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케어’에 빠진 MBK, 日 아리나민 품는다 “3조원 빅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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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트·오스템·지오영 이어 아리나민까지
올해 들어 '조단위' 대형 M&A 잇달아 성사
실버케어에도 8천억 투자, 성장성에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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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사모투자펀드(PEF)인 MBK파트너스가 비타민과 피로해소제로 유명한 일본 의약품 제조 업체 아리나민제약을 약 3조원에 인수한다. 인구 고령화에 따른 핵심 투자 기회로 점찍은 헬스케어 분야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MBK, 일본 아리나민제약 인수 결정

2일 투자은행(IB) 업계와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을 비롯한 외신 보도에 따르면 MBK는 이날 블랙스톤으로부터 3,500억 엔(약 3조75억원)에 아리나민제약을 인수하기로 했다. 앞서 MBK는 이달 초 아리나민제약의 경영권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에 참여했다. 예비입찰에는 MBK파트너스 외에도 CVC캐피털, EQT파트너스 등 글로벌 PEF들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리나민제약은 일본 다케다약품공업의 일반의약품 사업을 담당하는 자회사 ‘다케다 컨슈머 헬스케어’가 전신이다. 2021년 블랙스톤에 2,400억 엔(약 2조617억원)에 팔린 뒤 사명을 바꿨다. 블랙스톤은 같은 해 대만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주력 제품인 비타민제 아리나민의 해외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아리나민제약의 대표 제품은 ‘아리나민’ 비타민으로, 한국에선 ‘액티넘’이라는 제품명으로 팔리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고령화를 한국, 일본, 중국을 비롯한 동북아시아의 주요한 인구경제학적 트렌드로 보고, 헬스케어 분야 기업의 인수·합병(M&A)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이번에 일본 제약사를 인수한 것도 이 같은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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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오영 천안 물류센터 전경/사진=지오영

국내 의약품 도매 업체 ‘지오영’도 2조에 인수

MBK파트너스는 올해 들어 블랙스톤과 헬스케어 분야에서만 조 단위 딜을 두 차례나 성사시켰다. 지난 4월 MBK파트너스는 국내 의약품 도매 업체 1위 기업인 지오영을 인수하기 위해 이를 소유한 블랙스톤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매각 대상은 블랙스톤이 보유한 지오영의 지주사 ‘조선혜지와이홀딩스’ 지분(71.25%)과 이희구 명예회장 지분을 합해 총 77%다. 계약 금액은 1조9,500억원으로 알려졌다. 조선혜 회장의 지분율은 변동이 없다. 지오영 매각 주관사인 모건스탠리는 올해 초 MBK파트너스를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하고 배타적 협상권을 부여했다. 양측은 상반기 중 거래를 최종 마무리할 계획이다.

지오영은 조 회장과 이 명예회장이 지난 2002년 설립한 의약품 유통 도매 업체다. 블랙스톤은 2019년 지오영의 지분 가치를 약 1조900억원으로 책정해 앵커에쿼티파트너스(PE)로부터 경영권을 인수했다. 조 회장은 2대주주(21.99%)로 남아 지금까지 경영에 관여하고 있다. 당초 조 회장 보유 지분에 대해 함께 매각하는 방안도 거론됐지만, 조 회장의 영업력과 네트워크를 계속 활용한다는 차원에서 블랙스톤 지분만 정리하는 걸로 결론이 났다.

블랙스톤은 이번에 MBK파트너스에 지오영을 매각해 5년 만에 2배 수익으로 자금을 회수하게 됐다. MBK파트너스는 지난 2020년 약 65억 달러(8조원)로 결성한 5호 블라인드 펀드의 자금과 인수금융 대출 등을 활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MBK파트너스는 지오영이 구상하고 있는 신사업을 통해 지오영의 체급을 더 키울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MBK파트너스는 헬스케어 업종에 주목해 지난해 구강스캐너 솔루션업체 메디트(2조4,000억원)와 임플란트업체 오스템임플란트(2조5,000억원)를 연달아 인수하기도 했다. 지난 1일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투자자들에게 보낸 연례서한을 통해 이들 사례를 설립자의 승계 사안이면서 사이즈가 큰 기업의 매각 범주라고 제시한 만큼, 지오영 역시 이러한 관점과 일맥상통한다.

실버케어 성장 가능성에 日 히토와홀딩스 인수하기도

MBK파트너스는 한국뿐 아니라 일본에서 노인 요양원을 운영하는 헬스케어 기업 히토와홀딩스를 900억 엔(약 8,200억원)에 사들이기도 했다. MBK파트너스가 히토와홀딩스를 인수한 건 지난해 말이다. 업계에 따르면 MBK는 히토와홀딩스를 보유한 폴라리스캐피털그룹과 지난해 12월 SPA(Sales and Purchase Agreement·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히토와홀딩스는 지난해 6월 말 기준 일본 내 133개 시설에서 8,279명의 요양보호대상자를 간호하고 있으며 간병 외에도 집 청소와 보육, 급식 사업까지 다양한 영역에 진출해 있다.

MBK파트너스는 이미 보유한 일본 내 실버산업 관련 기업을 연쇄 인수해 시너지 효과를 내려는 전략을 쓰고 있다. 앞서 MBK파트너스는 올해 초 노인요양 서비스 업체 유니맷(URC)의 경영권도 인수한 바 있다. 지난 2021년에는 일본 최대 주간보호 서비스 회사인 쓰쿠이홀딩스도 인수했다.

MBK파트너스가 실버 산업과 헬스케어를 비롯한 요양업체 인수에 적극적인 것은 관련 시장이 꾸준히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MBK파트너스가 한중일 3국에서 최근 3년 새 인수한 헬스케어 기업만 6곳, 인수금액으로는 최소 6조6,000억원에 달한다. 김 회장 역시 지난해 말 투자자 등을 상대로 한 정례 연차총회에서 “한국·중국·일본에 공통적으로 고령사회가 심화되고 있는 만큼 실버산업 등 관련 산업을 투자대상으로 판단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