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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째 지속되는 ‘불황형 흑자’, 자동차 수출 호조세에도 반도체 부진은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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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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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무역수지가 두 달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반도체 경기 침체와 대중(對中) 수출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국제유가 하락으로 인한 에너지 수입이 크게 줄어든 결과로 풀이된다. 다만 주요 수출 품목 가운데 자동차가 역대 7월 중 최대 호조세를 보였으며, 반도체 경기가 저점을 찍었다는 분석이 나옴에 따라 연말로 갈수록 무역흑자가 안정적 흐름을 이어갈 거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수출'은 전년 대비 16.5% 감소한 503억 달러, '수입'은 25.4% 감소한 487억 달러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7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무역수지는 16억3,000만 달러(약 2조1,100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3월부터 올해 5월까지 매달 적자를 기록했던 무역수지는 지난 6월 16개월 만에 11억3,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반등에 성공한 바 있다.

무역흑자가 지속된 주요 배경으로는 에너지 수입 감소와 자동차 수출 호조가 꼽힌다. 먼저 국제 에너지 가격이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수입액 감소를 주도했다. 원유(-45.8%), 가스(-51.1%), 석탄(-46.3%) 등 3대 에너지 수입액(97억5,000만 달러)이 지난해 보다 무려 47% 줄어들었다.

반면 수출은 주요 품목의 전반적인 부진이 이어진 가운데 자동차 부문의 약진이 수출 감소폭을 줄였다. 지난해보다 15% 늘어 역대 7월 최고 실적을 기록한 자동차는 지난달 15대 주요 품목 중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제품별로 보면 일반기계와 가전 수출액이 전년 대비 각각 3.2%, 2.5% 늘었고, 특히 전기차 수출액이 13억7,000만 달러로 69.5% 급증했다.

지역별로는 주요국 6곳에 대한 수출이 모두 줄었다. 특히 중국과 아세안 지역으로의 수출이 정보기술(IT) 부문 수출 급감으로 각각 25.1%, 22.8% 줄었다. 미국과 유럽연합(EU)도 반도체, 석유제품 수출 감소에 따라 각각 8.1%, 8.4% 감소했으나, 중남미(―6.7%), 중동(―3.0%)으로의 수출은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적자 폭이 개선되는 추세를 보였다.

반도체 부진 주요 원인은 제품 가격 하락

주력 수출 품목 가운데 가장 우려되는 품목은 단연 반도체다. 7월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 대비 33.6% 감소한 74억4,000만 달러로 12개월 연속 감소세가 이어졌다. 전체 수출에 기여한 정도를 나타내는 전체 수출 감소분도 -99억 달러로 전체 39%를 차지했다.

반도체 부진의 주요 원인은 전반적으로 하락한 제품 가격 때문으로 분석된다. 제품별로 살펴보면 지난해 7월 D램과 낸드 고정가는 각각 2.88달러, 4.49달러였으나, 1년 뒤인 올해 7월에는 각각 1.34달러, 3.82달러로 떨어졌다. 특히 전 세계 60%에 육박하는 점유율을 가진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의 수출액이 지난해보다 무려 41.7%나 감소했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 수출 향방을 반도체 업황 개선과 대중 수출 회복에 달린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최근 중국이 반도체 산업 관련 추가 수출 규제를 발표하면서 반도체 경기가 되살아날 거란 전망에 균열이 일고 있다. 중국 정부는 1일부터 반도체 산업에 주로 쓰이는 갈륨과 게르마늄을 수출할 때 당국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발표했다. 중국 관영지인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이번 수출 통제 조치가 전면적인 금지는 아니지만, 과거 중국에 유사한 제한을 통해 이익을 침해한 일부 국가 및 기업들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중국의 이번 규제가 미국이 대중 반도체 규제 수위를 높이고 있는 데 따른 맞대응 성격으로 보고 있다. 이 가운데 우리 정부는 이번 수출 규제가 미칠 영향을 제한적일 것으로 평가했다. 이날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산업공급망 점검회의를 통해 “갈륨은 차세대 반도체에 사용될 소재지만 아직 연구 단계에 그쳐 수요가 많지 않다”면서 “아직 국내선 사용량이 적은 게르마늄도 수입처를 다변화를 통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반기 반도체 업턴가능성 적지 않아, 하반기 수출 향방은?

지난달 29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전년 동기 대비 적자로 전환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에서만 4조3,6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SK하이닉스는 같은 기간 2조8,821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업계는 악화된 실적과는 반대로 반도체 경기가 바닥을 찍었다는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지난달 실적 발표 이후 열린 컨퍼른스콜에서 “올 1분기를 기점으로 반도체 기업들의 재고 감산 노력의 효과가 하반기에 접어들며 나타날 것”이라면서 “실제로 D램과 낸드 재고 모두 생산량 하향 조정으로 지난 5월 피크를 기록한 이후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도 지난달 양사의 실적 발표 이후 올 2분기를 반도체 업황의 저점으로 평가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2분기 영업손실을 면치 못했지만 향후 신제품 출하 및 추가 감산 계획 등에 따라 프리미엄 제품 중심으로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반도체 경기 개선 기대감이 높아짐에 따라 정부는 하반기 무역흑자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김완기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계속되는 부진을 이어가고 있는 반도체는 삼성전자 등의 감산효과가 3분기부터 나타나기 시작해 오는 10월부터 수출이 증가세를 보이게 될 것”이라며 “반도체 업황이 점진적으로 개선됨에 따라 다음 달 이후부터는 안정적인 무역흑자 흐름이 상당 기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산업부는 반도체 외에도 자동차·배터리·조선 등의 수출 주력 업종들의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11일 산업부가 발표한 ‘하반기 주요 산업 정책 방향’에 따르면 자동차 업종에선 친환경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판매가 증가하고, 조선업에서는 고부가가치선의 수주 증가가 예상됐다. 지난해 말 기준 775조원의 수주잔고를 기록한 이차전지 분야 또한 대표 3사를 비롯한 전체 산업의 매출이 15배 이상 증가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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