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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테크] 청정에너지 전환은 ‘시장 경쟁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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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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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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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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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변화 대응, ‘변곡점 맞아’
화석연료 대비 ‘가격 경쟁력’ 사례 등장
당위성 아닌 ‘시장 경쟁력’ 갖춰야

본 기사는 VoxEU–CEPR(경제정책연구센터)의 칼럼을 The Economy 편집팀이 재작성한 것입니다. 원문 분석을 참조해 해석과 논평을 추가했으며 본 기사에 제시된 견해는 VoxEU 및 CEPR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음을 밝힙니다.

기술 발전의 역사에서 혁신이 ‘좋은 의도’ 때문에 일어나는 일은 없다. 시장이 반응해 주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고래기름에서 등유, 또는 말에서 자동차로의 전환에서 보듯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은 현재 기술이 너무 비싸거나 대안이 말도 안 되게 저렴할 때만 이뤄졌다. 그런데 기후 대응에서 이러한 변곡점이 눈앞에 떠오르고 있다.

사진=ChatGPT

화석연료 대비 청정에너지 가격 경쟁력, ‘변곡점 향해’

기후 대응 지지자들은 탄소 배출 축소를 도덕적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시장은 도덕적 의무에 관심이 없고 수익에만 반응한다. 그래서 2022년 러시아가 대유럽 천연가스 수출량을 대폭 줄였는데도 기록적인 매출을 거둔 것이다. 대안이 없는 소비자들은 치솟은 가격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문제는 공급 차질이 아니고 대안이 될 수 있는 청정에너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르웨이 사례는 반대의 경우를 보여준다. 2014년 유가가 배럴당 110달러(약 15만원)에서 50달러(약 7만원)로 추락하며 어려움에 직면한 노르웨이 석유 회사들은 해상 풍력 발전 및 탄소 배출 방지 등 청정에너지 기술로 방향을 돌렸다. 도덕이 아닌 생존 차원이었다. 타격을 심하게 받은 기업일수록 친환경 기술 특허가 많았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탄소세 정책 성공 사례도 등장

일부 국가들은 효과적인 탄소세 수준과 지속 가능성을 위한 최적의 공식을 터득했다. 스웨덴의 탄소세는 1991년 도입 시 22유로(약 3만5천원)에서 현재 130유로(약 21만원)로 인상됐는데 해당 기간 1인당 국내총생산(GDP per capita)이 두 배로 성장하고 탄소 배출량은 획기적으로 줄었다. 적정 탄소 가격하에서 화석연료 업체는 경쟁력을 잃었다. 휘발유로 돌아가는 공장들은 현재 메가와트당 45유로(약 7만원)의 탄소세를 무는데 이는 수익성을 깎아 먹기에 충분하다.

캐나다의 브리티시컬럼비아는 탄소세 정책이 인기까지 얻은 경우다. 해당 주의 탄소세는 세수와 상관이 없다. 전액 가구들에 배당금으로 환급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경제 성장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탄소 배출량을 5~15% 줄였다. 국민들이 탄소세 정책을 지지하려면 비용 부담 말고 눈에 보이는 혜택도 필요하다.

주요 지역 탄소세 현황(2025년)
주: 스웨덴, 유럽연합(EU) 배출권 거래제, 영국 배출권 거래제, 캘리포니아, 중국 배출권 거래제(좌측부터)

지역적 편차 원인은 ‘인프라와 리스크’

이제 태양광 및 풍력 에너지를 포함한 청정에너지가 화석연료보다 싼 곳도 전 세계에 많이 생겼다. 태양광 에너지 가격 중간값이 킬로와트당 0.05달러(약 70원), 해상 풍력 에너지는 0.04달러(약 56원)인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이러한 평균은 지역적 편차를 무시한 수치다. 인도네시아의 태양광 에너지 시설 입찰(solar auctions)에서 낙찰받으려면 아직도 킬로와트당 0.08달러(약 112원)를 적어내야 하는 반면 브라질에서는 0.033달러(약 46원)면 된다.

지역적 격차의 가장 큰 원인은 전력망(grid infrastructure) 부족과 인버터(inverter)와 같은 핵심 부품에 매겨지는 관세, 개발도상국 시설 투자에 요구되는 리스크 프리미엄(risk premium, 위험을 반영한 높은 요구 수익률) 등이다. 글로벌 친환경 에너지 투자는 작년 2조 달러(약 2,800조원)를 넘어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도 전력망 확충과 저장 시설 건설에 연간 5천억 달러(약 701조원)가 추가로 필요한 상황이다.

