대료는 3% 상승했다.
1위는 이탈리아 밀라노의 비아 몬테나폴레오네 상권이다. 해당 지역의 임대료는 지난해보다 11% 상승한 3,070만3,966원으로, 조사가 시작된 이래 유럽이 1위를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리테일러(소매상)들의 수요 지속에 유로화 가치 상승이 맞물리며 임대료를 밀어 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임대료 1위를 기록했던 미국 뉴욕의 어퍼 5번가 상권은 지난해와 동일한 2,999만8,989원의 임대료를 기록하면서 2위로 내려앉았다. 3위는 영국 런던의 뉴 본드 스트리트( 2,642만9,110원)로 지난해보다 13% 올랐다. 이어 홍콩 침사추이(2,410만4,188원),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1,922만9,352원), 일본 도쿄 긴자(1,778만9,401원) 등 순을 보였다. 도쿄의 경우 지난해보다 임대료가 25% 뛰면서 전 세계 상권 중 가장 큰 임대료 상승폭을 그렸다.
조사 대상 138개 상권 중 1년 전보다 임대료가 오른 곳은 79곳으로, 약 57% 지역이 임대료를 올렸다. 특히 북미(8.5%)의 상승률이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이어 유럽(3.5%), 아시아·태평양(3.1%) 순이었다. 로버트 트래버스 C&W EMEA(유럽·중동·아프리카) 리테일 부문 책임자는 이같은 임대료 상승의 원인으로 오프라인 매장 확대를 꼽았다. 그는 “상당수 브랜드가 소비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최상위 상권에 오프라인 매장을 두 배가량 확대했다”면서 “고객과의 연결을 중요시하는 리테일러가 늘면서 기꺼이 높은 임대료를 지불하는 사례도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방한 외국인 1,103만 명
명동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서울 주요 상권 중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지역이다. 2019년 4.5%에 불과했던 명동 공실률은 2020년 23.2%로 늘었고, 2022년에는 52.5%까지 치솟았다. 명동 상가 중 절반 이상이 이어 있었다는 의미다. 명동의 분위기가 달라진 건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난 지난해부터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103만 명으로 전년 대비 245% 증가했다. 특히 명동을 방문한 외국인은 홍대의 2배, 이 외 상권과 비교하면 무려 10배가량 차이를 보였다. 그 결과 올해 2분기 명동 공실률은 6.8%까지 떨어졌다.
서울 6대 상권(명동·강남·홍대·가로수길·한남 및 이태원·청담) 가운데 신규 매장이 가장 많이 들어선 곳도 명동이다. C&W는 “명동은 지난해 글로벌 대형 브랜드들이 잇따라 문을 연 데 이어 최근까지 비어 있던 소형 공실도 화장품, 잡화점 등으로 채워졌다”고 말했다. 무려 7년간 공실로 골머리를 앓던 대형 쇼핑센터 밀리오레도 패션, 뷰티, 식음 브랜드가 대거 입점하며 활기를 띠고 있다는 게 C&W의 설명이다.
반면 여타 상권은 여전히 더딘 회복세를 나타냈다. 특히 가로수길 상권의 공실률은 39.4%를 기록하며 지난해 36.5%에서 2.9%p 뛰었다. 같은 기간 청담 상권 공실률 또한 17.4%에서 16.3%로 1.1%p 늘었다. 이 밖에 강남 상권은 20.0%, 한남 및 이태원은 11.5%의 공실률을 보이며 각각 전년 동기 대비 0.8%p, 1.7%p 증가했다. C&W는 “여행객들의 트렌드가 단체 관광에서 개별 관광으로 변하고 있어 해당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노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5곳 중 1곳 공실, 젊음의 거리가 어쩌다
전국으로 범위를 확대해 보면, 이같은 상권 양극화는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국 소규모 상가(2층 이하·연면적 330㎡ 이하) 공실률은 8.01%로 팬데믹 기간이었던 2020년 1분기(5.6%)와 2022년 1분기(6.4%)보다 높게 나타났다. 임대료도 하락세다. 같은 기간 전국 소규모 상가 임대가격지수는 98.69로 1년 전인 2023년 2분기(99.11)와 비교해 0.42p 떨어졌다.
이는 소비 회복세가 무점포 소매업과 대형마트 등을 중심으로 나타난 데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실제로 한국경영자총협회에 의하면 올해 상반기 기준 전년 대비 소매판매액지수 증가율은 무점포 소매(7.7%)와 대형마트(5.2%) 등에서 높게 나타났지만, 전문소매점(-3.1%)과 슈퍼마켓 및 잡화점(-1.9%)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높은 공실률로 시름하는 소규모 상가를 가장 잘 확인할 수 있는 곳은 대학가다. 한때 ‘핫플(핫 플레이스)의 대명사’로 불리던 홍대 상권이 대표적이다. 올해 2분기 홍대·합정 지역 상가 공실률은 12.2%로 전년 동기(5.7%) 대비 2배 넘게 상승했다. 홍대 인근 상가 공실률은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2년 1~4분기 각각 10%대를 웃돌다 지난해 잠시 주춤하더니, 올해 1분기 11.1%를 기록하며 다시 오름세를 시작했다.
이대·신촌은 사태가 훨씬 심각하다. 해당 지역의 올해 초 공실률은 18.3%를 기록하며 지난해 2분기(9.0%)와 비교해 2배 수준으로 치솟았다. 상가 다섯 곳 중 한 곳은 비어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이화여대 인근 한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보증금을 엄청 내려도 공실은 계속 늘고 있다”며 “팬데믹 끝나고 점포가 좀 차긴 했는데, 장사가 안돼서 그냥 버티고들 있는 모습”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폐업을 하고 싶어도 계약 기간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문을 여는 점포들이 많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