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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북미 국가 간 군사 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스타트업 지원을 위해 조성한 NATO 혁신기금(NATO Innovation Fund, NIF)의 첫 번째 펀딩을 마무리했다. 이는 2년 전 NATO가 발표한 ‘국방‧보안 분야 기술 스타트업 지원계획'에 대한 후속 조치로 NATO 회원국들은 총 10억 유로(약 1조4,207억원)를 혁신기금에 공동 투자했다.
인공지능, 자율주행, 양자컴퓨팅 등 미래 혁신기술에 투자
NIF는 북대서양 국방혁신 액셀러레이터(Defense Innovation Accelerator for the North Atlantic·DIANA)와 함께 스타트업·혁신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추진하는 핵심 전략 중 하나다. DIANA가 개발부터 상용화까지 장기적인 관점에서 활용 가능성이 높은 솔루션 개발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라면, NIF는 시드 단계부터 시리즈 B 단계의 초기 투자에 초점을 두고 경우에 따라 초기 이후 추가 투자에 대해서도 고려하고 있다.
NATO는 미국 비영리기업인 인큐텔의 사례를 벤치마킹해 투자금을 전략적으로 유지·관리하면서 회원국이나 NATO가 활용할 수 있는 기술 서비스에 투자할 계획이다. 스타트업에 대해 직접 투자하거나 다른 기금에 간접 투자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며 기업 당 지원금은 최대 1,500만 유로(약 213억원)로 오는 9월에 최초 투자가 이뤄질 예정이다. 지원 대상 기술은 안전·자유·인간 역량강화라는 세 가지 핵심가치를 추구해야 하며 주요 분야로는 인공지능, 자율주행, 생체공학, 양자컴퓨팅, 우주항공기술, 초음속 시스템, 에너지, 신소재와 제조기술, 차세대 통신기술을 포함한다.
주요국들은 주권 기금을 조성해 자국의 기슬 기반 스타트업과 투자자를 지원하고 있다. 최근에는 지원 대상을 국내로 한정하지 않고 전략적으로 중요한 지역이나 분야로 확장하고 있다. NATO는 "NIF는 각국의 주권 기금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 운영하는 벤처캐피탈(VC)로 최초의 다국적 주권 기금이며 스타트업과 혁신 기술을 지원하는 VC로서 오랜 시간 지속 가능하도록 자금을 유지하고 운용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NIF에 참여한 국가는 벨기에, 불가리아, 체코, 덴마크, 에스토니아, 핀란드, 독일, 그리스, 헝가리, 아이슬란드, 이탈리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노르웨이, 폴란드, 포르투갈,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스페인, 터키, 영국 등 23개국이다. 조만간 스웨덴이 NATO 정식 가입해 NIF에 참여하게 되면 추가로 4,000만 유로(약 568억원)의 기금을 확보하게 된다.
물자 조달 중심에서 전환해 딥테크 등 신기술 확보에 초점
그동안 NATO는 주로 방위 물자 조달에 주력해 왔지만 이제는 회원국들의 안보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기업들과의 협력도 확대하고 있다. 사이버보안, 딥테크를 비롯해 에너지·자원 관련 신기술 분야 기업들이 주요 협력 대상이다.
새로운 혁신 기술의 도입은 국가, 혹은 국가 간 연합체가 자국을 방어하거나 불가피한 공격을 하는 데 있어 중요한 구성요소로 부상했다. 이러한 흐름을 고려할 때 NIF 조성을 통한 스타트업 지원 확대는 상당히 의미 있는 전환이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서구 국가들이 경제적으로 연결됐음을 확인하면서 혁신 기술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전 세계 국가들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어 한 나라의 생산·공급망이 멈춰서면 다른 나라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특정 서비스에 대해 하나의 기업에만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이에 NATO는 기금을 통해 기술 기반 스타트업 등과의 협력을 확대함으로써 이같은 위험을 분산시키고 시장을 다양화해 보다 안정적인 안보체계 구축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