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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시크로부터 등 돌리는 글로벌 시장 "개인정보 유출될라" 각국 규제가 족쇄로 작용 치열한 현지 시장 경쟁도 '악재'

올해 초 글로벌 인공지능(AI) 시장을 뒤흔든 중국 딥시크의 인기가 예전만 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정보 유출 논란으로 인해 제정된 각국의 규제가 딥시크의 발목을 잡는 가운데, 현지 AI 기업들의 약진까지 이어지며 시장 입지가 좁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딥시크의 '침몰'
11일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딥시크의 국내 주간활성이용자(WAU) 수는 신규 다운로드가 재개된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4일까지 3만8,882명이었다. AI 부문 WAU 순위는 6위, 점유율은 0.56%에 불과했다. 주간 신규 설치 수 역시 4,600건으로 12위에 그쳤다.
딥시크는 출시 직후 국내 앱 마켓에서 경쟁사인 오픈AI의 '챗GPT'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하는 등 압도적인 인기를 구가했지만,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 논란으로 지난 2월 국내에서 신규 다운로드가 금지됐다. 이후 개인정보위원회의 시정 명령을 일부 수용한 뒤 지난달 28일부터 다운로드 서비스를 다시 시작했다. 그러나 다운로드 재개 이후 딥시크의 국내 일간활성이용자수(DAU)는 이달 4일 8,678명, 5일 8,824명, 6일 9,322명 등 지속적으로 1만 명을 밑돌았다. 챗GPT가 지난달 3일 국내에서 317만1,415명(모바일 앱 기준)에 달하는 DAU를 기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부진한 수치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관측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딥시크는 출시 직후 글로벌 시장에서 급격한 성장세를 보였으나, 2025년 2월 이후 신규 사용자 증가율이 둔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월 5일 기준 글로벌 다운로드 2,166만 건을 기록한 이후 뚜렷한 추가 성장 지표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해당 관계자는 "딥시크의 글로벌 MAU는 1월 대비 2월 큰 폭으로 증가했지만, DAU 대비 MAU(월간활성사용자수) 비율이 낮아지고 있다"며 "이는 실질적인 사용자 감소의 신호"라고 덧붙였다.
주요국 규제가 치명타
시장은 딥시크가 확실한 성능을 확보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AI 거버넌스 및 표절 감지 전문 카피리크스(Copyleaks)가 최근 주요 AI 모델 4가지의 생성 텍스트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딥시크 R1이 생성한 텍스트의 74.2%는 챗GPT와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오픈AI의 파트너인 마이크로소프트(MS)의 '파이-4'는 챗GPT와 99.3%의 불일치율을 보였다. xAI의 '그록'은 챗GPT 일치율이 0%였다.
사실상 챗GPT와 서비스 성능에 별 차이가 없음에도 딥시크의 인기가 시들해진 것은 각국의 강력한 제재 때문이다. '딥시크 쇼크'가 한창이었던 지난 2월, 시장에서는 딥시크를 이용할 시 중요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일파만파 확산했다. 이에 따라 각국은 강력한 규제를 앞세워 딥시크를 자국 시장에서 밀어냈다. 호주와 대만 등은 정부 소유 기기에서 딥시크 사용을 금지했으며, 이탈리아는 아예 구글과 애플의 앱 마켓에서 딥시크 다운로드를 차단했다. 미국의 경우 해군과 항공우주국(NASA) 등 일부 연방기관이 딥시크 이용을 금지했고, 텍사스주(州) 등 주 정부들도 딥시크 접속을 차단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외교부, 국방부, 산업통상자원부, 통일부 등 다수의 중앙 부처가 정부망을 통한 딥시크 접속을 금지했으며,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선거관리위원회, 원자력안전위원회 등도 이 같은 흐름에 동참했다. 서울시와 부산시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딥시크 금지령이 떨어졌고, 한국수력원자력과 한전KPS 등 정부 산하 기관 역시 내부에 딥시크 사용을 금지한다고 공지했다.

AI 시장 뛰어드는 中 기업들
중국 현지 AI 시장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생존 경쟁' 역시 딥시크에 악재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해 한 시장 관계자는 "딥시크 쇼크 이후 알리바바와 텐센트, 바이두 등 중국 빅테크 기업들이 잇달아 '딥시크보다 낫다'고 주장하며 오픈 소스 모델을 내놓고 있다"며 "딥시크가 독보적인 입지를 유지할 수 있는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고 짚었다.
지푸 AI와 01.AI, 바이촨, 문샷 AI 등 '중국의 6마리 AI 용'으로 불리는 유망 AI 스타트업들 역시 각자의 자리에서 덩치를 불리고 있다. 한때 중국에서 가장 성능이 뛰어난 AI 모델을 개발했다며 입소문을 탔던 지푸 AI는 기업 영업에 집중하며 현금 확보를 위해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 AI 스타트업 중 가장 많은 일반 사용자를 보유한 문샷 AI는 마케팅비를 대폭 삭감하고, AI 챗봇에 '선물하기' 기능 등을 추가하는 등 수익 창출에 힘을 쏟고 있다. 01.AI는 딥시크 모델을 미세 조정해 기업에 제공하는 'ML옵스' 사업에 집중하고 있으며, 바이촨은 의료 분야 특화 모델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I 스타트업들이 단순 AI 모델 개발을 넘어 자체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확보하며 시장 입지를 확보하기 시작한 것이다.