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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만에 최다 폐업’ 건설업 휘청인 상반기, 분수령 될 하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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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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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에 중소 건설사들의 폐업 소식이 잇따르며 업계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문을 닫은 종합건설사는 200군데 이상으로, 지방 중소 건설사에 집중된 폐업 증가가 전국으로 확대되며 '줄도산'에 이를 것이라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지난 10월 불거진 레고랜드 사태 이후 경색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roject Financing, PF) 시장이 풀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종합건설사 줄도산 가능성은 한층 커지고 있다.

12년 만에 최고치 기록한 건설사 폐업, "지방은 이미 한계"

이달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7월 월간 건설시장 동향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폐업한 종합건설사는 모두 248곳이다. 이는 전년 동기(150건) 대비 65% 증가한 수준이며, 2011년(310곳) 이후 1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6월에만 53개의 종합건설사가 폐업했고, 지난해 9월부터 9개월 연속 월 30건이 넘는 폐업 공고가 이뤄졌다. 특히 6월 폐업한 53곳의 건설사 중 13곳이 부산·경남 지역에 몰려있는 등 지방 중소 건설사 폐업이 급증하자 업계에서는 “지방 중소 건설사 다수가 한계치에 다다랐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업계의 지방 중소 건설사 한계설은 지방 분양 시장이 고전 중인 데서 비롯됐다.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에 따르면 5월 기준 전국 미분양 6만8,865가구 중 약 84%에 해당하는 5만8,066가구가 지방 사업장이다. 하지만 실제 미분양 물량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국토부의 미분양 물량 조사는 업체에 묻고 답하는 형태로 집계되는데, 건설업체가 실제 청약 및 계약 기준 미분양보다 훨씬 줄여서 응답하는 경향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일부 전문가들은 업계 전반에 타격이 예상되는 만큼 지방 아파트 미분양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대구, 세종, 경북, 경남 등은 지역 내 총생산 중 건설투자가 20%를 넘는다"며 "미분양 주택에 대한 거래세 인하나 임대사업자로의 소유 이전 장려 등 적체된 미분양 물량 해소에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도 "할인 분양 등 자체적인 노력을 기울인 건설사에 한해서는 각종 세금 부담을 완화해 주는 등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극심한 자금난에 더해진 새마을금고 부실 사태

중소 건설사 폐업 급증의 핵심 원인으로는 주택건설시장을 강타한 자금난이 꼽힌다. 코로나19 팬데믹과 함께 시작된 전 세계적인 경제 침체는 국내 건설시장의 수주 악화로 이어졌고, 건설사들은 이와 더불어 치솟는 건설자잿값과 인건비를 감당하기 어려워졌다. 그 결과 자금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중소 건설사들은 신규 사업장에서 분양에 한 번만 실패해도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이들 중소 건설사는 새마을금고 등 제2금융권에서 자금을 융통하는 경우가 많은데, 최근 새마을금고에서 PF 부실 우려에 따른 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까지 발생하면서 중소 건설사들은 더 큰 위기를 맞게 됐다. 새마을금고는 최근 수년간 부동산 개발 사업에 자금을 빌려주는 PF 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쳐왔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3.6%에 불과했던 연체율이 불과 6개월 만인 지난달 6.2%로 치솟으며 새마을금고 부실 사태가 시작됐다.

정부의 비과세 혜택 약속 등 적극적인 대처로 새마을금고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사태)은 일단락됐지만, 여전히 불씨는 남아있다. 새마을금고의 건설·부동산업 대출 잔액은 2019년 12월 27조200억원에서 올해 1월 56조4,000억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건설·부동산업 관련 대출 연체율은 약 12%로 집계되며 이번 새마을금고 부실 사태의 주범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정부의 도움으로 급한 불을 끈 새마을금고가 연체율을 낮출 목적으로 건설·부동산업 관련 대출의 만기를 연장하지 않고 상환을 요구할 경우, 융통할 수 있는 자금이 넉넉하지 않은 중소 건설사들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자금 융통은 끝났다" 하반기가 '분수령'

업계는 올 연말까지가 건설업 위기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PF를 비롯한 각종 건설·부동산업 관련 대출이 대부분 연내 만기가 도래하기 때문이다. 현재 저축은행과 증권사 등 제2금융권은 PF를 비롯한 각종 부동산 대출의 원금 회수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미래의 상환 가능성보다 현재 토지와 사업권을 팔아 거둘 수 있는 최소한의 본전에 더 가치를 두는 모양새다. 그러나 일부 만기 연장의 경우에도 30%가량의 원금 일부 상환을 조건으로 나머지 금액에 대한 금리 인상을 적용하는 등 자금난이 극심한 경우에는 만기 연장도 쉽지 않다.

지난해 하반기까지 꾸준히 증가하던 PF 대출이 10월 레고랜드 사태를 계기로 급감하자 건설사들은 브릿지론을 활용하거나 회사채를 발행해 긴급 수혈에 나선 바 있다. 브릿지론은 건설 전 토지매입 단계에서 진행되는 대출로, 통상 3개월에서 6개월 단위로 개설된 후 공사가 착공되면 본 PF로 전환된다. 하지만 건설 시장이 얼어붙으며 착공 자체에 어려움을 겪는 업체가 증가하자, 본 PF로 전환되지 않는 사례가 급증했다. 결과적으로 PF보다 높은 브릿지론의 이자를 감당하기 어려운 업체들도 우후죽순 늘어 났고, 일부 회사들이 발행한 회사채 약 48조원도 연내 만기가 도래한다.

결국 연장 여부가 불확실한 PF는 물론 급한 대안으로 제시된 브릿지론, 회사채 등이 일제히 만기를 맞이하는 올 하반기가 업계의 99%를 차지하는 중소 건설사들의 존폐를 가를 전망이다.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금융채권자조정위원회, 금융권 협회 등으로 구성된 'PF 대주단 협의체'가 중소 건설사들의 금융지원을 위해 발 벗고 나섰지만,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직접적인 도움을 받은 사업체는 66곳에 불과하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경직된 부동산 시장, 일부 건설사들의 부실 공사에서 비롯된 신용도 하락, 대규모 자금난에 이르기까지 국내 건설사들은 전례 없는 위기에 봉착해 있다. 이같은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이 미분양으로 대표되는 건설 시장 침체로 꼽히는 만큼, 시장 활성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폭탄 돌리기'로 비유되는 각종 대출의 만기 도래와 턱없이 부족한 지원 속에서 건설사들은 내일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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