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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유니콘’ 스타트업의 총 기업가치가 5년 만에 처음 하락세를 보였다. 일반적으로 벤처 업계에서는 10억 유로 가치 이상의 스타트업을 유니콘으로 분류하는데, 이번 유니콘 스타트업의 기업가치 하락세는 최근 유니콘 스타트업 수가 줄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분석된다.
기세등등 했던 유럽 '유니콘', 추락의 길 걷나
지난 몇 년 동안 유럽 벤처 시장이 활황을 맞으면서 유니콘 스타트업의 수도 크게 증가하는 모습를 보였으나 최근 경기 악화 기조와 함께 자금 유동성이 크게 줄면서 유럽권 스타트업 또한 크게 위축되는 추세다. 벤처 투자 정보기업 피치북(PitchBook)의 VC(벤처캐피탈)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1분기 유럽 대륙의 모든 10억 유로 이상 스타트업의 기업가치는 현재 4,712억 유로로 작년 4,727억 유로에서 0.3% 감소했다.
감소 폭이 가시적으로 보이지는 않으나, 전문가들은 유럽 유니콘 스타트업 수 및 총 포스트밸류(Post-Money Valuation)의 변화 추이에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위 ‘유럽 유니콘 수 및 총 포스트머니 밸류’ 그래프에서 확인할 수 있듯, 2013년부터 2022년까지의 수치 변동 폭과 2022년부터 2023년까지의 변동 폭이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 5년간 총 포스트밸류가 최소 50%, 크게는 100% 이상까지 증가한 것을 고려하면 이번 기업가치의 감소는 벤처 투자자들의 눈에 띄는 심리 변화가 반영됐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기업가치 하락 원인은 '유니콘' 스타트업 진입 수 크게 줄었기 때문
전문가들은 이번 유럽 유니콘 기업의 ‘총 포스트 밸류’의 하락 추이가 올해와 지난해 유럽 유니콘 수 모두 128개로 변함없이 유지됐다는 사실에 기인했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벤처 캐피탈 관계자 A씨는 “2012년 이후 총 포스트밸류가 감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는 최근 시장 위축에 따라 상장되는 유니콘 스타트업 수가 줄고, 퇴출당하는 스타트업 수는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유럽 유니콘 기업의 평균 기업가치도 대폭 하락했다. 이는 스타트업들이 다운라운드(Downround)를 통해 후속 투자금을 유치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다운라운드란 기업의 후속 투자를 유치할 때 이전 라운드에서 인정받은 가치보다 낮게 평가돼 투자받는 것을 의미한다. 즉 거시 경제 하방 압력으로 인해 영업 실적이 가로막힌 스타트업들이 자금을 받기 위해 VC로부터 낮은 기업가치로 평가받는 것을 감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스웨덴의 핀테크 유니콘 스타트업 클라나(Klarna)는 재작년 대비 작년 기업가치가 85% 하락했다.
올해 1분기 유럽 유니콘 스타트업의 총투자 유치 건수는 10건으로, 전체 10억 유로를 조달한 바 있다. 이는 지난해 동분기 대비 투자 건수는 65.5%, 투자 규모는 87.3% 감소한 수치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본질적으로 ‘벤처투자 거품’이 빠지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만큼, 현재 업계에서는 앞으로도 유럽 유니콘 스타트업의 기업가치가 감소하는 것은 물론 새로운 유니콘 스타트업의 시장 진출도 전년도 대비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