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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오피스 시장, 작년 4분기부터 가격 거품 빠지는 중 작년까지 사무실 구하기 힘들었던 벤처들, 올해는 거꾸로 매수자 우위 시장 형성 자금 마른 스타트업들 도산, 핏 아웃, 렌트프리 못 받던 시장 해소되는 것
서울 오피스 시장에서 지난해 4분기부터 '가격 거품'이 조금씩 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상업용 부동산 종합 서비스기업 알스퀘어는 23일 발표한 '서울 오피스 가격은 거품인가' 보고서에서 지난해 4분기 이후 서울 오피스 가격이 금리와 비례하지 않는 상황이 목격된다고 전했다. 통상 부동산 시장에서는 가격과 금리가 반비례 관계를 따르는 만큼 금리 상승기에 가격 거품이 해소돼야 하나, 지난해까지 업체들은 서울 시내에서 오피스를 구하는 데 상당한 애를 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오피스, 기업들 자금 마르면서 가격 거품 해소
알스퀘어 리서치센터의 류강민 센터장은 서울 오피스 매매 지수와 국고채 금리, 캡레이트(수익환원율) 등 지표와 통계모형을 기반으로 서울 오피스 시장의 가격 거품이 지난해 4분기부터 사라지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통상 부동산 가격과 금리는 반비례 관계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6년 4분기부터 2008년 3분기, 지난 2021년 3분기부터 2022년 3분기까지는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가격이 인상되는 기현상을 보인 바 있다. 해당 기간 오피스 매매 가격이 연간 10% 이상 인상된 것을 두고 류강민 센터장은 시장 가격이 잠재 가치를 웃도는 거품이 끼었던 것으로 분석했다.
이어 같은 시기 캡레이트와 국고채 금리와의 차이인 '캡레이트 스프레드'가 좁아졌는데, 이는 기대 가격 상승률이 급등하면서 투자자가 위험을 덜 고려하고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으로 공격적인 투자를 했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해 4분기부터 가격과 금리 간의 상관관계가 다시 역상관관계로 돌아서고, 캡레이트 스프레드도 벌어지는 모습이 나타났다. 이른바 '대세 상승기'가 끝나면서 투자자들이 다시 위험 회피적으로 투자 자산을 바라보고 있다는 뜻이다.
거품 증발에 부동산 시장 정상화 예상
거품이 조금씩 사라지면서 당분간 매도자와 매수자 간의 가격 격차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결국 부동산 거래 물량이 감소하고 시장 정체기에 돌입하는 것이 거품기 이후 일반적인 부동산 시장의 형태라는 것이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류 센터장은 "양호한 임대시장을 바탕으로 추후 순영업이익(NOI)이 상승하며 가격이 유지되지만 거래 규모는 줄 것"이라며 "향후 연간 임대료 인상률이 8% 정도로 볼 때, 금리가 추가 인상되지 않는 한 시장은 2년 내 정상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지난해 내내 이사 갈 사무실을 찾기 어려워 고생했다는 한 스타트업 대표 A씨는 "월세가 너무 높아 어쩔 수 없이 기존 사무실에 머무르며 계속 사무실을 찾아야 했다"며 "부동산 중개인들도 저희 회사처럼 기다리고 있는 회사들이 많아 강남 일대에서 좋은 사무실을 구하기는 쉽지 않다는 이야기를 전해줬었다"고 답했다. A씨의 회사는 2022년 6월 임시 사무실에서 7개월을 보낸 후 2023년 1월에야 현재의 사무실로 이사할 수 있었다.
강남 사무실 못 구하던 벤처기업들, 요즘은 오히려 매수자 우위 시장
지난해 강남 일대에서 사무실을 못 구해 힘든 경험을 했던 스타트업 관계자 B씨도 회사 소개 서류를 내라는 건물주들의 요청에 상세한 서류를 보내줘도 탈락하기 일쑤였다며 지난해 하반기까지 강남 일대의 사무실을 구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사를 포기하고 있다, 올해 3월에 계약서를 쓸 때는 이미 시장 상황이 매수자 우위로 바뀐 상황이었고, 7월 이후에 입주하는 업체들의 경우에는 1~2개월가량 월세를 면제해 주는 '렌트프리'를 요청하는 사례도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이사 들어오기 전 사무실 디자인을 맞추는 기간으로 짧게는 1~2주, 길게는 2~3개월씩 주어지는 '핏 아웃' 기간 동안 렌트프리를 받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지난 2020년부터 2022년 하반기까지는 거꾸로 웃돈을 얹어주겠다고 나서거나, 다섯 개 이상의 업체에서 서류를 받은 다음 한 개 업체를 고르는 행태가 일반적이었다는 것이다.
VC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금이 마른 스타트업이 많기 때문에 월세 부담이 낮은 지역으로 이사하는 경우도 늘고, 폐업을 신청하는 경우도 상당히 있어 강남 사무실 경쟁이 한층 덜해졌다"며 "내년까지 버틸 수 있는 자금이 부족한 스타트업들도 많은 만큼, 내년에는 사무실 공실률도 유의미하게 올라갈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