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의 험난한 'IPO 삼수', 더 높아진 문턱 넘어 성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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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와 내년 7월까지 IPO 완료 약속 세 번째이자 사실상 마지막 도전 IPO 발목 잡았던 고밸류 조정해야

카카오뱅크 주가 부진이 이어지면서 상장을 추진 중인 케이뱅크도 속앓이하고 있다. 지난 2021년 케이뱅크가 유상증자를 실시하던 당시 재무적투자자(FI)들과 내년 7월까지 기업공개(IPO)를 완료하겠다고 약속한 터라 사실상 이번 도전이 마지막으로 평가되지만, 케이뱅크 공모가 산정 과정에서 유일한 국내 비교군(피어그룹)인 카카오뱅크 주가가 하락을 거듭하고 있어 험난한 길이 예상된다.
카카오뱅크 주가, 케이뱅크 공모가 산정에 영향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 주가(4일 종가 기준)는 2만3,800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6월 24일 연중 최고가(3만7,000원)를 찍은 뒤 석 달여 만에 35% 이상 하락했다. 시장에서는 카카오뱅크 주가가 2만원대 박스권에 갇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 때문에 케이뱅크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내년 7월 상장을 목표로 세 번째 IPO에 나선 만큼, 공모가 산정 과정에서 카카오뱅크 주가가 기준점이 되기 때문이다.
현재 기업실사 중인 케이뱅크는 10월까지 상장 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할 가능성이 높다. 예비심사 이후 공모가를 산출하는데 통상 IPO 과정에서 수요예측 및 공모가를 결정할 때 업계에서 피어그룹을 선정한다. 이 피어그룹의 주가 등을 바탕으로 IPO를 추진하는 기업의 공모가를 산정하게 된다.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의 주가가 케이뱅크 IPO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10월에도 수요예측 부진으로 IPO를 철회한 전례가 있다. 당시 시가총액 4조원대 중반이었던 카카오뱅크보다 더 높게 책정한 기업가치(최대 5조원)와 관련해 고평가 논란이 지속됐고, 공모 물량 상당 부분이 기존 FI들의 구주매출(투자금 회수)로 채워져 신규 투자자 입장에서는 매력도가 떨어진 영향이 크다. 또 업비트에 대한 매출 의존도, 오버행(시장내 대량 매도물량 출회 우려) 문제 등도 투자자 불신 요인으로 작용했다.
케이뱅크 FI들, IPO가 유일한 탈출구
이번 도전은 세 번째로, 케이뱅크는 FI들과 맺은 계약에 따라 내년까지는 상장을 마쳐야 한다. 앞서 MBK파트너스와 베인캐피탈, MG새마을금고 등 케이뱅크의 핵심 FI들은 내년 7월까지 케이뱅크 상장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동반매각청구권(드래그얼롱)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주주 간 계약을 맺었다. 만약 케이뱅크 최대주주인 BC카드(지분율 33.72%)가 케이뱅크 지분을 제3자에게 매도할 시, FI들 또한 보유 지분을 함께 매각할 수 있는 권리다.
하지만 현행 인터넷은행법은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를 제한하기 위해 대주주의 지분율을 34%로 제한하고 있다. BC카드의 지분율이 이미 이 한도에 근접해 있어 FI들이 드래그얼롱을 행사하면 인터넷은행법이 정한 34%를 초과하고, 결국 BC카드와 FI를 합친 지분을 인수할 주체를 찾을 수 없게 된다. 한 투자은행(IB) 관계자는 "드래그얼롱은 FI에게 강력한 투자급회수(엑시트) 수단이지만, 케이뱅크의 경우 법적 제약이 발목을 잡고 있다"며 "BC카드가 법적 테두리 안에서 FI들의 지분을 추가 매입할 여지가 사실상 없어 해당 조항은 효력을 발휘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드래그얼롱 조항이 사실상 무력화하면서 케이뱅크의 주요 FI들에게 IPO는 유일한 엑시트 전략이 됐다. 케이뱅크의 IPO가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FI들은 공모 과정에서 자신들이 보유한 구주를 매출하거나, 상장 후 보호예수 기간이 만료되는 시점에 시장에서 주식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현실적인 밸류에이션 제시가 관건
다만 예비심사 청구 후 거래소 심사에만 2~3개월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연내 상장은 사실상 어렵다는 전망이 비등하다. 게다가 케이뱅크 상장 일정이 늦어지는 사이 국내 증시 환경도 달라졌다. 새 정부 출범 직후 상승 랠리를 이어가던 금융주는 최근 정책 불확실성에 발목 잡히며 조정을 받았다. 7월 중순 한때 1,620선을 기록했던 'KRX 300 금융' 지수는 현재 1,440선으로 10% 넘게 떨어졌고, 같은 기간 'KRX 은행' 지수 역시 12% 가량 급락했다.
반면 가상자산 시장은 열기가 이어졌다. 국세청에 따르면 올해 해외금융계좌 신고 인원과 금액은 각각 38.3%, 45.6% 늘었는데, 이는 가상자산 보유자의 신고가 급증한 영향이 컸다. 가상자산 신고 인원은 지난해 1,043명에서 올해 2,320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고, 금액 역시 10조4,000억원에서 11조1,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이 같은 흐름 속에 케이뱅크의 IPO 전략에 시선이 쏠린다. 케이뱅크에 업비트는 성장의 원동력인 동시에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케이뱅크는 업비트와의 실명계좌 제휴를 통해 수신고의 약 20%를 확보하며 핵심 성장동력으로 삼아왔다. 가상자산 투자 열풍이 불 때마다 업비트 예치금이 케이뱅크 수신으로 유입돼 예금 잔액이 급격히 늘었고, 이는 안정적인 이자 수익으로 연결됐다. 은행업 라이선스와 IT 기반을 결합한 케이뱅크가 단기간에 자리 잡을 수 있었던 배경에도 업비트 파트너십이 있었다는 분석이 많다. 그러나 이는 동시에 수익 구조 편중성을 드러낸다. 업비트와의 제휴가 중단되거나 축소되면 수신 기반이 흔들릴 수 있고, 가상자산 규제 강화나 시장 변동성 역시 잠재적 위험 요인으로 지적된다.
관건은 가상자산 시장 활기를 발판 삼아 케이뱅크가 얼마나 현실적인 밸류에이션을 제시할 수 있느냐다. 케이뱅크는 앞선 두 차례 IPO에서 5조원 수준의 기업가치를 고수하다 시장과의 눈높이 차이를 좁히지 못해 IPO를 철회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도전에서 수익구조 다변화와 재무 안정성 확보, 신사업 포트폴리오 확대 전략 등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보여주느냐가 성공 여부를 가를 핵심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