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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OTT도 보편적 시청권 보장? OTT는 방송인가, 콘텐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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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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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카타르 월드컵 중계권이 방송 3사와 네이버에 넘어간 가운데, 지난 카타르 월드컵 최종예선의 중계권이 쿠팡플레이에 단독 배정되었던 사건이 다시 언중에 오르내리고 있다. 정치권과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에서 주장하고 있는 이른바 '보편적 시청권'에 대한 논란이다.

방통위에 따르면, 국민적 관심이 큰 체육경기대회와 그 밖의 주요 행사는 90%의 가시청가구를 확보하도록 하고 있다. 예를 들면, 동·하계 올림픽과 FIFA 주관 월드컵 (중 한국 경기), 아시안 게임 등은 국내 가구의 90%가 시청할 수 있을 만큼 중계권이 배분되어야 한다. 쿠팡플레이가 지난 월드컵 최종예선 중계권을 독점하자 방통위가 '보편적 시청권'을 내세우며 제동을 걸었고, 결국 쿠팡플레이는 독점 중계권을 포기했다.

카타르 월드컵 소개 카툰/출처=FIFA 홈페이지

시청각 미디어 서비스법, OTT는 콘텐츠가 아니라 방송이라 주장하는 정부

방통위는 현행 방송법과 IPTV법을 묶고, OTT를 포괄하는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올해 초부터 정책연구계획을 바탕으로 OTT가 방송인지, 그래서 법 적용의 대상인지, 추가적인 제도가 필요한지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구체적인 구상이 나온 단계는 아니지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이하 '과기부')도 미디어산업 변화에 맞춰 통합 미디어 법체계를 연구하는 중이다. 두 부처가 각각의 결론을 얻고 의견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으레 그렇듯이 진통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정부의 궁극적인 목표는 OTT도 '법의 테두리' 안에 두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OTT가 대형 스포츠 이벤트 중계에 참여하면서 OTT가 단순히 콘텐츠의 영역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실시간 방송'의 영역에도 뛰어들었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견해다. 특히,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집 안에 대형 TV를 들여놓는 대신,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개인용 PC 등을 통해 영상 콘텐츠를 소비하는 패턴의 일부로 방송이 소비되는 상황인 만큼, OTT가 방송이 아니라는 주장은 힘을 잃고 있다는 것이다.

쿠팡플레이가 '보편적 시청권'을 이유로 독점 중계에 제동이 걸렸던 것은, 쿠팡플레이는 케이블TV 방송의 그것처럼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만 시청이 가능한 매체인 데다, 이용자 폭이 넓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OTT가 '방송'의 영역으로 들어온다면 이제 또 다른 IPTV, 혹은 유료 채널로 볼 수 있는 만큼, '보편적 시청권'의 테두리 안에서 중계권을 구매하는 것이 가능해지는 이득과 '법의 간섭'이라는 손해 사이의 상충(Trade-off)을 겪게 될 수밖에 없다.

웨이브 뉴스룸/출처=웨이브

OTT 업계도 고민, 방송 영역 진출 없이 콘텐츠 파워로만 생존 가능할까?

지난 9월, 국내 OTT에 대해 콘텐츠의 시청연령을 OTT 업체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자체등급분류제도'가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내년 4월부터 적용된다. 기존에는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영비법)에 따라 국내 OTT들의 콘텐츠만 영상물 등급심의를 받아야 시청자들에게 공급될 수 있었다. 업계에서는 넷플릭스, 디즈니+ 등의 해외업체들 대비 역차별이라며 오랫동안 시정을 요구했고, OTT 업계가 한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지 4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국회를 통과하게 된 것이다.

당시 OTT 업계 관계자 A씨는, "OTT를 영상물이라고 판단하고 영비법에 심의를 받도록 하고 있으면서 동시에 방송법의 테두리 안에도 넣겠다는 것은 OTT를 방송도 콘텐츠도 아닌, 법 적용의 대상으로만 보는 관점"이라며 모순을 지적하기도 했다.

다른 관계자 B씨는 "OTT의 범위가 해석에 따라서는 단순히 국내 대기업이 OTT 서비스하고 있는 회사들뿐만 아니라, 유튜브 콘텐츠도 해당될 수 있는데, 유튜브를 제쳐놓고 우리(한국OTT협의회)만 규제한다는 것은 또 다른 차별"이라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실제로 웨이브는 지난 24일 보도를 통해 콘텐츠웨이브의 이해관계자들과의 소통을 목적으로 하는 뉴스룸을 오픈하겠다고 밝혔다. 알려진 내용은 웨이브 소개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대중과의 소통에 초점을 맞춘 뉴스 서비스 형태로 진화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콘텐츠로 시작하지만 결국에는 방송으로 흘러갈 것이라는 현재의 업계 트렌드가 반영된 예측인 것이다.

업계에는 왓챠의 사례에서 보듯, 콘텐츠 파워로만 생존, 성장하기 쉽지 않은 시장인 만큼, 시장의 범위를 넓힐 수밖에 없는 것이 OTT 업계의 필연적인 선택이고, '방송이냐, 콘텐츠냐'라는 관점에서 결국은 정부와 계속 부딪힐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위기감이 공유되어 있다. 관계자 B씨는 "사실 OTT가 일단 해외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생존하고 나야 방송이냐 콘텐츠냐 분쟁을 할 수 있는 절박한 상황"이라며, "생존을 지원해줘도 모자랄 상황에 규제를 먼저 생각하는 정부 관계자의 발언"이라는 표현으로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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