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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쿼터제 피하자" 현대제철, 美에 제철소 설립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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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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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 강판 등 현지 생산 논의
총 투자비용 70억 달러 규모 추산
현대차·기아 美 공장에 납품 계획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전경/사진-현대제철

현대제철이 미국에 제철소 건설을 위한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부과 정책 등 불확실성에 대응해 미국 현지에서 생산한 자동차용 강판을 현대차·기아 공장 등에 안정적으로 공급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최근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불허 결정이 난 상황에서 '직접투자' 카드를 꺼낸 현대제철이 활로를 찾을지 주목된다.

10조 들여 철강기지 추진, 복수의 주정부와 협상 중

9일 한·미 경제계 관계자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자동차용 강판을 생산하는 제철소 건설을 목표로 미국 텍사스, 조지아, 루이지애나 등 여러 주(州) 정부와 접촉해 투자 여건을 타진하고 있다. 이 중 루이지애나 뉴올리언스 인근 지역을 가장 유력한 후보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제철은 "글로벌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하기 위해 여러 지역을 검토하고 있고, 그중 하나가 미국"이라며 "미국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투자 검토를 진행 중이며 투자 금액과 시기, 생산 방식 등 구체적인 안은 결정된 바가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투자가 성사되면 현대제철은 처음으로 해외에서 쇳물을 생산할 전망이다. 현대제철은 이르면 내년 봄 착공해 2029년께 제철소를 완공하겠다는 구상이다. 총 투자비용은 70억 달러(약 10조2,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간 생산량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투자 액수를 고려하면 수백만 톤(t)으로 예상된다.

조지아주 기아차 공장(연 35만 대 생산), 앨라배마주 현대차 공장(연 33만 대 생산)과 조지아주 서배너 지역에 완공 직전인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 전기차 공장(연 30만~50만 대 생산 계획)을 감안하면 기본 수요는 탄탄하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1,869만 톤을 생산했다. 미국에 추진하는 제철소는 고로 대신 직접환원제철(DRI)을 통해 얻어낸 순수한 철을 전기로에 녹여 쇳물을 얻는 식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트럼프 2.0 철강 고관세 정책 대비

현대제철의 대규모 철강산업 투자 계획은 오는 20일 출범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방향을 고려한 것이기도 하다.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량(연 268만 톤)은 물량 제한(쿼터제)에 묶여 있다. 멕시코 등에서 수입하는 물량도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부과(25%) 위협에 노출돼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달 초 US스틸 매각에 대해 “완전히 반대한다”면서 “세제 혜택과 관세로 미국 철강업을 다시 강하고 위대하게 만들 것이며 그 일은 빨리 일어날 것”이라고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밝힌 바 있다. 양차 세계대전 과정에서 세계를 호령했다가 지금은 존재감이 사라진 미국 철강업의 부흥을 위해서는 외부 투자가 필수적이다.

관세 문제에서도 있어서도 미국 제철소 건설은 이점이 많다. 트럼프 당선인이 주장하는 대로 멕시코와 캐나다산 생산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고, 세계를 상대로 10~20% 보편관세를 매길 경우 해외 생산은 저렴한 인건비 등에 따른 경쟁력이 상당 부분 사라진다. 게다가 미국산 철강 생산은 최종 완성차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 미국 정부와 의회는 중국 견제를 강화하면서 각종 보조금 수령 과정에서 원산지 규제를 갈수록 까다롭게 바꾸는 중이다. 현대차가 주력하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는 사실상 차체와 배터리가 가치사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쇳물부터 미국산’ 차량은 규제를 피하고 정책적 지원을 받는 데 유리할 수 있다.

최근 미국 상무부의 한국산 냉연강판에 대한 반덤핑 예비 조사에서 혐의없음 판정을 받은 것도 미국 수출에 청신호로 여겨진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냉연강판을 포함해 5,42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는데, 이번 조사 결과로 현대제철은 미국 수출 전략을 더욱 강화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미국 정부의 인프라 투자 확대와 제조업 부흥 정책에 맞춰 미국 수출에 파란불이 켜진 것이다.

현대제철 인천공장 전기로/사진=현대제철

탈탄소·관세·중국 공세 직면한 철강업계

중국 기업의 저가 공세도 미국 진출 검토에 영향을 줬다. 중국 철강 기업들이 자국 내 수요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싼값에 물량을 해외로 넘기고 있어서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2023년 중국의 철강 완제품 수출은 9,026만4,000톤으로 전년보다 36.2% 증가했다. 이 중 상당 물량이 한국에 들어왔다. 가격도 한국산에 비해 10% 이상 저렴하다. 수입산 열연 강판 가격은 한국에서 지난 1년 동안 60만원대 후반에서 80만원대 초반을 유지하고 있는 반면 한국산은 80만원대 후반~100만원대 초반이다. 자동차, 선박 등 고급 제품이 아니라면 한국 기업들도 당연히 싼 제품을 찾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미국 시장은 이런 저가 공세가 통하지 않는다. 중국 역시 미국에선 무역 확장법 232조에 따라 높은 수출 물량을 늘리지 못하고 있다. 이에 한국 기업과 비슷한 고민에 직면한 일본은 이미 행동에 나섰다. 세계 4위 철강사 일본제철이 미국의 3대 철강사 US스틸 인수에 나선 것이 대표적이다.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해 공장 설립보다 시간이 덜 드는 지름길을 택한 것이다. 투자 금액만 141억 달러(약 20조5,000억원)다. 미 철강 회사 클리블랜드-클리프스가 제시한 72억 달러보다 두 배를 더 줬다.

전기로 확장을 주저하게 만드는 기술적 문제도 차츰 해결되고 있다. 미국 전기로 공장 설립에 가장 큰 걸림돌은 전기로만으로 자동차 등에 들어가는 고급 제품을 만들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현대제철은 고로와 전기로의 쇳물을 섞어서 고급 제품을 만드는 혼합 방식을 연구하고 있다. 2023년 9월에는 전기로를 통해 세계 최초로 1GPa(기가파스칼)급 고급 판재 시험 생산, 부품 제작에 성공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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