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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부동산 가격이 오름세로 돌아섰다. 부동산 거래 중심지인 서울 강남 및 잠실을 시작으로, 한때 '영끌의 성지'라고 불렸던 노원구·도봉구·강북구 지역의 부동산 거래 마저 되살아나는 분위기다.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 지수 또한 1년 6개월 만에 상승 전환된 부분이 눈에 띄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전국적인 부동산 시장 '불씨' 움직임이 금리 동결 기조 및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가 맞물린 결과라고 분석한다.
다만 부동산 시장의 호조세가 지속될지는 아직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역대 최대의 한·미 금리차, 국내 가계 대출의 빠른 증가 등 대내외적 경제 불확실성을 미뤄봤을 때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강남, 잠실 아파트 거래량 증가 및 고가 거래 속출, 다만 실거래 목적으로 분석돼
한국부동산원이 3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7월 다섯째 주(24일~28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0.09% 상승으로, 넷째 주(0.07%)보다 오름폭이 확대됐다. 이 중에서도 특히 수요도가 높은 지역인 서울 강남, 잠실(신천동)의 경우, 급하게 내놓은 매물들이 대거 소진된 이후부턴 고가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추세다.
실례로 3일 국토교통부가 공개한 데이터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의 대표 대단지 아파트인 '래미안대치팰리스'는 지난달 13일 전용면적 84㎡ 기준 31억원으로 매매됐다. 이는 지난 2월 직전 거래가(28억2,000만원) 대비 약 3억원 오른 것으로, 지난해 4월 33억원으로 거래됐던 최고가에 근접한 모양새다. 또한 강남구 1세대 아파트의 상징인 '은마아파트'는 지난달 20일 전용면적 84㎡ 기준 26억4,000만원에 팔렸다. 올해 첫 거래였던 21억5,000만원보다 5억원이나 오른 셈이다. 한편 서울 송파구 신천동에 위치한 '파크리오'도 지난달 18일 전용면적 84㎡ 기준 21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이는 올해 첫 거래가였던 17억2,000만원보다 4억,3000만원 상승한 수치다.
전문가들은 최근 이같은 부동산 오름세 현상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한 분위기 속에서 실거주 목적의 수요자들이 꾸준히 부동산 시장에 진입한 결과라고 분석한다. 실제 한은은 지난 7월 13일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둔화하고 있는 흐름에 주목,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했다. 이에 수요자들 사이에서 값싼 비용으로 주택 구매 자금을 융통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생겨 거래량과 집값이 꾸준히 오르고 있단 얘기다.
아울러 28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잠실의 경우 지난 6월 한 달간 주거용으로 토지거래 허가를 받은 건수는 총 66건으로, 작년 동월 대비 6배 이상 급증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해당 지역의 일정 면적 이상의 주택을 매수할 때 최소 2년의 실거주 의무가 적용되며 1년 이내에 기보유 주택을 전부 처분해야만 하는 만큼, 이는 실수요 목적의 거래가 늘어난 것일 뿐 부동산 과열 양상으로 보긴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서울 주요 지역 오름세에 힘입어 '노도강'도 집값 상승
이같은 서울 주요 지역 부동산 오름세에 힘입어 서울의 대표적인 중산층·서민 주거지역인 이른바 '노도강(노원구, 도봉구, 강북구)'의 아파트값도 덩달아 회복세로 접어드는 모양새다. 한국부동산원의 2일 데이터에 따르면 7월 넷째 주 노원구, 도봉구, 강북구의 집값은 각각 0.02%, 0.03%, 0.08% 올랐다.
실제 빅데이터 기반 부동산 분석 업체 '아실'의 2일 분석에 따르면 노원구 '그랑빌'은 전용면적 84㎡ 기준 지난달 8억500만원 거래되며 지난 1월 대비 1억원 상승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1월 7억2,500만원에 거래됐던 도봉구 '주공19단지'는 지난 6월 전용면적 68㎡ 기준 7억7,500만원에 거래됐다. 강북구 'SK북한산시티'는 지난달 전용면적 59㎡ 기준 5억9,800만원에 팔렸다. 이는 지난 1월 거래된 5억1,000만원 대비 8,800만원 오른 수치다.
