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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 "RTX 50에 삼성 GDDR7 가장 먼저 탑재될 것" 전날 기조강연에서는 마이크론만 콕 집어 발언해 논란 HBM 경쟁서 밀린 삼성전자, GDDR에서는 한발 앞서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신제품에 탑재하는 GDDR7 메모리 파트너로 마이크론만을 언급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배제한 듯한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다음 날 황 CEO는 "삼성전자가 가장 먼저 납품을 시작하고 SK하이닉스도 공급 파트너로 참여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전날 발언을 정정했다. 지난해 업계 최초로 GDDR7 D램을 선보인 삼성전자는 현재까지 엔비디아에 가장 많은 GDDR 메모리를 공급한 기업으로, 향후 SK하이닉스·마이크론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이어갈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젠슨 황 "삼성과 SK는 우리에게 가장 큰 공급업체"
8일(현지 시각)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차세대 아키텍처 블랙웰 기반의 그래픽처리장치(GPU) 신제품 '지포스 RTX 50시리즈'에 다양한 파트너사의 GDDR7 제품이 들어갈 것"이라며 "그 시작은 삼성전자"라고 말했다. 앞서 황 CEO는 지난 6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 기조 강연을 통해 RTX 50시리즈를 공개하면서 해당 GPU에 미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의 GDDR7을 탑재했다고 밝혔다. 황 CEO가 공식 행사에서 메모리 파트너사의 이름을 언급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황 CEO는 기조 강연 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도 이와 관련한 한국 기자들의 질문에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기업이 그래픽 D램을 생산하는지 몰랐다"고 말해 파장이 일었다. 하지만 이후 엔비디아는 RTX 50시리즈에는 마이크론 뿐 아니라 다양한 기업의 GDDR7이 들어가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알려왔다. 엔비디아 측은 "당장 생산은 삼성전자의 제품부터 시작한다"며 "다양한 파트너사의 제품을 사용할 예정이며 여기에는 SK하이닉스도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황 CEO도 다음 날 진행된 미디어 간담회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우리에게 가장 큰 공급업체"라며 "메모리 공급사로 마이크론만 언급한 것은 내가 정확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GDDR7은 삼성전자가 최초로 공개한 제품이다. 그럼에도 해당 제품의 존재 자체를 모른다고 발언한 황 CEO의 진위를 두고 여러가지 해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기 취임을 앞두고 한국 반도체 기업을 견제하고 자국 기업을 챙기는 모습을 보인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엔비디아의 막강한 영향력을 이용해 이익을 취하기 위해 계산된 발언이라고 지적한다. 통상 부품을 공급받는 기업은 의도적으로 공급사 간 경쟁을 부추겨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원가를 절감하는데 이날 발언은 메모리 경쟁 구조를 의식한 다분히 의도적인 언급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황 CEO가 마이크론만 콕 집어서 언급하자 증시가 요동쳤다. 이날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각각 전일 대비 2.4%, 0.89% 감소했다. 반면 마이크론의 주가는 뉴욕 거래 시장에서 시간 외로 10%이상 급등했다.
삼성전자, 엔비디아에 GDDR 가장 많이 납품
올해 CES에서 공개된 RTX50의 가격은 549달러로 1,500달러 대였던 기존 RTX 시리즈의 가격을 3분의 1로 낮추면서 가성비를 높였다. 이 제품에 들어가는 GDDR7 D램은 고해상도 그래픽 데이터 처리에 특화한 메모리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모두 개발을 끝냈다. 때 아닌 납품 실패 논란이 있었지만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와 관련해 GDDR 제품을 가장 많이 납품한 회사다.
지난해 7월 삼성전자는 업계 최초로 GDDR7 D램을 개발한 데 이어 3개월 후인 같은 해 10월에는 24Gb GDDR7을 선보였다. 전작보다 빠른 데이터 전송 속도를 지원해 더 많은 정보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으며, 전력 소비를 줄이면서도 성능을 높이는 기술이 적용됐다. 삼성전자는 "24Gb GDDR7에 12나노급 미세 공정을 적용해 동일한 패키지 크기에 셀 집적도를 높였고, 전작 대비 50% 향상된 용량을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또 'PAM3 신호 방식'을 통해 그래픽 D램 중 업계 최고 속도인 40Gbps(초당 기가비트)를 구현했으며, 사용 환경에 따라 최대 42.5Gbps까지의 성능을 자랑한다고 설명했다. PAM3는 -1, 0, 1로 신호 체계를 구분해 1주기마다 1.5비트 데이터를 전송하는 방식이다. 이를 그래픽카드에 탑재하면 최대 초당 1.8TB(테라바이트)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다. 이는 30GB(기가바이트) 용량의 UHD 영화 60편을 1초 만에 처리할 수 있는 속도다.
삼성전자는 이와 함께 이번 제품부터 저전력 특성이 중요한 모바일 제품에 적용되는 기술들을 도입해 전력 효율을 30% 이상 크게 개선했다고 밝혔다. 모든 회로에서 동작이 필요할 때만 동작하는 방식을 적용해 전력 소모를 줄이는 '클락(Clock) 컨트롤 제어 기술'과 저속 동작 시 외부 전압을 낮추거나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낮은 전압을 만들어 전력 사용량을 최소화하는 '전력 이원화 설계' 등이 대표적이다.
HBM과 GDDR, 상호 보완적인 관계로 발전 가능성
업계에서는 지난해 11월 이미 엔비디아가 삼성전자의 GDDR7을 가장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3대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이 GDDR7 개발을 마친 가운데, GDDR7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에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경쟁에서 밀리면서 고전했다. 하지만 HBM은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앞서갈지 몰라도, GDDR은 오랫동안 삼성전자가 강자로 자리매김한 영역이다.
업계에서는 GDDR7이 HBM을 대체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HBM은 GDDR7보다 높은 대역폭과 빠른 메모리 접근 속도를 제공하지만, GDDR7은 생산 비용이 낮아 대량 생산에 유리한 장점이 있다. 일각에서는 GDDR7이 HBM와 같이 고성능 컴퓨팅 작업을 보조할 차세대 메모리로서 시장 잠재성이 높다는 평가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GDDR7이 특정 시장에서 HBM과 경쟁할 수 있지만, 고성능 애플리케이션에서는 여전히 HBM이 선호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두 기술은 서로 보완적인 관계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다만 삼성전자가 GDDR7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달리고 있는 것은 맞지만, 이러한 기조가 계속된다는 보장은 없다. GDDR7의 경우 공정 난이도가 크게 높은 편이 아니어서 언제든 자리가 뒤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7월 GDDR7을 공개했다. 해당 제품은 32Gbps의 동작 속도 구현이 가능하며, 사용 환경에 따라 최대 40Gbps의 속도를 구현할 수 있다. 미국 마이크론도 최대 속도 32Gbps의 GDDR7 개발을 완료하고 양산에 돌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