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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폴리시] ‘건강 유지하며 오래 일하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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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months 3 wee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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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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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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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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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고령화가 ‘경제 성장 억제’
재교육 통한 ‘경제 활동 재투입’ 필요
사회 인식 및 교육 시스템 ‘변화 필수’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Business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남미 주요 국가들이 2020년부터 2050년까지 고령화에 따른 질환 및 정신 건강 문제로 치러야 하는 비용이 7조 3천억 달러(약 1경472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년 GDP의 4%에 해당해 수십 년간 이뤄온 경제 성장을 되돌릴 수 있는 규모다.

남미, 30년간 고령화 비용 ‘1경 472조 원’

문제는 오래 사는 것 자체가 아니라, 고령자들이 수입을 올리고, 배우고, 경제에 이바지할 기회 없이 악화한 건강 상태로 늙어간다는 데 있다. 경제학자들은 이 문제를 장수 경제학(longevity economics)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정부가 고령자들의 직업, 건강, 교육 시스템을 재조정해 노화를 재정적 부담이 아닌 경제적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는 논리다. 남미 국가들은 노화로 인한 의료 비용 증가에 허덕일 것인지, 아니면 고령 인구들이 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사회 구조를 만들 것인지에 대한 선택에 놓였다.

남미에서 고령화로 인한 부담은 이미 국가 재정을 악화시키고 있다. 카리브해 국가까지 포함해 의료비 지출이 GDP의 7.9%를 차지하는데, 세수가 OECD 국가 기준보다 훨씬 낮은 GDP의 21.5%밖에 되지 않는 상황에서 어마어마한 부담이다. 당뇨, 심혈관계 질환, 우울증 등 만성 질환들은 의료 시스템에 부담을 주는 것은 물론, 노동 생산성을 저해하고 교육 및 인프라 구축에 사용할 예산을 부족하게 만든다.

국민 건강과 거시 경제와의 관계
주: 만성 질환 및 정신 건강 → 유병률, 사망률, 의료 비용 → 노동 공급 및 생산성, 물적 자본 투자 → 경제 성장
만성 질환 및 정신 건강이 거시 경제에 미치는 영향 분석(남미 국가별)
주: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브라질, 칠레, 콜롬비아, 에콰도르(위부터) / 장애 조정 수명(단위: 백만 년), 1,000명당 장애 조정 수명, GDP 손실(단위: 십억 달러, 2022년 달러 구매력 기준)(좌측부터) / *장애 조정 수명(DALYs): 조기 사망 및 장애로 인한 건강 수명의 감소

대책은 ‘노년층 생산활동 참여’

이런 상황에서 장수는 감당하기 어려운 추가 비용으로 작용하고 있다. 노년 인구가 더 건강하고 생산적으로 바뀌지 않으면 경제 성장을 견인하기 위한 투자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현재 국가 예산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해 노년층이 생산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는 말이다.

정책 당국은 문제 해결을 위해 퇴직 연령에만 신경 쓰는 경향이 있는데, 문제는 50~75세 사이의 폭넓은 연령대에서 광범위하게 나타난다. 대부분의 지역에서 법적 은퇴 나이는 60대 초반이지만 다수의 근로자가 병이나 돌봄 필요, 적합한 일자리의 부족 등으로 노동 시장을 일찍 떠난다. 65세 이상 노년층의 69%가 연금을 받는다고 하지만 대상자별로 차이가 커 안정적인 소득을 올리지 못하는 인구가 많다.

비용 아닌 ‘경제적 자산’으로

그런데 ‘장수 경제학’은 해당 시기를 완전히 재해석할 것을 요구한다. 노령 인구가 새로운 기술을 익히되 근로 시간을 서서히 줄여가며, 생산 인구로 남는 기간을 늘리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죽을 때까지 노동하라는 얘기는 아니고 적정한 지원을 받으며 청년층과는 다른 방식으로 일하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기업과 정부, 대학은 중년층에게 수습생 제도와 단기 재교육 프로그램을 포함해 ‘고령 친화형’(age-friendly) 직장 환경을 만드는 데 힘써야 한다. 이렇게 경험 많은 근로자들을 유지할 수 있다면 GDP 성장률을 높이면서 조기 은퇴로 인한 재정 부담까지 줄일 수 있다.

사회적 인식도 노년층을 ‘비용의 대상’이 아닌 ‘경제적 자산’(economic assets)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 청년층이 지배적인 노동 시장에서 쉬운 일은 아니지만 장수를 기회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다.

남미 지역은 노년층의 건강 문제도 다른 지역과 비교해 심각한 수준이다. 기대 수명은 높아졌지만 건강 기대 수명(healthy life expectancy)이 뒤처져 있고, 일부 국가는 팬데믹 기간 줄어들기까지 했다. 기후 변화도 문제를 심화하고 있는데, 2050년까지 남미를 포함한 전 세계 2억 5천만 인구가 무더위로 심혈관 및 호흡기 질환 악화의 위험을 안고 있다고 한다. 이미 만성 질환을 달고 사는 근로자들이 기후 변화로 일자리를 잃으면 경제 성장이 지체되고 의료 비용이 올라가는 결과가 될 것이다.

성인 재교육 시스템 “필수”

그렇다면 실리콘밸리에서 진행되는 ‘불멸 프로젝트’(immortality projects)를 포함해 인간의 수명을 무작정 연장하려는 시도는 상황 해결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보다는 다수의 건강 수명을 늘리는 것이 맞다. 혈압 및 당뇨 관리, 낙상 방지, 예방접종, 정신 건강 지원 등이 미래 지향적 기술 혁신보다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말이다. 간단히 줄이면 장수 경제는 기적의 치료법이 아니라 ‘1차적 의료’(primary care)로 시작해야 한다.

교육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남미의 경우 성인의 교육 참여가 매우 낮고, 중년 이후 인구에 대한 교육 시스템도 거의 없다. 따라서 대학과 직업 학교는 이들을 위한 ‘2차 학습 환경’(second-chance learning ecosystems)을 만들어야 한다. 45~70세 인구를 대상으로 모듈식 과정을 만들되, 건강과 돌봄 환경을 감안해 온라인 교육을 통해 학점을 누적할 수 있고 이전 학력도 인정되는 방식을 취해야 한다. 진료 기관과 직업 상담은 물론 돌봄, 교육, 친환경 서비스 등 노동 수요가 많고 경험이 중요한 분야를 중심으로 교육 훈련을 제공하는 ‘장수 허브’(longevity hubs)를 구축하는 것도 좋은 생각이다.

결국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58세 국민이 빚지거나 상처받지 않고 교육 과정에 입문해 재교육을 받고 노동 인구로 재편입될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국민의 행복도 경제 발전도 낙관하기 어렵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Longevity Economics in Latin America: The Real Cost of Longer Lives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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