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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인들 미국 여행 기피 가속화, 관광업계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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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의 세상에서 회색지대를 찾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을 취재한 경험을 통해 IT 기업들의 현재와 그 속에 담길 한국의 미래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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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미 여행 예약 취소 16% 증가, 영·프·독선 40%
체포 등 강경 이민정책·과도한 각국 공격 영향
투어리즘이코노믹스, 올해 외국인 관광객 9% 감소 전망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미국을 향하던 전 세계 관광객들의 발길이 급속히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단속이 강화되면서 미국에 방문한 관광객들에 대한 입국 거부와 체포·구금·추방 등의 조치가 나오자, 이를 우려한 여행객들이 미국 방문을 기피하는 양상이다.

방미 외국인 급감

14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최근 미국행 여행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 실제 미국 국제무역청(ITA)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달 미국에서 1박 이상 머문 서유럽 방문객은 전년 동기보다 17% 줄었다.

감소 폭은 국적별로 더 뚜렷하다. 덴마크·아이슬란드는 30% 이상, 독일·아일랜드·스페인·노르웨이는 20% 이상 감소했다. 전체 해외 방문객도 12% 줄어들었는데, 이는 2021년 코로나19 팬데믹 회복기 이후 가장 큰 낙폭이다. 유럽 최대 여행예약 플랫폼 오미오의 나렌 샴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1분기 미국행 예약 취소율이 전년보다 16%포인트 높았다”며 “특히 영국, 독일, 프랑스 여행객의 취소 비율은 40%에 달했다”고 밝혔다. 앞서 프랑스 호텔 기업 아코르도 올해 여름 유럽 여행객의 미국행 예약이 25% 감소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올 1~3월 외국인 입국자 수도 전년 동기 대비 4.4% 감소했다. 3월 기준으로는 10% 줄었다. 세계에서 가장 바쁜 공항으로 꼽히는 하츠필드-잭슨 애틀랜타 국제공항은 지난달 1일부터 이달 7일까지 외국인 승객이 18만9,973명이 방문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5%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 여름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전통적으로 미국 관광 수요가 높은 유럽권 국가들의 미국 호텔 예약률도 약 2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3월 기준 캐나다발 미국 항공권 예매율 역시 전년 대비 약 70% 급감, 뚜렷한 감소세를 보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백악관

정치적 긴장 고조 속 국경 심사 강화

관광·운수업계는 미국행 감소 주요 원인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국경 강화 정책 및 '평판'을 지목한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 입국 심사가 강화됐고 캐나다·독일·프랑스 등에서 미국으로 입국하려다가 구금되거나 입국을 거부당했다는 증언이 잇따르고 있어서다. 심사 과정에서 입국 신청자 휴대폰과 소셜미디어(SNS) 계정을 확인하고 구금·추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올해 들어 지난달 22일까지 약 3만7,000명이 이민세관단속국(ICE)에 구금된 뒤 추방됐다"고 전했다. 하루 약 450명꼴로 추방된 셈이다.

이와 관련해 세바스티앙 바쟁 아코르 CEO는 “미국 국경에서 유럽 방문자가 구금됐다는 보도가 퍼지면서 ‘나쁜 소문’이 현실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여행 웹사이트 카약(Kayak) 창업자인 폴 잉글리시는 “단 두 달 만에 미국의 이미지가 추락했다”며 “이는 단순한 경제 타격을 넘어 세대가 걸릴 평판 손상”이라고 경고했다.

실제 여론조사기관 입소스가 최근 영국 성인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영향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비율은 59%로 예년(84%)에 비해 급감했다. “영국과 미국 간 ‘특별한 관계(Special Relationship)’가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답한 비율도 40%에 달했다.

독일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감지됐다. 여론조사기관 도이칠란트트렌드가 지난 2월 독일인 1,300여 명에게 실시한 조사 결과를 보면 “미국은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라고 응답한 비율은 16%에 불과했다. “트럼프 관세 정책이 자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한 비율 또한 70%에 달했다.

美 여행 관광 산업 GDP 2.5% 차지, 타격 불가피

이 같은 기조 변화는 미국 관광업에 직접적인 타격으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 경제에서 관광은 국내총생산(GDP)의 2.5%를 차지한다. ITA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이 미국에서 쓴 관광 소비액은 2,530억 달러(약 361조원)에 달한다. 관광객 감소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다. 미국의 개방성, 이미지, 글로벌 매력도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뜻이다. 트럼프 대통령 재등장이 불러온 긴장감이 고스란히 비행기 예약률과 GDP에 반영되고 있는 모습이다.

관광 분석기관 투어리즘이코노믹스는 올해 미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여행객 수가 전년 대비 9.4%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에 2023년보다 9.1% 늘어난 것과 비교할 때, 확연히 달라진 추세다. 투어리즘이코노믹스는 올해 초만 해도 ‘미국 관광객 9% 증가, 상승세 지속’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 하지만 2월 말 ‘5% 감소 전망’으로 입장을 바꿨다. 그리고 다시 한 달 만에 예상 감소 폭을 두 배 가까이 늘린 것이다. 이유는 명확하다. “트럼프의 공격적 외교 언사가 유럽연합(EU)과 캐나다, 그린란드 등 미국 우방국 방문자의 감정을 해쳤다”는 분석이다. 투어리즘이코노믹스는 국제 관광객이 10% 감소할 경우 미국은 220억 달러(약 29조원) 규모의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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