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 Home
  • PE분석
  • "건설업계도 은행권도 빨간불" 산업계 휩쓰는 노란봉투법

"건설업계도 은행권도 빨간불" 산업계 휩쓰는 노란봉투법

Picture

Member for

10 months 2 weeks
Real name
전수빈
Position
연구원
Bio
독자 여러분과 '정보의 홍수'를 함께 헤쳐 나갈 수 있는 뗏목이 되고 싶습니다. 여행 중 길을 잃지 않도록 정확하고 친절하게 안내하겠습니다.

수정

'노란봉투법 리스크'에 주춤하는 건설업계
은행권, 외주 중심 콜센터 업무 재편하고 나서
"제도 보완 필요하다" 곳곳에서 쏟아지는 비판 의견

건설사들이 아파트 분양을 앞두고 입주 시기를 늦추기 시작했다.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 시행을 앞두고 하청업체들의 잦은 파업 가능성이 새로운 변수로 떠오른 탓이다. 급작스러운 변화로 인해 산업계 전반이 혼란에 빠진 가운데, 곳곳에서는 법안을 보다 명확히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비판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건설업계, 노란봉투법 고려해 입주 시기 늦춰

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건설사들은 노란봉투법 시행을 앞두고 입주 시기를 늦추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아직 분양을 하지 않은 사업장을 중심으로 조합과 협의를 진행, 선제적으로 입주 시기를 조정하기 시작한 것이다.

건설업계가 이 같은 행보를 보이는 것은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공사가 지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노란봉투법은 노동자의 파업권을 보장하고, 노조 활동 위축을 방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에 따라 하청업체 근로자들도 원청 기업과 교섭할 수 있게 됐다. 레미콘, 전기, 설비, 인테리어 등 수많은 하청업체를 두고 아파트를 짓는 건설사들은 뼈아픈 리스크를 짊어지게 된 셈이다. 일반적으로 건설업계에서 파업이 발생하면 공사가 지체되며 공사에 투입되는 비용이 대폭 증가한다.

일각에서는 노란봉투법으로 인해 민간 정비 사업을 통한 주택 공급 자체가 늦춰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현 정부가 공공을 중심으로 주택 공급 확대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민간의 공급은 오히려 반대로 움직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공급 절벽’ 상황 속 이 같은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경우, 집값 상승세가 가팔라지며 실수요자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하반기 서울의 공동주택 입주 물량은 1만8,982가구에 불과하다. 내년은 한 해 동안 2만8,885가구, 내후년에는 1만417가구가 입주 예정이다.

은행권도 일제히 '비상'

노란봉투법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는 것은 건설업계 만이 아니다. 일례로 은행권은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비정규직 채용 관련 리스크에 짓눌리고 있다. 금융통계정보시스템 집계를 살펴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올 1분기 말 기준 비정규직 직원은 총 8,403명으로 1년 전 대비 199명 늘었다. 같은 기간 정규직 직원이 1,478명 줄어든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들 은행의 평균 비정규직 비율은 11.7%에 달한다.

이에 은행권은 노란봉투법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콜센터 업무를 재조정하고 나섰다. 고객 서비스의 최전선인 콜센터는 대부분 외주 인력으로 운영돼 노란봉투법 시행 후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은 연내에 외주 콜센터를 통한 대출 상환 업무 처리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대출 상환 등 은행 핵심 시스템과 직접 연동되는 업무를 콜센터와 분리, 은행이 콜센터 상담원의 업무를 실질적으로 지배·통제한다는 주장을 불식하겠다는 의도다. 우리은행, 농협은행 등 여타 주요 은행들도 노란봉투법의 영향을 분석하기 위한 내부 검토에 착수했다.

이처럼 산업계 전반이 노란봉투법으로 인해 혼란에 빠지자, 시장에서는 기업들이 인력을 신규 채용해 리스크를 짊어지는 대신 자동화 설비 도입을 확대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일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로봇주들의 주가가 일제히 상승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이병화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기업들이 당면한 노동력 부족, 인건비 상승이라는 구조적 문제 속에서 로봇 투자 확대는 필연적"이라며 "앞으로 글로벌 로봇 수요 폭발 시기에 국내 기업들의 대규모 수혜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노란봉투법, 아직 모호한 규정 많아

곳곳에서는 노란봉투법의 보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등 경제 6단체는 노랑봉투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을 당시 “국회에서 사용자 범위와 노동 쟁의 개념을 확대하고, 불법 쟁의 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제한하는 노동조합법 제2조, 제3조 개정안이 통과된 것에 대해 경제계는 유감을 표한다”며 “(적용 범위를 둘러싸고) 향후 노사 간에 법적 분쟁이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란봉투법이 규정한 ‘실질적·구체적 근로조건을 지배·결정하는 사용자’와 합법적 쟁의 대상인 ‘사업 경영상 결정’의 범위가 모호하다는 시각이다.

일례로 완성차 회사가 협력사인 부품 업체 직원들의 사용자인지를 두고 분쟁이 생길 경우, 어느 정도의 관리나 지시를 사용자 권한으로 볼지 불분명하다. 원청 업체의 생산 계획에 따라 하청업체의 근무 방식이 달라지는 것을 실질적·구체적 권한 행사로 본다면 완성차 업체는 수십, 수백 개의 하청업체로부터 교섭을 요구받게 될 수도 있다. 고용노동부는 참고 자료를 통해 “특정한 근로 조건과 관련해서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경우에만 사용자로 인정된다”고 설명했지만, 보다 구체적인 판단 기준은 제시되지 않았다.

노동쟁의 범위 확대 관련 조항을 두고도 의견이 엇갈린다. 고용노동부는 “단순한 투자나 공장 증설 자체만으로 노동쟁의(대상)에 포함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정리해고와 같이 근로 조건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근로 조건의 변경을 필연적으로 수반하는 경우가 노동쟁의 대상”이라고 밝힌 상태다. 하지만 경영계는 결국 해당 조항이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이라며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결국 분쟁이 발생할 때마다 쟁의 대상인지 아닌지 노동위원회나 법원 판단을 받아봐야 한단 얘기”라며 “소송을 반복하다가 기업 활동이 마비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쟁의 행위의 수위와 관련한 규정 역시 문제가 되고 있다. 노란봉투법 42조는 '생산 기타 주요 업무에 관련된 시설, 이에 준해 대통령령이 정하는 시설을 점거'하는 쟁의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데, 그 기준이 상당히 모호하다는 것이다. 이에 김은혜 국민의힘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지난 4일 노조의 사업장 불법 점거를 금지하고, 파업 시 대체 근로를 허용하는 내용의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보완 입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Picture

Member for

10 months 2 weeks
Real name
전수빈
Position
연구원
Bio
독자 여러분과 '정보의 홍수'를 함께 헤쳐 나갈 수 있는 뗏목이 되고 싶습니다. 여행 중 길을 잃지 않도록 정확하고 친절하게 안내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