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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 5일부터 14일까지 부산 일대에서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BIFF)가 펼쳐졌다. 3년 만에 정상 개최된 이번 영화제에서는 OTT(동영상온라인서비스) 콘텐츠가 단연 주목받았다. 지난해 신설된 온 스크린 섹션에 OTT 작품 9편이 초청됐고, OTT 플랫폼 오리지널 영화 또한 새로운 섹션을 통해 월드 프리미어 공개를 진행했다. 과거 영화제에서 외면받던 OTT 콘텐츠의 달라진 위상. BIFF에 활기를 불어넣은 한국 OTT 작품 여덟 편의 이야기를 전한다. |
단편 영화계를 들썩이게 했던 이충현 감독의 영화 <몸 값>이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로 재탄생했다.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영화에 초청됐던 원작에 이어 시리즈 역시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다. 28일 티빙 정식 공개에 앞서 6일엔 '온 스크린' 섹션을 통해 총 6부작 중 3회를 공개했고, 7일엔 배우 진선규와 장률, 전우성 감독, 제작을 맡은 클라이맥스스튜디오 변승민 대표가 야외무대인사에 나섰다.
<몸값>은 서로의 몸값을 두고 흥정하던 세 사람이 예상치 못한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에 갇힌 후, 각자 마지막 기회를 붙잡기 위해 위험한 거래를 시작하며 광기의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바깥세상과의 완전한 단절이 만들어낸 아수라장에서 펼쳐지는 무자비한 사투가 예고됐다.
진선규는 몸값을 흥정하던 중 뜻밖의 위기에 놓이는 남자 '노형수' 역을 맡아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모습을 그린다. 전종서는 상대를 가리지 않는 몸값 흥정 전문가 '박주영'을 연기한다. 그녀는 대지진이라는 위험한 상황에서도 자신의 이득을 위해 치밀한 계산을 놓지 않는다. 장률은 절박한 상황에서 몸값 흥정에 참여할 수밖에 없었던 '고극렬' 역을 맡았다.
전 감독은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팬들과의 만남을 위해 직접 제작한 옷을 입고 무대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그는 "원작 영화가 14분으로 짧다. 그 날 것 그대로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모든 장면을 원테이크로 촬영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등장인물 모두가 악인인데 그 안에서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관계에 변화가 생긴다. 그런 면을 짚으면서 관람하면 더 깊이 빠져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선규는 자신이 맡은 노형수 캐릭터를 "불순한 인물"로 정의했다. 그는 "불순한 생각을 가지고 흥정에 나서는데 결국 당하게 된다. 여기까지만 말씀드리겠다"며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는 "자세히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모습을 만나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작 영화에서 등장하지 않았던 새로운 캐릭터를 맡은 장률은 "작품 속 별명이 효자다. 효심으로 무장했지만 무시무시한 인물"이라고 소개하며 극한의 상황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는 모습을 예고했다.
이날 일정상의 문제로 함께하지 못한 전종서를 대신해 참석한 변 대표는 "전종서 씨가 연기하는 극 중 주영이란 인물이 참 미묘하다"며 "주영을 중심으로 엄청나게 많은 거짓말이 이어지는 작품이다. 어디까지가 진짜고 어디서부터 가짜인지, 또 그런 부분을 전종서라는 배우가 어떻게 표현하는지를 지켜보는 것도 재밌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작에 없던 재난 상황이 더해지며 촬영에 고충은 없었냐는 질문에 진선규는 "솔직히 찍을 때는 지치고 힘들었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이렇게 부국제 와서 관객들과 함께 보면서 '이 작품 하길 정말 잘했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며 벅찬 마음을 전했다. 장률 역시 "찍을 땐 쉽지 않았지만 그만큼 시청자분들이 작품을 보면서 시작부터 끝까지 실제 함께하는 느낌을 받으실 수 있을 것"이라고 거들며 기대를 높였다.
이날 변 대표는 OTT 작품을 가지고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것에 대해 각별한 기쁨을 드러냈다. 그는 "영화나 드라마 만드시는 분들은 작품을 통해 많은 분들과 소통하고 싶은 마음을 항상 가지고 있다. 그런데 드라마의 경우에는 관객들과 함께 얼굴을 마주하고 인사드릴 기회가 많이 없다. 정말 감사하게도 부국제에 초대를 받아서 OTT 티빙 공개 전에 이렇게 함께할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원작에서 담아내지 못했던 유머와 캐릭터의 서사를 통해 나름의 의미를 찾아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진선규 역시 "저희 스스로 '우리 고생했다, 잘했다'고 생각했던 것처럼 보시는 분들도 분명 좋아하실 거다. 영화도 너무 좋았지만, 시리즈에선 새로운 재미를 만날 수 있으실 거다. 일단 시작하면 6화 180분 한 번에 내달리게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보였다.
전 감독은 "드라마는 시청자분들 재미가 제일 중요하지 않나. 저희는 작품 속에 함께 들어와 계시는 것처럼 느낄 수 있게 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으니, 배우분들의 연기 변신을 맘껏 즐겨달라"며 많은 관심과 시청을 당부했다.
끝으로 변 대표는 "더 이상 우리 작품을 국내에서 우리끼리만 보는 게 아니지 않나. 전 세계 사람들이 한국 드라마를 기다리는 만큼, 빠른 시일 내에 해외 팬들을 만날 기회로도 이어졌으면 좋겠다. 많이들 응원해 달라"고 말하며 이날의 짧은 무대인사를 마쳤다.
14분의 짧은 시간에 알차게 채워 넣은 등장인물들의 갈등과 반전을 통해 짜릿한 쾌감을 선사한 단편영화 <몸 값>이 시리즈를 통해 얼마나 색다른 카타르시스를 선사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총 6부작 중 3부를 상영했다.
한편, 처절한 생존기이자 매력적인 반전극 <몸값>은 오는 28일 티빙을 통해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