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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테크] 스마트폰 규제의 교훈, 학교 AI 정책의 새로운 기준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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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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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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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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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주제에 대해 사실에 근거한 분석으로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전달에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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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금지 정책은 학교 AI 정책의 청사진
연령별 접근 단계와 투명한 조달을 기반으로 한 AI 활용 기준 마련 필요
근거 기반 평가와 교사 주도 운영으로 학습 집중·공정성 강화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Research Memo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전 세계 교육 시스템의 40%가 이미 학교 내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2024년 말 기준, 79개국이 교내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법과 정책을 시행했다. 이 변화는 사회가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고 규제하는 과정을 잘 보여준다. 기술을 먼저 도입한 뒤, 그 영향과 부작용을 평가하고, 학생을 보호하기 위한 규칙을 마련하는 방식이다. 스마트폰에서 확인된 이 경험은 이제 대형 언어모델(LLM)에도 적용돼야 한다.

두 기술 모두 일상에 깊숙이 들어와 있으며, 사용자의 주의를 끌고 머물게 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그 결과 학생의 집중력은 떨어지고 학습 몰입이 어려워졌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질문은 AI 정책이 필요한가가 아니라, 스마트폰의 교훈을 바탕으로 얼마나 신속하고 명확하게 AI 정책을 수립할 수 있는가다.

사진=ChatGPT

스마트폰이 남긴 교훈

스마트폰 사용 제한은 기술 변화에 대응한 교육정책의 실질적 성과로 평가된다. 유네스코(UNESCO)는 여러 나라의 산발적인 지침이 짧은 기간 안에 국가 차원의 금지나 제한으로 발전한 과정을 기록했다. 관련 정책을 시행한 국가는 2023년 60개국에서 2024년 말 79개국으로 확대됐다.

정책 변화는 신속했다. 영국은 2024년 2월, 학교장이 수업 중 휴대전화 사용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전국 지침을 발표했다. 네덜란드는 학습이나 접근성 목적을 제외하고 교실 내 사용을 금지했고, 시행 직후 높은 준수율을 기록했다. 핀란드는 2025년부터 수업 중 기기 사용을 제한하며, 교사가 학습을 방해하는 기기를 압수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이러한 조치로 학습 환경이 크게 바뀌었다. 학습이나 건강과 직접 관련이 없는 기기를 교실 밖에 두는 것이 원칙이 됐고, 이는 학생의 집중도를 높이고 교사의 수업권을 회복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2022에 따르면, OECD 학생의 약 3분의 2가 수학 수업 중 스마트폰으로 인해 산만함을 느꼈고, 이들은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평균 점수가 낮았다. 호주에서는 전국 제한 1년 후, 뉴사우스웨일스주 학교 관리자 1,000명 중 87%가 수업 중 산만함이 줄었다고, 81%가 학습 성과가 향상됐다고 밝혔다.

반면 에스토니아는 금지 대신 ‘통제된 기기 활용’과 AI 리터러시 교육을 선택했다. 단순히 기기를 제한하는 대신 교사의 역할을 중심에 두고 기술을 수업에 통합하는 방향을 택한 것이다. 유네스코는 이러한 시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기술 발전 속도에 비해 연구와 근거가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결국 핵심은 금지와 허용의 이분법이 아니라, 명확한 경계를 세우면서 교육 목적 안에서 기술을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는 균형이다.

2023~2024년 교육 현장에서의 스마트폰 사용 제한 현황(단위: 국, %)
주: 연도(X축), 제한 도입 현황(Y축)/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는 교육 시스템 수(연한 빨강), 전체 교육 시스템 중 제한 도입 비율(진한 빨강)

학교 AI 정책 설계의 방향

AI를 학교 교육에 도입하는 문제는 향후 교육정책의 핵심 과제다. 스마트폰 정책의 경험은 효과적인 규제가 단순하면서도 현실적이어야 함을 보여준다. 학습 목적이나 건강, 접근성 등 교육적 필요가 있을 때는 예외를 인정하되, 개인정보 보호는 강화해야 한다.

