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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 기획은 배민이, 상세 설정은 가맹점이?
할인관 노출 노린 식당 업주들 ‘꼼수’ 난무
‘질보다 양’ 이벤트에 소비자 불만 폭주
음식 배달 서비스 배달의민족(배민)이 일부 지역에 '정률할인관'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실제 할인을 제공하지 않는 업체들도 해당 카테고리에 배정해 이용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배민 측은 시스템 도입에 실수가 있었음을 인정하며 빠른 시일 내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배달앱들의 과도한 경쟁이 결국 소비자들의 불편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식당들 꼼수에도 배민은 ‘흐린 눈’
지난 9월 서울 송파구 등 일부 지역에 도입된 정률할인 서비스는 기존 정액할인기능에 더해 정률로 결제 금액을 깎아주는 새로운 할인 방식이다. 배민은 당시 해당 서비스를 소개하며 “1,000원~3,000원이 대부분인 정액할인보다 일정한 비율로 할인을 적용하면 상대적으로 고액 주문을 유도할 수 있다”며 가맹점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했다.
하지만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보여주기식 할인 정책’이라는 불만이 줄을 이었다. 해당 할인 이벤트를 내세운 업체들 대부분이 정률 쿠폰을 발행하면서도 최대 할인 금액의 한계를 터무니없이 낮게 설정한 탓이다. 실제로 한 초밥집은 20% 할인 쿠폰의 적용 대상을 50,000원 이상으로 설정했고, 이마저도 최대 할인금액을 2,000원으로 제한했다. 해당 초밥집 외에도 다수의 식당이 최대 할인 금액을 2,000~3,000원으로 설정했다.
이처럼 정률할인의 취지에 어긋나는 업체들이 대거 눈에 띄는 것은 배민이 할인 이벤트 관련 설정 등을 모두 가맹점에 일임했기 때문이다. 배민은 해당 제도를 도입하면서 최소 주문금액이나 최대 할인 한도 등을 명시하지 않았고, 이에 가맹점주들은 새로운 카테고리에 가게를 노출할 목적으로 소위 ‘꼼수’를 쓴 것이다. 이들 업체는 “배민이 쿠폰 할인 금액에 대한 별도의 지원을 해주지 않아 최대 할인 금액을 설정하지 않으면 부담이 크다”고 토로했다.
배민은 정률할인과 관련해 소비자들의 불만이 줄을 잇자, 가맹점주들에게 “비정상적인 가게 운영 및 부적절한 가격 변경 등은 표시광고법, 전자상거래법을 위반할 우려가 있고, 해당 사항이 확인 시엔 (할인관) 노출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배민 관계자는 “정률할인관은 식당 점주들이 정률할인 제공에 대한 홍보를 원하는 수요를 감안해 도입한 제도로 현재 시범 적용 중인 상황”이라며 “제도 시행 중 발생하는 여러 사안을 인지하고 있으며 적극적 내부 검토를 통해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여주기식 이벤트에 혈안, 소비자 불편은 ‘뒷전’
업계에서는 배민의 소극적 대처를 비판하는 분위기다. 배달앱 시장 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각 플랫폼이 ‘소비자 이목 끌기’에 급급해 서비스 질 개선은 뒷전이라는 지적이다. 이같은 출혈경쟁의 배경에는 10% 정률할인 제도를 도입한 후 빠른 속도로 시장 내 존재감을 키우고 있는 쿠팡이츠의 약진이 있다. 시장조사기관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3월 297만7,237명이던 쿠팡이츠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10월 433만496명으로 7개월 사이 약 45% 증가했다. 같은 기간 배민이 약 1% 성장에 그친 점을 고려하면 쿠팡이츠의 성장세는 시장 2위 업체인 요기요는 물론 서비스 출시 후 줄곧 부동의 1위를 지켜 온 배민에도 큰 위협인 셈이다.
쿠팡이츠의 매서운 성장세에 배민과 요기요는 적극적 방어 태세에 돌입한 상태다. 배민은 앞서 언급한 정률할인관 외에도 맞춤형 마케팅 서비스를 제공하며 가맹점주 공략에 나섰고, 요기요는 유료 멤버십 가격을 절반 수준으로 낮추는 동시에 국민 메신저라 불리는 카카오톡과 협업해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렸다. 배민의 ‘반쪽짜리 할인 이벤트’가 소비자들의 불편을 야기한 가운데 갈수록 치열해지는 3사의 경쟁에 이용자들의 피로도와 불신 또한 높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