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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비전 프로'에 시장 점유율 빼앗긴 메타, 출구전략은 LG전자? '하드웨어 약점' 메타와 '하드웨어 명가' LG, 양사 협력 시너지 기대감↑ 일각선 불안감도, "결국 중요한 건 양사 간 '빈틈' 얼마나 채워줄 수 있는냐일 것"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최고경영자)가 이번 주 방한해 조주완 LG전자 CEO와 확장현실(XR) 헤드셋 공동 개발·출시 전략을 협의한다. 협의 안건에는 메타의 AI 기술을 LG전자의 IT·가전 제품에 적용하는 방안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업계에선 ‘AI·메타버스 동맹’이 본격화하기 시작했단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AI 등 첨단기술 최강자 중 하나인 메타와 ‘하드웨어 명가’ LG가 손을 잡는다는 점에서 글로벌 IT업계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것이란 전망이 쏟아진다.
메타-LG 손잡았다, "XR 헤드셋 공동 개발할 것"
25일 산업계에 따르면 저커버그 CEO는 오는 28일께 조 CEO를 만나 AI, XR 등 차세대 기술·제품 관련 협력 방안을 협의한다. 이 자리엔 LG그룹 IT 부품 계열사 주요 경영진도 참석한다. 전자업계 고위 관계자는 “저커버그 CEO가 10년 만에 한국을 찾은 첫 번째 이유가 LG전자와 XR 헤드셋 관련 협의를 하기 위한 것”이라며 “그동안 소문만 무성했던 두 회사의 XR 헤드셋 공동 개발 계획을 이번에 공식 발표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양사는 협력을 통해 애플의 '비전 프로'를 능가하는 최고 성능의 XR 헤드셋을 내년 1분기 내 출시하겠단 계획이다. 여기서 XR이란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의 장점을 합친 기술로, 현재로서는 애플의 비전 프로가 가장 완성도 있는 기술을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 10여 년간 글로벌 IT 기업들의 최대 과제는 '넥스트 스마트폰'의 서칭이었다. 스마트폰에 이어 세상 사람들을 끌어모을 새로운 아이템을 남보다 먼저 선점해야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XR 헤드셋은 수많은 빅테크가 오랜 리서치 끝에 찾아낸 해답 중 하나다. 스마트폰처럼 휴대할 수 있는 데다 2030년 5,078억 달러(약 670조원) 규모로 커질 메타버스로 들어가는 ‘관문’이라는 점에서다.
메타와 LG가 협력을 불사하면서까지 XR 시장에 뛰어든 이유도 이 때문이다. 특히 메타의 경우 당초 작년까지 전 세계 절반의 XR 시장을 장악하던 XR계 최강자였다. 그러나 애플이 최근 내놓은 '비전 프로'가 시장을 뒤흔들기 시작했고, 삼성전자마저 구글, 퀄컴 등과 함께 새로이 시장에 뛰어들 채비를 마치는 모습이다. 메타가 부랴부랴 LG전자와 손을 잡은 건 갑작스레 찬탈당한 업계 최고 타이틀을 쟁취하기 위함이란 평가가 나온다.
하드웨어가 약점인 메타, LG 협력으로 강점 '극대화'
결국 타 기업의 선점으로 인해 LG전자를 선택했단 인식이 있지만, 실상 메타에 있어 LG전자는 절대 꿀리지 않는 매물이다. 본격적인 생산 설비를 갖추지 못한 메타 입장에서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등을 만들어 본 경험이 있는 LG전자는 상당히 좋은 파트너라 할 만하다. 스마트폰의 경우 시장에서 퇴장한 지 오래지만, LG전자의 특장점이라 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는 지금까지도 꾸준한 발전을 이어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LG는 지난 1일 자사 신기술 '메타 테크놀로지 2.0'을 통해 화질의 핵심 요소 중 하나인 휘도를 기존 대비 약 42% 향상시켜 현존 OLED TV 패널 중 가장 밝은 최대 휘도 3,000니트를 달성했다. 이에 대해 LG전자는 "지난 2013년 OLED TV 패널 첫 양산 시점부터 고휘도 기술을 구상해 약 10년간의 연구개발 끝에 OLED 화질의 한계를 뛰어넘는 신기술 메타 테크놀로지를 개발해 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메타와 LG는 2025년 고성능 혼합현실(MR) 헤드셋 '퀘스트4 프로'를 선보일 계획이다. 2024년 200달러(약 26만원) 선의 저가형 모델을 우선 출시한 뒤 애플의 비전 프로를 따라잡을 만한 고급형 기기를 내놓겠단 취지다. 기기 양산이 시작되면 LG는 현재 개발 중인 고해상도 디스플레이와 고성능 프로세서를 비롯해 계열사의 다양한 부품을 공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산은 LG전자가 맡고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에너지솔루션 등이 부품을 추가 공급하는 방식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공동 개발은 메타와 LG전자 양쪽에 유익한 결과를 가져다줄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메타는 LG전자의 스마트 라이트 솔루션 기술을 활용해 메타버스 공간에서 고객의 경험을 풍부하고 현실적으로 만들 수 있게 됐으며, LG전자는 메타와의 협력을 통해 메타버스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이에 대해 조 CEO는 "이번 공동 개발을 계기로 가전을 넘어 집, 상업 공간, 차량을 포함한 이동 공간, 더 나아가서는 가상 공간인 메타버스까지 고객의 삶이 있는 모든 공간에서 고객의 경험을 연결하고 확장하는 스마트 라이트 솔루션 기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메타버스와 관련해 몇몇 파트너사와 사업 가능성 부분에서 검토하고 있으며, 구체화가 될 때 내용을 공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사 합작 기기, 애플 '비전 프로' 넘어설 수 있을까
이제 남은 과제는 메타와 LG의 합작 기기가 얼마나 고객의 관심을 끌어모을 수 있는가다. 당초 XR 기기에 대한 시장의 기대는 그리 크진 않았다. 이전 세대 기기와 달라봐야 얼마나 크게 다르겠느냔 인식이 작용한 결과다. 그러나 최근 애플의 비전 프로가 출시되면서 인식에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비전 프로는 공간 프레임워크를 적용한 비전OS, 실시간 처리에 특화된 R시리즈 칩셋, 다양한 앱 생태계와의 호환성 등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는데, 가장 눈에 띄는 건 '언제든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존의 업계 최강자 격이던 메타는 퀘스트3를 통해 몰입감을 극대화해 게임 중심의 콘텐츠로 대중시장을 겨냥했다. 반면 애플은 디지털과 물리적 공간을 허무는 공간 컴퓨팅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XR 시장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단 평가를 받는다.
산업계에선 비전 프로가 선보인 기술의 장점을 조금만 다듬는다면 차후 XR 기술이 일상생활을 넘어 건설, 의료, 소방 등 산업 현장에서도 요긴하게 쓰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비전 프로가 제시한 공간 컴퓨팅 기반 XR 기술의 사업 확장성이 인정받은 셈이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XR 기기 시장 규모가 올해 182억 달러(약 24조원) 수준에서 오는 2026년 357억 달러(약 47조원)까지 두 배 이상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런 만큼 메타가 나아갈 방향은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다.
문제는 기존 게임 시장에 치우쳐 있던 메타의 기술력이 확장성을 지닌 다른 분야에서까지 빛을 발할 수 있느냐다. LG전자의 하드웨어에도 불안한 지점이 있다. LG는 스마트폰 시장 철수 이전부터 하드웨어의 발열을 제대로 잡지 못해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시장 일각에서 고가형 기기를 제작하는 데 있어 LG의 제대로 된 역량이 발휘될 수 있을지 불안하단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