AI가 초래할 위험은 단순한 주의력 저하에 그치지 않는다. 학생의 데이터가 무분별하게 수집될 수 있고, AI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형성될 가능성도 있다. 잘못된 정보가 평가나 성적에 영향을 미칠 우려도 크다. 2024년 기준 미국 10대의 70%가 생성형 AI를 사용했으며, 40%는 학습에 활용했다. 같은 해 퓨리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 조사에 따르면, 미국 초중고(K-12) 교사의 25%는 AI가 교육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고, 33%는 긍정적 효과와 부정적 효과가 비슷하다고 평가했다. 이 결과는 AI의 빠른 확산 속도에 비해, 학교 현장의 대응과 활용 기준이 아직 미비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정책 설계는 연령별 접근 기준을 중심으로 세분화돼야 한다. 13세 미만은 학교가 관리하는 전용 도구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채팅 내용은 저장되지 않아야 한다. 13~15세는 학교 계정으로만 접근을 허용하고, 사용 기록과 콘텐츠 필터링을 의무화해야 한다. 16세 이상은 교사의 감독 아래에서만 AI를 사용할 수 있으며, 사용 목적과 출처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

AI 도입 단계에서도 관리 기준이 필요하다. 학교는 계약 단계에서 미성년자 계정의 데이터가 자동 저장되지 않도록 설정하고, 개인정보를 수집하지 않는 방식으로 연령을 확인해야 한다. 교사나 관리자는 필요할 경우 AI의 대화 기능이나 확장 기능을 차단할 수 있어야 하며, 공급업체는 데이터 처리 방식과 안전성 검증 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공개해야 한다.

AI 정책의 근거와 평가

스마트폰 사례와 달리, AI의 학습 효과에 대한 근거는 아직 제한적이다. 스마트폰의 경우 산만함과 학업 성취 저하의 연관성은 분명하지만, 금지가 성적 향상으로 이어졌다는 확증은 없다. 호주 사례에서도 긍정적 변화가 보고됐지만 대부분 학교 관리자 설문에 근거했다.

AI는 그보다 불확실하다. 2024년 가을 기준, 미국 학군의 48%가 AI 교사 연수를 시행해 1년 만에 두 배로 늘었으며, 10대의 72%가 AI 대화형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학생의 절반 이상은 이를 정기적으로 사용한다고 답했다. 이는 학습 도구를 넘어 정서적 의존이나 관계 왜곡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따라서 정책은 이 지점을 명확히 차단해야 한다.

2023 가을 vs 2024년 가을: AI 교사 연수 도입 현황(단위: %)
주: 시점(X축), 교사 연수 비율(Y축)

연구 근거 역시 초기 단계다.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2022는 81개국 69만 명의 15세 학생을 조사했으며, 산만함을 느낀 비율 59~65%는 OECD 평균이다. 커먼센스(Common Sense)와 랜드(RAND) 자료는 미국 내 표본 기반 조사로, 경향 파악 수준에 그친다. 영국, 네덜란드, 핀란드의 사례 역시 도입 초기 단계다.

따라서 AI 정책의 초점은 ‘도입’이 아니라 ‘평가’에 맞춰야 한다. 모든 학군은 AI 도입 시 명확한 평가 계획을 포함해야 하며, 교사 업무 경감, 표절 감소, 저소득층과 장애 학생의 학습 향상 여부 등을 지속적으로 추적해야 한다. 결과는 정기적으로 공개돼야 하며, 현장의 신뢰 확보는 투명한 평가에서 출발해야 한다.

학교가 나아가야 할 길

스마트폰 규제의 경험은 기술이 학교에 들어올 때 무엇이 필요한지를 보여줬다. 명확한 규칙 없이 기술을 도입하면 수업의 질이 흔들린다는 사실을 학교는 이미 경험했다. 이 교훈은 AI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생성형 AI는 모든 교과와 학습 과정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불명확한 기준은 학교마다 다른 해석을 낳고, 학생 간 접근 격차를 키울 수 있다. 반면 단순하고 일관된 정책은 학습의 집중도를 높이고 평가의 공정성을 지키며, 학생이 기술을 올바르게 활용하도록 돕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논의가 아니라 실행이다. 연령별 접근 기준, 사용 기록의 투명한 관리, 명확한 조달 절차, 체계적 평가가 정책의 핵심이 돼야 한다. 이러한 원칙이 자리 잡는다면, 학교는 기술 확산 속에서도 학습의 질과 공정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From Smartphone Bans to AI Policy in Schools: A Playbook for Safer, Smarter Classrooms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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