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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전 대통령 전 사위 관련 '채용 특혜 의혹' 수사에 불붙어 검찰, 한국벤처투자 사무실 압수수색 진행 벤처 투자는 스타트업의 생명길, 정권에 휘둘려서야
검찰이 문재인 전 대통령의 전 사위인 서모(38)씨의 채용 특혜 의혹과 관련해 압수수색을 실시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번 압수수색은 지난 13일 세종시에 있는 중소벤처기업부와 인사혁신처, 경남 진주의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하 중진공) 본사, 공단 서울 사무실 등 4곳에 대한 압수수색의 연장선이다.
압수수색 당일, 대표 사임도
16일 전주지검 형사3부(이승학 부장판사)는 중기부 산하 정부 출자 공공기관인 한국벤처투자(한벤투) 사무실에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전주지검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오전부터 진행된 압수수색은 중진공 이사장 임명과 관계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등과 관련한 것으로 밝혀졌다. 현재 검찰은 지난 2018년 항공업 분야 경력이 없는 서씨가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창업한 타이이스타제트의 고위 임원으로 취업한 것과 이 전 의원이 같은 해 3월 중진공 이사장으로 임명된 것 사이에 대가성이 있었는지 여부를 파악하고 있다.
해당 의혹은 2020년 당시 야당이었던 국민의힘이 최초 제기했으며, 2021년 12월 시민단체 정의로운 사람들이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문 전 대통령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본격적으로 수사가 시작됐다. 이후 국민의힘 의원들은 지난 10월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해당 의혹에 대한 수사를 촉구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이날 유웅환 한벤투 대표가 중기부에 대표직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해 9월 대표로 선임된 지 약 1년 2개월 만의 임기 종료다. 아직 정식으로 사직서를 제출한 것은 아니지만 이달 중 대표직에서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 한벤투 측은 유 대표의 사임을 두고 '일신상의 이유'라고 밝혔지만, 업계선 검찰의 압수수색 건과 연관성이 있을 거란 해석이 팽배하다. 유 대표는 지난 2017년 19대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 캠프 일자리위원회 공동위원장을, 2022년 20대 대선에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2분과 위원을 맡은 바 있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휩쓸린 벤처 투자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압수수색이 사실상 벤처캐피탈 업체 ‘케이런벤처스’와 한벤투 사이의 관련성을 파악하기 위해 이뤄진 것이라고 봤다. 한벤투는 지난 2018년 서씨가 재직했던 ‘토리게임즈’와 관련된 케이런벤처스에 280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당시 한벤투의 대표였던 주형철 전 대표가 투자 이후 청와대 경제보좌관으로 자리를 옮겼다는 사실이다.
이는 지난 2019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전신) 곽상도 전 의원이 의혹을 제기하며 수면 위로 드러났다. 당시 곽 전 의원은 설립 2년여밖에 안 된 신생 기업인 케이런벤처스가 기존 투자 이력을 기준 삼아 이뤄지는 벤처 투자를 받아낸 점이 의뭉스럽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벤처 업계 관계자들은 “터질만한 일이 터졌다”면서도 씁쓸하다는 반응이다. 신생 스타트업의 살길을 터주던 한벤투가 정권과 연계됐단 이유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벤처 기업가는 “벤처 투자는 기업가들의 도전정신을 응원하는 도구”라며 “이마저 정치권의 이해관계에 휩쓸리는 구조로 변질되면 스타트업의 미래는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