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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 풍선으로 대체하면 무중력 훈련 없이도 우주여행 가능 최대 높이는 낮지만 우주에서 지구 볼 수 있어 경쟁사 대비 색다른 경험 위해 고급 화장실 설비까지 갖췄다
'수소 풍선 타고 우주 결혼식'이라는 한 우주 업체의 여행 구상이 내년 말이면 현실화될 전망이다.
미국의 민간 우주 관광회사 '스페이스퍼스펙티브(Space Perspective)'는 지난 22일 약 6시간가량의 우주여행이 가능한 수소 풍선 열기구가 화장실을 갖췄다고 밝혔다. 발사 2시간 후 약 3만m의 성층권까지 진입, 2시간가량 우주여행, 다시 2시간 후 배로 회수되는 구조인 만큼, 합계 6시간 동안의 여행에 화장실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서비스로 반영된 셈이다.
로켓 대신 수소 풍선, 무중력 아니라 비행 훈련도 불필요
미국 플로리다주에 본사를 두고 있는 스페이스퍼스펙티브는 ‘세계 최초의 호화 우주 비행경험’을 표방하며 지난 2019년 설립됐다. 설립자인 제인 포인터와 테이버 맥컬럼은 지난 1991년부터 2년간 '바이오스피어2'라는 명칭의 해외 생명체 탐사 작업에 함께 참가한 바 있으며 현재의 스타트업은 부부 공동 설립이다.
그간 일반인의 우주여행에 대한 각종 도전이 있었으나, 두 부부는 우주비행 훈련이 일반인에게 쉽게 접근할 수 없다는 점을 들어 관점을 바꿨다. 로켓 대신 열기구를 활용할 경우 승객이 무중력을 느끼지 못하므로 특별히 우주 비행 훈련을 받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부부가 만든 수소 열기구는 지구 상공 약 32km까지 올라간다. 성층권이 약 100km까지 넓게 퍼져 있어 더 높은 궤도까지 올라갈 수 있으나 위험을 피하기 위해 높이를 제한했다. 국제항공연맹(FAI)이 우주와 지구의 경계선으로 정한 ‘카르만 라인’인 고도 100km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지구와 우주의 모습을 감상하는 데 무리가 없는 높이인 만큼 안정성과 여행 요소에 대한 적절한 타협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스페이스퍼스펙티브에 따르면 열기구는 시속 약 19km로 2시간 정도 상승해 목표 궤도인 32km까지 도달한다. 궤도 상에 약 2시간 머문 후 역시 같은 속도로 2시간 동안 하강한다. 열기구 캡슐에는 총 8명이 앉을 수 있으며, 음료와 다과 바, 와이파이(WiFi) 등이 제공된다. 회사는 파티나 결혼식 등 소규모 행사에 적합하다고 전했다.
우주 결혼식에 이어 우주 화장실
다만 6시간 비행이 예정된 만큼 그간 생리 현상에 대한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에 회사 측은 기존 우주 로켓들과 같은 방식으로 기저귀, 혹은 흡입식 화장실을 고민하다 서비스의 목표가 결혼식 등의 고급 경험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만큼 관점을 바꿨다고 밝혔다. 포인터 대표는 “아름답게 디자인된 화장실이 있는 것은 우주여행이란 독특한 경험의 가치를 더욱 높여줄 것”이라며 “화장실에서 지구를 바라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스페이스퍼스펙티브는 대부분의 경쟁사들이 로켓 활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탑승 인력의 무중력 훈련이 필수인 것 대비, 본질적으로 다른 경험이 될 수 있다는 것에 착안했다. 좌석 가격이 1장당 25만 달러(약 3억5,000만원)로, 서비스 비용이 일반적인 비행기 탑승의 수십, 수백 배에 달하는 만큼,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 탑승에 나서는 고객들을 위해 그간 전문 훈련을 받은 우주여행객들이 쓰는 화장실 대신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를 해야겠다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로 우주여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국의 우주 로켓 기업 블루오리진과 버진갤럭틱은 로켓을 이용하기 때문에 과학자, 연구자들이 우주 비행에 나서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사전 훈련을 받아야 한다. 다만 최대 도착 높이가 다른 데다 무중력 현상에 대한 현실감 등에서 두 종류의 서비스가 크게 다른 만큼, 우주 물리학 관계자들은 열기구를 이용한 서비스와 로켓을 이용한 서비스를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우주여행 시장 규모는 6억9,510만 달러(약 9,400억원)로 집계됐으며, 2030년까지 40.2%의 연평균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스페이스퍼스펙티브는 지난 7월 1,600장 이상의 티켓 판매를 통해 2억 달러(약 2,7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한 바 있다.
일본도 '풍선 캡슐' 우주여행 시장에 뛰어들어
지난 3월 일본의 우주 관광 스타트업 '이와야 기켄'도 풍선 우주여행에 사용할 유인 캡슐을 공개했다. 올 연말 일본 여행사 JTB와 협력해 선보일 열기구 여행 상품에 사용될 캡슐이다. 공개된 너비 1.5m의 동그란 캡슐에는 두 명이 탈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이 위에 폭 44m 헬륨 풍선이 달려 고도 25km(성층권)까지 올라간다. 역시 상승 높이의 한계는 있으나 투명한 창을 통해 성층권에서 지구를 감상하는 데는 무리가 없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가격은 1인당 2,400만 엔(약 2억원)으로 스페이스쉽 넵튠과 비슷한 수준이다. 합계 여행 시간 또한 고도 상승에 2시간, 저궤도 상에서 감상에 1시간, 다시 하강에 2시간을 예상하고 있어 서비스 자체는 큰 차이가 없다.
최근 수소 풍선을 통한 여행이 각광을 받는 이유는 로켓 발사가 없는 만큼 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버진갤럭틱의 민간 우주여행 가격은 45만 달러(약 6억원)에 달한다. 일본의 이와야 게이스케 대표는 “억만장자가 될 필요도, 강도 높은 훈련을 받을 필요도, 전문 용어를 익힐 필요도 없다. 우주 관광 여행을 평등하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며 “최종 목표는 몇 백만엔(수천만원) 수준으로 낮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마드리드에 본사를 둔 우주관광 스타트업 '헤일로 스페이스'도 헬륨 풍선을 활용한 첫 번째 시험비행에서 37km까지 올라가는 성과를 거뒀다. 원형 캡슐을 타고 성층권을 다녀오는 이 상품의 가격은 비행 시간 최소 4시간부터 최대 6시간까지 여행 코스에 따라 다르지만, 약 20만 달러(약 2억7,000만원) 내외로 책정될 예정이다. 헤일로 스페이스 역시 헬륨 풍선을 활용한다.
또 다른 스페인 업체 ‘제로2 인피니티’도 헬륨 풍선으로 날아간다. 열기구 상품에서 가장 높은 최대 고도 40km를 목표로 한다. 2009년부터 이 아이디어를 실현시키기 위해 개발에 착수한 제로2 인피니티는 올해 말 첫 번째 유인 시험 비행을 계획하고 있다. 2024년 출발을 앞둔 티켓의 가격은 장당 4만 파운드(약 6,596만원)로 책정됐다.
우주여행 가격을 낮추기 위한 전략 중 하나로 로켓 대신 열기구 풍선을 이용하는 관점의 전환이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