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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가 신세계그룹의 간편결제 서비스인 SSG페이(쓱페이) 및 스마일페이 인수에 착수했다. 토스와 신세계는 쓱페이와 스마일페이의 가치를 약 7,000억원으로 평가하고, 신세계는 인수금으로 현금과 토스 지분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카카오페이·삼성페이·네이버페이 등 핀테크 기업 주도로 가파른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간편결제 시장에 지각변동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세계, 토스 지분 6% 양도받으면 ‘4대 주주’로 올라서
14일 금융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은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토스를 지정하며, 쓱페이와 스마일페이 인수를 위한 실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토스는 비상장 회사로, 주가가 공개된 상장사와 달리 주식 가치를 평가하려면 기업 실사가 필요하다.
양사는 쓱페이와 스마일페이의 가치를 약 7,000억원으로 평가하는 데 합의했다. 매각 조건은 인수금의 700억원은 현금, 나머지 6,300억원은 토스 지분 6%를 신세계에 양도하는 방식으로 알려졌다. 신세계는 쓱페이와 스마일페이를 토스에 넘기고 토스 지분의 약 6%를 보유하게 되면서 토스의 4대 주주에 오를 전망이다. 현재 토스의 최대 주주는 이승건 대표(15.64%)이며, 벤처캐피털 알토스벤처스(8.66%), 굿워터캐피털(6.21%) 등이 주요 주주로 있다.
신세계그룹의 독자 개발로 2015년 7월 말 출시된 쓱페이는 신세계아이앤씨가 운영하다 지난 2020년 SSG닷컴에 운영권이 넘어갔다. 이어 지마켓의 간편결제 서비스 스마일페이는 지난 2021년 지마켓의 모회사 이베이코리아가 신세계그룹에 인수되면서 그룹 내 결제 시스템에 편입됐다. 토스 관계자는 “(토스가) 우선협상자로 지정돼 합의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고, 신세계 관계자도 "그동안 확보한 고객층에 토스의 주요 고객층인 20~30대를 더하면 전체 세대를 아우를 수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성장 중인 '간편결제' 시장
토스는 현재 자사의 간편결제 서비스 ‘토스페이’를 운영하고 있다. 토스는 빠르게 성장 중인 국내 간편결제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이번 인수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지난 3월 발표한 ‘2022년 중 국내 지급결제동향’에 따르면 국내 1일 평균 간편결제 거래액은 2020년 4,009억원, 2021년 5,590억원에 이어 지난해에는 상반기에만 7,232억원으로 집계됐다. 2019년에 비해 2.5배나 증가한 셈이다.
모바일기기 등을 통한 결제 규모도 지난해 실물 카드보다 크게 증가했다. 실제 지난해 모바일기기를 통한 결제 규모는 일평균 1조3,300억원으로 실물 카드(1조4,160억원)보다 작았지만, 증가율은 13.9%로 실물 카드(7.8%)보다 두 배 높았다. 아울러 전체 모바일기기를 통한 결제 가운데 간편결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늘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지난해 모바일기기를 통한 결제에서 카드 기반 간편결제 서비스 비중은 46.3%로, 3년 만에 11.2% 포인트 증가했다.
특히 오프라인 결제 시 실물 카드 대신 QR코드 리더기 등 결제 단말기에 모바일기기를 접촉하는 결제방식은 46.9%나 증가했다. 국내 J기업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팬데믹 이후 외부 활동 증가로 오프라인 결제액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오프라인 결제가 활성화되면서 전자금융업자(핀테크)들 역시 상대적으로 온라인보다 시장 규모가 큰 오프라인 시장으로 진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토스 ‘미래 가치’ 높이 평가, 시장점유율 높일 수 있을까?
이번 계약의 핵심은 신세계그룹이 SSG페이 및 스마일페이 매각금의 90%를 토스 지분으로 받기로 했다는 점이다. 이에 신세계가 토스의 미래에 베팅했다는 분석이 따라 나온다. 국내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양사가 토스 주식의 가치를 지난해 토스가 2,300억원을 투자 유치 당시의 기업가치인 약 9조원으로 평가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SSG페이 사업부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0% 상승하는 등 매각 대상 계열사가 꾸준히 성장하고 있음에도 신세계가 토스의 미래가치를 높게 보고 매각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현재 토스의 국내 간편결제 시장 점유율은 약 4%로 낮은 편이다. 전체 점유율을 살펴보면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한 카카오페이가 42% 이상으로 1위, 네이버페이와 삼성페이가 각각 24%대 점유율로 뒤를 잇고 있다.
그러나 토스가 SSG페이를 인수할 경우 신세계그룹의 기존 결제처로 가맹점이 확대됨에 따라 시장 점유율도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SSG페이와 스마일페이의 기존 가입자들을 통해서도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 현재 SSG페이와 스마일페이의 가입자 수는 각각 2,550만 명, 950만 명에 달한다. 카카오페이·삼성페이·네이버페이 등이 주도하고 있는 간편결제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날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