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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아파트의 전셋값이 크게 하락하며 ‘역전세’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올 하반기 신규 입주 물량까지 대폭 늘어나면서 전세 시장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미분양 주택 수는 지난달보다 소폭 줄었지만 여전히 높은 미분양 물량에 부동산 경기가 좀처럼 되살아나지 못할 거란 전망도 나온다.
예정된 신규 공급물량, 하반기 전셋값 더 떨어질까
30일 부동산 정보업체 ‘직방’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예정된 전국의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임대단지·연립 제외, 총가구 수 30가구 이상)은 16만5,887가구로 지난해 하반기(14만4,886가구)보다 14%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수도권 입주물량 7만4,837가구 가운데 서울 9,480가구, 경기 4만5,953가구, 인천 1만9,404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문제는 일부 역전세(신규 전세가격이 기존 전세가보다 낮게 거래되는 현상)가 심화된 지역으로 입주 물량이 몰렸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지역으로는 부산(1만4,323가구)과 대구(만7,486가구), 충남(1만4,144가구), 충북(7,892가구) 등이 있다.
직방 관계자는 “최근 전세시장은 부동산 경기 침체, 고금리로 인한 금융비용 증가와 더불어 잇단 전세사기 사건으로 전세 기피현상까지 겹쳐 큰 하락세를 겪고 있다”면서 “특히 장기화되는 아파트 전세시장의 침체 및 하락세로 인해 역전세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되는 상황에서 입주물량이 또 한번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세가격 서울 9.7% 하락, 세종·대구 하락폭 가장 커
지속되는 고금리 통화정책과 부동산 경기 침체로 전국 아파트 전세시장의 역전세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22일 직방에 의하면 지난달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2년 전 2021년 4월보다 11.8% 하락했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9.7%의 하락률을 기록했고, 세종이 28.5%, 대구가 26.5%의 하락률로 가장 크게 떨어졌다.
세종시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지난해부터 쌓여온 전세 매물 때문에 가격 하락폭도 상당히 가파른 편”이라며 “세입자에 보증금을 돌려줄 여력이 되지 않는 일부 집주인은 월세만큼의 비용을 주고서라도 버티고 있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울산, 인천, 부산 등도 두 자릿수 하락률을 기록하며 전세 가격이 떨어졌다. 반면 강원과 제주는 각각 변동률 0.5%, 1.2%를 기록하며 전세 가격이 되레 상승했다. 세부 지역별로 보면 서울은 외곽지역 구축이나 입주물량 영향 있는 지역 위주로, 경기는 매물적체 영향이 지속되는 고양 일산서구·오산· 과천시 위주로, 인천은 미추홀·부평구 구축 위주로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달 전국 미분양 주택 7만 가구, 부동산 경기 전망 여전히 ‘어두워’
전국 미분양 주택은 두 달 연속 감소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30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4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미분양 주택은 7만1,365가구로 전월(7만2,104가구)보다 1.0%(739가구) 감소했다. 두 달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지난해 4월 이후 급등한 이후 좀처럼 미분양 물량이 해소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세부 내용을 보면 상황은 더 좋지 않다. 지난달 지방의 미분양 물량은 5만9,756가구로 전월(6만1,070가구)보다 2.2% 감소한 반면, 수도권의 경우 1만1,609가구로 전월(1만1,034가구)보다 5.2% 증가했다. 특히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의 경우 8,716가구로 전월(8,650가구)보다 0.8% 증가했는데 이는 지난 2021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분양 물량이 해소되지 못하는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해 과거 ‘청약은 로또’라는 공식이 깨진 탓이다. 또 그간 공급 물량 대부분이 상대적으로 지방에 집중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분양 때마다 미달 사태가 벌어진 대구가 대표적인 예다.
미분양 물량 적체 지속은 건설사들의 수익성 하락으로 직결된다. 특히 중소형 건설사의 경우 줄도산 위기로도 번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 부동산 정보 업체 관계자는 “현재 미분양의 80%가 지방에 있다. 이 가운데 중소형 업체들의 비중도 꽤 높다”면서 “건설사, 시행사, 저축은행 순으로 동반 부실이 일어나면 그땐 건설경기 악화에 이은 경제 충격까지 이어질 수 있을 정도로 파급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