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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 일부 게임 IP·AI R&D 조직 등 4개 부문 분사
연이은 실적 부진에 희망퇴직·권고사직도 검토 중
"과거 분사할 때도 잡음 있었는데" 일각서는 노사 갈등 우려
게임사 엔씨소프트가 4개 자회사 신설과 함께 고강도 구조조정을 시행한다. 거듭된 실적 악화 상황을 타개하고 개발사업 전문성을 강화해 경영 효율을 제고하겠다는 목표다.
엔씨소프트의 분사 결정
21일 엔씨소프트는 임시 이사회를 열고 단순 물적 분할을 통한 4개의 비상장 자회사 신설을 결정했다. 독립적인 게임 개발 스튜디오 체제 구축 및 인공지능(AI) 연구개발(R&D) 역량 강화를 통해 독립될 회사의 창의성과 진취성을 극대화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독립 게임 개발 스튜디오로 신설하는 지식재산권(IP)은 쓰론 앤 리버티(TL), 프로젝트 LLL, 택탄(TACTAN) 등 3종이다. TL 사업 부문은 스튜디오엑스, LLL 사업 부문은 스튜디오와이, 택탄 사업 부문은 스튜디오지(3사 모두 가칭)로 각각 새롭게 출범한다. 엔씨소프트는 TL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한 만큼, 분사 이후 신속하고 전문적인 독립 스튜디오 체제를 구축해 글로벌 IP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슈팅게임 LLL과 전략게임 택탄은 분사 후 해당 장르의 개발 역량 및 전문성 강화에 집중할 예정이다.
AI R&D조직인 엔씨리서치도 AI 기술 전문 기업으로 분할된다. 신설 회사명은 엔씨에이아이(가칭)이다. 엔씨에이아이는 차후 자체 개발한 바르코 대규모언어모델(LLM) 등 AI 기술 고도화를 추진하고, 게임 개발에 AI 기술을 적극 활용하며 신규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방침이다. 엔씨소프트의 회사 분할 및 신설 회사 설립은 오는 11월 28일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확정될 예정이며 ,각 신설 회사의 분할기일은 2025년 2월 1일이다.
덩치 줄이기에도 '속도'
엔씨소프트는 대규모 조직 개편을 단행하는 동시에 구조조정에도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회사 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위해 '선택과 집중' 전략을 채택, 흥행 가능성이 낮거나 사업성이 부족한 일부 개발 프로젝트와 지원 기능을 종료 및 축소하겠다는 구상이다. 인력 감축을 통한 비용 절감에도 속도를 낸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엔씨소프트는 권고사직과 함께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엔씨소프트가 희망퇴직을 진행한 것은 지난 2012년이 마지막이다.
엔씨소프트가 이 같은 고강도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배경에는 거듭된 실적 악화가 있다. 엔씨소프트의 지난해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2022년 대비 각각 30.8%, 75.4% 급감했다.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5%나 감소한 88억원까지 미끄러지기도 했다. 주력 상품인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리니지' 모바일 게임 3부작의 매출이 줄어들며 전반적인 실적이 악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엔씨소프트의 지난해 모바일 게임 매출액은 재작년 대비 38% 줄어든 바 있다.
신작 게임들의 부진한 성적 역시 실적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 작년 12월 국내에 출시된 TL은 출시 후 이용자가 빠르게 이탈하면서 매출 면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지난 6월 선보인 난투형 대전 게임 '배틀크러쉬' PC 버전의 경우 동시 접속자 수(게임 플랫폼 스팀 기준)가 이달 들어 50명 안팎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지난 8월 한국·일본·대만 시장에 출시된 역할수행게임(RPG) '호연'도 경쟁작 대비 부족한 게임성으로 비판을 받으며 기대 이하의 성과를 냈다.
노사 갈등 재차 벌어지나
위기에 몰린 엔씨소프트가 고강도 구조조정 카드를 꺼내든 가운데, 업계는 엔씨소프트의 구조조정이 노사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엔씨큐에이·엔씨아이디에스의 분사가 결정됐을 당시 엔씨소프트 노사가 충돌했던 전례가 있다"며 "(이번 구조조정 과정에서) 엔씨소프트가 탄탄한 고용 보장안 등 '당근'을 제시하지 않는 이상, 임직원 사이에서는 분사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6월 엔씨소프트가 QA(Quality Assurance, 품질 보증) 서비스 사업, 응용 소프트웨어 개발 공급 사업 등 2개의 사업 부문을 물적 분할해 비상장법인인 주식회사 엔씨큐에이와 주식회사 엔씨아이디에스를 설립하겠다고 밝히자, 엔씨소프트 노동조합인 '우주정복'은 두 차례 결의대회를 열어 강력하게 항의했다. 엔씨소프트가 분사에 앞서 임직원들에게 분사에 대한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지 않았으며, 분사 결정 직전에야 직원들 의견을 취합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신설 법인으로 자리를 옮긴 직원들의 고용 보장에 대한 노사 이견은 아직까지 좁혀지지 않고 있다. 노조 측은 분사한 자회사가 추후 폐업하더라도 언제든 엔씨소프트 측이 직원들의 고용을 보장해 줘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회사 측은 법인이 3년 이내 폐업 또는 매각될 경우에만 재고용을 약속하겠다는 입장을 고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