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수정
올해 중국 해외직구 6,775만 건 발생, 10개월 만에 작년 규모 넘어섰다 초저가와 무료 배송·반품으로 시장 장악하는 中 업체, 국내 브랜드까지 입점 中 직구 '짝퉁' 리스크 노렸다, 자체 직구 대행·품질 보증 내세우는 국내 이커머스
중국 '직구'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초저가, 무료 배송·반품 등의 혜택을 앞세운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이 줄줄이 소비자 수요를 흡수하면서다. 위기감을 느낀 국내 이커머스 업체는 중국 직구의 '빈틈'을 노리고 있다. 자체 직구 서비스를 마련하고, 소위 '중국산 짝퉁' 상품 위험에서 소비자를 보호하는 식이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 삼키는 '중국 직구'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10월까지 중국 해외직구 건수는 6,775만 건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64.9%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직구 규모는 18억2,400만 달러(약 2조3,630억원)를 기록하며 작년 전체 직구 규모(17억1,200만 달러)를 넘어섰다. 집계되지 않은 11·12월에 중국 최대 쇼핑 축제 광군제, 블랙프라이데이, 크리스마스 등 대규모 프로모션이 남아 있는 만큼, 차후 연내 직구 건수가 8,000만 건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중국 해외직구 성장의 주역은 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 등 '중국 이커머스' 업체다. 이들 직구 업체들은 최근 한국 소비자 공략에 속도를 내며 시장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모바일 시장조사업체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달 알리익스프레스의 월간활성사용자수(MAU)는 613만3,758명에 달했다. 쿠팡, 11번가를 뒤따르며 당당히 국내 3위를 기록한 것이다. 테무의 지난달 MAU는 265만6,644명으로 지난 8월 대비 5배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패션, 소형 가전, 문구·완구, 생활용품 등 방대한 상품을 매우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알리익스프레스와 손을 잡는 국내 브랜드도 늘어나는 추세다. 알리익스프레스 국내 브랜드 전문관 'K-베뉴'에는 LG생활건강, 애경산업, 쿤달, 깨끗한나라 등 국내 주요 생활용품 업체가 입점해 있다. 국내 브랜드 상품을 확보해 소비자를 유인, 토종 이커머스 업체들과 본격적인 경쟁을 펼치는 양상이다.
"최저가에 지지 말자", 국내 이커머스의 생존전략
일반적인 해외 직구에는 명백한 리스크가 존재한다. 가격이 저렴한 만큼 ‘짝퉁’ 상품 판매가 많다는 점이다. 지난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직구 물품이 반입되는 방식인 '특송화물 목록통관' 과정에서 지식재산권 침해 적발 건수는 6만2,326건에 달했다. 이는 조사가 시작된 이후 최대치다. 적발된 건수 중 99% 이상은 중국에서 들어온 물품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은 이 같은 '틈'을 파고들고 있다. 자체 직구 서비스를 런칭해 소비자의 신뢰를 얻고, 상품 품질을 보장하는 식이다. 쿠팡은 2017년 미국 중심 ‘로켓직구’ 서비스를 선보인 뒤 중국으로 지역을 넓혔으며, 지난해에는 홍콩까지 서비스를 확대했다. 2021년 미국의 거대 유통업체인 아마존과 협업을 시작한 11번가 역시 ‘우주패스’ 멤버십과 연계한 무료배송 혜택 등을 앞세워 자체 해외직구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상품의 '질'에 초점을 맞추는 업체도 있다. 네이버쇼핑은 한국명품감정원과의 협업을 통해 명품에 대해 감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구매자가 감정을 신청한 상품이 정품으로 확인되면 감정원이 개런티 카드를 발급하는 방식이다. 감정을 마친 상품이 가품일 경우 구매자는 전액 환불에 더해 추가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자체 명품 감정 서비스를 운영하는 G마켓 역시 상품이 가품일 경우 소비자에게 구매 금액의 200%를 환불해 준다. 최저가를 앞세운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에 대항하기 위한 각자의 '전략'을 수립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