이는 그간 계속됐던 부동산 침체 국면에 특히나 '비명'을 질렀던 노도강 지역 주민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 정부는 과도한 부동산 시장 위축이 실물시장 충격으로 직결될 가능성을 우려해, 서울 강남3구 및 용산구를 제외한 전 지역의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중과를 배제하고 주택담보대출비율을 높이는 둥 대거 규제 완화를 시행한 바 있다. 그러나 정부의 노력이 무색하게 노도강의 하락 거래가 지속되면서 업계에선 사실상 규제 완화 정책이 효과가 없었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이는 노도강 지역의 경우 실입주 목적의 중저가 아파트 구매를 원하는 서민들이 주 수요자였던 만큼, 당시 매파적인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졌던 탓에 주택담보대출을 일으키지 못하고 거래를 외면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노원·도봉구는 서울 25개 자치구 중에서도 사이좋게 아파트 하락률 1, 2위를 기록했다.
그런데 최근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정책이 막바지가 이르렀다는 전망과 함께, 국내 수출 및 내수 회복을 위해 한은이 당분간 금리 동결을 유지할 것이라는 시장 예측이 맞물리면서 부동산 업계에선 사이에선 노도강 지역의 주택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는 분위기다. 이에 제이에듀투자자문 고준석 대표는 "노도강처럼 실수요로 움직이는 시장은 금리가 발목을 잡게 된다"면서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가 효과를 보기 위해선 금리 인하 시그널이 동반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전국적인 부동산 오름세, 업계에선 "해당 현상 계속될지는 지켜봐야"
서울 부동산 상승 국면은 전국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 또한 약 1년 6개월 만에 상승 전환됐다. 지난 7월 20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셋째 주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 지수는 0.02% 올랐으며, 경기·인천·세종 지역의 경우 상승 폭이 더욱 확대된 모양새다. 이 역시 금리 동결 기조와 윤석열 정부 초기 추진한 부동산 규제 완화가 맞물려 거래량이 증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금리 동결 기조에 전국적으로 부동산 시장 상승의 움직임이 엿보이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주택담보대출이 증가하면서 가계 대출이 크게 확대되고 있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1일 5대 은행 국민·하나·신한·농협·우리은행이 발표한 합동 자료에 따르면 7월 말 가계대출 잔액은 679조2,208억원으로 전달 대비 9,754억원 늘었다. 이중 특히 주택담보대출은 동 기간 1조4,868억원 증가했다. 물론 전달 주담대 증가폭인 1조7,245억원보다는 낮아졌으나, 금리 동결 기조에 힘입어 다음 달에는 더 크게 증가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이같이 부채의 절대 규모가 빠르게 불어나고 있는 데다 가계대출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는 등 부실이 진행되고 있는 것도 심히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실제 5대 은행의 3월 말 평균 가계대출 연체율은 0.25%에서 6월 말 0.27%로 뛰었다.
이에 일각에선 한은의 금리 인상은 '예견'됐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부동산 연착륙을 위해 꺼내든 정부의 대출 규제 완화 카드가 되레 금융 불균형 리스크로 돌아올 가능성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 연준이 지난 26일 추가로 금리를 올려 한·미 금리차가 역대 최대인 2% 포인트로 확대되면서,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및 원화가치 절하 가능성을 고려하면 한은이 금리인상 압박을 쉽사리 내려놓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렇다 보니 업계에선 이번 전국적인 부동산 오름세 현상에 대해 대부분 관망하는 분위기다. 당장 금리 동결 및 부동산의 느슨한 규제로 주택 시장에 조금의 '불씨'가 지펴진 것은 부정할 수 없으나, 해당 파급으로 인한 가계 부채 증가, 세수 부족 등 거시 경제적 흐름을 살펴보면 정부 개입으로 부동산 시장이 위축될 요인이 존재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