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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테크] “인공지능 많이 쓰는데 근무 시간이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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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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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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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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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활용도 높을수록 일하는 시간도 늘어
‘AI 생산성 향상’ 근로자에게 “안 돌아가”
기업 운영과 정책 문제, ‘결국 사람이 하는 일’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인공지능(AI)이 업무 현장에 화려하게 등장할 때 모두의 기대는 한결같았다. 인간의 일을 빠르고 스마트하고 가볍게 만드는 ‘업무 혁명’을 이끌리라는 것. 하지만 기대 및 예상과 다르게 AI가 인간을 더 바쁘게 만들고 있다는 증거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사진=CEPR

단순 사무직 및 창구직, ‘AI 대체 1순위’

모든 AI가 일터에서 동일한 역할을 하고 있지는 않다. 연구자들이 사용하는 구분에 따르면 AI는 직장에서 보완재, 대체재, 모니터링 수단 등으로 기능한다. 대체재로서의 AI는 직원들의 생산성을 높인다. 프로젝트 매니저가 업무 순서를 짜거나 연구원이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 도움을 받는 경우를 예로 들 수 있다. 하지만 데이터 입력이나 단순 사무직의 경우는 일 자체를 AI가 대체할 수 있어 직업 안정성에 위협이 된다. 그리고 더 큰 문제가 될 수도 있는 것이 감시 기능이다. 직원들의 성과를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기술이나 유전자 정보, 조직 관리 등의 영역에서는 AI가 보완재 기능을 발휘해 직원들이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반해 창구 직원이나 사무직원은 대체 위험이 크다. 댄서나 미용사처럼 신체를 사용하는 직업은 AI 영향이 가장 적어 현재로서는 안전한 영역에 속한다.

AI 도입으로 인한 상호 보완성(직종별)
주: AI 활용도(X축, 오른쪽으로 갈수록 높음), AI 상호 보완성(Y축, 위로 갈수록 높음) / 컴퓨터 및 정보 시스템 관리자, 컴퓨터 하드웨어 엔지니어, 검사·시험·분류직, 원격감지 과학·기술자, 경영 관리 분석(1사분면) / 미용사, 잡역 및 청소, 댄서, 굴착기 기사, 도축 및 육류 포장업(3사분면) / 데이터 입력, 사무기기 관리, 창구직, 수하물 검사, 채권 추심(4사분면)/출처=CEPR

AI 도입으로 “근무 시간 더 늘어”

그런데 AI를 활용할수록 인간의 근무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는 연구가 등장했다. AI 집약적 업무 분야의 종업원들이 그렇지 않은 동료들보다 주당 2.2시간을 더 일한다는 것이다. 특히 2022년 챗GPT(ChatGPT)를 비롯한 생성형(generative) AI 등장 이후부터 이러한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고 한다. 물류나 신용 분석 등의 분야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은 챗GPT가 업무 현장에 선보인 뒤부터 근무 시간이 주당 3.15시간 늘었다.

AI 활용도와 주당 근무시간
주: AI 활용도(X축), 주당 근무시간(Y축), *데이터와 추세선(fitted)이 함께 표시/출처=CEPR

근무 시간이 늘어난 대신 어울림과 레저 활동은 줄었다. TV 시청이나 게임은 그대로인데 옥외 활동이나 모임, 신체 활동이 감소하는 것이다. 휴식과 이완이 점점 개인적이고 정적인 형태를 띤다는 얘기도 된다.

“AI가 생산성 높여주는데 노동 시간이 는다고?”

그렇다면 AI가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고 하는데 근무 시간이 늘어나는 이유는 뭘까? 먼저 경제학적으로 간단하게 설명이 가능하다. AI를 통해 향상된 생산성은 늘어난 가치를 의미한다. 금융 및 연구, 기술 등 성과 지향적 산업 분야에서는 임금 상승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런데 늘어난 임금으로 더 많은 여가를 즐기는 대신 다수의 노동자가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직장에 머문다는 것이다. 보수가 커질수록 노동 시간이 늘어나는 것은 고전 미시경제학 이론과도 일치한다.

또 다른 이유는 감시 기능의 발전이다. 실제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원격 근무의 활성화와 함께 AI의 성과 관리 기능이 정교화되며 근로자들은 한층 강화된 디지털 감시 환경에 처하게 됐다. 그렇게 모니터링 노출도가 높은 직업인 대고객 서비스 및 교통·운송 영역을 중심으로 근로 시간이 늘어났다. 자동화된 성과 분석과 알고리즘에 의한 고과 방식이 근로자들을 더 열심히, 더 오랜 시간 일하도록 밀어붙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현상이 자영업자들에게서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직원들의 압박이 직무 자체가 아닌 고용자와의 관계에서 비롯된다는 증거다.

‘AI 혜택 배분’과 ‘노동 정책’의 문제

AI가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일부 직종에서는 임금도 높여주고 있다면 그 혜택을 온전히 가져가는 사람은 누구일까? 연구 결과에 따르면 노동자들이 아니다. 글래스도어(Glassdoor, 전현직 직원들이 익명으로 회사에 대한 의견을 남기는 사이트)상의 리뷰에 따르면 AI 활용도가 높은 직업일수록 직업 만족도와 ‘일과 삶의 균형’(work-life balance)이 떨어진다고 한다. 생산성은 오르는데 직원들의 사기는 낮아지는 것이다.

이러한 불균형은 노동 및 제품 시장의 경쟁 환경과 일부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근로자들의 협상력이 떨어지는 분야에서는 근로 시간 단축과 임금 개선을 요구하기 어렵고, 경쟁이 심한 소비재 시장의 경우 기업들이 AI로 인한 생산성 향상을 직원 복지보다는 가격 인하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돌려주고 있다는 것이다.

AI가 해방자가 될지, 감독자가 될지는 아직 확실히 알 수 없다. 기업들이 AI를 어떻게 활용할지도 중요하고 AI의 혜택을 근로자들에게 공유하도록 하는 정책 당국의 개입도 큰 역할을 할 것이다. 분명한 것은 AI로 인한 혜택을 함께 나누고, 노동이 여전히 존중받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인간의 결정이 삶의 질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원문의 저자는 웨이장(Wei Jiang) 에모리 대학교(Emory University) 교수 외 3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As AI’s power grows, so does our workday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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