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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TV+가 지난 7월21일 MLS 2023시즌 미국 구독자를 하루 만에 11만 명 유치하는 등 놀라운 성과를 거두면서 더 이상의 급격한 성장은 어렵다는 업계의 통념을 깼다. 많은 OTT 플랫폼의 가입자가 감소하는 가운데 지난 5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한 이 성과는 아직 OTT가 시도할 전략이 많이 있다는 명백한 증거다.
7월21일은 메시가 MLS 소속팀인 인터 마이애미의 유니폼을 입고 데뷔전을 치른 날이다. 당시 후반 교체 선수로 투입된 메시는 1-1로 맞선 후반 49분, 프리킥으로 결승 골을 넣었다. 전날인 7월 20일에 판매된 애플TV+의 MLS 시즌권은 6,143장에 불과했다. 메시가 처음으로 미국에서 경기를 치른 날 11만 명이 MLS 시즌권을 구입한 것만 봐도 메시의 저력을 알 수 있다.
메시의 MLS 데뷔 수혜
역사상 가장 위대한 축구 선수 중 한 명으로 널리 알려진 리오넬 메시가 지난 7월 21일 인터 마이애미에서 많은 기대를 모으며 MLS에 데뷔했다. 메시의 첫 미국 경기 당일 11만 명의 열성 팬들이 MLS 시즌 티켓을 구매하는 등 메시의 존재감은 엄청났다. 주목할 만한 점은 애플TV+가 월 6.99달러(약 9,300원)의 표준 구독료와 별도로 MLS 시즌 티켓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MLS 시즌 패스 가격은 월 12.99달러(약 1만7,300원)로, 기존 애플TV+ 가입자라면 시즌당 25달러(약 3만3,000원)에 구매할 수 있으며, 가입자가 아닐 경우 월 14.99달러(약 2만원), 시즌당 29달러(약 3만8,000원)를 지불해야 한다.
구독 서비스 분석기업 안테나는 애플TV+의 이례적인 성장에 대해 "스포츠 팬들이 스타에게 끌린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지만, 이렇게 구독자가 급증한 것은 본 적이 없다"고 언급했다. 팀 쿡 애플 CEO도 지난달 애플TV+ 구독 현황과 관련해 "시장의 예상치를 뛰어넘고 있다"며 "메시가 인터 마이애미에 입단한 것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됐다"고 인정했다.
양보다 질이 우선이다
그간 애플TV+는 다른 OTT에 비해 콘텐츠 라이브러리가 제한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애플이 통제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고 품질'을 제공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오리지널 콘텐츠만을 중점적으로 제공해 왔기 떄문이다. 이는 애플 특유의 운영 철학과도 맞물린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 애플은 운영 체제(OS)를 자사 제품으로만 제한해 확장성과 보안 기능을 포함한 다른 OS와의 호환성을 희생하는데, 이것이 OTT에도 이어진 것이다. 이같은 품질 중심 접근 방식은 시청자가 애플의 엄격한 화질 및 음질 표준을 충족하는 콘텐츠만 스트리밍할 수 있는 애플TV+에도 적용됐다. 시청자가 뛰어난 수준의 화질과 음질에 최적화된 프로그램만 시청할 수 있도록 '퀄리티'에 집착했다는 평이다.
하지만 퀄리티에 대한 지나친 집착이 오히려 원활한 소비자 경험을 방해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애플TV는 OTT 서비스 중 포맷 지원이 가장 우수하며 최고 수준의 음질, 화질로 스트리밍되는 만큼 영상 자체가 매우 크고 무겁다. 이렇다 보니 스마트 TV 등 비 애플 기기에서 출시된 전용 앱들은 상당한 수준의 사양을 요구한다. 타사의 스마트 TV를 통해 애플 TV를 이용하게 되면 버퍼링에 시달리게 된다는 의미다. 쾌적한 시청 경험을 원한다면 타사의 스트리밍 앱까지 구동되는 '애플TV 4K'를 구매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OTT를 시청하기 위해서 하드웨어까지 새로 구매해야 한다는 점 또한 큰 진입 장벽이다.
애플은 돈과 여유가 많다?
한 미디어 전문가는 "애플은 넷플릭스가 될 필요도 없고, 되고 싶지 않을 수도 있다"며 애플의 독특한 접근 방식에 대한 해석을 내놨다. 이어 “애플은 데이터, 재정적 자원, 그리고 가장 중요한 평판을 보유하고 있다. 애플은 가입자의 신뢰를 받고 있기 때문에 서비스를 발전시키는 데 필요한 시간을 충분히 가질 수 있다"며 “이번에 무빙으로 디즈니+가 크게 반향을 얻고 있는 것처럼 애플TV+도 이런 식으로 콘텐츠 시장에 추가 도전을 더 하면 쉽게 뚫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반대 의견도 있다. 기술적 부분을 차치하더라도 애플TV+는 다른 경쟁사들에 비견할 만한 방대한 콘텐츠 라이브러리가 아직도 없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 소비자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킬 만한 '킬러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이에 비해 넷플릭스는 <오징어 게임>, <마스크걸> 등 다양한 인기 프로그램과 신작 오리지널 콘텐츠로 입지를 굳히고 있다. 또 다른 주요 OTT인 디즈니+도 인기 마블 시리즈와 상징적인 스타워즈 타이틀을 포함한 풍부한 콘텐츠 포트폴리오를 자랑한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애플TV+는 아직 따라잡아야 할 부분이 많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