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테크] ‘인공지능 혀 검사’ 정확도 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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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 사진’ 보고 질병 유무 정확히 판단 전 세계 1차 진료 ‘혁명적 개선’ 가능성 모델 개선 및 의료진 훈련 필요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Business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AI)이 인간의 혀 사진을 보고 질병 유무를 판단하는 정확도가 96.6%에 이른다고 한다. 이로써 빈혈, 당뇨, 각종 감염 및 혈관 스트레스 등에 대한 손쉬운 진단이 가능해 보인다.

인공지능 ‘혀 검사’ 정확도 97%
원래 혀는 산소 수치와 염증, 혈류 상태에 따라 색깔과 질감이 변하기 때문에 수 세기 동안 진료에 이용돼 왔다. 하지만 AI는 혀 검사를 주관적 판단의 영역에서 정확성 높고 대규모 확대 적용이 가능한 단계로 바꾸고 있다. 7개의 색 범주(color categories)에 걸쳐 5,000개 이상의 혀 사진으로 훈련받은 AI는, 실험실 상황에서는 더욱 미묘한 차이까지 잡아내 정확도를 99%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다.

주: 실험실 상황(좌측), 임상 상황(우측)
이 기술은 의료진과 지역 보건 종사자들의 1차 진료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복잡한 장비 없이 카메라와 색 식별 카드, 앱만 있으면 된다. AI는 네트워크에 연결할 필요 없이 작동하며, 혈액 검사나 추가 진료 전에 가능한 건강 위험을 잡아낼 수 있다.
만성 질환 진단에 ‘혁명적 기여’ 가능
연구자들은 AI 혀 검사를 진단이 아닌 ‘환자 분류’(triage) 도구로 분류한다. 추가 검사가 필요한지, 안심해도 되는지에 대한 판단에 도움을 주는데, 의료 서비스가 제한된 상황에서 더 큰 가치를 발휘할 수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혀의 색깔과 질감은 치과적, 대사적 활용을 넘어 ‘간 섬유화’(liver fibrosis)와 관상 동맥 질환(coronary disease), 호흡 장애와도 관련된다고 한다.
물론 활용도를 넓히려면 의료진에 대한 훈련은 필수적이다. 이미지 캡처, 위생, 조명, 의료적 해석 등에 관한 두 시간 정도의 수업이 적합해 보인다. 양성이 나오더라도 당장 치료를 시작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추가 검사가 필요하다는 뜻으로 해석하면 된다.
가장 의미 있는 점은 크게 비싸지 않은 휴대폰과 웹캠, 개인정보 보호 조치만 있으면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지역 보건 종사자들이 쉽게 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미 생체 신호 및 백신 접종 검사 등에 모바일 체크리스트(mobile checklists)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혀 사진만 추가하면 광범위한 지역에 걸친 디지털 환자 분류(digital triage)가 가능해진다.
변수 제거 및 검사 정확도 향상 ‘진행 중’
당연히 정보 보호를 위해 모든 사진은 인적 사항을 제거하고 암호화해야 한다. 당사자 동의와 윤리적 데이터 이용을 보장하는 가운데, 추가 진단 결과들을 결합하면 검사 정확도까지 높일 수 있다. 하지만 96.6%의 정확도가 겨우 60명의 표본을 통해 도출됐기 때문에 아직 흥분하기는 이르다. 조명이나 피부색, 카메라 등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올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여기에 식습관, 흡연 여부, 구강 위생 등도 변수가 된다.
연구자들은 해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분할 알고리즘(segmentation algorithm)을 개발하고 있는데, 이는 혀 중간 부분 영상을 분리해 필요 없는 정보를 걸러내는 기술이다. 일부 모델은 이미 혀의 질감과 설태(coating) 두께를 분석해 더 정확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물론 모든 목적은 진단이 아닌 분류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추가 진료가 필요한지 판단하는 것이지 진료를 대체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의료 불평등 개선’도 기대
1차 진료(primary care) 시스템의 압박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의료진과 시설이 부족하고 비용도 오르고 있다. AI 혀 검사는 부담 없고 규모화가 가능한 대안을 제공하기 때문에 철분 부족으로 인한 임산부의 빈혈이나 당뇨 위험 발견, 감염 회복 관찰 등에 우선적으로 사용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비용 말고도 환자와 의료진을 포함한 의료 시스템 전체적으로 시간 부담을 낮추는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현재 전 세계 인구의 70%가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으니 대규모 활용을 위한 기반은 이미 마련된 셈이다. 지역 보건 종사자들이 가정이나 학교를 방문해 혀 사진을 찍고, 검사 결과를 통해 추가 의료 조치가 내려지면 된다. 이는 필요 없는 병원 방문을 줄여 의료 시스템의 부담을 줄이는 데도 기여할 것이다. 활용 범위가 넓어 의료 서비스 관련 불평등 해소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주: 휴대폰 사용자 비율(좌측), 인터넷 이용자 비율(우측)
다시 강조하지만 AI 혀 검사가 의사를 대체할 수는 없다. 다만 인류가 수 세기 동안 사용해 온 직관(intuition)을 기계의 도움을 받아 정확하고 측정 가능한 데이터로 변환한 것이다. 이제 의료진에 대한 교육 훈련과 검사 조건의 표준화, 당사자 동의 및 책임의 명확화, 후속 조치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더해지면 활용 단계에 진입할 수 있다. 그리고 잘만 활용한다면 빠르고, 공정하며, 효율적인 1차 의료의 혁명을 가져올 수 있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Say 'Ah' to Data: AI Tongue Diagnosis as the New First Look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