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수정
한국하면 이제 'K-콘텐츠'를 떠올린다.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로 확대된 한국 콘텐츠의 저력. 그 배경에는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가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박보균, 이하 문체부)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원장 정길화, 이하 진흥원)이 발표한 ‘2023년 해외 한류 실태조사(2022년 기준)’에 따르면 해외 26개국 2만 5,000명의 한류 소비자가 가장 선호하는 드라마 1위는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11.3%)이다. 지난 2021년 공개된 후 2년 연속 선호도 높은 드라마로 손꼽혔다.
이어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2.8%), 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2.6%), KBS2 <사내맞선>(1.9%), tvN <사랑의 불시착>(1.9%) 순으로 인기가 높았다.
영화 부문에서는 <기생충>(9.1%), <부산행>(6.9%), <카터>(2.5%), <헌트>(2.0%), <20세기 소녀>(1.8%) 순으로 TOP5가 완성됐다. <기생충>과 <부산행>은 각각 2019년과 2016년 개봉작으로 5년간 꾸준하게 영화 부문 최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현지 개봉에 이어 글로벌 OTT 공개를 통해 지속적인 영향력 유지가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드라마, 영화 두 부문 순위권에 오른 작품들은 모두 넷플릭스 오리지널이거나 공개작이다. 한류에서 글로벌 OTT의 역할의 중요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 문화콘텐츠 주요 소비 경로는 ‘온라인․모바일 플랫폼’이 압도적이다. 지난해 2016년 40% 수준이었지만, 이번 조사에서 85%를 넘어 주된 경로로 자리 잡았다. 특히 전년 대비 평균 10% 포인트 증가하면서 그 경향이 심화됐다. 기존의 TV, CD·비디오 등 전통 미디어에서 온라인 채널로 한류 시청 경로가 옮겨졌다.
그 가운데 OTT 플랫폼 넷플릭스와 공개 영상 스트리밍 사이트 유튜브 사용 비율이 높았다. 영화(70%), 드라마(69.9%)는 넷플릭스, 음악(81.1%), 예능(67.6%), 애니메이션(66.1%)은 유튜브를 통해 주로 접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용 비중은 큰 변화가 없는 가운데 디즈니+, 아마존프라임, 아이치이, 애플TV+ 등을 통한 접촉 비율이 증가하면서 콘텐츠 이용 플랫폼이 다양해지는 양상이다.
특히 드라마의 지난 5년 간(2018-22)의 추이를 살펴보면 OTT 넷플릭스(51.1→49→63.2→68→69.9)와 아마존프라임(19.4→18.3→27→30.6→29.3)의 사용이 늘어나는 추세다. 유튜브는 5년 전 80%에서 지난해 62.6%까지 하락세를 보였다. 영화 또한 넷플릭스와 아마존프라임이 증가세를 보인 반면 유튜브 사용 비율은 줄었다.
유튜브가 강세를 보인 예능 부문 또한 넷플릭스(18년 44%→22년 64%)를 통한 접촉률은 늘었고, 유튜브(18년 83.8%→22년 67.6%)는 하강 곡선을 그렸다. 넷플릭스가 드라마, 영화 외 예능 콘텐츠를 강화하는 만큼 역전도 가능해 보인다.
외교부 산하 공공외교 전문 기관 한국국제교류재단(KF)이 발표한 '2022 지구촌 한류현황'에 따르면 전 세계 한류팬 수는 1억 7,800만명이다. 책자 발간이 시작된 2012년(926만명)과 비교하면 10년 사이 19배 늘었다.
전 세계 한류 동호회 수도 1,684개로, 2012년(757개)보다 2.2배 증가했다. 동호회 수로 볼 때 K팝이 여전히 한류 성장의 동력으로 손꼽히지만, K-드라마를 포함 K-뷰티, K-푸드 등 두 가지 이상의 영역을 복합적으로 수행하는 동호회도 늘고 있다. 성장률(20.8%) 또한 한류 콘텐츠 선호에 따른 관심 영역이 확산을 증명했다.