글로벌 에너지 생산 비용 추이(2010~2024년)
주: 태양광 발전, 해상 풍력발전, 가스 복합 발전, 석탄(보기 좌측부터), 단위: 킬로와트시(kWh)당 달러

치밀한 전략과 투자로 ‘가격 경쟁력 확보’ 가능

노르웨이의 사례를 다시 보자. 에이커 솔루션(Aker Solutions) 같은 에너지 솔루션 기업은 공공 부문 보조금의 도움으로 친환경 에너지와 탄소 배출 방지 기술로 방향을 돌릴 수 있었다. 정부도 국영 기업인 이노베이션 노르웨이(Innovation Norway)를 통해 자금 지원을 강화하면서 친환경 연구개발 예산을 4년 만에 전체의 1%에서 6%까지 올렸다. 그 결과 청정에너지 관련 특허도 40% 증가했다. 이런 성과를 내고 싶다면 탄소세 수입으로 아무 곳이나 지원하면 안 된다. 저렴한 저장 장치 및 지열 에너지, 그린 수소 기술 개발 등에 집중해야 한다.

유럽의 2022년 에너지 가격 위기는 치밀한 계획이 부족했기 때문에 일어났다. 충분한 재생에너지 및 저장 시설 없이 수입 천연가스에만 일방적으로 의존하다 러시아가 공급을 줄이자 시장이 혼란에 빠진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는 반대의 경우를 보여준다. 2020~2024년 15기가와트의 태양광 발전 시설과 5기가와트의 저장 시설을 보충한 이후 탄소세 인상에도 불구하고 전기 가격은 메가와트시(MWh)당 60달러(약 8만4천원)를 밑돌고 있다.

일부 반대론자들은 화석연료 없이는 전력망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2023년 한해에만 리튬 이온 배터리 가격은 14% 하락했고 유타주의 지열 에너지 프로젝트는 24시간 청정에너지가 가능함을 입증하고 있다. 킬로와트시(kWh)당 0.07달러(약 98원)의 비용을 자랑하는 이 프로젝트는 탄소세 없이도 화석연료와 비용 경쟁이 가능하다.

2035년 ‘화석연료 퇴출’ 목표

친환경 에너지 전환은 다음 세 단계를 거쳐 추진돼야 한다. 먼저 2025~2028년 1단계에서는 톤당 60유로(약 9만5천원)로 시작해 탄소세를 올려 나가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 얻어진 500억 달러(약 70조원)의 예산을 핵심 청정에너지 연구개발에 투자해야 한다. 두 번째 단계인 2029~2035년에는 연간 입찰을 통해 청정에너지 및 저장 시설을 급속도로 확충해야 한다. 화석연료 가격은 상한선을 메가와트시(MWh)당 40달러(약 5만6천원)로 정하고 추가 수익은 환수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 3단계인 2035년 이후부터는 탄소세를 톤당 200유로(약 31만7천원)로 인상해 버티지 못하는 화석연료 업체들을 퇴출시켜야 한다. 동시에 톤당 150달러(약 23만8천원)의 수익을 잔존 배출량 해소 노력에 쏟아부어야 한다. 논리는 간단하다. 화석연료가 경쟁력을 완전히 잃기 전에 충분한 청정에너지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기후 대응, 당위 아닌 ‘시장 경쟁력’이 정답

탄소세 정책은 공정성을 담보해야 한다. 브리티시컬럼비아 사례에서 보듯 탄소세 수익을 시민에게 돌려줌으로써 정책은 한층 수용 가능해졌다. 글로벌로 눈을 넓히면 최대의 위협은 저가의 수입 에너지가 아니라 중국이 장악하고 있는 태양광 발전 시설 역량이다. 중국이 작년 한해 추가한 277메가와트는 미국이 2000년 이후 확충해 온 누적 용량의 두 배에 달한다. 탄소세 인상을 통해 충분한 청정에너지 시장을 만들어야 중국 의존도를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이 모든 노력도 전력망 없이는 소용없다. 에너지 전환 위원회(Energy Transitions Commission)는 2030년대 글로벌 전력망 확충에 필요한 예산을 8천억 달러(약 1,122조원)로 추산했는데 이는 현재 청정에너지 총투자액과 맞먹는다. 투자 없이는 화석연료 대비 본질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하지만 계획대로 된다면 2035년쯤 청정에너지 가격은 톤당 200달러(약 28만원)의 탄소세로도 화석연료를 퇴출시킬 만큼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기술은 반대한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더 좋은 대안을 발견했을 때 스스로 모습을 감춘다. 그러므로 화석연료 시대를 끝내기 위해 필요한 것은 죄책감이 아니라 전략이다. 탄소 가격을 높이고 청정에너지 가격을 내리지 못하면 모든 것은 헛소리에 불과하다.

원문의 저자는 에스더 앤 뵐러(Esther Ann Bøler) 임페리얼 칼리지 비즈니스 스쿨(Imperial College London, Business School) 조교수 외 2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How an oil price crash sparked clean innovation: Insights from Norway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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