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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검색 엔진 독점 진실은, MS 빙 매각 실패도 연관 있나 '공정 경쟁' 강조하는 구글, 정작 업계 반응은 "글쎄" 애플에 있어 빙은 '협상 카드'?, MS "사실상 이용당한 셈"
마이크로소프트(MS)가 자사 검색 엔진인 빙(Bing)의 애플 매각을 타진했다 품질 문제로 거절당했다는 구글 측 기록이 공개됐다. 이에 일각에선 애플이 빙을 거부한 건 빙을 직접 사들이는 것보다 구글의 경쟁자로 두는 편이 더 큰 이익을 불러오기 때문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업계에선 이미 애플과 구글 사이 밀월관계가 기정사실화된 분위기도 포착된다.
MS, 빙 애플 매각 실패했다
24일(현지 시각) CNBC에 따르면 구글은 미국 법무부가 이달 초 법원에 자사를 상대로 제기한 독점금지 소송과 관련한 자료를 제출했다. 해당 자료엔 검색 엔진 빙의 애플 매각을 타진했다 거절당했단 내용이 담겨 있었다. 보도에 따르면 구글은 "MS가 2009·2013·2015·2016·2018·2020년에 애플의 사파리(Safari) 웹 브라우저에서 빙을 기본값으로 설정하는 안을 애플에 제안했는데, 그때마다 애플은 빙의 품질 문제를 이유로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지난 2018년엔 MS가 빙 품질 향상을 강조하며 애플에 접근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MS는 빙을 애플에 매각하거나 애플과 빙 관련 합작 회사를 설립하는 안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에디 큐(Eddy Cue) 애플 서비스 부문 수석부사장은 "MS의 검색 품질과 이에 대한 투자 모두 특별한 의미가 없었다"며 "검색 품질 자체도 좋지 않고, 그들의 광고 수익 창출 방법도 매우 좋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구글 측은 서류에 “각 사례에서 애플은 빙과 구글의 상대적인 품질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 구글이 사파리 사용자에게 더 나은 기본 선택지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것이 바로 경쟁”이라고 적었다.
빙의 '존재'가 애플엔 이득? 구글-애플의 관계는
이번 재판은 구글에 있어 가장 큰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25년여 전 미국 정부가 MS를 상대로 제기한 독점금지 소송 이후 가장 큰 반독점 재판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만일 이번 재판에서 미국 정부가 승소하게 되면 구글은 기존 사업 관행을 중단하거나 일부 사업을 매각해야 할 수도 있다. 더군다나 현 상황은 구글에 상당히 불리하다. 지난해 10월 재판정에서 공개된 자료로 인해 이미 심증이 완성된 상태인 탓이다. 당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구글은 검색 엔진 시장에서 장악력을 유지하기 위해 260억 달러(약 35조원) 이상을 지출했다. 구글은 이번 소송을 통해 자신들이 공정하게 경쟁하고 있다는 점을 증명하겠단 입장이지만, 사실상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MS의 빙 매각 실패 건도 구글과 깊은 연관이 있을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구글의 검색 엔진 파이를 조금이나마 가져갈 수 있는 빙의 존재는 구글과의 가격 협상에 좋은 골드 카드가 될 수 있기에 애플 측이 애초 매각 건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단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 미카일 파라킨(Mikhail Parakhin) MS 광고·웹 서비스 책임자는 지난해 9월 워싱턴DC 연방법원에서 열린 '구글 반독점 소송'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애플은 빙을 구글과의 협상카드(bargaining chip)로 이용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당시 파라킨 책임자는 "애플이 빙의 존재만으로 얻어내는 수익이 빙 자체로 버는 수익보다 더 높을 것으로 추산된다"며 "우리는 항상 애플이 우리의 검색 엔진을 사용하도록 설득했지만,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 이는 구글 탓이 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의 검색 엔진 업체 덕덕고(DuckDuckGo)의 가브리엘 웨인버그(Gabriel Weinberg) 최고경영자(CEO) 또한 구글의 독점 계약 때문에 시장 확대가 어려운 상황임을 피력했다. 애플과 구글의 밀월관계 아래 미국 내 검색 엔진 시장 자체가 침식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구글의 적극적인 자사 밀어주기로 인해 타사의 발전 의지가 꺾인 탓이다. MS 측은 지난해 "모바일 검색 시장을 위한 기술에 더 많은 투자를 하는 게 경제적인지 의문"이라며 "MS가 더 중요하거나 더 확고한 기본 검색 엔진 설정을 위한 보증을 받지 않는 한 투자는 경제적이지 않다"고 일갈한 바 있다. 구글이 독점적 지위를 막무가내로 유지하는 이상 더 이상의 발전은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다. 미국 내 관련 업계 사이 전운이 드리우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