2022년 기준 한류 동호회나 동호인 수에서 아시아&대양주 지역이 73.5%로 가장 큰 규모를 보였다. 한류 팬덤이 안정적으로 갖춰져 있다. 유럽은 전년도 대비 37% 상승세로 전체 한류 팬의 7.4%를 점유, 잠재적인 한류 수용력을 보였다.
조사에 따르면 OTT가 K-콘텐츠의 확산에 일조했다. 한국과 역사, 문화, 경제적으로 활발하게 교류 중인 중국과 일본에서는 <태양의 후예>, <사랑의 불시착>, <이태원 클라쓰>, <오징어 게임> 등 드라마가 넷플릭스를 통해 큰 인기를 얻었다. 최근 중국 OTT 플랫폼에는 한국 드라마 16편이 방영되며 한한령으로 굳게 닫았던 빗장을 열기 시작했다.
동남아시아, 남아시아권도 비슷했다. 동호인 수 규모의 증가율 측면에서는 베트남이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2022년 한 해 동안 동호인 수가 기존의 2배 이상 증가했는데, K팝과 예능 분야에 높은 선호도를 보였다.
한류 콘텐츠의 영향력은 북미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의 사회학과 교수 샘 리처드는 "스토리텔링, 이슈, 주제의 명확함이 K-콘텐츠의 매력"이라며 4년 전부터 한류의 영향력을 강조했다. 싸이, 방탄소년단(BTS), 블랙핑크(BLACK PINK) 등의 세계적 인기는 '열풍'을 넘어 놀라울 정도다. 제93회 아카데미 작품상 등 4관왕에 오른 <기생충> 이후로 한식과 한국 영화, 드라마 역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한류는 더 이상 낯설거나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한국과 가까운 아시아 지역부터 지구 반대편까지 SNS와 OTT 플랫폼 등을 타고 글로벌 문화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한국의 문화콘텐츠의 대중적 영향력도 확대되며 여태껏 없었던 수준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드라마, 영화, K팝 등에서 시작한 한류 콘텐츠에 대한 호감도는 음식, 뷰티, 패션, 게임, 웹툰 등 다채로운 영역으로 확산된다. 이는 곧 한국 제품과 서비스 영역에 대한 긍정적 인식으로 이어지며 연관산업 소비에도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K-콘텐츠 경험 후 인식변화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2만 5,000명)의 60.3%가 한국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이 ‘긍정’으로 바뀌었다고 답했다. 부정적으로 바뀌었다는 인식은 4.9%에 불과했다. 또 응답자의 57.1%는 'K-콘텐츠가 한국산 제품과 서비스의 구매‧이용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잘 모르는 브랜드라도 한국산이면 구매하겠다'는 의견도 37.2%에 달했다.
글로벌 OTT는 드라마, 영화, K팝(콘서트, 음악방송 등), 예능, 애니메이션 등 K-콘텐츠를 해외로 전달할 뿐만 아니라 접촉 지속력을 높여 생명력을 연장한다. K-웹툰의 인기를 볼 때, OTT 업계가 시도하는 음악, 웹툰 등을 포함하는 '종합 엔터 플랫폼' 체제 또한 해외 소비자 타깃으로 좋은 시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쉬운 점은 글로벌 OTT에 의존한 K-콘텐츠 확산이다. 토종 OTT의 해외진출이 지체되면서 콘텐츠시장에서는 넷플릭스, 디즈니+ 등 해외 OTT의 역할이 더욱 커졌다. 웨이브에 콘텐츠를 독점 제공하던 지상파까지 넷플릭스를 돌파구로 삼으면서 K-OTT의 힘은 약화되고 있다. 글로벌 플랫폼이 주도권을 쥔 현재 상황에서 우리 콘텐츠의 가치가 유지될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K-콘텐츠의 글로벌 확산은 문화산업을 넘어 한국 산업의 전반에 영향력을 드러낸다. 문체부와 외교부는 "K-콘텐츠와 식품, 화장품, 소비재 등 연관산업의 수출 효과를 높이고 다른 나라와의 문화교류를 통해 문화적 수용성을 높여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꾸준하게 쌓아온 K-콘텐츠의 결실이 2023년 어떤 성과로 나타날지 이목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