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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에 비대해져만 가는 '가계대출' 규모, 과연 한은의 추후 향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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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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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가계대출이 4개월 연속 오름세다. 지난 2년간 한국은행은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리면서 코로나19 시기 넘쳐났던 유동성과 가계 대출을 줄여왔다. 그러다 한은은 지나친 긴축으로 실물 경제가 위축될 것을 우려해 지난 2월부터 4회 연속 기준 금리 동결을 유지해 왔다. 그런데 이 사이에 기존 정부가 시행했던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의 효과가 부동산 시장에 스며들기 시작하면서 최근 은행 가계대출이 크게 오르게 된 모양새다.

이에 따라 한은은 통화 긴축 정책을 이어 나가야 할 유인이 커지게 됐다. 한편 일각에선 한은의 추가적인 금리 인상이 PF발(發) 금융신용 경색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은행 가계대출 4개월 연속 오름세, 주담대 잔액 커진 게 원인

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7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으로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1,068조1,430억원으로 전월보다 5조9,553억원 증가했다. 이는 한은이 통계조사를 시작한 2003년 10월 이래 최대 규모로 월별 증가액의 경우 6조4,000억원을 기록한 2021년 9월 이후 가장 큰 폭이다. 올해 들어 3월까지 둔화세를 보였던 은행 가계대출은 지난 4월 2조3,000억원으로 급증한 뒤 5월 4조2,000억원, 6월 5조8,000억원, 7월까지 네 달 내내 증가하고, 증가 폭도 커지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주택 구매 수요의 증가가 가계대출 증가 폭을 키운 것으로 분석한다. 지난 7월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잔액은 820조7,718억원으로 전달 대비 5조9,636억원 늘었다. 이는 윤석열 정부 들어 시행된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과 함께, 한은의 기준 금리 동결 기조에 따라 최대한 값싼 이자 비용으로 주택 구매 자금을 융통하겠단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맞물려 주택 매매량이 크게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4, 5월 전국 아파트 매매 거래는 각각 3만4,000호, 3만7,000호만큼 늘었다. 이에 따라 입주 물량도 2만2,000호, 2만8,000호 증가했다. 주택 거래 및 입주 물량이 통상적으로 대략 2~3개월의 시차를 두고 대출로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부동산 시장에 '불씨'가 지펴졌다고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가계대출 잔액과 마찬가지로 주담대도 벌써 5개월째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한은 관계자는 "6월부터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어 주택자금 수요가 지속적으로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며 "그러나 대출금리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향후 가계대출 잔액 추이가 어떻게 될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제2금융권을 비롯한 전 금융권으로 영역을 확대해 봐도 가계대출 증가세는 이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금융위와 금감원이 발표한 '7월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 7월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전달 대비 5조4,000억원 증가로, 4개월 연속 오름세를 기록했다. 주담대가 5조6,000원이나 증가하면서 대부분의 전 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세를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현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 가계 대출 증가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와

윤석열 정부는 출범 직후,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을 위해 임기 5년간 총 270만 호에 달하는 규모의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예컨대 생애 최초로 주택을 구입할 시 주택담보비율(LTV)을 종전 60%에서 최종 80%까지 끌어올리는 한편, 서울 인근 4개 지역을 제외한 전국을 규제지역에서 해제하고 부동산 보유세는 부동산 과열 시기였던 2020년 수준으로 내렸다. 또한 재건축부담금 면제 금액을 기존 3,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하고, 1주택 보유자의 경우는 재건축 부담금 감면받을 수 있도록 했다.

특히 부동산 대출 규제와 관련해, 윤석열 정부는 LTV 규제 완화와 함께 주담대 이자 부담을 경감할 수 있는 정책을 추가로 시행했다. 실례로 은행권으로부터 차입한 변동금리 또는 준고정금리(만기 5년 이내)의 주담대의 경우 고정금리·장기·분할상환 상품으로 대환할 수 있도록 하는 '우대형 안심전환대출'에 25조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같은 부동산 규제 완화 조치가 한은의 통화 긴축 효과를 무력화하고, 심지어 투자자들로 하여금 무분별한 주담대와 주택 투기를 일으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년 동안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0.5%에서 3.5%로 공격적으로 끌어올림으로써 초저금리 기조하에 풀려있던 유동성을 거둬들여 가계 대출, 인플레이션과 주택 가격 폭등을 억제하고자 했다. 그런데 최근 금리 동결이 4회 연속 이어지고 있는 사이에,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 효과가 서울 부동산 시장을 기점으로 퍼져나가면서 가계 대출을 확대했다는 것이다.

서울 아파트 전경/사진=freepik

한은 금리 인상 유인 커지지만 반대급부로 '신용 경색' 무시할 수 없어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은 측에서도 금리 인상의 칼을 다시 빼 들어야 할 유인이 커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이 초래한 과도한 가계부채로 인해 결국 디레버리징(가계대출 축소)이 절실한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가계 대출 잔액이 커지고 있는 추세일 뿐만 아니라 가계 부채 순위는 OECD 국가 중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주요국의 비해서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5%로 주요국 중 3번째로 높다.

이와 관련해 금통위원들도 추가 금리 인상의 필요성에 대해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일 한은이 공개한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근원 인플레이션 둔화세가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는 점, 미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 금융 불균형 해소를 위한 가계부채 억제의 필요성 등을 고려하면 긴축 기조를 더 길게 유지하면서 향후 추가 인상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가계 대출을 잡기 위한 기준 금리 인상 또한 쉽게 결정 내리긴 어려울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심각한 사회적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를 감안하면, 금리를 올렸을 때 신용 경색 문제가 확산될 여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달 20일 금감원이 국내 10개 증권사에 대한 부동산 PF 및 해외 투자 위험노출액 현황을 점검한 결과, 지난 3월 말 기준 증권사의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15.88%로 2021년 말 3.71%에서 약 4배 껑충 뛰어올랐다. 여기에 올 3월 금융권 전반의 PF 대출 잔액은 131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말과 비교해 약 3개월 만에 1조3,000억원이 늘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기준 금리를 다시 올리게 되면 관련 대출 디폴트가 발생하면서 금융 시장 전반의 '뇌관'을 건드리게 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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