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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폭탄發 美 자산 이탈 행렬, ‘셀 아메리카’ 현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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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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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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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자본시장 트리플 하락, 신뢰 기반 붕괴
트럼프 관세 정책 불확실성이 초래한 이탈
실질 소득 감소와 경기침체 트리거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글로벌 관세전쟁에 돌입한 이후 미국 금융시장에서 두드러진 현상들의 공통분모는 ‘자본 이탈’이다. 투자자에게 신뢰의 상징이자 불패를 보장하던 달러·국채·증시가 동시에 흔들리고 있는 모습이다. 이는 일관성도, 원칙도 없는 관세 정책에서 비롯된 불확실성에 질린 투자자들이 ‘셀 아메리카(Sell America)’를 결심한 결과다. 미국 자산 시장에 대규모 엑소더스가 발생하자 더 이상 미국이 패권 국가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온다.

채권·달러·주가 동반하락

1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이후 달러 약세와 국채 매도세가 심해지면서 뉴욕 증시의 변동성이 가중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많은 국가에 대한 관세 부과를 유예하면서 최악의 시나리오는 현실화하지 않았다. 이 덕에 간판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지난 한 주 동안 5.7% 상승하며 2023년 11월 이후 최고의 주간 성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S&P500지수는 여전히 2월 19일 사상 최고치 대비 약 13% 내려와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이 격화하고 있는 데다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심각한 관세 중 일부만 유예하면서 다른 곳의 관세 부과에 대한 의문이 남아 있어서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으로 인해 미국 자산이 신뢰도에 타격을 받으면서 시장에서는 지난주 내내 국채 투매가 이어졌다.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지난 11일에도 10bp 오르면서 지난주에만 50bp 가까이 폭등했다. 이는 약 24년 만에 최대 주간 상승폭이다. 또 2년물 금리도 12bp 올라 지난 한 주 동안에만 30bp 넘게 뛰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도 지난 11일 99.00까지 급락한 뒤 소폭 반등했으나, 99.81로 여전히 100선을 밑돌고 있다. 달러인덱스가 100을 밑돈 것은 2022년 4월 이후 처음이다.

'연준 풋' 기대감 상승

29조 달러(약 4경1,300조원) 규모의 미 국채 시장은 세계 금융 시스템의 핵심이다. 각국 중앙은행과 주요 금융사는 모두 미 국채를 대량 보유하고 있으며, 단기 국채는 현금처럼 취급된다. 이런 시장이 흔들린다는 건 미국에 대한 투자자의 믿음이 흔들린단 의미와도 같다. 트럼프 대통령의 고율 관세로 공급망이 요동치고,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 약화가 예상되면서 탈(脫)미국이 현실화한 것이다. 또한 이는 미국 연방정부가 더는 쉽게 돈을 빌릴 수 없다는 의미기도 하다. 한해 2조 달러(약 2,850조원)에 육박하는 재정 적자를 내는 상황에서 악재가 아닐 수 없다.

시장을 안정시킨 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개입을 기대하는 ‘연준 풋’에 대한 신뢰도였다. 최근 미국 장기물 금리가 급등한 원인은 채권 현물·선물 금리 차를 이용한 베이시스 트레이딩(basis trading)에서 마진콜(담보 부족으로 추가 증거금 요구)과 강제 포지션 청산인데, 금융시장의 불안을 진정시키기 위해선 연준이 나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수잔 콜린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금융시장이 혼란스러워질 경우 이를 안정시키기 위해 기꺼이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Federal Reserve 'absolutely' ready to help stabilise market if needed, top official says)"고 밝히며 연준 풋에 나설 것이라는 점을 시사했다. 그는 "여전히 전반적으로 유동성에 대한 우려는 보이지 않지만, 시장 기능이나 유동성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연준은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도구들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백악관에서도 시장을 안정시키려는 발언이 나왔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은 채권시장을 매우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하며 재무부가 필요시 행동에 나서겠다고 시사했다. 또 관세와 관련해서도 중국과의 협상 가능성을 또다시 열어뒀다. 이후 채권 시장이 다소 진정되면서 주식 시장은 양전에 성공했다.

최악 땐 ‘기축통화국’ 지위도 위태

이런 가운데 향후 관세전쟁의 앞날은 관세 인상이 경제에 미치는 파급 경로와 그 효과를 통해 짐작해 볼 수 있다. 먼저 물가 상승이다. 관세가 오르면 수입물가가 뛰게 된다. 그러면 수입국 국민의 실질소득은 줄고, 이는 소비 감소와 경기침체로 이어진다. 수입물가가 오르면 지금처럼 연준이 금리를 낮추려는 시도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추가적 금리인하를 통해 경제가 원활하게 돌아가게 하려던 계획이 어긋나게 되는 것이다.

또한 관세 인상은 생산 활동을 위축시키고 세계 교역량을 감소시킨다. 산출이 줄면 소득이 감소하는 건 당연한 일로, 이는 세계 경제 성장에 문제를 유발하고 경기침체로 빠져들게 할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관세 인상은 증시 침체를 몰고 와 마이너스 자산효과(Wealth Effect)를 나타낼 수 있다. 주가가 떨어져 주식 투자 원금에 손실이 생기면 그만큼 소비 여력이 줄어 사람들이 지갑을 닫기 때문이다. 경제 성장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최악의 경우 미국이 기축통화국 지위까지 내려놓게 될 수도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빌 클린턴 정부 당시 재무장관을 지낸 로런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최근 “미국이 ‘수에즈 모멘트(Suez Moment)’를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 1956년 영국은 수에즈 운하를 국유화한 이집트를 무리하게 침공했다가 미국·소련의 반대로 철군했고, 군사·경제적 패권국의 위상을 상실했다. 그 결과 영국 파운드화는 기축통화 지위를 잃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전쟁을 끝까지 고수한다면 영국의 전철을 밟지 말라는 법도 없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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